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꽃이 피었습니다영화 <블랙위도우>에 나타난 사회적·종교적 메시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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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임주은(문화선교연구원 연구원)
참여자 : 고나현, 장해림, 정수인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블의 여성 솔로 무비 <블랙위도우>가 개봉했습니다. (와~ 짝짝짝!)

<블랙위도우>의 주인공인 ‘나타샤 르마노프(스칼렛 요한슨)’는 마블 영화의 첫 여성 히어로이자, <어벤져스:엔드게임>에서 숭고한 희생으로 생을 마감해서 더 애틋한 캐릭터인데요. 그래서인지 더 많은 사람들이 이번 솔로 무비를 더욱 기다렸었죠.

 

오늘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블랙위도우>를 개봉하자마자 보고 오신 분들과 함께 수다를 떨어보려고 모였는데요. 한분씩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방역수칙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모임을 가졌고, 음료를 마실 때만 마스크를 벗고 다시 착용하였습니다.


수인: 안녕하세요~ 저는 문화선교연구원의 기획간사 정수인 전도사입니다.
해림: 안녕하세요~ 저는 장신대에서 석사 기독교와 문화를 공부하고 있는 장해림 전도사입니다.
나현: 안녕하세요~ 저는 장신대 신대원 3학년에 재학 중인 고나현 전도사입니다.

주은: 네 반갑습니다! 오늘 영화만큼 재미있는 수다가 펼쳐질 걸로 기대가 됩니다 :) 



Q. 여러분들은 영화 <블랙위도우>, 어떻게 보셨나요?

 

해림: 사실 저는 <블랙위도우>에서 ‘나타샤(스칼렛 요한슨)’의 이야기를 많이 풀어낼 거라 기대했는데, 새로운 인물 ‘옐레나(플로렌스 퓨)’에 비중을 더 많이 두었다는 점에서 조금 아쉽긴 했어요. 그런데 스칼렛 요한슨이 영화를 제작하고 기획하는데 함께 참여했다는 점에서 보면, 본인이 뒤로 물러서면서 다음 여성 히어로 캐릭터를 세우려는 노력이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수인: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어요. ‘나타샤’ 개인의 서사가 좀 더 두드려졌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이요. 하지만 영화가 대체적으로 여성주의적 요소들을 많이 녹여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진진하게 보긴 했어요.

 

나현: 저는 시원한 액션들이 좋았어요. 마블의 다른 히어로들은 초능력을 사용하거나 슈트를 입고 이용해서 적과 싸우잖아요. 그런데 블랙위도우는 직접 몸으로 싸운다는 점에서 액션 장면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물론 저도 영화가 ‘나타샤’ 자체의 서사보다 주변 이야기가 더 많이 다루었다는 점에서는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이 여성들이 주도하고 이끌어간 이야기였다는 점에서 좋았어요.

 

주은: 영화는 러닝타임이 짧다 보니, 서사를 충분히 다 담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는 것 같아요. 블랙위도우는 마블에서 최초 여성 히어로인 데다가, 인물 자체가 굉장히 멋지잖아요. 게다가 우리 곁을 떠나서 다신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있고요. 그런 면에서 마블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블랙 위도우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을 것 같아요.



 Q. <블랙위도우>를 보면서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나 명대사가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주은: ‘나타샤’와 ‘옐레나’가 ‘알렉세이(혹은 레드가디언)’를 감옥에서 구출시켜주고 ‘멜리나’의 집에 찾아가잖아요. 그들이 오랜만에 조우하고 함께 식탁에 둘러앉았을 때, 진짜 가족은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진짜 가족 같은 모습이었어요. 오랜만에 알렉세이를 마주한 나타샤와 옐레나는 거기서 분노를 표출해요. 어떻게 보면 ‘무책임했던 아버지’를 원망하는 듯한 딸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들에게 알렉세이는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어?’, ‘난 최선을 다해서 너희를 키웠어’, ‘이것 봐 너희들 잘 자랐잖아’ 이런 식으로 반응해요. 전 이 장면을 흥미롭게 봤어요. 

비록 가짜였지만 그 ‘가족’ 때문에 나타샤와 옐레나는 배신에 대한 깊은 상처가 생겼고, 살인 병기로 자라나면서 최소한의 행복조차 빼앗기며 살아왔잖아요. 그런데 알렉세이는 그런 그들의 아픔을 몰라주고 ‘나는 최선을 다해서 가족을 사랑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 면에서 역설적인 말이지만 ‘찐가족케미’를 느꼈다고 해야 하나요? ‘국가를 위한 스파이’ 라는 대의를 위해 가족을 소의로 두고 희생시킨 알렉세이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면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가족들에게 상처를 준 흡사 옛날 아버지들의 모습과 닮아있었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나현: 저는 마지막 부분에서 레드룸 요원들이 세뇌 작용에서 벗어나서 ‘나타샤’에게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을 때, 나타샤가 “이제 스스로 모든 걸 결정해!”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사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은 나타샤와 옐레나가 되기보다, 아직 억압에 머물러있는 ‘위도우들’과 더 닮아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나타샤가 “이제 너의 선택을 믿어”라고 말하는 것이 마치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해림: 저는 나타샤와 옐레나가 ‘부다페스트’에서 ‘안토니오(태스크마스터)’를 피해 차를 타고 도망가다가 지하철 플랫폼에 추락하잖아요. 그때 옐레나가 크게 다쳐 나타샤가 걱정하는데, 옐레나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난 괜찮아. 나는 나를 믿어” 와 저는 이 장면이 제일 좋았어요. 피가 철철 흐르는 심한 부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을 믿고 싸우는 ‘나약하지 않은 모습’에 옐레나라는 인물에 대한 매력을 느꼈어요. 레드룸이라는 억압과 세뇌의 구조에서 벗어난 옐레나는 자신의 힘과 자신의 선택을 믿으며 싸워나가는 히어로라는 점에서요.


수인: ‘나타샤’가 레드룸을 다 부수고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안토니오’(태스크마스터)가 그 안에 갇혀있는 걸 보잖아요. 그를 꺼내 주면 분명 자기도 다시 위험해질 걸 알면서도, “널 남겨두고 가지 않을 거야”라고 말해요. 앞선 내용들에서는 ‘나’를 스스로 믿고, ‘내’가 스스로 결정하는 주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잖아요. 그리고 그게 여성주의에서도 중요하고 숭고한 가치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동시에,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 혹은 나처럼 억압되어 있는 사람들’도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함께 가는 것. 영화는 이 부분도 굉장히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담고 있는 듯했어요.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세뇌당하고 있는 레드룸의 다른 요원들도 구하러 떠나는 장면도 마찬가지고요. 이 영화는 ‘주체성’, ‘해방’과 동시에 ‘함께함’, ‘연대’도 필수적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주은: 맞아요. <블랙위도우>는 액션과 재미를 다루면서 동시에, 오늘날 사회적으로 함의를 갖는 서사들을 심오하게 담아내고 있는 것 같았어요. ‘여성주의’에 대한 이야기, ‘가스라이팅’에 대한 이야기, ‘새로운 형태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 등.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데요.

 

사실 얼마 전까지는 대중문화 콘텐츠들에 ‘여성 단독’ 혹은 ‘여성 투톱’이 중심이 된 것들이 많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더라고요. 얼마 전 저희가 다뤘던 드라마 <마인>도 그렇고, 몇 해 전 개봉했던 영화 <차이나타운>, <걸캅스>, <콜>등이 그랬었죠. 그런 의미에서 <블랙위도우>는 ‘여성 투톱 액션 영화’로서 손색이 없는 영화였는데요.




Q. <블랙위도우>를 여성주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장면들이 흥미로웠나요?

 

나현: 초반에는 MCU영화에서 블랙위도우가 홀로 여성 히어로를 담당했었잖아요. 남성 중심적인 히어로 영화에서 홀로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기해야 해서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과거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하고 섹시한 여성 스파이’라는 역할로 블랙위도우가 소모되어 온 거죠.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블랙위도우가, 소위 ‘남성들의 환상 속에 있는 묘한 여인’이 아닌 ‘확실하고 멋진’ 캐릭터로 변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영웅적 면모와 개인적 이야기를 보여준 것 같아서 좋았어요.

<영화 '아이언맨'의 한 장면>

주은: 맞아요. 그래서 스칼렛 요한슨은 간혹 인터뷰에서, MCU가 블랙위도우를 그려내는 방식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었죠. 불필요한 노출의 옷차림 등에 대해서요. 그런데 영화 <블랙위도우>는 그런 아쉬움들을 설욕해주는 영화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어요.

 

수인: 영화의 배경을 보면, 여성 인물들의 삶이나 구조를 결정하고, 이동시킨 이들이 다 남성이었잖아요. ‘드레이코프’는 레드룸이라는 구조를 만들었고, 여아들을 데려다가 세뇌시켜 조종하고. 또 오하이오에 살던 멜리나, 나타샤, 옐레나의 거처를 결정한 것도 ‘알렉세이’였고요. 그런데 나중에는 드레이코프와 알렉세이가 소위, ‘찌질’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하는 행동도, 내뱉는 대사들을 보면요. 결정자였던 남성 인물들이 자멸하게 되는 지점들이 극 중 의도된 장치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어요.

 

해림: ‘나타샤’가 ‘드레이코프’의 페로몬에 의해 신경을 조종당해서 그를 때리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저는 거기서 ‘유리천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신체적 문제가 아니더라도 정신적으로 자신을 억압하고, 그것을 뚫고 나가고 싶은데 사회적으로 너무나 강력하고 견고해서 뚫지 못하는 유리천장 말이에요. 그런데 거기서 나타샤가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신경을 끊으면서까지 뚫고 나가는 장면에서는 희열이 느껴졌어요.


주은: 그 장면 이후에 ‘17대 1’ 액션 장면도 장난 아니었죠. 원래 드라마나 영화에서 17대 1로 회자되는 장면이 많았는데, 다 남성들끼리의 싸움이었잖아요. 그런데 여성1과 여성17의 액션이라는 게 뭔가 인상 깊었어요. 

MCU 시리즈 전체적으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데요. <블랙위도우>도 나타샤에서 옐레나로 교체되는 시점의 영화라고 볼 수 있죠. 그 밖에 ‘아이언맨’이 ‘아이언하트’로, ‘캡틴 아메리카’에서 ‘팔콘’으로, ‘토르’에서 ‘발키리’와 ‘제인포스터’로, ‘헐크’에서 ‘셜크’로, ‘호크아이’에서 ‘케이트 비숍’으로 교체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여기서 팔콘을 제외하고는 다음 세대가 모두 여성 히어로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이런 점에서 볼 때 MCU는 여성해방 서사를 포함하여 인종이나 반전(反戰) 등 여러 사회적·국제적 이슈와 변화들을 빠르게 담아 이야기로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잘 만들어진 그들의 도전이 흥미진진해요.



Q. 많은 사람들이 <블랙위도우>를 보며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것 같아요. 요즘 국내 TV 프로그램 등에도 가스라이팅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블랙위도우>의 드레이코프와 레드룸 요원들의 관계 및 서사가 오늘날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주은: 사실 레드룸 요원들을 길러내기 위해 택한 방법도 살펴볼만한데요. 돈을 지불하고 어린 소녀들을 데리고 와서, 강한 힘을 가진 최정예 요원만 남겨두고 다 죽이잖아요. 인간을 하나의 존엄한 생명으로 보기보다 도구로 보는 사상이 담겨 있는 거죠. 과학적으로 뇌 기능을 마비·세뇌시켜 조종함으로써 타인의 자유의지를 차단해버리는 콘셉도 그렇고. <블랙위도우>가 다루는 서사가 생명 경시, 가스라이팅 등 사회적 이슈들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았어요.

 

해림: 맞아요. 얼마 전만 하더라도,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 자체는 심리학이나 혹은 여성주의 에서 자주 사용됐을 뿐,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용어는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범죄사건을 넘어 일상생활에서 부모와 자녀 간에, 친구들 간에 관계에서도 자주 정의되는 현상이 되었어요. 그동안은 몰랐지만 주변에서 듣고 나서보니 자신이 당하는 게 가스라이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사실 가스라이팅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소위 정말 ‘잘난’사람이 ‘못난’사람을 억압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가해자가 자신이 가진 약함을 알고 있기에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더 견고하게 억압하고 조종하려고 하는 거 아닐까요? 그렇게 해야만 자신이 우위를 점하고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나현: 맞아요. 사회에서 여성에 대해 가해지는 억압이라는 것도 굉장히 다양하고 편만해서 잘 살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많거든요. 곳곳에 있는 속박과 굴레들, 혹은 자신도 모르게 존재가 축소되는 경험들. <블랙위도우>에서는 ‘나타샤’와 ‘옐레나’가 이것을 어렵게 깨닫고 나서는 벗어나려고 애쓰고, 또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들 넘어는 세계 곳곳에 아직 갇혀있는 요원들까지도 구해주려고 하잖아요. 오늘날 TV프로그램에서 오은영 교수님이나 이수정 교수님, 박지선 교수님 같은 분들이 가스라이팅의 개념에 대해 그리고 그에 대한 범죄에 대해 설명해줄 때 많은 사람들이 듣고 깨닫게 되는 것이 비슷한 현상이 아닐까 싶어요. 알리고, 깨우치고, 돕고, 구하는 계기가 되는 거죠.



Q. 기존의 원가족주의 형태가 아닌, <블랙위도우>가 보여준 ‘새로운 형태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해림: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가족’ 서사를 크게 다루었다는 것에는, 분명 새로운 시도와 의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여전히 ‘아버지’는 아버지 역할, ‘어머니’는 어머니 역할이 있었다는 게 좀 아쉽긴 했지만요.

 

주은: 맞아요. 아버지 역을 했던 알렉세이는 주로 대의를 결정하고, 어머니 역을 했던 멜리사는 아이들을 돌보고 먹을 것을 준비하는 등의 고정적인 역할 부여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웠죠. 1995년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도.. 

그래도 ‘나타샤’와 ‘옐레나’가 나름 자신들의 과거, 고향, 시작이라고 기억하는 ‘가족’이 비록 혈연관계의 가족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말미에서 ‘진짜 가족’이었다고 느끼는 점에서 영화는 새로운 가족형태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같았어요.

 

나현: 맞아요. 이전 마블 영화들을 보면, ‘나타샤’가 ‘어벤져스’를 ‘가족’에 비유하는 이야기를 종종 했었죠. ‘혈연’으로 묶인 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 여겨지는 새로운 개념에 대한 이야기였잖아요.

 

해림: 영화 초반과 마지막 부분에서 옐레나가 거꾸로 뒤집는 자세를 취하며 “우리 같이 거꾸로 있어!”라고 말해요. 저는 이 두 장면을 영화의 핵심으로 봤어요. 기존의 보편적 관점에서 벗어나 ‘뒤집어보라’는 메시지. 당연하게 살아온 것이 사실은 억압과 조종의 구조였고, 정상이라고 생각한 혈연관계중심의 가족이 정답만은 아니었던 것처럼 말예요. 다 함께 거꾸로 볼 수 있도록 시선을 주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Q. 앞서 우리가 <블랙위도우>를 통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다면, 이번에는 오늘날 ‘종교’의 모습에 대해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이 있을지 상상해보며 이야기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주은: 위에서도 우리가 이야기했듯이, ‘세뇌’를 시키고 ‘조종’을 한다는 것은 그것만이 상대방을 자신의 의지대로 방향대로 법칙대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저는 가끔 뉴스에 등장하는 잘못되고 왜곡된 종교나 성직자들의 모습에서 이런 ‘레드룸’과 같은 매커니즘이 있음을 느끼곤 해요. 그러한 사건들의 발단을 살펴보면, 무조건적으로 종교에 순종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은연중에 세뇌를 시키곤 하잖아요.

반면 영화 속 ‘어벤져스’는 ‘레드룸’과는 다르게 각각 자신의 자유의지를 가지고도, 그리고 하나의 의견으로 합치할 수 없는 큰 갈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 함께 ‘정의’라는 이름으로 뭉쳐서 싸움을 해나가거든요.종교, 그리고 교회라는 곳은 대체적으로 '하나의 진리’로 뭉쳐야 한다는 특성을 가져요. 그런데 그것이 왜곡되거나 의도적으로 악용하게 되면, 그 진리를 따르는 자들은 세뇌당하게 되어요. 결국에는 ‘무엇을 위해 사는지’, ‘어떤 정의를 위해 싸우는지’에 대한 질문도 잃어버리게 되죠. 이는 왜곡된 진리 혹은 성직자만을 의존하는 신자들로 만들겠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자신이 스스로 진리에 다다르는 방법을 고민하고,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선택하고 결정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신앙이라고 생각해요.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진리 안에도 ‘자유’와 ‘해방’이 담겨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레드룸 요원들이 해독제를 맞고 세뇌에서 해방되는 장면을 보며, 기독교인들이 억압된 구조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과연 ‘죄 된 행동’으로부터의 자유일까 혹은 ‘억압적인 율법’으로부터의 자유일까?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당연히 둘 다죠. 둘 다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신앙의 중요한 핵심인 것 같아요.


수인: 전 세계 많은 마블 팬들이 히어로들의 세대교체를 보며 굉장히 아쉬워해요. 블랙위도우도 정말 멋진 인물이었는데 죽고 사라져 버리는 것이 너무 아쉽고 허무하잖아요. 하지만 또 한 세대를 휩쓴 주인공들이 빠져줘야 그다음 주인공이 등장할 수 있거든요. 저는 사회에도 교회에도 공고하게 굳어진 위계구조들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더욱 건강하고 획기적인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변화는 늘 쉽지 않기 때문에 획기적인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거죠. 그래서인지 레드룸이 공중에서 폭파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나현: 맞아요. 마블의 세대교체도 보면, 전혀 다른 인종, 전혀 다른 성별, 전혀 다른 세대로 교체되잖아요. 교회에도 그런 변화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또 이전 세대를 이끌어왔던 권력층이 새로운 세대와 운영방식을 인정해주고 지지해준다면 아름다운 변화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해림: 비록 그 과정이 때로는 아프고 힘들고, 많은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몸부림과 변화가 일어날 때에, 더 많은 사람들에 교회에 대해 다시 희망을 품고,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주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폭염으로 지쳐있는 대중들에게 오랜만에 시원한 히어로 영화가 나타나서 반가운 영화였는데요. 재미와 액션을 넘어 영화 전반에 나타나 있는 사회적 메시지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여성주의적 영화 해석, 가스라이팅 이슈, 새로운 가족 형태에 대한 이야기 등 정말 많은 수다들이 피어난 시간이었어요. 앞으로도 더 흥미진진한 대중문화 콘텐츠들, 더 풍성한 리터러시들이 수다꽃으로 피어나기를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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