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분석 [요즘뜨는것들]'메타버스2 : 메타버스의 확장'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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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우리는 <요즘뜨는것들: 메타버스>편을 통해 ‘메타버스’라는 개념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게임이나 아바타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이미 메타버스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었지만,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며 사람들이 가진 ‘소통’이라는 욕구와 만나 더욱 확장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Z세대가 향유하는 특정 게임 및 프로그램의 유저가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메타버스는 여전히 ‘그저’ 가상의 세계 정도로만 느껴질 것이다.

 

#‘게임’, 그 이상의 메타버스

그로부터 두 달 여의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메타버스는 벌써 우리 삶 속에 빠르고 깊숙이 퍼져나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 TOP10 기업 중 8개 기업이 메타버스 시장 경쟁에 돌입했다고 한다. 이제 메타버스 서비스는 게임을 넘어 우리 사회의 경제, 문화, 교육 등의 영역으로 더욱 확장되어, 하나의 사회적 도구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메타버스에서 업무를 본다고?

지난 해, ‘페이스북(Facebook)’은 가상 오피스 앱 ‘스페이셜(Spatial)’을 출시했다. 이는 가상의 공간을 사무실처럼 만들고, 아바타가 업무를 보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단순히 비주얼적인 업무환경만 그럴싸하게 만들어 놓은 곳이 아니라, 실제 업무에 활용하는 문서 파일이나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화면을 직장 동료와 공유할 수 있고, 함께 회의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이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출처: 페이스북코리아>

국내에서는 부동산 앱 ‘직방’이 온택트 근무 협업 툴인 ‘메타폴리스’를 적용할 계획을 밝혔다.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지만, 가상 오피스에 출근하여 함께 협업하고 회의도 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직방의 안성우 대표는 지난달, “조만간 서초동에 있는 사옥을 아예 없애고 100% 메타폴리스 근무로 전환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공공기관인 서울시설공단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개더타운’이라는 가상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LG이노텍은 메타버스를 이용한 채용설명회를 시행하기도 했다.

<출처: 한국경제TV뉴스 유튜브>

 

#그럼! 병원도 가고, 전시회도 가!

무엇이든 가능하게 만들어줄 것 같은 21세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이동제한’이라는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특히 감염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이전보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접근성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도 함부로 갈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메타버스 기술이 이러한 이동제한을 ‘원격 서비스’로 대체해 주고 있다고 한다. 이는 국내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일산 차병원은 개원 1주년을 맞아 제페토 안에 병원을 개원하였다. 방문하는 환자들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가상병원을 운영하는 것이다. 물론 의료분야에 가상공간 서비스를 도입하기에는 각종 진료 및 치료 등 불가능한 영역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향후 빅데이터·인공지능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도입하게 된다면, 메타버스 병원을 통해 간단한 진료나 건강관리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병원 옆에는 미술 전시관도 있다. 복합문화공간 ‘청춘너나들이(센터장 양수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청년들이 함께 참여한 예술 프로그램 ‘베리어프리(Barrier-free)’ 전시를 오프라인과 동시에 제페토 안에서 온라인으로도 개최한다고 밝혔다. 사회적으로 좋은 취지를 갖는 예술 공연 및 전시들이 많이 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제약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메타버스 전시를 통해, 좋은 예술 작품들에 대한 접근성이 더 커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가상인물인데.. 인플루언서?

<출처: '로지'의 인스타그램 계정>

‘로지(Rozy)’라는 이름을 가진 이 여성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일상, 화보 촬영 사진, 제품 홍보 등 다양한 사진을 게시하며 활동하는 인플루언서이다. 인스타그램을 개설한 지 3개월 만에 팔로어 1만 명을 넘길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졌으며, 다양한 브랜드와 광고 계약을 맺은 모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영국의 모델 ‘슈두(Shudu)’와 협업하여 패션 화보를 촬영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그녀는 실존인물이 아닌 AI 가상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로지와 함께 패션 화보 촬영을 한 슈두도 영국의 가상인물 모델이다.)

<출처: 사이더스 스튜디오엑스> 

‘가상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란 AI로 만들어진 인물이지만, 실존 인물처럼 그럴듯한 겉모습을 갖추고 이름, 성별, 나이, 출신 지역 등의 구체적 정체성을 지닌다.(출처: 네이버 시사 상식 사전) 이들은 특히 마케팅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다는 특징에 더해, 대중들로 하여금 ‘새롭고’, ‘획기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광고 모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메타버스 속 작품의 가치, 그리고 안전한 거래

점차 개인이 메타버스를 통해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판매하고, 소비하는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전하게 거래하고 보상할 수 있는 경제 환경을 위한 ‘NFT(Non fungible Token)’ 기술이 등장했다. NFT란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으로, 실존 세계에 존재하진 않지만 가상세계 안에 있는 것에 가치를 매기고 소유권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수단이다.

국내에서는 바둑기사 ‘이세돌’이 인공지능 알파고를 꺾었던 대국이 담긴 디지털 파일이 NFT화 되어 약 2억 5천만 원에 팔려 화제가 된 바 있으며, 최근에는 디지털 예술품, 게임 아이템 등이 NFT로 값이 매겨지고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안정화되어 보편적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면, 더욱 다양한 아이디어와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참여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인류가 생각지도 못했던 디지털 형태의 무언가가 발명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NFT에 대한 개념은 ‘이 글’에서 더욱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참조하길 바란다.)

 

#C세대를 위한 메타버스 교육

‘C세대’는 2006년, ‘구글(Google)’에 의해 처음 사용된 단어로, ‘Connection(연결)’, ‘Creation(창조)’, ‘Community(사회)’, ‘Curation(전시)’를 즐기는 세대를 의미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 세대(Covid Generation)’로도 읽히기 시작했다. 이는 2016년부터 2030년 중반 출생자를 일컫는 말로, “출생 직후부터 코로나 팬데믹에 크게 영향을 받는” 세대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 등으로 인지적·사회적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비극적인 현실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대면에 익숙한 세대’를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C세대의 본래 의미인 ‘연결’, ‘창조’, ‘사회’, ‘전시’와도 크게 다르지 않는 듯하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C세대는 기술적 진보에 익숙한 알파 세대이면서, 더 나아가 다른 세대보다 ‘비대면 만남’을 가능케 하는 메타버스 기술에 익숙한 세대이기도 하다. 오늘날 아이들은 ‘나를 대표하는 아바타가 ‘시·공간’과 ‘이동제한’을 벗어나 여러 명의 사용자와 연결되고, 내가 직접 무언가를 만들고, 또 사고팔 수 있는’ 공간에서 지낸다. 그런 의미에서, ‘메타버스 안에서 무언가를 생산하는 것’은, 조만간 기업들의 목표만이 아닌 C세대의 꿈과 일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유튜브를 즐겨보던 청소년들의 장래희망이 자연스레 ‘유튜버’ 혹은 ‘크리에이터’가 된 현상처럼 말이다. 어쩌면 가장 관심을 두고 흥미를 느껴하는 장에서, ‘내가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것’이 꿈이 되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경북 경주교육지원청 '자유학기제 학교로 찾아가는 꿈찾기 진로캠프' 실시" / 출처: 베리타스알파 > 

아직까지는 가상현실 속 청소년들의 활동 현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현재,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초·중·고 학생들에게 AI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진로교육의 하나로 ‘코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조만간 청소년들이 미래에 대해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메타버스 교육이 필수적인 일이 되지 않을까?

<메타버스를 통해 미래세계를 내다볼 수 있게 도와주는 신간들/ 출처: 알라딘>

#그래도, 역시 애매해.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의 기술에 대한 여러 글을 다 읽어 내려가도 마무리는 항상, “신기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나랑 무슨 상관..?”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 기술에 대한 대한민국 각종 경제, 문화, 기술 분야에서의 관심도는 빠르게 증폭하고 있지만, 사실 한 개인의 관심도는 그것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메타버스 용어의 모호함과 그 범위가 광범위한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MZ세대가 향유하는 문화 속 프로그램 유저가 아니라면, 메타버스를 직접 경험하는 경우가 드물다.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는 ‘활용도’ 측면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들의 현실적인 시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세대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과 콘텐츠가 개발되어, 그 안에서 가치와 활용도를 논할 수 있는 시기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패러다임 전환이 없다면 그저 ‘게임’에 지나지 않는 기술

메타버스는 ‘짧은 시간 안에’ 인간이 누리는 각종 편의 기술에 들어오게 되었다. 앞으로는 개인의 삶의 다양한 영역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특정 플랫폼 혹은 특정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서만 누릴 수 있는 서비스라 여겼는데, 유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직접 생산하고 유통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확장되었다.

 

메타버스는 인간이 겪을 수밖에 없는 각종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접근성’에 대한 불평등을 가진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기술이라 볼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비싼 임차료를 지급할 사정이 안 되는 스타트업 회사들은 가상오피스 기술을 통해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되고, 신체적으로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은 직접 움직이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체험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의 ‘제한’과 ‘규제’를 벗어날 수 있도록 기술적 도움을 받아, 더 큰 상상력과 더 다양한 창조적 시도들을 펼칠 수 있는 곳이다. 움직일 수 없었던 것들을 움직여보고, 시도해볼 수 없었던 것들을 시도해보고, 만날 수 없었던 세계와 사람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대면해서 직접 하던 모든 것들이, 오로지 ‘온전한’ 방법이라 여겼던 옛 생각들은 내려놓아야 한다. '비대면'과 '대면', '메타버스'와 '실재'를 끊임없이 같은 선상에 두고 보면서 동등한 효율성과 결과물을 따지려는 시도는 어리석은 일일 뿐이다. 가상세계를 최대한 현실로 ‘착각’하며 지나친 몰입을 하는 것은 메타버스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회, 메타버스로의 확장

최근 백신 접종자 증가로 사회적 거리두기 및 방역 수칙 등의 제한이 완화되는 듯했다. 한껏 움츠리고 있던 거리, 그리고 각종 서비스 시설들이 점차 기지개를 켜고 나오는 듯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새, ‘델타 변이’로 불리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상황은 급변하였다. 이제는 정말 대면과 비대면이 ‘함께 가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지난 글에도 언급했듯이, 인공지능 및 가상세계는 무엇보다 현실세계를 철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또 다른 세계’에서 벌어질 각종 윤리적 문제, 범죄 사건들에 대해서는 늘 견제해야 한다. 역사적 사건과 치열한 논의들을 통해, 오늘날 사회의 안전망들이 생겨난 것처럼 메타버스 세계에 대해서도 다양한 논의와 검토로 여러 안정망들을 설치해야 한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메타버스 관련 산업계와 협회 등이 안전한 메타버스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에 한국교회도 관심을 두고, 필요에 따라서는 발 빠르게 참여하여 신학적 상상력과 기독교 윤리적 대안들을 마련해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메타버스 속 교회의 활발한 활동도 상상해보면 좋겠다. 교회에서 마련한 가상의 모임, 성경공부, 찬양집회 등을 통해 영적 목마름을 채울 수 있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마치 의료 접근성을 늘리고 싶은 환자들, 안전하게 전시를 보고 싶은 사람들, 가상인물에도 큰 영향을 받는 십 대들처럼 말이다.


임주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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