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분석 [요즘뜨는것들]'준며드는 MZ세대' (뉴미디어 소통 문법들)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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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준며들다” 혹은 “준독된다”는 말들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이는 개그맨 김해준의 부캐인 ‘카페 사장, 최준’이 주는 불쾌한 설렘에 점점 빠져든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알고리즘에 의해 여기저기 떠도는 영상 짤(주로 인터넷상에서 사진이나 그림 따위를 이르는 말)로 접하고 피식 웃고 말았을 뿐이다. 그런데 빠른 시간 안에 토크쇼에 출연하고, 광고계를 휩쓰는 것을 보니 그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밖에도 처음 들어보는 말들이 계속해서 눈과 귀 주변에 아른거린다. 이를테면 “킹받네”와 “열쩡!열쩡!열쩡!”같은 것들. 당혹스럽다. 이번에는 또 무슨 트렌드일까?

<출처: 유튜브 '피식대학'>

 #브라운관을 떠난 희극인들

작년 6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던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KBS의 공개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이다. 개그 프로그램인데 왜 눈물 없이 볼 수 없었을까? 장장 21년간 방영되었고, 최고 시청률일 때는 34%까지 찍었던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내부적·외부적 요인과 더불어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점차 인기와 관심이 떨어지며 막을 내리게 되었고, 1050회 때 모든 출연진들과 시청자들이 쓸쓸함과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며 작별을 나눈 것이다. 아직 방영하고 있는 MBC의 <코미디 빅리그>도 시청률 2%대를 웃돌며 어려운 상황이기는 마찬가지이다. 

<KBS2 개그콘서트 마지막회>

필자는 개그 프로그램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대중들이 더 이상 ‘콩트’방식으로 진행되는 개그 프로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브라운관을 떠나온 희극인들이 그 콩트를 가지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고, 그로 인한 새로운 트렌드들이 생겨나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뉴미디어로 들어온 희극인들

‘뉴미디어’란 TV, 라디오, 책, 영화관 등 기존 대중매체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매체로, 온라인 디지털 단말기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뉴미디어 중에서도 특히 영상 플랫폼 ‘유튜브(Youtube)’는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여겨진다. 많은 대중들이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여론을 형성하기도 하며, 또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공동체를 형성하기까지 한다.

브라운관에서 쫓겨 나오다시피 한 희극인들 중 몇몇은 포기하지 않고 유튜브라는 새로운 뉴미디어의 장으로 들어왔다. “열쩡! 열쩡! 열쩡!”을 외치며 ‘한사랑 산악회’와 ‘카페 사장 최준’ 흥행을 불러일으킨 <피식대학>, 김대희가 꼰대 캐릭터로 분해 ‘밥묵자’ 코너로 다양한 출연진을 섭외하여 인기를 끄는 <꼰대희>, 실제 주변에 있을법한 인물들을 묘사하며 이른바 ‘불쾌감을 주는 ASMR’로 성공한 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 한국지리 일타강사 ‘문쌤’으로 분해 ‘에피소드 코디미 콘텐츠’를 만드는 채널 <빠더너스> 등이 그 예이다.

<동영상 출처: 유튜브 '피식대학'>

<출처: 차례대로, 유튜브 '밥묵자', '빠더너스'>

이 채널들에 업로드된 콘텐츠들은 희극인들이 가진 아이디어를 유튜브 플랫폼에서 통하는 문법에 맞게 최적화하여 만들어낸 것들이다. 이들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이전에는 “선배들, 관객들, PD 및 작가까지 3,4단계를 통과해야 선보일 수 있던 코미디가 유튜브라는 장에 와서는 중간과정을 뛰어넘고 기획한 것을 시도하고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 말한다. 물론 대면 공연을 통해 관중들과 호흡하고 현장의 환호를 받는 것은 희극인들에게 큰 힘이고 돌아가고 싶은 추억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연장이나 공중파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두 손 두 발 다 들고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렇기에 이들이 보여주는 도전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시기, 사회 전반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잘 파악하고 콘텐츠에 활용하고 있는, 이른바 뉴미디어에서 ‘통하는’ 문법들은 무엇인지 분석해보자.

 

#뉴미디어에서 통하는 문법들 : ‘하이퍼리얼리즘’, ‘페이크다큐’, ‘세계관’, ‘B급’, ‘댓글소통’

위에서 소개한 콘텐츠들을 살펴보면, ‘B급 콘셉트’를 통한 폭소, ‘하이퍼리얼리즘’, ‘페이크다큐’ 그리고 ‘세계관’을 통한 흥미, ‘댓글 문화’를 통한 적극적 소통이라는 공통적 콘셉트들이 눈에 띈다.

실제 우리 주변에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생생한 캐릭터들을 고안하고, 그에 따른 세계관을 형성하고 대상에 대한 세밀한 재현을 통해 구독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극대화시키는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채널 <피식대학>의 ‘한사랑산악회’는 중년 아저씨들이 소속된 산악회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각 인물들은 경상도 아저씨에 삼천리 자전거 대리점을 운영하며 큰 목소리와 꼰대 기질을 두루 갖춘 회장 김영남씨, 영등포상가번영회 부회장을 겸직하는 인테리어 사업자인 부회장 이택조씨, 배재고등학교 물리교사이자 온화한 성품으로 모임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회원 배용길씨로 소개된다. 실제 우리 삶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인물들을 구축하여 ‘페이크다큐’를 선보이기 위해 ‘세계관’을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음, 예쁘다. 너”라는 다소 느끼한 말투와 행동을 보이며 비대면 영상 통화 데이트를 이끄는 카페 사장 최준이라는 인물의 인기도 어마어마하다. 실제 본캐인 개그맨 김해준보다, 부캐인 최준의 인기가 훨씬 크다는 것만 봐도, 구독자들이 이 세계관에 얼마나 빠져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밖에 다단계 회사 직원 방재호, 중고차 딜러 차진석, 23세 래퍼 임플란티드 키드라는 B급 설정의 남자들이 등장해 불쾌한 설렘을 주는데, 구독자들이 자기도 모르게 그들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는 기묘한 현상이 있다.

<출처: 유튜브 '좋아서하는채널'>

강유미가 운영하는 <좋아서 하는 채널>의 콘텐츠 역시 ‘사이비 종교 전도인 도믿걸’, ‘메이크업샵 개념 부족 막내’, ‘K팝 아이돌 강민과의 영통 팬싸’ 등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인물에 대한 극사실적 묘사로 가득 차 있다. 구독자들 사이에서는 강유미의 탄탄한 세계관을 지칭해, 이른바 ‘유미버스(유미+유니버스)’라 지칭하기도 한다. 심지어 요즘에는 각 채널들의 부캐들이 서로의 콘텐츠에서 만나 세계관을 연결시키기도 한다. 마치 마블 영화 히어로들의 맞닿아 있는 각 세계관들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들의 콘텐츠가 더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댓글 문화’이다. 이들이 시도해서 올리는 콘텐츠들에 구독자들이 반응하고 영상과 댓글이 함께 전파되면서 더 큰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희극인들 또한 댓글을 통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수용하고 수정·보완을 거쳐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할 힘을 얻는다.

비대면이라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공연’과 ‘소통’이 뉴미디어 안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듯 하다.

 

#새로운 대중문화 문법과 교회

21세기 사회를 묘사하는 여러 표현들이 있다. 세계화 시대, 디지털 시대, 양성평등의 시대, 영성 시대, 감성 시대 등. 그런데 이와 함께 가장 대두되는 것은 바로 ‘영상 시대’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은 영상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온라인 중심의 비대면 만남’의 확장은 우리의 삶과 소통을 더욱 영상으로 이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 맞추어 새로운 뉴미디어 소통법을 터득한 이들은 고립되지 않았다. 

요즘 대중들은 완벽하지 않은(?) B급에 더 반응하고 있다. 요즘 대중들은 삶에서 실제 일어나는 일들, 즉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재에 더 환호하고 있다. 요즘 대중들은 일방적인 전달 형식이 아닌 함께 참여하고 소통하며 자신들의 피드백을 통해 재형성되는 콘텐츠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사회가 비대면 영상 소통 방식으로 전환된 이후, 교회의 소통 문법은 어떠했을까? 장소만 영상으로 옮겨졌을 뿐, 더 완벽하게 준비되어야만 하는 무대, 전통적이고 경직된 신앙생활 강조, 삶과는 동떨어진 영적인·교리적인 소재를 가지고, 여전히 일방적이고 계몽적 소통 방식으로 다가가고 있지는 않았을까?

교회에서 준비하는 영상 콘텐츠의 조회 수가 생각만큼 또 준비한 만큼 나오지 않아 성인부, 청년부, 교육부가 하나같이 지쳐가는 시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미 뉴미디어의 장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 자체가 다행인 일일지 모른다. 처음에는 온라인 영상으로 신앙교육을 대체한다는 것 자체에 찬반 논란이 심했지만, 이미 들어온 장 안에서 이곳의 소통 문법들을 익혀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요즘 뜨는 것들’을 살피며 ‘통하는’ 문화를 분석하고, 그 문법들을 교회에 적용하며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는 것은 오늘날 교회의 필수적인 작업이 되어야 한다.


임주은 (문화선교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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