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문화 읽기"2,30대 남성들의 조던 피터슨의 책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책 <질서 너머>를 읽고

2021-07-29
조회수 2339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저자에 대해 너무 많은 설명을 하는 것은 선입견을 심어줄 우려가 있지만, 조던 피터슨의 경우는 그것이 필요할 듯하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토론토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평범한 교수이었는데(본인의 설명), 지금은 그야말로 젊은이들의 락스타(?) 멘토가 되었다.

 

그 출발은 2016년 캐나다의 의회가 ‘Bill C-16 법률’(성소수자가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캠퍼스에서 이에 대해 학생들과 논쟁하는 장면이 유튜브를 통해 알려진 사건이었다. 이후 유튜브와 언론 등에 출연하면서 북미 언론들이 ‘조던 피터슨 현상’이라고 까지 부를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그의 유튜브 채널은 현재 300만이 넘는 구독자를 갖고 있으며, 2018년에 출간된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지금까지 50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5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한국에서도 ‘인터넷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으며 특히 2,30대 남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요즘 아버지의 자리가 없어졌다고들 하는데, 아버지가 해주었으면 하는 인생의 충고들을 그를 통해서 배우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번에 출간된 <질서 너머>는 그러한 연장선에서 나온 두 번째 책으로, 삶의 의미와 책임을 강조한 12개의 인생 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길래 그렇게 젊은이들이 열광할까? ‘세상을 탓하기 전에 네 방부터 청소하라’는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간단한 말에 뭐 그리 대단한 힘이 있겠느냐 싶겠지만, 이 책 <질서 너머>에서 말하는 12가지 인생법칙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조던 피터슨은 오랫동안 임상심리학자로써 다양한 내담자들을 상담, 치료한 경험이 있기에 그의 말에는 힘이 있다. 책의 첫 챕터에는 우울증을 겪고 있던 20대 초의 한 여성 내담자 사례가 나온다. 그녀는 6개월간 무기력하여 침대에만 누워있었다. 학교는 이미 자퇴하고 그녀가 자살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반려 고양이를 돌봐줘야 한다는 책임감이었다. 45분간의 진지한 대화로 상황이 조금 나아지는 듯했다.

 

그런데 정치이야기가 나오자 그녀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세계의 상황이 매우 한심하며 인간들은 환경을 망쳐놓아 대재앙이 올 거라며 분노했다. 조던 피터슨은 이 지점에서 핵심적 논제를 던진다. 물론 환경문제, 정치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삶에 긍정적인 일이 하나도 없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그런 문제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겸손을 갖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말이다. 오늘의 세계는 ‘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 PC)에 너무 경도되어 있는데, 그러한 진영논리에서 빠져나와 현실적이고 개인적인 당신의 삶에 좀 더 집중하라는 것이다. 조던 피터슨은 특유의 차분함과 정중함으로 이런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이런 부분이 어떤 이들에게는 열광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 자신의 문제 외에는 아무것도 관심 두지 않는 소시민을 양산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인 동시에, 여성인권, 환경문제 등 현대사회의 중요이슈에 대한 보수화의 우려이다. 그는 결국 ‘순한 맛 꼰대’(?)인가 아니면 포스트모던 시대 가치의 혼란을 종식시킬 ‘가슴 따뜻한 아버지’인가.

 

물론 조던 피터슨 본인은 진보와 보수 어느 한 편을 든다기보다는 균형 잡힌 질서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고 한다. 챕터1 ‘기존 제도나 창의적 변화를 함부로 깎아내리 마라’에서 는 성경의 예수님 예를 들면서 그는 전통을 중요시하면서도 창의적인 변화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책 전체를 통해 거의 매 챕터에 성경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물론 종교적 접근보다는 인문학적 접근이지만 그 분량이 꽤 많다)

 

이어지는 ‘법칙 2. 내가 누구일 수 있는지 상상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아라, ‘법칙 3. 원치 않는 것을 안개 속에 묻어두지 마라’, ‘법칙 4. 남들이 책임을 방치한 곳에 기회가 숨어 있음을 인식하라’ 들은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의 형태와 궤를 같이 하지만,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기 전에 너의 책임을 다하라는 메시지가 기본에 깔려 있다.

 

앞서 말한 대로 대중의 호불호가 존재한다. 절대적인 지지층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아무래도 임상심리학자이다보니 철학이나 역사학적인 디테일에서는 조금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슬라보예 지젝’(어찌 보면 반대편 입장에 서 있는 락스타 철학자라고 할 수 있는)과의 공개토론에서도 이러한 약점들이 드러났다고 회자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던 피터슨의 말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는 힘이 있다. 그의 강연을 듣고 삶이 구체적으로 변화되었다는 간증(?)들이 매우 많다. 그가 이 책을 쓰며 토론토의 한 레스토랑에 갔을 때, 한 젊은 웨이터가 다가오더니 이야기 좀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조던 피터슨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책을 읽은 뒤로 지위가 낮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다른 태도를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세상을 비난하는 대신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어떤 기회가 찾아오든 성실하기로 결단했다. 청년은 해맑게 활짝 웃으며 그 뒤로 6개월 동안 세 번이나 승진했다고 말했다. 그의 유튜브 채널 댓글 등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간증(?)들이다.

 

이러한 부분이 조던 피터슨의 책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다. 요즘 너무나 많은 현학적인 책들, 날카롭게 사회를 비판한 책들이 많지만, 어떤 교수님의 책이 또는 어떤 종교인의 책이 젊은이들로 하여금 ‘당신의 가르침이 내 삶을 바꾸었습니다!’라고 말하게 하였던가. 그렇기에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책을 읽어볼 가치가 있다. 무엇이 그들의 삶을 바꾸어 놓는 원동력이 되었을까에 대하여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실마리로 저자가 제시한 한 구절을 기록하며 글을 마치려 한다.

 

“..나는 한 주제를 얘기할 때 모든 청중이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주제는 바로 책임이었다. (법칙4 ‘남들이 책임을 방치한 곳에 기회가 숨어 있음을 인식 하라’) 청중의 반응은 황홀했다. 정말 뜻밖의 반응이었는데, 원래 책임은 잘 팔리는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우리는 그동안 실수를 저질러 왔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지난 50년간 권리에 관해서는 그토록 목소리를 높였으면서 젊은이들에게 요구해야 할 것을 말하는 데는 주저했다.

몇 십 년 동안 젊은이들은 사회로부터 돌려받을 게 있으면 당당히 권리를 주장하라는 말만 들었다. 우리는 그런 요구를 통해 젊은이들의 삶에 의미가 생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은 그와 정반대로 말해야 한다.” 

<질서너머-조던피터슨>



글쓴이 이재윤 /  블로그 <창조와 연대 Creation & Solidarity>

성신여대 앞 '나니아의 옷장'(옷장 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이라는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하며, 같은 장소의 '주님의 숲 교회' 목사로 살아가고 있다. Art, Tech, Sprituality 세 개의 키워드로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노년을 대비한 취미로 전자음악 만드는 일에 푹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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