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꽃이 피었습니다드라마 <마인>을 통해서 본 오늘날 '종교'의 역할 그리고 욕망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2021-07-01
조회수 2932

*참여자
사회: 임주은 (문화선교연구원 연구원), 패널: 심수빈, 정수인(문화선교연구원 기획간사)


임주은: 안녕하세요! 오늘 <수다꽃이 피었습니다>는 비대면 만남으로 이루어질 예정인데요. 특별히 오늘 패널로 초대된 분은, 이전에 문화선교연구원에서 기획간사로 섬겨주셨던 심수빈 전도사님입니다. 지금 수빈 전도사님은 미국 버지니아에서 ZOOM 화상회의로 참여해주고 계시는데요. 그리고 문선연 기획간사 정수인 전도사님께서 함께해 주십니다. 인사 나눠 주세요. 

심수빈: 안녕하세요~ 심수빈 전도사입니다.

정수인: 안녕하세요~ 정수인 전도사입니다!

 

임주은: 오늘 우리가 함께 수다 꽃을 피워볼 콘텐츠는 tvN 드라마 <마인>인데요. 시청률 9%대를 넘기며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먼저 드라마의 기획 의도나 내용을 살펴보고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드라마 <마인>은 마치 사람들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듯해 보이는 두 여성, ‘서희수(이보영)’와 ‘정서현(김서형)’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려나가요. 그런데 그들이 mine, 즉 나의 것이라 여기며 믿고 살아왔던 것들이 어떤 사건들을 계기로 하나둘씩 무너져 가는 것을 보게 되어요. 그 시작은 낯선 사람들, ‘강자경(옥자연)’, ‘김유연(정이서)’이 등장하면서부터죠.

<드라마 '마인'의 등장인물들 : 서희수, 정서현, 강자경, 김유연>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대부분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각 인물들은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소위 ‘보편적인 여성상’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입니다. ‘효원家’라는 왕국 속에서도 ‘새엄마’, ‘미혼모’, ‘가난한 메이드’ 등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단지 ‘비주류’로 여겨질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하고도 입체적 캐릭터들이 첨예한 심리극을 펼치며 자신들에게 지워진 틀과 편견에 속박되기를 거부하고, 때로는 각성하며 나아가기도, 때로는 그것들과 맞서 싸우며 깨뜨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제 남은 4화 동안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살인사건과 미스터리 한 인물들의 비밀이 풀려나갈 것 같은데요. 



여러분은 드라마 <마인>, 어떻게 보셨나요? 내가 생각하는 이 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정수인: <마인>은 이야기하고 있는 바가 굉장히 많은 드라마 같아요. 여성주의, 편견을 깨는 목소리, 자유, 연대, 인간에 대한 믿음, 자본, 끝을 알 수 없는 욕망, 어머니 되기, 그리스도교의 가치, 예수의 정신 등. 그중에서도 특별히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많이 담고 있어서 좋았어요. 비록 ‘재벌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거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메이드’라는 평범한 노동자 캐릭터들에게도 욕망을 불어넣은 점이 흥미로웠어요.

심수빈: 사실 이전 대중문화에서는 재벌가를 배경으로 할 때, 아무리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하더라도 굉장히 단편적으로만 나타나 있었어요. ‘꾸미고 사치하는 사모님’ 혹은 ‘신데렐라 스토리 주인공’정도로만요. 그런데 <마인>에서는 주요 여성 캐릭터들이 카리스마 있고 화려하게 등장해서 그런지 단조롭게 느껴지지가 않아요. 각자가 가진 욕망과, 그것에 다가가는 방식 또한 강렬하고 나타내고요. 그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죠.

< 재벌 남자 주인공, 가난한 여자 주인공을 설정으로 했었던 과거 드라마들>

임주은: 맞아요. 아마 저희 셋 다 여성이다 보니까 그렇게 느꼈던 것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마인>의 기획이나 서사에 실제 그러한 의도들이 담겨있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국내 대중문화계에서는 몇 해 전부터 ‘벡델 테스트(Bechdel test)’1)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했었어요. 그런데 심각한 현실은 우리나라의 많은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이 가벼운 기준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것들이 대다수였었죠.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 기준에 통과되고도 남는 좋은 영화·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드라마 <마인>역시 여성 등장인물의 비중, 서사, 대화내용, 심리 표현 등이 완벽하게 ‘이전까지 지워져 있던’ 여성 중심적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 여성서사 중심으로 그려진 최근 영화들: 영화'벌새', '야구소녀', '윤희에게' 등>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마인>의 등장인물들 중 가장 와닿거나, 공감했던 혹은 관심 가는 인물이 있었다면 누구였는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나눠주세요. 


심수빈: 저는 ‘엠마수녀(예수정)’가 계속 궁금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어요. 겉모습을 보면 전형적으로 종교적인 인물이잖아요. 그런데 명품가방을 들고 다니고, 그것들을 장 속에 소중히 모아두기도 하는 역설적인 인물이에요. 가장 종교적이면서도, 자신의 욕망을 잘 알고 솔직하게 드러내기도 하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그가 말하는 ‘교리들’도 굉장히 새롭게 와닿았어요. 예를 들어, 엠마수녀가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말씀을 언급하며 ‘서희수’에게 “진리를 알기 위해서는 자신의 육감을 믿고, 계속 ‘의심’하며 나가도 된다”라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기독교에서는 진리를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것에 더 중심을 두잖아요. 그런 점에서 엠마수녀의 가르침은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는 교리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진짜 종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임주은: 저는 <마인>에 등장인물들 중에서 가장 인간적이라 여겨지고, 감정적으로 와닿았던 사람은 ‘양순혜(박원숙)’였어요. 사람한테 받은 거절감과 상처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어른이지만 어른이 되지 못한 결핍을 그대로 보여주고. 그래서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서 계속해서 음식을 찾고 먹어대는 모습들까지. 사실 본성이기도 할 테지만, 이렇게까지 된 건 양순혜를 향한 '한회장'의 기만이 촉발점일테죠. 누가봐도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요. 그렇다고 그의 폭력성과 갑질 하는 관계 방식에 대해 옹호하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아무리 많이 갖고 있어도 자신을 온전히 지키지 못했던, 서희수와 정서현과는 다른 길을 걸어온, 또 다른 여성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 것 같아서 정말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정수인: 저는 <마인>이 ‘서희수’와 ‘정서현’, 두 엄마들을 나타내는 모습에 관심을 갖고 봤어요. 둘 다 혈연이 아닌, 법적으로만 묶인 자녀를 키워왔잖아요. 희수는 굉장히 헌신적이고 희생적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어머니로 나오고, 서현은 의무적으로 자신에게 부여된 최소한의 도리만 지키며 키우죠. 극의 초반에서는, 저도 모르게 희수의 모습이 ‘진짜 어머니다’라는 기준과 잣대로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회가 거듭될수록 그 판단이 모호해지더라고요.
어쩌면 <마인>은 어머니를 ‘이상화된 존재’로써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하는 행위’로써 접근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사회에서는 지금껏 “진짜 엄마라면 이래야 돼”라는, 어머니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쌓아왔잖아요. 사실 희수, 서현, 자경, 순혜 모두가 ‘진짜’ ‘가짜’를 판단할 수 없는, 여성이며 어머니였던 거죠.

 

심수빈: 저는 희수와 서현의 관계를 재미있게 봤어요. 극 초반에는 서로가 우호적이면서도 미묘하게 대립하는 모습이 나타나요. ‘카덴차’와 ‘루바토’의 대표로서 서로의 선을 철저히 지키기도 하고요. 그런데 <3화: 회색의 영역>에서부터는 자신들의 경계선을 허물고 서로의 영역을 주기 시작해요. 마치 카텐차에 있는, ‘흰색과 검은색이 섞이며 회색으로 들어가는 그림’처럼요. 이후에는 서로 집에서 일하는 메이드들을 교환하는 모습을 은유로 보여주고, 희수와 서현의 관계는 그렇게 서로 얽혀 들어가고, 영향을 주면서 감정을 위로하고 연대하게 되죠.

<드라마 '마인' 3화의 한 장면>



이번에는 각자 기억에 남는 회차나 명장면 혹은 명대사로 꼽는 게 있다면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세요.


< 드라마'마인' 12화의 한장면>

정수인: 저는 12화에서 ‘한지용’이 ‘한회장(정동환)’의 지하벙커에서 자신의 생모 ‘미자’의 사진을 보며 우는 장면, 그리고 거기서 엠마수녀의 내레이션 “세상이 다 자기를 버려도 자신을 믿어 주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우린 살아갈 수 있습니다.”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장면이 <마인>이 가진 인간 존재에 대한 시선을 함축적으로 설명하는 부분 같았어요. 복잡한 서사 속에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은 결국 ‘인간에 대한 믿음’인 거죠. 인간의 마음에 심겨 발아되는 ‘악’의 씨앗은 “누구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상실, 소외, 고립감에서 온다는 것. 사실 어느 누구도 그저 악한 존재는 없다는 것. 인간을 향한 이런 따뜻한 시선이 인간 혐오 나아가 자기혐오로 가득한 지금 이 시대에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 드라마'마인' 7화의 한장면 >

임주은: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2개였는데요. 하나는 7화에서 ‘서희수’가 유산하는 장면이에요. 희수가 남편 ‘한지용’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에 결국 품고 있던 태아를 상실하잖아요. 이 장면에서 희수 뒤에 서현, 자경, 유연이 함께 경악하고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여요. 지금껏 이들은 서로 이해관계도 다르고, 때로는 적으로 간주되는 사이이기도 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이 비극은 내 잘못도, 너의 잘못도 아니었어.”라는 걸 깨우치는 것 같았어요. 서로에게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위로하고 함께 슬퍼하는 연대가 시작되는 장면이라고 봐요. 

< 드라마'마인' 9화의 한장면 >

나머지 하나는, 9화에서 희수와 서현이 ‘최수지(김정화)’의 그림인 <no.5: 부셔라, 이길 때까지>를 감상하는 장면이에요. 그림 다섯 개(‘no.1:코르셋을 벗어라’, ‘no.2:마음껏 사랑하라’, ‘no.3:원하는 것을 얻어라’. ‘no.4:세상을 향해 외쳐라’, ‘no.5:부셔라! 이길 때까지’)가 마치 희수, 서현, 자경, 유연이 처해있는 상황처럼 “나를 나답게 하지 못하는 틀에 둘러싸여 있는” 모든 시청자들에게 던지는 말 같았어요. ‘자신의 분수’ 혹은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부정하거나 포기해 온 사람들에게.. 세상을 향해 나의 진짜 목소리를 내고, 나를 둘러싸고 압박하는 것들과 맞서 싸워 부시고 나오라는 설득으로 느껴져서 감동적이었어요. 저는 이 두 장면에 드라마 <마인>의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다고 봤어요.

심수빈: 제가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노덕이가 새장에서 탈출해서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이에요. 효원가 안에서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그곳은 마치 감옥 같았을 거예요. 하물며 ‘한회장’조차 방 아래 지하 벙커를 따로 만들고 살아왔잖아요. 그런데 노덕이가 새장을 탈출하고 밤하늘을 날아다닐 때, 효원가 사람들은 희열을 느끼는 표정이었어요. 일종의 대리만족 이랄까요? 욕망을 분출하지 못했던 불쌍한 노덕이가 ‘자유’라는 자신의 욕망을 찾아 떠나는 것 같아 보여 좋았어요. 

 

< 드라마'마인' 6화의 한장면 >

그리고 하나 더 있는데, 하준이가 ‘서희수’에게 자신을 낳아준 엄마인 ‘강자경’을 미워하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이 제 마음을 울렸어요. 하준이는 정확히 보고 있었던 거죠. 사실 희수와 자경, 그 둘이 싸우지 않아도 되는 존재라는 걸요. 그전까지 희수는 한지용에게 속아서 헷갈려하고 있었어요. 계속해서 자경이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가정을 파괴하러 온 사람이라고 여겼죠. 그런데 드라마는 하준의 말을 통해 “희수와 자경, 둘 모두 자신의 아이를 빼앗겼는데 그 비극을 만든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것을 제대로 보게 해주는 것 같았어요.

임주은: 그렇네요. 우리가 함께 나눈 이야기처럼, 드라마 <마인>에는 유난히 메시지를 함축해서 보여주는 은유적인 장면이나 대사가 많이 등장했던 것 같아요. 특별히 우리가 주목해서 보면 좋을 지점이, 기독교적 배경과 인물, 상징, 말씀 등이 계속 등장해왔다는 거예요. 사실 드라마 치고는 종교가 이토록 자연스럽게, 그리고 자주 등장한다는 건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인데요.



여러분들이 보시기에 <마인> 속에 드러난 기독교와 관련된 상징적 의미나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그것이 그리스도인들과 교회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심수빈: <마인>은 오늘날 대중문화 속에서 ‘종교의 부활’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드라마에 종교적 색채가 짙어요. 사실 200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지금껏, 대중문화 속에서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시되거나 혹은 굉장히 부정적으로 쓰였잖아요. 혹은 그 이미지가 남성적, 조직적, 권위적 느낌을 담지하고 있기도 했어요. 그런데 <마인>은 ‘엠마수녀’라는 여성 종교인을 드라마의 적극적인 가담자로 배치시키면서 기존 대중문화 속 종교 이미지를 탈피시키는 것 같았어요.

< 드라마'마인'의 한장면 >

또, 그것을 통해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종교가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아요. <마인>속에서 천주교를 그려낼 때, 사람들이 성당에 와서 ‘미사’를 드리는 장면 등으로 표현하지 않고, 수녀가 그들을 직접 찾아가서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장면으로 표현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너무나 세속적인, 그리고 적나라한 사람들의 불평에도 엠마수녀는 묵묵히 들어주죠. 그들에게 “트렌드가 바뀌었다”라고 말해주는 수녀의 모습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어쩌면 종교는 전혀 답답하지 않은, 불편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라고 느끼게 해 줄 것 같아요.


정수인: 맞아요. 엠마수녀는 ‘구원’에 대한 언급을 자주 해요. <4화: 좁은문>에서는 “구원의 문은 좁지만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 말해요. ‘정서현’이 찾아와 “수녀님께 구원이나 답을 찾으러 온 게 아니다”라고 말할 때는, “자신을 구원으로 이끌 사람은 오로지 자신뿐”이라고 말해줘요. 또 일신회 성경공부 모임에서도 “남편이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우면 그렇게 두었다가, 다시 사이가 좋아지면, 다시 살리면 된다. 그게 구원이다”라고 말해주기도 했어요. 여기서 엠마수녀가 말하는 구원은 기독교인들이 보편적으로 말하는 ‘초월적' 구원에만 집중되어 있지 않아요. ‘좁은 문에 갇혀 있던 것 같아 보였던 코끼리’가 사실 갇혀있던 게 아니었던 것처럼, 우리의 관점의 변화, 시선의 변화, 갇혀있던 사고의 확장이 ‘일상의 구원’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죠. 저는 이게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신앙관인 것 같아요. 나중에, 죽은 이후의, 초월적 구원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계속해서 “벗어나는”, “살리는” 구원으로 나아가야 하는 거죠.

 

< 드라마'마인' 2화의 한장면 >

임주은: 저도 사람들을 대하는 엠마수녀의 ‘태도’에서 종교적 도전(?)을 받았어요. 효원가의 남자 집사인 ‘김성태(이중옥)’가 “저는 예수님 팬이지만, 교회는 안 다녀요. 예수님과 다이렉트로 직거래를 하고 있어요. 교회는 중간 마진을 너무 남기잖아요.”라는 대사를 던질 때 엠마수녀가 공감하듯이 웃으며 반응하는 태도가 참 좋았어요. 신성하고 경직된 분위기가 대부분인 교회 혹은 성직자들은, 교회를 비판하는 듯한 말을 듣거나 또는 성경이나 예수님에 대해 쉽게 언급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게 대응하는 편이에요.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회 속에서는 이미 기독교가 이미 그런 이미지로 여겨지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런데 엠마 수녀는 근엄하게 정죄하고 판단하는 모습보다는 소탈하게 들어주며 “사람을 살리는”일에 더 집중을 해요. 그것을 말하는 사람의 본연의 마음, 영혼의 상태를 더 돌아봐주는 성직자의 모습이랄까요. 그런 태도를 보며 저도 많은 것을 고민하게 되고, 또 배우게 되더라고요.

 

심수빈: 그런 의미에서 저는 <4화: 좁은문>에서 엠마수녀의 내레이션이 기억에 남아요. “구원의 좁은 문은 좁지만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효원가의 그 좁은 문은 빠져나갈 수 없는 멸망의 문이었습니다.” 좁은 문에 갇힌 코끼리, 좁은 새장에 갇힌 공작 노덕이, 그리고 효원가에 갇힌 사람들. ‘구원의 문’과 ‘멸망의 문’ 둘 모두가 좁으나 어떤 문은 닫혀있고, 어떤 문은 열려 있는 거죠. 저는 이를 통해 오늘 우리 기독교의 모습은 열린 문인지, 닫힌 문인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엠마수녀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게 편견을 가지기보다 그들이 구원을 만날 수 있게끔 인도하는 모습을 통해 ‘좁지만 활짝 열린 종교의 문’을 상상할 수 있었거든요. 구원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야 하니까요. 오늘날 교회가 효원가의 좁지만 꽉 막힌, 누구에게도 쉽게 열어주지 않는, 위계서열을 가진 그런 문으로 여겨지지 않기를.. 그런 문이 되기 않기를 바라며 보았어요.

 

정수인: 저는 마지막으로 엠마수녀의 대사를 한번 읽어보고 싶어서 가져왔어요.

“하나를 보면 열을 알겠네. 무례하고 공감 능력 떨어지고, 안하무인에 기고만장은 기본! 사람 무시하고. 그런 사람이 대표가 되는 회사가 굴러나 가겠어요? 설혹 굴러간다 하더라도 그 회사 사람들은 다 죽어 나가지! 본인 모습을 한번 객관화시켜 들여다봐요. 내 직업은요, 노력을 했는데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힘없고 억울한 사람들 마음을 돌보는 게 1순위예요. 당신같이 노력 없이 얻은 부 위에서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은 그냥 가던 길 계속 가라고 내버려 둡니다. 지옥에 가든지 말든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어요. 당신 같은 사람들은 바닥으로 떨어져서 겸손부터 배워야지 돼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그 가슴을 피멍 들게 했을까! 당신, 그 죗값에 대해서 한 번쯤은 곰곰이 생각해 봐야지 돼.” 

자본이 생명보다 중히 여겨지는 불의한 구조, 자신들이 세운 기준에서 벗어나면 모두 비정상으로 여겨버리는 구조, 자신들을 신성함과 견고함으로 상정하고 변화될 생각이 없는 구조. 이 비인간적인 무례함을 지닌 효원가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 어디에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구조인 것 같아요. 최악의 경우, 교회에서도 가끔 발견되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늘 자각해야 하는 지점이라 생각해요.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서는 힘없고 억울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다루어지기도 했죠. 누군가의 욕심으로 인해 어머니를 잃은 아이들, 가난한 소녀가장, 남성의 외도로 인해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 돈으로 사고 팔리는 죄인들, 억울하게 내쫓기는 노동자들. 교회가 바라보아야 할 대상, 초대해야 할 사람들이 이런 이들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임주은: 맞아요.. 드라마의 인기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이 <마인>은 상위1%안에 드는 상류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엔 어려울 수 있죠. 하지만 <마인>은 동시에 한국사회 속에 편만한 ‘가부장제적 사고’와 거기에 따른 ‘여성의 역할’이라는 문제점에 대해. 그리고 ‘부에 따른 계급사회’와 ‘불의한 구조’에 대해 다루기도 해요. 결코 공감할 수 없는 배경 설정이지만, 적극 공감이 가는 인물들의 심리와 대사들이 이 드라마의 매력 요소인 것 같아요.

 

오늘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 함께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흥미로운 서사에 더해, 첨예한 심리극과 미스터리 한 사건까지 가득한 드라마다 보니, 이야기 나눌 게 정말 많았어요. 다 다루지 못한 것들도 많고, 또 앞으로 남은 4회 동안 이야기가 어떻게 풀려나갈지 궁금한데요. 저희의 대화들로 인해, 독자분들께서 한층 더 재미있고 풍성한 대중문화 읽기를 하실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저희는 다음 드라마 수다로 돌아오겠습니다.


*각주
1)벡델테스트: 1985년 미국의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Alison Bechdel)이 남성 중심 영화가 얼마나 많은지 계량하기 위해 고안한 영화 성평등 테스트를 말한다. 이 테스트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1)이름을 가진 여자가 두명 이상 나올 것. (2)이들이 서로 대화할 것 (3)대화 내용에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닌 다른 내용이 있을 것 등의 세 가지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저희 <수다꽃이 피었습니다> 코너는 ‘활짝 열려있는 종교의 문’처럼, 활짝 열려있습니다!
대중문화에 대한 풍성한 담론을 위해 함께 수다 패널로 참여해주실 분들이 계시다면 문화선교연구원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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