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분석 [요즘뜨는것들][요즘뜨는것들] MZ의 요즘 명함 'MB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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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명함

“안녕하세요. 저는 임주은입니다. 제 MBTI는 ENFJ예요. 사교성이 풍부하고 열정적이며 책임감이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죠. 동정심이 많기도 해요. 외교적이고 주변 사람들과의 조화 능력이 탁월하긴 하지만, 때로는 타인에게 지나치게 관심이 많아 되려 쉽게 상처를 받기도 해요. 일명 유리멘탈 이라고도 하죠. 또 성격이 급한 탓에 성급한 결정을 내린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어요.” 

MZ세대는 요즘 MBTI를 통해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고, 소개하며, 또 상대방을 이해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직장에서 함께 일을 해야 한다거나, 혹은 친구나 연인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겪을 때, MBTI를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최근에는 각종 기업에서 직무면접을 볼 때 MBTI를 요구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이제 MBTI는 하나의 취업 스펙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어쩌다 MBTI는 일명 ‘요즘명함’으로 불리게 된 것일까?

<영상출처: 유튜브 '비디오 머그'>


 #콘텐츠가 된 MBTI

MBTI는 외향형-내향형(E-I), 감각형-직관형(S-N), 사고형-감정형(T-F), 판단형-인식형(J-P)이라는 네 가지 반대되는 선호 지표를 조합해서,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해주는 ‘성격유형검사’이다. MBTI는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개발되었고, 국내에는 약 30년 전 즈음 ‘김정택’ 신부님에 의해 들어와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성격유형검사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MZ세대 사이에서 *‘밈(meme; 혹은 짤)’으로 만들어지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것은 2020년 여름에 방영된 MBC 예능 프로 <놀면 뭐하니?: ‘싹쓰리’>를 통해서였다.

*밈(meme): 인터넷 상에서 만들어진 2차 창작물이나 패러디물을 뜻한다. MBTI를 예로 들면, 16가지 성격 유형이라는 기본 소스를 가지고 각종 상황을 접목시켜 만들어낸 사진이나 영상물이 이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는 주로 ‘짤’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이미지 출처: 유튜브 채널 '짤방'>

<이미지 출처: 비주얼 다이브>

그때부터 MBTI를 응용해서 만든 각종 (약식)검사들이 SNS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내 이상형은?’, ‘나와 잘 맞는 여행지는?’, ‘나와 가장 비슷한 연예인 혹은 대통령은?’ ‘나를 상징하는 꽃·색·동물은?’ 이처럼 MZ세대는 다양한 상황, 관계, 역할에 맞는 ‘내 모습’을 파악해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여기에서 가장 큰 묘미는 검사를 통해 나온 결과를 타인에게 공유함으로써, 자신을 알리고, 확인받고, 공감받는 과정이다. 이는 ‘나조차도 다 알 수 없었던 나의 감정들’을 들여다볼 수 있고, 나를 타인에게 간단하고 명확하게 설명해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유튜브에는 ‘유미의 MBTI들’, ‘에익쿠’, ‘OTR(MBTI별 반응)’등 MBTI를 하나의 콘텐츠로 다루는 채널들이 늘어나고 있다. 성격 유형의 각 특징을 기가 막히게 캐치하고 묘사한 상황극들인데, 그 조회 수가 대단하다. 최근에는 웹 관찰 예능인 ‘MBTI 인사이드’가 나왔다. 각 유형에 속하는 16명의 사람들이 한 집에 모여 동거하면서부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고 있는 내용으로, ‘E-I’, ‘S-N’, ‘T-F’, ‘J-P’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서 드러내는 각자의 반응, 행동, 사회적 호감도 등이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MBTI를 활용한 마케팅 사례도 적지 않다. 16가지 유형이 새겨진, 혹은 성격적 특성을 담은 각종 제품들(액세서리, 향수, 여행지 등..)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용적 측면에서 보면, “도대체 이걸 누가 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소비자들에게 ‘나만의’, ‘고유한’이라는 마케팅은 그런대로 꽤 잘 먹힌다.

 

<출처: 좌-와디즈펀딩/ 우-마마카사르>


#MBTI 과몰입러

요즘 MBTI는, 하나의 ‘명함’이자, 잘 먹히는 ‘프로그램’, 잘 팔리는 ‘소비 콘텐츠’가 되었다. 이보다 더 ‘나’를 잘 알아주고, ‘나와 같은 사람’을 찾게 해 주고, ‘나와 너의 관계를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척도가 있을까? 이 척도를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는 ‘MBITI 과몰입러’라 부른다.

실제로, 책 <트렌드 코리아 2022>에 의하면, 최근 2년간 소셜미디어 내 MBTI 언급량이 4배 가까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크게 2가지 시대적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 격변기와 글로벌 시대 속에서 태어났으며, 경제난·구직난이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요즘 청년들은, 유난히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라는 질문을 많이 받은 세대라고 한다. 그런데 갑작스레 닥친 코로나19 상황은, 이들로 하여금 ‘진짜 나’를 찾는 여정을 가로막아버렸다. 한창 공동체 안에서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아야 하는 청소년·청년들에게, 이러한 고립 상황은 정체성을 찾고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안겨준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필자와 친구들간의 대화이므로, 오타 및 맞춤법 파괴에 대해서는 너그러이 봐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상황 가운데 MBTI는 적은 시간을 들여, 소소한 즐거움과 함께, 나를 증명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주었다. 심리학적 토대를 갖추고 있어 신뢰하기도 좋으니 말이다. MZ세대는 이 도구를 이용해 ‘작고 소중한 나의 성격 유형’을 찾으며, 이해하고 소통하고, 일하고 즐기며, 소비하기도 한다. 불확실한 삶 속에서 아주 약간의 확실성을 맛보며 말이다. (사실 필자도 이 글을 쓰다가 MBTI과몰입러가 되고 말았다.)

 

#“혹시 B형이세요?”

온라인상에 MBTI짤이 돌기 전, 마치 사주궁합마냥 여겨지며 돌던 짤들이 있었다. 바로 ‘혈액형 성격유형(설)’이다. 대중은 이것이 사실과는 무관한 유사과학일 뿐이라는 것을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혈액형 놀이를 멈추진 않았다. (대체적으로) A형은 소심하고, O형은 활발하고, B형은 예민하며, AB형은 일명 ‘또라O’라는 설이었다. 바로 몇 해 전 인기를 끌었던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혹시..B형이세요?’라는 대사가 많이 등장하지 않았었나.. (이는 당시 B형, 그중에서도 특히 B형 남자에 대한 선입견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Google 검색에 '혈액형'이라고만 검색해도 나오는 이미지들>

MBTI는 사실과 무관한 헛소문은 아니지만, 이 역시 사람들을 판단과 편견에 가둘 위험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요즘, MBTI를 묻는 기업 면접의 인성평가에서 자신의 유형을 ‘리더십이 좋은’ 혹은 ‘협업을 잘하는’듯해 보이는 성격 유형으로 바꿔 말하는 취준생들이 생겨난다고 한다. 기업이 단지 MBTI로 인사를 평가하게 될까 하는 두려움에 나오는 반응이다. 어쩌면 MBTI는 혈액형보다 신뢰도가 더 높아 악용되는 사례도 더 많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MBTI에 사용되는 네 가지 선호 지표도는 어디까지나 '퍼센티지’ 값으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성격 유형도 ‘정확’하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각 유형별 도드라진 특성 하나를 가지고, 한 사람의 전체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 누군가를 잘 이해하기 위해 꺼내 든 도구를, 편견이나 프레임을 씌우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미지 출처: 유튜브 채널 '램찌툰' 캡처>

여담이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MBTI별 ‘추천 직업’에 대해서 조금 더 신중하게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MBTI를 주제로 다루었던 프로그램인 <SBS스페셜>에서 한 인터뷰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MBTI 전문자격회협회 소속인 최영임 씨는 “모든 유형이 다 화가가 될 수 있어요. 그렇지만 감각형은 사실주의 화가가 될 확률이 높아요. 왜냐하면 눈에 보이는 게 중요하니까 정물화처럼 그리고, 직관형은 반 고흐처럼 자신의 해석을 중시하는 인상주의 화가가 될 확률이 높은 거죠.”라고 말한 바 있다.

 

#‘MBTI 인사이드’ 더 처치

필자의 성격유형인 ENFJ는 추천 직업 결과, ‘목회자’ 혹은 ‘종교 관련 종사자’가 1위였다. 아무래도 언변이 좋고, 타인의 정서에 큰 관심을 보이는 성품이 교회 공동체를 이루고 섬기는 데에 더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이를 바꿔 말하면, 언변이 별로 없고,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교회는 적응하기 조금 어려운 장소로도 여겨질 수도 있다.

 

<이미지 출처: 16Personalities 홈페이지>

교회는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아우르는 곳이다. 하지만 교회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면, ‘더 잘 수용되는’ 성향이 한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친밀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늘 개방적이고 친절한 태도를 견지할 수 있고, 공동체 나눔에서 언제나 자신의 속 이야기를 쉽게 꺼낼 수 있으며, 늘 긍정적으로 교회와 사람을 잘 섬기는 사람들이 주로 ‘신앙심이 좋다’라는 평가를 받는 편이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어린 시절부터 쭉 교회 안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ENFJ 성향을 더 키워낼 수밖에 없었을지도..)

사람은 각자 고유한 성격에 따라, 그 신앙의 모습에도 크고 작은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교회에 모인 모든 성도들이 하나님을 인식하고, 예전에 참여하고, 성도와 교제하는 방식과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식은 교회 학교의 신앙교육 과정에서도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교육자 주관적인 특정 신앙 성품을 강요하기보다, 하나님 안에서 다양한 성격 유형들을 긍정하고 수용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질문, 다른 고민, 다른 신앙 표현을 한다고 해서, 혹은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틀린’것은 아니다. ‘믿음 안에서 하나가 되는 것’을 ‘천편일률적인 신앙인’을 길러내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는 오히려 다양한 특성, 다양한 신앙의 색채를 가진 이들이 하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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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주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출처: CBS 토론 - MBTI현상,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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