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분석[요즘뜨는것들] 'ESG 경영과 그린워싱'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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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란? 

기업에는 경영에 있어 자산, 자본, 부채 등에 따른 이익 추구 성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재무제표’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오늘날 재무제표로는 수치를 확인할 수 없는 3가지 요소를 경영의 핵심 가치로 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ESG 경영’이라 부른다. 

2005년에 처음 등장한 ESG라는 개념은 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앞 글자를 딴 약자로,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친환경 경영’, 기업만의 이익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 그리고 다양성·형평성을 통해 ‘평등한 의사결정 구조의 경영’을 고려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그런데 오늘날 ESG 경영은 전 세계적인 자본시장과 한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키워드가 되었다. 이제는 ‘효율성’과 ‘경제성’을 내세우며 기업의 단기적 성장에 목숨을 걸었던 전통적 방식이 아닌, ‘공존’, ‘상생’ 등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문화 흐름이 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탄소배출 감량과 친환경 제품 생산, 사회적 약자와 지역사회 공헌을 위한 사업, 이사회의 다양성 및 평등을 추구하는 기업윤리 등의 기업 행동들이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는 환경보호를 위해 ‘탄소제로’를 넘어 ‘탄소마이너스’ 배출로 환경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며, ‘맥도널드’는 어린이병원 학교나 간병인을 위함 프로그램을 통해 질병으로 교육에서 소외받는 어린이들을 돕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 크고 작은 기업들도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중고 물품 재사용 문화를 만든 ‘당근마켓’은 지난해 에만 무려 1억 2천만 건의 이웃 간 거래와 나눔으로 2,77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를 거뒀다. 그밖에 배달 포장 서비스 기업들은, 주문 앱에 ‘일회용품 덜 쓰기’ 기능을 도입하거나, 친환경 포장용기는 보다 더 할인된 가격을 적용하기도 했다. 여러 온라인 쇼핑 기업들도 테이프리스 박스나 수거형 박스, 재활용 가능한 종이 완충재 사용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참여하고 있다.

 

#기업이 나서야 한다.

지난달, ‘정혜영’ 의원(정의당)은 정부가 시민들에게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취지의, 일명 ‘탄소 다이어트’ 광고를 만들어 내보낸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이는 “시민 개개인에게 기후위기 책임을 떠넘기는”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 및 가정에서 배출하는 탄소량도 감량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국가와 기업이 배출하는 탄소량은 어마어마하다. 개인의 탄소 다이어트도 중요하지만 국가와 기업이 노력하지 않으면 탄소 감량으로 인한 기후 회복은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기업은 인재와 기술을 활용해서 기후위기 문제뿐 아니라, 일자리 부족과 양극화 등의 사회문제들을 보다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힘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개인보다는 말이다. 당장에 큰 변화가 필요한 이 시점에 기업의 ESG 경영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그러나 기업들이 ESG로 돌아서게 된 결정적 계기는 여기에 있다.

 

#기업들이 왜이러는 걸까요? : 돈쭐내는 소비자들!

‘돈쭐 내러 가자!’라는 말은 MZ세대들 사이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일종의 반어적 표현으로, ‘선한 의도를 가지고 착한 일을 하는 상점이나 기업의 생산품을 구매함으로써 그들이 더욱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보답하고 돕자’는 의미다. 이는 지난 <요즘 뜨는 것들: 세컨슈머 편>에서도 언급했듯이, ‘환경’과 ‘공정성’에 대한 관심이 커진 MZ세대들이 이를 중요한 기준으로 둔 상점이나 기업에 찾아가 ‘가치소비’를 하는 하나의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최고의 품질이나 우수한 기능보다는 소비자들의 ‘심리적 만족감’이 오늘날 소비패턴의 중심이 되었다는 것을 더욱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세계적인 경제가 피해를 입게 되면 결국 투자자들도 손실을 입게 되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두며 기업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의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회장 ‘래리 핑크(Lawrence Fink)’는 “ESG 성과가 나쁜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제 ESG 경영은 시대적 요구가 되었다. 


사실 여러 환경 단체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말하며 기업의 변화를 촉구했던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업이 나서서 사회적 약자 및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랐던 정부의 요청도, 기업의 불평등한 지배구조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호소도 마찬가지로 늘 있어 왔다. 그러나 ‘소비자’와 ‘투자자’의 가치관·행동 변화로 인해 직접적으로 이득 혹은 피해를 입게 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빠르게 ESG 경영에 뛰어들게 된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그린워싱(Green Washing)’ 문제

<출처: 그린피스>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는 지난 4월, 국내 주요 10대 그룹과 소속 100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 성적’을 보고 했다. 하지만 그 성적은 참혹했다고 한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넉넉하게 머나먼 미래를 기약하는 안일한 계획들만 했을 뿐, 정작 탄소 감량의 실제적 효과를 내고 이행한 기업들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이 공개되면 기업의 사회적 이미지가 실추되고, 소비자·투자자의 마음이 돌아설 것을 의식한 기업들은, 일명 ‘그린워싱(Green Washing)’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린워싱이란 ‘위장 환경주의’라는 뜻으로, 사실은 환경 파괴적인 행동이 더 많은 기업이 친환경적인 기업인양 거짓 선전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대외적으로 보이는 ‘기획안’이나 ‘기업 홍보물’에만 ESG 경영 방식을 내세우는 것이다.

‘돈’과 ‘트렌드’만 좇아 형식적인 눈속임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기업들이 더 많아졌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실제로도 환경오염 문제는 축소시켜버리고 재활용 등의 일부 과정만 크게 부각해서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다 걸린 기업의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

 

#누구를, 무엇을 위함인가?

그린워싱 현상 이외에도, ESG 경영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체계적인 위원회를 구축하는 일 없이 급하게, 대충 ESG를 도입하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현상을 그저 ‘요즘 세대’의 문화로만 읽고, MZ세대 직원들에게 프로젝트 형식으로 떠맡기면서 좋은 결과물을 강요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지금껏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트렌드가 부상할 때마다 트렌드에 대한 본질을 읽기보다는, 무리한 인력 동원으로 형식적인 변화를 꾀해온 일이 많지 않았던가. 결국 프로젝트를 떠안은 몇몇 직원들만 고생할 뿐, 기업의 본질적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ESG 경영의 관건은 ‘진정성’이다. 당장은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트렌드에 맞추기 급급해 ESG 경영 방식을 채택한다 하더라도, 이를 기업의 이미지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그친다면 언젠간 더 큰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기업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것은 차선이 아닌 최선이며 필수가 되어야 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의 리더십들로부터 시대적 요구를 인식하고 새롭게 배우며 변화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기업이 성장을 위해 투자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집중해야 했다. 오늘날에는 그 투자자가 ‘이해관계자’라는 더 넓은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에는 기업의 직원들, 소비자, (기업이 위치한) 지역사회의 주민들, 시민단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오직 기업 혼자만의 이윤만이 아닌, 기업 운영에 얼기설기 얽혀있는 모든 사람들, 넓게는 생태계를 위한 이윤까지도 경영 가치에 포함시켜야 할 때가 왔다.

 

#지속가능한 선교적 교회 

비단 기업만 그런 것이 아니다. 특정 지배구조의 결정으로만 협의가 이루어지는 곳이 아닌 다양한 이들이 협의에 참여할 수 있는 곳. 양적 부흥과 축적만이 아닌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곳. 말로만 생명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행동으로 솔선수범하는 곳. 교회가 이런 곳이 되어야 한다. 즉, 교회의 본질이야말로 ESG의 핵심 가치들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역사회를 돌아보며 사회적 책임의 소명을 기울이려는 교회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물론 공공신학이라는 신학적 필요성을 담지한 목회자와 성도들이 많아진 이유도 있지만, 교회가 더 이상 자체적인 성장에 집중해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비자·투자자들에 요구에 의해 불가피하게 경영 방식을 변화하게 된 기업들처럼, 교회도 이와 같은 요구들을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이 아닐까?

<출처: 조선일보>

하지만 충분한 신학적 담론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형식적인 변화만 꾀하려고 한다면 ‘그린워싱’ 논란으로 비판받고 있는 기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 다양한 영역에서의 사역은 바쁘게 펼쳐나가지만, 여전히 종교적 언어만을 고집하느라 시민단체들과 작은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는 교회들. 교회 내부에서만 떠들썩하고, 지역 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교회들. 반면 사회에서는 선교적 교회로 인정받고 있지만, 교회의 의사결정 구조에 있어 다양함과 평등함이 존재하지 않거나, 위계구조에 의해 사역의 실무들이 몇 사람에게만 몰려있는 교회들이 이에 속한다.


무리한 사역으로 급하게 인정받는 선교적 교회가 아닌, 탄탄한 신학적 작업과 더불어 성도 및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대화를 바탕으로 두는 교회. ‘성장’보다는 진정성을 가지고 더 넓은 개념의 ‘이해관계자’들의 필요에 귀 기울여 주는 교회가 된다면, ‘지속 가능한 선교적 가치’를 이루는 교회로 하나님과 이웃들에게 사랑받고 칭찬받을 수 있게 되리라 생각된다. 


ESG;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세계를 돌보는 실질적 행동들, 이웃들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사회적 공헌들, 평등과 다양성이라는 하나님 나라적 가치를 실현하는 공동체. 교회가 먼저 사회에 격려하고 요구해야 할 성경적 가치들이 아닐까?


임주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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