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분석[요즘뜨는것들] '일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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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퇴준생’이 된 이유

지난 6월, 취업 플랫폼 ‘사람인’에서 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1년 이내 조기퇴사자’ 설문조사를 시행한 바 있다. 그 결과 전체 응답 기업 중 49.2%가 ‘MZ세대’에서 1년 이내 조기퇴사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최근에는 취업하자마자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을 일컫는 ‘퇴준생’(퇴사+취업준비생)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그런데 잠깐. 우리 사회는 청년들의 취업난과 그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들이 심각하게 대두되는 곳이 아니었나? 어렵게 취직했을 청년들이 몇 개월 만에 우수수 퇴사하는 현상이라니. 어쩌면 취업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 

<출처: 사람인>

그건 아니다. 여전히 경기는 불안정하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일만큼 어렵다. 그런데도 ‘청년 조기퇴사자’가 늘어나고 있다니. 우리는 이 사회현상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빠르게 퇴사를 결정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 설문조사에서, 인사담당자가 가장 많이 선택한 직원들의 퇴사 이유로는, ‘직무적성이 안 맞아서’(48%)와 ‘조직문화에 대한 불만족’(31.1%)이 가장 크게 차지했다고 한다. 즉, 청년 조기 퇴사자들의 상당수는 자신과 더 잘 맞는 회사로 ‘이직’을 하기 위해서 퇴사를 했는데, 단순히 일이 쉽거나, 워라밸*이 보장되는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직무적성’을 더 잘 살리고, 더 나은 ‘조직문화’가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 한다.

 

#‘평생직장’이란 없다

올해 방영했던 예능프로그램에서 이른바 ‘띵언’으로 불리며,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명해진 두 사람이 있었다. MBC 예능 프로 <아무튼 출근>에 출연한 카드 회사 대리 ‘이동수’씨는 자신의 회사 생활 모토가 “언젠간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라고 말해, ‘신인류 직장인’으로 불리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어차피 “회사를 평생 다닐 순 없으니, 있는 동안만” 즐겁게 일하겠다는 마인드인 것이다. 또한 tvN의 예능 프로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던 ‘김은주’ 수석 디자이너는, 회사 생활의 노하우에 대해서 “직장과 썸을 타야지, 연애를 하면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아무리 직장을 사랑한다 하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올인’하게 되면, 회사에 거는 기대도 더 높아지고 배신감도 느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출처: 잡코리아>

이제는 공무원, 교사 등 일부 직업군을 제외하고는 ‘정년’이나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이는 구직난과 불안정한 고용상태로 생겨난 현상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의 세대가 직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지금껏 기성 사회 세대에서 직장인들은 자신과 맞지 않는 회사라 하더라도, 연차가 쌓이면 지위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한 직장에서 오래 버티려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Z세대*는 다르다. 그들은 막연한 기대와 인내를 가지고 직무적성과 맞지 않는, 원하지 않는 조직 문화 안에서 버티는 것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퇴준생이 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일잘러’가 되고 싶을 뿐

최근 직장을 다니는 Z세대가 온라인상에서 관심을 갖는 콘텐츠들이 무엇인지 살펴보니, 업무능력 향상을 돕는 앱, 도서, 온라인 클래스, 노하우 영상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어떤 이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업무환경 안에서 최대한의 효율성과 능력을 발휘하여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배우고 또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다. 우리는 이들을 ‘일 잘하는 사람’, 즉 ‘프로 일잘러’라 부른다.

<출처: 이데일리 뉴스>                          <출처: 파이낸셜 뉴스>

물론 과거 직장문화에도 ‘일잘러’는 있었다. 하지만 과거 일잘러들이 주로 ‘승진’과 ‘생존’을 위한 성과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오늘날의 일잘러들은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중요시 여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이들은 직장에서 개인의 직무 역량을 더 이상 성장시킬 수 없다고 느낄 때 더 이상 그곳에서 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예를 들어, 상사가 일을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고 ‘맨땅에 헤딩’을 강요한다거나, 지속적으로 단순 업무만 배정하고, 업무에 따른 확실한 성과 보상이 없을 때가 그렇다. 실제로 트렌드 매거진 ‘캐릿’이 시행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Z세대 사이에서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진 이들은 소위 ‘나쁜 리더’로 여겨진다고 한다.

혼자 하드워커처럼 업무시간 외에도 일하면서, 업무분담은 제대로 해주지 않는 리더

일을 할 때 성과가 아닌 친분을 위주로 평가를 주는 리더

소통과 화합을 위한다는 이유로 사적인 SNS를 팔로우하거나 혹은 퇴근 후 회식을 잡는 리더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줄 때, 대안도 제시해주지 않고 근거 없는 비판만 하는 리더


그런데 이는 조직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아무리 그 회사가 좋은 모토와 철학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리더십들의 스타일에 따라 조직문화는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원하는 조직문화에는 어떤 것일까?

 

#연봉보다 ‘환경’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워너비 기업은, 대표적으로 ‘삼성’, ‘현대’, ‘SK’, ‘LG’가 꼽혔다. 그런데 최근에는 Z세대가 선호하는 기업 순위가 달라졌다. 대표적으로는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 민족, 당근마켓, 토스, 직방, 야놀자 등이 꼽히는데, 이를 하나로 묶어 부르는 ‘네카라쿠배당토직야’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취업 시장 트렌드가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출처: 대학내일20대연구소>

Z세대가 가지고 있는 ‘기존 대기업’과 ‘네카라쿠배당토직야’ 이미지는 상반된다. 기존 대기업은 부모님 세대에서 무조건적으로 선호하고, 연봉이 높아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철저히 직급체계에 따라 수직적인 분위기를 따르고 폐쇄적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반면 새롭게 떠오르는 기업들은 최신 트렌드를 따르기 위해 혁신을 마다하지 않고, 직급이나 고스펙보다는 성과를 중요시하며 탄력 있게 근무할 수 있도록 유연한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편이다. 게다가 이러한 기업들은 비교적 사회 이슈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두고 있어서, ‘성차별적 문화’나 ‘직장 내 갑질’ 등의 문제들을 진지하게 접근하고 지양하는 문화이다.

 

결국 이 기업들이 취준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갖는 이유는 ‘일잘러’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열일’하게 만드는 직장

조기퇴사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너 아니어도 여기서 일 할 사람은 많아”라는 마인드로 사태 파악을 못하는 기업들도 많이 있다. 이런 기업의 리더들은 주로 퇴준생들을 향해 “라떼는~”으로 시작하여 “배가 불렀다”는 비난으로 잘못된 직장 문화를 합리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연봉이면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입사하는, 부품으로 소비되는 비인격적 시스템에도 그냥 버티고 견디는 시대는 끝나간다. 내가 모르는 것은 배우고, 내가 잘하는 것은 펼칠 수 있는 인격적인 직장에 일잘러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은, 이러한 사회현상을 제법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조직은 과연 ‘열일’하게 만드는 문화를 구축했는가를 되돌아볼 시점이다. 이러한 재정비는 조직이 하는 일들에 대한 좋은 결과를 내는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오늘날의 일잘러 혹은 일잘러가 되고 싶은 이들이, 기성세대와 비교하여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나 주인의식은 조금 덜 해보일 수 있으나, 창의적이고 진보된 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은 더 높게 평가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사람과 사회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실, 아무리 사회 트렌드가 달라진다 해도, 거대 자본주의 시스템과 그에 대한 인간과 사회가 가진 욕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람은 더 많은 경제적 보상이 있는 곳에 몰릴 수밖에 없고, 사회는 지배계급에 따른 폭력성, 인간을 부품화·도구화하는 시스템을 완전히 끊어낼 수 없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회현상을 단순하고 납작하게 혹은 낙관적으로만은 볼 수는 없다.

 

또한 ‘더 나은 직장을 찾는 Z세대’의 행동들을 세대론이라는 관점으로 하나로 묶어서 볼 수만도 없다. (세대론의 아쉬운 점은, 몇 가지 대표되는 특징을 잡아내기 위해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덩어리로 묶고 대상화한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가치관대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퇴준생이 된 이들도 있겠지만, 경제적 이유· 개인적 이유 등 각자 다양한 상황과 이해관계 속에서 선택한 이들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퇴준생이 되기까지 고통스러운 경험이나 끊임없는 고민을 겪기도 하고, 누군가는 고학력·고스펙이 아니라는 이유로 마음껏 이직을 꿈꿀 수도 없다. Z세대라고 참을성이 없고 모험심이 강해서 ‘조기 퇴사자’가 된 것은 아니지 않을까. 결코 이러한 현상을 ‘쿨한 세대의 이기심’정도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여기에 대해 우리 사회는 조금 더 진지하게 접근하고, 입체적으로 인식하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교회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는 현상

그런데 위 내용에서 ‘직장’, ‘기업’, ‘조직’이라는 말 대신 ‘교회’라는 단어를 넣어보면 어떨까? 맥락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교회와 기업을 한 선상 위에 두고 볼 수는 없다. 그 의미와 역할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과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고, 일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다양한 세대가 공존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그래서 사회에서 일어나는 비슷한 결의 현상이나 문제점들이 교회 내에서도 일어날 수밖에 없다.


교회에도 하나님 앞에서 열정적으로 섬기고자 하는 준비된 청년세대 ‘일잘러’들이 있다. 하지만 그릇된 리더십에 의한 수직적이고 불합리한 조직문화를 겪으며 교회를 떠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무조건적으로 순종하거나 헌신해야 하는 위계구조, 당연한 관행처럼 여겨지는 성차별적 문화, 더 이상 배우고 성장할 수 없는 시스템 앞에서 좌절하여 조직을 이탈하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순응하고 적응하게 된다. 이는 교회 업무를 이행하는 사역자 그리고 평신도 봉사자들 모두에게서 나타나는 문제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교회는 “순응하고 적응하는 자들만 남기면 된다”라고 안일하게 생각할 수만은 없다.

 

<출처: 사람인>

하지만 세대가 지날수록 자신이 속한 조직을 대하고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순 없다. 그것은 때로 이기심이나 공동체성 결여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기에 교회는 Z세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낙관적인 옹호론에 대해서 경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 조직 내에서 질서와 순종, 공동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중요하다. 교회 사역에는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사명과 ‘개인의 영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서와 순종은 수직 계급 구조를 강화한다고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다. 공동체는 일방적인 소통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날 Z세대가 입사하고 싶은 기업 트렌드가 달라졌듯이, 각 기업들이 ‘조기 퇴사자’로 인한 어려움을 겪으며 그 문화를 조금씩 바꾸어가듯이. 교회도 계속해서 그 구조와 문화를 살피며, 다음세대가 오직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열일’할 수 있도록 달라진 환경을 제공해준다면 어떨까?


*내용과 관련된 뉴스 영상을 공유해드립니다. 

<출처: jtbc뉴스룸>


*이해를 위한 설명

  •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의미인 ‘Work-life balance’의 준말 
  • M세대와 Z세대의 차이: M세대는 '밀레니얼' 세대로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를 뜻하며, Z세대는 1990년대 중반~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뜻한다. 밀레니얼 세대 중에서도 전기와 후기가 나뉘는데, 전기 밀레니얼은 (2021년 한국 나이 기준으로) 34세부터 41세를 칭하고, 후기 밀레니얼은 27세부터 33세까지를 칭한다. Z세대는 17세부터 26세이다.



임주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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