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오늘도 깊은 갈등과 분쟁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수만 명의 사상자와 난민을 낳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 전쟁, 그리고 최근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까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폭력과 갈등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생명을 잃고 있으며, 살아남은 이들 또한 두려움과 불안, 깊은 고통 속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처 입은 세상 속에서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분열과 적대가 수많은 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삼켜버린 이 비극적인 시대 속에서 그리스도인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이 고통에 동참할 것인가. 그리고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예수 따름’이란 궁극적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시고 가르쳐주신 삶의 방식에 참여하는 일일 것이다. 그것은 힘과 지배의 논리, 타자를 적대시하고 굴복시키려는 길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질서에 순종하는 새로운 인간됨의 존재 방식을 선택하는 일이다. 물질적 성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살아가는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새 길을 가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타자의 얼굴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하며 서로 연대하고 함께 살아가는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삶이다.
이러한 그리스도인의 삶의 책무는 우리가 보내고 있는 사순절의 시간을 더욱 진지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사순절은 단지 종교적 절기를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니다. 예수 따름의 의미를 다시 배우는 훈련의 시간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온전한 자기 비움(kenosis)과 사랑의 충만함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길을 보여주셨듯이, 그를 따르는 사람들 역시 회개와 내려놓음을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형성해 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 속에서 너무도 쉽게 편리함과 안일함에 익숙해져 살아간다. 물질주의적 소비문화에 길들여진 채 복음적 삶의 방식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가진 것을 나누기보다는 더 움켜쥐려 하고, 늘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교만과 우울 사이를 오가며 살아간다. 사순절은 이러한 삶을 돌아보며 회개하는 시간이다. 기도와 묵상을 통해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왔던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고, 복음의 방식으로 새롭게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포기와 절제를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이른바 ‘문화적 금식’을 실천함으로써 더욱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회개는 거창한 일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매우 단순하고 작은 실천에서 출발한다. 늘 습관처럼 오랜 시간 들여다보던 스마트폰 SNS 사용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을 책을 읽거나 산책하고 기도하며 사색하는 시간으로 바꾸어 보는 일. 대형마트 대신 동네 시장을 찾아 지역 상권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태는 일. 인스턴트 음식과 배달 음식을 줄이고 슬로우 푸드를 준비하여 건강한 식사를 실천해 보는 일.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탄소 배출 저감에 동참하는 일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독일개신교회(EKD)는 오랫동안 ‘지벤 보헤 오네(Sieben Wochen Ohne, Seven Weeks Without)’라는 사순절 운동을 실천해 오고 있다. 사순절 7주 동안 자신에게 익숙한 어떤 것을 내려놓고 살아보는 이 운동에는 매년 수백만 명의 그리스도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실천을 점검하면서 어떤 사람은 TV 시청이나 소셜 네트워크 사용을 줄이고,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며, 또 어떤 이는 단식이나 절식을 실천한다.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비워내는 ‘~없이 살아보기’를 통해 삶을 성찰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절제의 실천을 통해 아낀 돈을 모아 전쟁과 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돕는 일에도 사용한다. 이 운동은 독일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할 뿐 아니라 공동체와 함께 살아가는 연대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한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사순절의 정신과 작은 실천이 필요할 것이다. 기도회나 금식과 같은 교회 내부의 종교적 행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문화 속에서 사순절의 의미가 실제로 드러나야 한다. 경건과 절제의 정신을 담은 새로운 삶의 실천을 통해 더 평화롭고 더 조화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해 나가는 일 말이다. 세상이 갈등과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 시대에 그리스도인은 화해와 사랑, 평화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순절은 바로 그러한 삶을 조금씩 실천하는 시간이다. 우리가 조금 더 단순하게 살고, 조금 더 서로를 배려하며, 조금 더 평화를 향해 걸어갈 때 부활절의 기쁨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때 우리의 세계 또한 새로운 문화와 희망의 시작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백광훈 원장 (문화선교연구원, 장신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오늘도 깊은 갈등과 분쟁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수만 명의 사상자와 난민을 낳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 전쟁, 그리고 최근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까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폭력과 갈등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생명을 잃고 있으며, 살아남은 이들 또한 두려움과 불안, 깊은 고통 속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처 입은 세상 속에서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분열과 적대가 수많은 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삼켜버린 이 비극적인 시대 속에서 그리스도인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이 고통에 동참할 것인가. 그리고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예수 따름’이란 궁극적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시고 가르쳐주신 삶의 방식에 참여하는 일일 것이다. 그것은 힘과 지배의 논리, 타자를 적대시하고 굴복시키려는 길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질서에 순종하는 새로운 인간됨의 존재 방식을 선택하는 일이다. 물질적 성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살아가는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새 길을 가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타자의 얼굴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하며 서로 연대하고 함께 살아가는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삶이다.
이러한 그리스도인의 삶의 책무는 우리가 보내고 있는 사순절의 시간을 더욱 진지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사순절은 단지 종교적 절기를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니다. 예수 따름의 의미를 다시 배우는 훈련의 시간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온전한 자기 비움(kenosis)과 사랑의 충만함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길을 보여주셨듯이, 그를 따르는 사람들 역시 회개와 내려놓음을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형성해 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 속에서 너무도 쉽게 편리함과 안일함에 익숙해져 살아간다. 물질주의적 소비문화에 길들여진 채 복음적 삶의 방식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가진 것을 나누기보다는 더 움켜쥐려 하고, 늘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교만과 우울 사이를 오가며 살아간다. 사순절은 이러한 삶을 돌아보며 회개하는 시간이다. 기도와 묵상을 통해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왔던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고, 복음의 방식으로 새롭게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포기와 절제를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이른바 ‘문화적 금식’을 실천함으로써 더욱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회개는 거창한 일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매우 단순하고 작은 실천에서 출발한다. 늘 습관처럼 오랜 시간 들여다보던 스마트폰 SNS 사용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을 책을 읽거나 산책하고 기도하며 사색하는 시간으로 바꾸어 보는 일. 대형마트 대신 동네 시장을 찾아 지역 상권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태는 일. 인스턴트 음식과 배달 음식을 줄이고 슬로우 푸드를 준비하여 건강한 식사를 실천해 보는 일.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탄소 배출 저감에 동참하는 일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독일개신교회(EKD)는 오랫동안 ‘지벤 보헤 오네(Sieben Wochen Ohne, Seven Weeks Without)’라는 사순절 운동을 실천해 오고 있다. 사순절 7주 동안 자신에게 익숙한 어떤 것을 내려놓고 살아보는 이 운동에는 매년 수백만 명의 그리스도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실천을 점검하면서 어떤 사람은 TV 시청이나 소셜 네트워크 사용을 줄이고,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며, 또 어떤 이는 단식이나 절식을 실천한다.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비워내는 ‘~없이 살아보기’를 통해 삶을 성찰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절제의 실천을 통해 아낀 돈을 모아 전쟁과 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돕는 일에도 사용한다. 이 운동은 독일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할 뿐 아니라 공동체와 함께 살아가는 연대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한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사순절의 정신과 작은 실천이 필요할 것이다. 기도회나 금식과 같은 교회 내부의 종교적 행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문화 속에서 사순절의 의미가 실제로 드러나야 한다. 경건과 절제의 정신을 담은 새로운 삶의 실천을 통해 더 평화롭고 더 조화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해 나가는 일 말이다. 세상이 갈등과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 시대에 그리스도인은 화해와 사랑, 평화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순절은 바로 그러한 삶을 조금씩 실천하는 시간이다. 우리가 조금 더 단순하게 살고, 조금 더 서로를 배려하며, 조금 더 평화를 향해 걸어갈 때 부활절의 기쁨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때 우리의 세계 또한 새로운 문화와 희망의 시작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백광훈 원장 (문화선교연구원, 장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