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분석 [요즘뜨는것들]'두유노클럽' (K-콘텐츠 전성시대)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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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인베이전(Korean invasion) 

1960년대 중반, 밴드 ‘비틀즈’를 포함한 많은 영국 가수들이 팝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을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 영국의 침공)‘이라 불렀다. 그런데 2021년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다. 오히려 영국 언론들이 앞다투어 ‘한국문화가 어떻게 주류가 됐는가’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지금 ‘코리안 인베이전’의 시대에 살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이 시청률 1억 4천만(10월 20일 기준)을 넘기며 미국을 포함한 94개국에서 1위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이 인기는 단순히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놀이를 만들고 즐기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징어게임’을 패러디하는 ‘숏폼 비디오’를 제작하거나, 극 중 참가자들이 입었던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구매하고, ‘달고나’를 만들어보는 등의 놀이 문화가 세계 각국에서 인증되고 있다. 미국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는 갑자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노래가 울려 퍼지자, 학생들이 마치 한국말을 알아듣는 것 마냥, 횡단보도를 건너다 잠시 제 자리에 멈추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출처: SBS뉴스>

미국의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는 ‘오징어게임’의 매력을 “한국 특유의 감수성과 세계인의 보편적인 감정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전 세계에 한국 대중문화가 지닌 파급력의 정점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로써 ‘오징어게임’도 ‘두유노클럽’의 회원이 되었다.

 

#두 유 노?

“Do You Know...?” 이는 한때 한국 기자들이 해외 연예계 혹은 스포츠 스타들을 인터뷰할 때마다 꼭 한 번씩 언급하는 단골 질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세계에서 한국은 경제적으로도 지역적으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에 불과했었다. 2000년대 초반 ‘욘사마’ 열풍으로 한류가 시작되었다고는 하나 그 또한 아시아권 안에서만 불었던 열풍일 뿐이었다. 그런데 2010년대 이후, K-pop과 더불어 한국 스포츠 선수들이 영미권에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한국인의 자긍심과 애국심이 치솟기 시작한 것이다.

<출처: 문화체육부관광부>

“두 유 노.. 갱남스타일?” 가수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킬 때, 아마 한국인들 대다수가 외국인들을 상대로 이 질문을 던져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당시 ‘강남스타일’은 한국어 노래 최초로 빌보드 HO100 2위까지 기록을 했었기 때문에, 모두가 이 노래를 아는 것이 당연하게만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혀 무관한 상황에서도 기자들이 해외 스타들을 향해 ‘두 유 노..?’를 시전하는 일이 많아지자, 국내 누리꾼들은 이같은 현상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한국의 스타나 음식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는 하나, 인터뷰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무턱대고 “한국의 ~~을 압니까?”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은 무례한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뷰 때 갑자기 이러한 질문을 받고는 당황해 한 해외 스타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은 한국이 과거 일제에 의해 받은 탄압, 한국전쟁 등으로 겪은 힘든 과거에 비해 빠른 성장을 하게 되었고, 그것을 세계에서 알아주기를 바라는 심리에서 시작되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당시 10~30대 누리꾼들은, ‘두 유 노..?’는 과거 국가와 개인을 동일시하는 그릇된 애국주의·민족주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이른바 ‘국뽕’을 조롱하는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두유노클럽

그러나 한국의 대중문화나 스포츠 선수들의 잠재력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이들이 국제적으로 시상식이나 언론 등지에서 찬사를 받으며 분명한 영향력을 갖게 되자, MZ세대 사이에서 ‘두유노 클럽’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두유노클럽 짤>

‘두유노 클럽’이란 조직이나 단체와 같은 실체는 존재하지 않지만, 세계인의 관심을 받게 되어 나라의 위상을 드높인 대중문화 콘텐츠·연예인, 스포츠 선수, 음식 등을 그저 한 데 모은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이 ‘두유노 클럽’의 회원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된다. 박지성을 필두로 손흥민, 김연아, 류현진, BTS, 페이커(프로게이머) 등이 있는 ‘짤’(주로 인터넷상에서 사진이나 그림 따위를 이르는 말)로 시작하여, 캐릭터, 음식, 웹툰, 드라마·영화, 게임까지 포함되면서 그 영역이 점차 확장되었다. 최근에는 가수 블랙핑크(BLACKPINK), 영화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 ‘미나리’와 배우 윤여정,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달고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추가되기도 했다. 

<최근 두유노 유니버스 짤>

처음에는 ‘두 유 노..?’라는 드립으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두유노 클럽’을 거쳐 ‘두유노 유니버스’라고 불리는 세계관까지 만들어졌다. 오늘날의 신한류 현상을 적극 응원하며 매일 ‘두유노 유니버스’ 회원을 갱신하고 있는 이들은 MZ세대에 해당하는 누리꾼들이다. 이들은 왜 ‘국뽕’을 비판하면서도, ‘국뽕’을 즐기고 향유하는 것일까?

 

#MZ세대가 말하는 애국심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전자의 ‘국뽕’과 후자(그들이 즐기고 향유하는)의 ‘국뽕’ 간에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작년 8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발표한 ‘세대별 국가 및 사회인식 비교 조사’에 따르면 MZ세대가 말하는 ‘애국심’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과 차이가 있었다. 

‘애국심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전 세대에서 동일하게 높게(MZ세대 66.3%) 나타났다. 하지만 ‘국가를 위한 개인의 희생’에 대한 부분에서는 상이했다. X세대(46.3%)와 86세대(55.3%)는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해 나의 이익을 희생할 수 있다’고 답한 반면, MZ세대의 긍정 응답률은 매우 적었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것’만이 애국심으로 여겨졌던 과거의 인식과는 오늘날의 인식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희생이 없다면,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위의 조사 결과를 더 살펴보자. ‘세대별 애국심을 느끼는 상황’에 대한 답으로, 기성세대(34.0%)는 ‘전염병, 경제위기 등 우리나라가 재난 상황이나 위기에 처했을 때’가 가장 높았지만, MZ세대(29.0%)는 ‘K-pop,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게임 등 한국의 대중문화가 해외에 인정받을 때’가 가장 높았다. 이렇듯 온라인 공간을 들여다보면, 사람, 영화, 드라마, 음식 등 해외에 알려져 인기를 끄는 것이 생길 때 MZ세대는 “국뽕이 차오른다”라고 외치며 국위 선양 하는 것들에 크게 환호한다. 이것이 애정이 아니고 무엇일까?

그렇다면 세대별로 애국심을 느끼는 상황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경험 유무’가 큰 영향을 끼친다. 여러 어려움들로부터 나라를 몸소 지켜내야만 했던 시대를 겪어온 세대에게, 애국심이란 ‘개인의 희생’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또한 그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고속 경제성장’을 이룩해온 것을 본 세대에게, 국가적 자긍심이란 곧 ‘경제 성장’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경험, 다른 사회적 분위기에서 살고 있는 MZ세대는 당위적인 애국심과 숭고한 희생정신에는 잘 공감하기가 어렵다.

<출처: 대학내일20대연구소>

오히려 그들은 한국만이 가진 콘텐츠가 해외에서 큰 인기로 확실하고 정당하게 인정받을 때 애국심이 치솟는다고 한다. 그 인기에는 분명한 근거가 존재해야 하는데, 누가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높은 성적(수상, 시청률, 조회수 등)이라던가, 우리만이 내세울 수 있는 문화적 역량, 독특한 문화 등이 이에 속한다. 그렇다. 이들은 공정함과 확실한 보상이 중시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자라왔으며,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는 아무래도 MZ세대가 애국심을 갖는 메커니즘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K-콘텐츠 전성시대

그런데 요즘은, 꼭 대단한 K-pop 혹은 스포츠 스타급이 아니라 하더라도 국위 선양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다고 한다. ‘두유노 클럽’에서 ‘두유노 유니버스’로 그 영역이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Z세대들이 ‘K-food’를 즐기는 것이 유행이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했던 한국 음식들을 똑같이 사 먹어 보는 소비문화만으로도 그들에게는 하나의 놀이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MZ세대 사이에서 국위 선양의 영역은 더 넓게 확대되고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포함시킨다. ‘K-유투버’, ‘K-틱톡커’부터 시작해서 ‘K-레시피’, ‘K-웹툰’, ‘K-배달음식’ 등. 이제 애국심은 당위적이거나 숭고한 것이 아닌,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놀이·소비 활동 등 우리가 만든 무엇이든 그 문화를 전 세계인과 함께 향유하는 것이 되었다.

<두유노 유니버스 짤2>

#교회에서도, “오징어게임 봤어?”

‘오징어게임’이 한국 드라마 역사상 유례없는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키자, 교회에서도 종종 ‘설교 예화’, ‘포스터나 영상 등의 패러디물’로 사용하고 있다. ‘BTS’가 UN에서 연설을 할 때도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TV에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지만, 해외에서 그토록 난리가 났다고 하니 찾아서 보고 들어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향유하고 있는 대중문화에 대해서는 교회에서도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대단한 영향력을 분석해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지난 2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장사를 해야 하는 자영업자,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 등 대다수의 국민들이 암울한 시기를 보내왔다. 특별히 모여서 예배를 드려야 하는 교회들은 더더욱 그랬다. 반면 ‘K-콘텐츠’는 이 시기에 전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사랑을 받았다. 암울한 시기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K-콘텐츠’는 때로는 기쁨과 위로를 주고, 또 때로는 자긍심을 심겨주기도 했다. 물론 큰 경제적·심적 피해를 본 국민들에게 이런 소소한 것들이 다 위로가 되겠느냐만은. 대중의 삶이 하나의 메시지가 되어 대중문화라는 것에 담기고, 또 그것이 크고 작은 콘텐츠로 만들어져 전 세계에 알려지며, 전 세계가 한국이 만든 것에 공감하고 열광하는 이 문화현상은 분명 기뻐할 만한 일이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그 어떤 때보다, ‘문화의 힘’을 크게 느끼고 있다. 이제 ‘K-콘텐츠’는 단순히 MZ세대만 향유하는 것이 아닌, 한국의 경제, 정치, 사회의 주체가 되었으며, 더 나아가 전 세계에서 통하고 있다. 교회 역시 이러한 대중문화를 무조건적으로 배척하고 분리해온 과거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K-콘텐츠’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것들이 생산되고 퍼지고, 또 새로이 바뀌는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아주 사소한 것들부터 다양한 것들까지 다 담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유의미한 점이다. 그 안에는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 청년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등 한국 정서가 가득하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그것들로부터 교회의 미래 역할과 책임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임주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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