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문화 읽기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 "생명감수성이라는 감각을 활짝 열고"

202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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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한나 아렌트가 제시한 개념인 ‘악의 평범성’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실제로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 사건을 중심으로 다룬다. 하지만 어딘가 보통의 영화들과는 다르다. 특별한 서사가 드러나기보다는 어떤 평범한 하루, 그리고 그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내내 비춰주기 때문이다. 유의미한 대화나 극적인 상황 같은 것도 펼쳐지지 않는다. 마치 관찰 다큐멘터리처럼 말이다. 아마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될 때, 전쟁영화의 시작이 이토록 아름답고 평온한 풍경으로 시작해도 되는 건가 하는 혼란스러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41502b7f6284b.png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폴란드, 독일 장교인 ‘루돌프 회스’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관리자이다. 그리고 그의 단란한 가족은 수용소 바로 옆에,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름다운 집을 지어 살고 있다. 그 공간에서 어린 자녀들은 천진난만하게 놀고, 반려견은 귀여움을 받는다. 회스 중령의 아내 ‘헤트비히’는 그 집을 끔찍이 사랑하며 가꾸는 부지런한 사람, 가족 구성원들에게 매우 친절한 사람이다. 그에게 있어 이 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기만 하다. 잔인한 역사의 상징인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정원이 딸린 집’이 나란히 있다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하고 행복한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죽음과 공포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 역설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악의 평범성’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오히려 역사적 사건을 극적으로 담아내지 않고 있음을 통해, 영화는 관객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이러한 역설이 지금 당신의 시대와 세계에서도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가?”, “당신은 헤트비히와 같은 삶을 결코 산적이 없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라고 말이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관객이 극장에서 사운드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홀로코스트의 아픔은 느낄 수 없는 작품이다. 오직 ‘소리’라는 감각을 영화적 요소로 사용한 이 영화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모습을 나지막이 들리는 ‘소음’ 정도로 묘사하고 있다. 포가 터지는 소리, 불 지르는 소리, 죽어가며 내지르는 비명, 아이들의 애걸복걸하는 울음 등. 우리가 감각을 최대화하지 않는다면 슬픔에 마주할 겨를이 없지만, 귀를 기울이며 상상하고 공감하게 된다면 참을 수 없는 불쾌감과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필자 역시 멀리서 들려오는 죽음의 소리에 집중하고 상상하며 공감해보려 했지만, 어떨 때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될 때면 집 안에 사람들의 대화에만 집중하게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딱 이 정도의 소음과 같은 데시벨, 하지만 어딘가 날카롭고 불쾌해서 그냥 듣고만 있기는 싫은 이 소리가 바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웃의 가난과 죽음의 소리가 아닐까? 현재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소리가 아닐까? 벽 너머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생명감수성’이라는 감각을 최대화하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쳐버릴 그런 정도의 소리 말이다. 바로 이게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각광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고통은 실존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모르는 척하며 살아갈 때가 많다는 것. 때로는 가해자가 되기도, 때로는 못 본 척 지나가는 방관자가 되기도 하는 것. 이러한 ‘악의 평범성’은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 사회에 편만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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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옆 집에 살았던 이웃들(유대인)이 근거리에서 죽어나감에도 불구하고, 헤트비히는 이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잃게 될까 봐 두렵다. 자기 손으로 가꾼 이 아름다운 정원의 꽃들을 아까워한다. 옳고 그름을 기준을 잃어버리고, 생명의 경중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예수를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라 하더라도 악인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생명감수성의 감각을 활짝 열어두지 않는다면 이웃의 고통을 보고도 보지 못하고, 듣고도 느끼지 못하고 지나쳐버리게 되는 것이다. 악이라는 것은 선함과 마찬가지로 살아있고 운동력이 있기에 평범성 뒤에 교묘하게 숨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 임주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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