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문화 읽기주보라 프로그래머가 Pick한 영화 <해시태그 시그네> - “타인의 관심을 욕망하다”

20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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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시그네 (Sick of Myself, 2022)

 

현 시대의 유행, 모두가 열광하는 것, 이런 것들을 분석하고 파헤쳐보면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마 조금은 진부한 단어들이 발견될 것이다. ‘동경’, ‘관심’. 타인의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 타인의 관심을 얻는 것. 결국, 사람들의 욕망이 가닿는 그 끝에는 사뭇 익숙하고 원초적인 본능이 숨어있다. 쉽게 가질 수 없는 물건을 소유하고 싶어 하고, 아주 특별한 경험을 겪고 싶어 한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타인에게 알리는 데에 있다. 타인에게 알리지 못한다면 욕망은 소멸할 것이고, 애초에 타인이 부러워하지 않는 물건이나 경험이라면 욕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영화 <해시태그 시그네>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처럼 타인의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 타인의 관심을 얻는 것을 얼마나 갈망하는지를 아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픈(Sick)’과 ‘해시태그(Hashtag)’

영화의 주인공 ‘시그네’는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평범한 젊은 여성이다. ‘시그네’의 남자친구 ‘토마스’는 멋진 의자를 만드는 가구 디자이너다. 그는 다소 선을 넘는 과감한 일탈을 저지르며 행위 예술적인 인물로 등극한다. ‘시그네’는 그런 ‘토마스’를 바라보며 자신도 사람들의 주목과 관심을 받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런 ‘시그네’는 우연히 한 사건을 목격한 이후로, 아주 기괴한 길을 일종의 기회로 삼는다.

영화의 원제에 그 힌트가 있다. <Sick of Myself>. ‘be sick of’는 ‘지긋지긋하다’, ‘넌더리가 난다’라는 뜻을 가진다. 즉 이 원제는 ‘나 자신이 참 지긋지긋하다’ 정도로 해석될 수 있겠다. 그런데 ‘Sick’에 집중해 보자. ‘아픈’, ‘병든’이라는 뜻의 형용사다.

참 무서운 발상인데, ‘시그네’는 ‘아픈’ 사람이 되면 타인의 관심을 얻을 수 있음을 발견했고 또 특이한 ‘질병’을 가진 사람이 되면 특별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시그네’는 ‘아픈’ 사람이 되고자 한다. (참으로 무시무시한 줄거리이며, 참으로 중의적이고 기발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이 영화는 그렇게 ‘시그네’의 일그러진 욕망을 착실하게 보여준다. ‘시그네’에게 넌더리가 날 때까지.

국내에서 개봉할 때 붙인 제목 <해시태그 시그네>에도 이런 영화의 의미가 담겨있다. 이 영화는 각종 소셜 미디어에서 사용되는 ‘해시태그(Hashtag, #)’라는 단어를 통해 결국 오늘날의 사람들이 가장 욕망하고 열광하는 것이 타인의 관심, 주목, 동경이라는 걸 보여주고, 또 그런 모습을 주인공 캐릭터 ‘시그네’로 응축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에 관해서 물어봐?”
“아니, 딱히 그렇진 않아.”
“입원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럴 거야.“

“내 사진 좀 찍어줄래?…하나 더 찍어봐.…몇 장 더 찍어줘.”
“뭐 하려고?”
“다들 알 수 있도록 포스팅 하려고. 사람들이 물어보니까.”


관심받기와 홀로서기

영화 <해시태그 시그네>는 다소 극단적인 상상을 통해 화두를 던졌다. 개연성이 없다고 쉽게 단언할 수 있을까? 이런 욕망은 분명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고, 누군가는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한다. 크고 작음의 차이일 뿐, 우리 모두는 아직도 관심을 위해 아픈 것처럼 구는 어린아이와 다르지 않다.

어떻게 건강하게 홀로 바로 설 수 있는가. 과시하지 않고, 부러움을 사기 위해 애쓰지 않고, 알아주는 이 없어도 묵묵하게 자신의 소명을 다하며, 세상에 휩쓸리지 않으며 살 수 있는가. 연약한 인간이기에 ‘불가능하다’라는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앞에는 닮아가야 할 롤 모델이 있다. 성경의 수많은 인물들이 그것이고 또 예수님이 그것이다.

아픔과 질병조차 과시해야만 하는 시대, 끊임없이 돋보이려 애쓰다가 몸과 마음이 황폐해져 가는데도 그걸 깨닫지조차 못하는 시대에 <해시태그 시그네> 속 ‘시그네’의 모습은 경각심을 느끼게 한다. 영화를 거울로 삼아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또 우리가 따라가야 할 믿음의 선배들과 그 맨 앞에 계신 예수님의 행보를 기억할 때, 우리는 조금 더 성장하고 또 조금 더 건강해질 것이다.


글. 주보라 프로그래머 (필름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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