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분석 [요즘뜨는것들]할매니얼 열풍 (뉴트로, K-할머니, 도전과 소통)

202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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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사랑하는 힙스터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새로운 부캐 ‘유야호’가 등장했다. 그는 이전 부캐인 ‘지미유’의 쌍둥이 동생으로, ‘MSG워너비’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고 데뷔시키는 것이 그가 만들어진 이유다. 그런데 유난히 그의 착장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다. 땋은 머리에 달려 있는 전통 매듭 액세서리, 한복을 연상시키는 옷, 태극 문양 부채, 그리고 누룽지, 떡, 곶감, 부각 등 전통 간식과 음식을 즐기는 모습들까지.

(예능 프로그램 '놀면뭐하니?'의 한 장면)

그런데 특이한 것은 전통 의류, 소품, 음식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트렌드에 어울리게 재해석·재창조했다는 점이다. 유아호의 전통 매듭 머리끈을 만든 매듭장 김혜순 씨는, 처음엔 매듭을 전통방식대로 “태극선 부채 끝에 달거나, 남자는 허리띠에 매야 한다”며 머리에 다는 것은 거절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매듭을 헤어 액세서리로 사용하게 허락하자 더욱 화제가 된 것이다. 또한 전통 한복 그 자체가 아닌, 현대적으로 변용한 ‘생활 한복’을 입은 유야호의 모습에 대중들은 더욱 반응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전통을 사랑하는 힙스터” 캐릭터인 유야호가 만들어졌으며, 대중들은 이에 환호하며 반응하게 되었을까?

몇 해 전, 일본과 정치적 외교 문제에 더불어 최근 중국의 한복 왜곡 논란이 이슈가 되면서 MZ세대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역사의식 고취와 함께 소비문화를 앞장서 바꾸려 노력해 왔다. 기존에도 ‘뉴트로(New-tro)’ 열풍이 지속되어 왔는데 거기에 ‘애국심’이 더해져 더욱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극대화된 것으로 보인다.

 


#할매니얼: 또 하나의 소비 트렌드


 (출처: 왼-투썸플레이스 홈페이지, 오-홍루이젠 홈페이지)

이러한 소비문화로 인해 하나의 신드롬으로 자리 잡은 것이 바로 ‘할매니얼’이다. 이는 할머니의 방언인 ‘할매’와 ‘밀레니얼 세대’의 합성어로, 오늘날 젊은 세대들이 “할머니들이 좋아할 만한’ 식성, 패션 스타일을 가지고 그에 맞게 소비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실제로 요즘 꽤 핫하다는 카페들에는 ‘인절미’를 곁들인 케이크, ‘흑임자’를 곁들인 커피, ‘쑥’을 곁들인 밀크티 등이 인기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그 밖에도 식품 업계에 분 뉴트로 열풍은 할매 입맛을 가진 MZ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간식들을 개발하며 ‘할매니얼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편한 데다가 ‘힙’하기까지 한 ‘생활한복’의 인기도 대단하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요즘 세대들에게 ‘한복’이란 어린 시절 명절날, 혹은 한복 체험으로 고작 몇 시간 대여해서 입어보는 게 전부였을 것이다. 가끔 ‘개량한복’이 유행을 탄 적은 있었으나, 그렇다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 유행이 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요즘 ‘생활한복’을 만드는 이들도, 찾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는 한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편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만든 것인데, 실생활에서 마음껏 입고 다녀도 불편하지 않을뿐더러, 무엇보다 ‘힙’하다는 이유로 많은 젊은이들에게 인기다.

 (이미지 출처: Wadiz펀딩)

꼭 한복이 아니더라도 패션계에는 ‘그레니 룩(Granny look)’이라 불리는 트렌드도 있다. 이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입을법한 옷 스타일을 의미한다. 벨벳이나 레이스 소재, 꽃무늬 등 다소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무늬의 옷, 가디건이나 긴치마 등이 이에 속하며, ‘할미룩’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밖에도 소품, 인테리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뉴트로 및 할매니얼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단순히 ‘할머니스러운’것뿐만 아니라, 실제 ‘K-할머니’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덩달아 뜨거워졌다.

 


#새비지그랜마(Savage grandma)

‘새비지 그랜마’는 해외 시상식에서 연기력뿐만 아니라, ‘거침없고 솔직한’ 입담으로 떠오른 배우 윤여정에게 해외 네티즌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배우 정보석은 <한겨례> 인터뷰에서 윤여정에 대해 “윤여정 선생님은 ‘척’하지 않는다. 아는 척, 잘난 척하지 않고 감정에 솔직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그의 매력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나타나 빛을 발했고, 세계도 그 매력에 반응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쇼핑몰 Zigzag 홈페이지)

그런데 영화·예술계뿐만 아니라, 대중들, 그리고 그중에서도 MZ세대가 요즘 윤여정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하는 MZ세대들에게 윤여정의 솔직함이 와닿은 것이다. '솔직하지만 결코 자기주장만 강요하지 않고, 입담이 뛰어나지만 가르치려들지 않는’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MZ세대들에게 감동을 더해 주었다. “모르면 모른다고, 틀렸으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기존에 경험했던 다수의 어른의 느낌과는 다르다고 여겨진 것이다.



#쿨하고 힙한 시니어

(이미지 출처: 유튜브 채널 <밀라논나>)

뉴미디어의 시대답게 유튜버 중에서도 MZ세대가 열광하는 ‘K-할머니’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구독자 80만 명이 넘는 68세 패션 컨설턴트 장명숙 씨는 <밀라논나>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이는 이탈리아어로 ‘밀라노 할머니’란 뜻으로,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구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채널이다. ‘패션’이라는 자신의 본업뿐만 아니라, 인생의 이야기들을 전할 때 그는 멋지고 쿨하지만 따뜻하고 진심을 다한다. 본래는 젊은이들에게 유럽의 문화를 말해주고 싶어 책을 쓸까 했지만, 젊은이들이 있는 장에 직접 들어와 더욱 가까이 소통하고자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이 자신으로 하여금 “늙어도 개성이 있다”, “나도 저렇게 늙어야지”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그는 구독자들이 던지는 인생에 대한 고민과 질문에 대해 자신의 철학과 가치를 담아 진심으로 응원하면서 답을 주곤 한다. 구독자들은 “할머니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며 확실히 ‘다른 어른’의 면모를 보여주는 밀라논나에 감동한다.

(이미지 출처: 중앙일보)

‘K-할머니’ 하면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를 빼놓을 수 없다. 가난 속에 식당을 운영하며 어렵게 가정을 이끌어오던 할머니는 치매 위험 진단을 받고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손녀딸과 호주로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그곳에서 손녀딸이 찍어 올린 할머니의 해맑은 영상이 대히트를 쳤고 박막례 할머니는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최고의 유튜버가 된 것이다. 그는 유튜브를 넘어 책, 광고, 영화 등 다양한 대중문화를 넘나들며 대중들과 소통한다. 

“왜 남한테 장단을 맞추려고 하나. 북 치고 장구치고 니 하고 싶은 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추는 거여.”라는 말을 남기기도 한 그 역시 남 눈치를 보지 않는 솔직하고 거침없는 특유의 입담과 행동들로 MZ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른 어른

젊은이들은 정말 어른들의 이야기라면 무조건 귀를 닫고, 듣지 않으려고만 할까? 젊은이들은 정말 자신들이 경험하는 문화와 요즘 트렌드에만 관심이 있을까?

어쩌면 MZ세대는 ‘철부지’ 취급하며, 옛날 시대와 비교하고 권위적으로 가르치려고만 하는 소통방식에 지친 것뿐, 오히려 ‘다른 어른’의 삶의 경험, 그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소통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물론 젊은이들에게도 어른 세대들을 무조건적으로 ‘꼰대’ 취급하며 소통의 문을 미리 닫아버리는 왜곡된 문화가 편만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다 ‘쿨하고 힙한 시니어’의 모습들에 감동하고 환호하는 젊은이들이 더 많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한 젊은이들은, 

한 자리에 머무르기보다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한 가지 관점과 경험에 갇혀서 세상을 바라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자신과 다른 모습과 가치관을 가진 타자를 존중하고 포용할 줄 아는 ‘다른 어른’을 보며 희망을 품고 그 힘을 동력 삼아 살아갈 것이다. 그러한 어른을 자신의 미래로 삼고 나아갈 때, 삶의 목적과 기쁨이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디어 취약 계층이라고 여겨지던 노년층이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새로운 장으로 들어오고, 배우고, 노력하는 모습에도 그저 ‘감격하는’ MZ세대가 꽤 많이 있다는 것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도전과 소통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쿨하고 힙한 시니어’의 모습만 기대하는 것은, 또 하나의 ‘왜곡된 세대론’을 만들 위험성이 있다. 전쟁과 가난이라는 국가적·시대적 고통을 겪어온 이들에게 오늘날 기준에서의 ‘다른 어른’만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쩌면 가혹한 일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세대들이 평등보다는 성장을, 타자와 다름보다는 희생을 강요받으며 살아온 노년층의 삶의 맥락을 고려하는 것도 소통을 희망하는 자들에게 먼저 준비되어야 할 자세이다. 

어떤 삶을 살아왔든 간에, 모든 세대가 똑같이 ‘도전’과 ‘소통’이라는 과제 앞에 놓여 있는 시대이다.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모두가 새로운 환경을 마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가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가’, ‘누가 소통을 통해 공생하려고 노력하는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신앙의 선배

한국교회야 말로 ‘신앙의 선배’ 혹은 ‘신앙의 대잇기’라는 말들을 통해 무엇보다 시대적 도전과 세대 간 소통을 중요시 여기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강조하면 할수록, 교회는 사회 속에서 ‘누구보다 도전과 소통에 멀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늘날 MZ세대가 “꼰대가 아닌, 의지하고 싶은 어른을 찾는” 현상은 교회 안에서도 동일하게 존재한다. 세대 간 격차가 벌어지고 갈등이 심화될수록 ‘그 반대’를 향한 열망도 동시에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회를 떠났건 혹은 교회에 남아있건 상관없이 청년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신앙의 선배’를 기다리고 있다. 

복음이 막 전해지던 당시의 귀한 신앙적 전통은, 일방적 가르침을 통해서는 전수될 수 없고, 오로지 ‘소통다운 소통’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오늘날 많은 청년들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신앙과 삶에 대해 솔직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강요하지 않고, 이 시대 청년들의 다양한 삶을 인정해주고 공감해줄 누군가를 만나기를 기다린다. 또한 그들은 ‘모르면 모른다, 틀렸으면 미안하다 말해줄 수 있는’ 신앙의 선배들을 기대하고 동시에 자신이 그러한 사람이 되기를 애쓴다.


그 정신이 선하고 아름다운 기독교의 전통이라면, 그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더 나아가 시대에 맞게 변용되어 대를 이을 것이다. 우리가 정말 염려해야 할 것은, 남녀노소가 하나 되어야 할 공간인 교회에서까지도, 소통의 창구를 닫고 속단하고 세대적 편견에만 사로잡혀 있는 현상이 아닐까?

 

임주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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