[기타]온 세대가 함께하는 2022 설 명절 추천 영화: <돈룩업>, <드라이브마이카>,<소셜딜레마>, <엔칸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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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름포럼&문화선교연구원이 추천 드리는 설 명절에 보면 좋을 영화 🎬


1. 돈 룩 업(Don't Look Up)

코미디 | 미국 | 139분 | 2021.12.08. 국내 개봉

새해 명절부터 혜성 충돌에 관한 영화라니. 하지만 대혼란이 지구를 덮친 오늘날 이 시대에, 이 영화는 더없이 시의적절하다. <돈 룩 업>은 혜성 하나가 지구와 충돌하는 궤도에 들어 빠르게 날아오고 있음을 발견한 천문학과 대학원생과 교수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99.9%에 근접한 확률의 지구 멸망의 운명을 재차 확인한 뒤, 미국의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층 인사들과 주요 언론에 알린다. 그리고 그들에게 돌아오는 반응은 조소, 불신, 무신경함이다.

유머러스하고 정교한 연출력으로 특히 정치, 경제, 사회를 다루는 데에 능통한 아담 맥케이 감독이 연출한 <돈 룩 업>은 무거운 마음으로 머리를 싸매며 봐야 하는 영화는 아니다. 러닝타임 내내 넘쳐나는 풍자를 즐기고, 영화를 채운 화려한 배우진의 면면과 연기력을 즐기며 그저 화면을 응시해도 좋다. 그러나 영화는 어느 순간 우리에게 두 가지 목소리를 들려준다. “Just Look Up”, 그리고 “Don’t Look Up”.

이 두 목소리를 통해 영화는 담담하게 분열된 지구를 말하고 진실을 모르는 인류를 말한다. 매일 벗어날 수 없는 혼란 속에서 분열되어 싸우는 우리에게 특히나 ‘진실을 아는 일’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인간이 저 먼 우주에서 날아오는 혜성을 목도하는 순간 ‘진실’을 알아차리면 좋겠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갑자기 닥쳐오는 종말을 소재로 한 <돈 룩 업>이 결국 주목하려고 하는 것은 종말이나 내세가 아닌, 결국 우리의 ‘오늘’이다. 풍자할 수 밖에 없는 정치와 사회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진실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어야 하며 연대를 이야기 해야한다. 늘 존재하는 내일의 죽음이 오늘을 겸손으로 이끈다. 한 해를 시작하는 명절에 유머와 거대 담론이 버무려진 <돈 룩 업>을 깊이 음미해보자. 깔깔 웃어가면서.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라 그렇지 않으면 방탕함과 술취함과 생활의 염려로 마음이 둔하여지고 뜻밖에 그 날이 덫과 같이 너희에게 임하리라 (눅 21:34)

*본 영화는 현재 영화관 및 '넷플릭스'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2. 드라이브 마이 카(Drive My Car)

드라마 | 일본 | 179분 | 2021.12.23. 국내 개봉

3시간을 꽉 채우는 이 일본 영화가 2021년 연말 극장가를 잔잔하게 흔들었다. 당연한 매진이었던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2021) 상영 당시부터, 아니 그 이전, <아사코>(2018)와 <해피 아워>(2015)로 매니아를 만들어내던 때부터 예견된 흐름이었을 것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그렇게 차츰 전 세계 영화 팬들의 마음에 스며들어왔고 거장이라는 단어와 조우하기 시작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뼈대는 사실 난해하지 않다. 함께 스토리를 창작하는 각본가와 연출가 부부의 이야기다. 또는 그 관계 사이에서 발생한 외도와, 외도의 발견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이며 그 남자가 연극을 올리기 위해 히로시마 지역에 초대되어 늘 자신이 잡던 핸들을 흔치 않게 타인에게 내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여러 언어가 교차하고 쌓이는 특별한 연극의 프리프로덕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마치 드라마처럼 천천히 이야기를 들려주며 천천히 캐릭터를 소개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수가 매우 많은 것은 아니지만 결코 적지도 않은데, 우리는 그 모두를 천천히 소개받고 또 그들은 천천히 스며든다. 부드럽게 운전해서 길을 따라 흘러가는 자동차를 보여주는 화면처럼 우리는 부드럽게 운전하는 이 영화를 탄 채로 창밖을 보며, 오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렇게 받아들이면 된다.

주인공인 가후쿠를 따라 진행되는 짧지 않은 여정 동안 영화는 우리의 마음을 톡톡 건드리는 여러 구슬들을 흩뿌린다. 단 하나의 선명한 교훈이 아니기에 우리는 그 모두를 겸손히 받아내 간직할 필요가 없으며 그저 손안에 쥐고 굴리며 촉감을 기억하면 된다. 상처는 일방적으로 주거나 일방적으로 받을 수 없고 엉킨 삶은 결국 풀어지지 않은 채 뭉쳐 하나의 기점과 같은 타래가 되며 그를 통해 우리는 타인을 더 잘 위로해버리고 만다.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불필요하게 느껴지지만, 갑작스럽게 우리는 그런 이해의 순간을 겪어버린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영화의 형식과 내용이 특별하게 결합해 있는 영화이며 영화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각자 마음에 울림이 오는 구간이 다를 영화이다. 말수가 적은 신비로운 예술이 아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예술을 완성해내는 영화이다. 꾸준히 곱씹고 꿰어 연결하는 맛이 있다. 난해하다기엔 분명 이해할 만하고, 단순하다기엔 결이 많은 이 영화를 통해 삶에 대한 위로를 받고 예술적인 경험을 해보길 권한다. 그들이 눈물 골짜기로 지나갈 때에 그 곳에 많은 샘이 있을 것이며 이른 비가 복을 채워 주나이다 (시 84:6)

*본 영화는 현재 극장 '필름포럼'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3. 소셜 딜레마(The Social Dilemma)

다큐멘터리 | 미국 | 94분 | 2020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여, 스마트폰을 바라보다 하루를 끝내는가. 당신도? 우리 모두가 그렇다. 스마트폰은 수험생의 손에서나 빼앗으면 되는, 큰 문제없는 도구인가. 스마트폰 속, 우리 모두가 늘상 쳐다보는 것들을 직접 만들어 낸 이들이 갑자기 양심 고백을 한다. “이거, 위험해요.”라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인 <소셜 딜레마>는 (한국에서 SNS라 불리곤 하는) ‘소셜 미디어’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진부하고 익숙한 내용일 것 같지만 그 모든 소셜 미디어들을 만들어 낸 사람들이 직접 던지는 경고이기에 흠칫하게 된다. 그들은 주목할 수밖에 없게, 중독될 수밖에 없게 필사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 자신부터가 중독됨을 느꼈고 위험을 발견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트위터, 유튜브, 기본적으로는 문자와 이메일까지. 소셜 미디어의 새로운 댓글과 메시지, 게시물이 왔다고 알리는 소리에 우리는 조종당하는 로봇처럼 스마트폰으로 손을 뻗곤 했다. 심지어 알림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10분~15분이 지났으니까, 습관처럼 화면을 켰다. 하염없이 그것들을 바라보다가 시간이 흘러 당황한 경험 역시 모두가 겪었을 것이다. 일찍 잠들려고 했지만 다시 얼굴에 쏟아지는 스마트폰 빛을 켜버리고는 다음 날 아침에 후회하곤 했을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당연히 스스로의 의지력을 탓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걸 만든 이들이 ‘아주 철저하게’, ‘작정하고’ 만들었음을 알 때 우리는 이것이 사회적인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일종의 내부고발이지만 이 고발은 조금 특별하다. 단순히 회사와 기업의 부도덕한 행태를 까발린 것이 아니다. 열정과 즐거움으로 작업했으나 위험성을 깨달은 이들이 먼저 물러나고 경고하는 것이다. 그들이 제안하는 경각심을 건네받는 것은 분명 작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들이 해석하는 인과관계가 결코 과한 해석은 아닐 것이다. 주의력 분산이나 자존감 하락 같은 개인적인 이슈들부터 시작하여 사회의 분열과 극단성까지 소셜 미디어의 부정적 영향으로 짚어낸다.

가족들과 함께 둘러앉아 이 다큐멘터리를 관람하고 이야기를 나누길 권한다. 자녀들에게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라고 종용하는 자리가 아니다. 아마 <소셜 딜레마>를 본 후에는 그런 단순한 명령이 아닌, 솔직하게 나누고 함께 고민하는 대화가 시작될 것이다.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엡 5:16)

*본 영화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4. 엔칸토 : 마법의 세계 (Encanto)

애니메이션/뮤지컬 | 미국,콜롬비아 | 109분 | 2021.11.24 국내 개봉

<겨울왕국>, <모아나>, <코코>, <소울>을 만들어낸 디즈니가 새롭게 내놓은 애니메이션 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이하 ‘엔칸토’)가 지금 잔잔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최고의 흥행 곡인 겨울왕국의 ‘Let it go’의 기록을 깨고 현재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 <엔칸토>의 OST는 다시금 우리를 <엔칸토>로 이끈다.

또 한 번 성장하고 변화하는 디즈니의 저력을 보여주는 <엔칸토>를 설명할 때, 백인이 아닌 주인공, 제 1세계가 아닌 콜롬비아 배경, 영화를 끌고 가는 다수의 여성 캐릭터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엔칸토>가 너무나 재미있는 영화라는 사실이며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주제가 아주 현실적이고 중요하면서도 놀랍도록 따뜻하다는 것이다.

<엔칸토>는 스펙터클한 모험이 있는 영화가 아니다. ‘마법의 세계’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사실 그 ‘마법의 세계’라는 것은 실상 집 한 채다. <엔칸토>의 집(저택) ‘까시타’는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의 움직임에 맞춰 계단과 벽을 움직이고 선반과 타일을 움직이는 최첨단 러브 하우스다. 내려가려는 계단은 미끄럼틀이 되어주고 부엌 타일은 저절로 움직여 바로 앞에 커피 주전자를 대령하여 한 잔 따라준다. 이 마법의 저택이 영화의 배경이고 또 중심이며 이곳에 살고 있는 ‘마드리갈’ 가문과 손녀딸 ‘미라벨’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마드리갈’ 가문의 가족들은 모두 자신만의 초능력이 있다. 이것은 마법의 저택 ‘까시타’를 만들어낸 양초로부터 부여받는 능력이라 할 수 있는데, 아기가 태어나 자라 일정한 시기가 되면 각자의 방과 문이 생기며 자신의 초능력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주인공 ‘미라벨’은 유일하게 초능력을 부여받지 못했고 그렇기에 방과 문이 생기지 않았으며 늘 능력을 받지 못한 (Did not get the Gift) 존재로 여겨져 소외되기도 한다.

그런 ‘미라벨’이 갑자기 균열이 생기고 무너지려고 하는 ‘까시타’의 위기를 먼저 발견하고 가족들을 돕는 영화 <엔칸토>의 흐름은, 다소 소박하다는 초반의 인상을 깨뜨리고 다채롭게 흘러간다. 홀로 능력을 받지 못한 이가 시간이 흘러 어떻게 되는지, 또 각각의 개성을 가진 가족들이 어떻게 화합하는지를 보여주는 <엔칸토>가 궁극적으로 전하는 주제가 참으로 놀랍다. 경쟁 사회라고 굳이 칭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경쟁이 기본값이 된 현재 사회에서, 때때로 마주하는 자신의 무능력과 뒤쳐짐에 지쳐 번아웃에 시달리고 우울감을 느끼는 많은 이들이 ‘미라벨’을 볼 때면 눈물 한 방울이 흐르지 않을 수가 없다. 문이 열리지 않고 방이 생기지 않은 ‘미라벨’이 결국 <엔칸토>의 마지막에 어떤 일을 해내는지 부디 모두가 확인하고 큰 위로를 받길 바란다. 또한 ‘미라벨’이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는 마지막 지점에서 우리는 분열된 이 시대에 윗 세대와 현재 세대가 어떻게, 그리고 왜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배우게 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그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 큰 문제가 드러나고 더 큰 갈등이 발생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결국 함께 힘을 합쳐서 일으켜 완성해야 하는 과업이다.

영화의 감상을 망치는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핵심 줄거리를 쓰지 않으려 애썼다. 뻔하지 않은 이야기로 재미와 위로를 주며 빌보드를 점령한 매력적인 음악들이 가득한 <엔칸토>를 이번 설 가족 영화로 적극 추천한다.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전 4:12)

*본 영화는 현재 '영화관',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유튜브'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글. 주보라 프로그래머(필름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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