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꽃이 피었습니다드라마 <하이에나>로 본 한국 기독교 이야기

20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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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오늘은 드라마 <하이에나>를 가지고 ‘기독교’ 그리고 ‘대중문화’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려고 이렇게 모였습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저는 문화선교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섬기고 있는 김지혜 목사입니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 원장으로 섬기고 있는 백광훈 목사입니다.

임주은: 문화선교연구원에서 기획 간사로 섬기고 있는 임주은 전도사입니다.


#1. 드라마 <하이에나> 어떻게 보셨나요?

김지혜: 오늘 우리가 이야기 나눌 <하이에나>는 로펌에서 벌어지고 있는 ‘오피스물’이면서도 ‘로맨스’가 중심에 있고, 동시에 정치, 경제, 종교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측면들이 녹아져 있어요. 또한 기존의 클리셰들을 깨고 신선하고 세련된 감각으로 몰입감 있게 진행되고 있죠.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대중문화 트렌드를 잘 담고 있는 콘텐츠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백광훈: <하이에나>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욕망들이나 경험들을 리얼하게 드러내주고 있더라고요. 기존의 드라마 패턴과는 조금 다르면서, 현실과 이상이 적절하게 버무려져 있다는 점이 <하이에나>의 매력 같아요.

임주은: 기존의 법정 드라마는 비교적 ‘선’과 ‘악’을 극명하게 드러냈었는데, <하이에나>는 조금 달랐어요. 변호사들이 법을 이용하면서 승리하는데 그 어두운 이면도 잘 보여주고 있고, 또 의뢰인이나 사건을 선악으로 구별할 수 없는 다면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작가가 의도적으로 이런 상황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이 윤리적 판단을 해볼 수 있도록 맡겨주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저도 드라마를 보는 내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김지혜: 극 중 ‘정금자’는 밑바닥 인생을 살아왔고, ‘윤희재’는 ‘하이클래스(high class, 상류층)’에요. 평소 부딪히기 어려운 두 사람이 만나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 재미있는데요. 어쩔 수 없이 현실에 타협하면서 살아가는 정금자의 모습이 지나치게 이상적이지도 않으면서, 냉철하지도 않은 그 적정선 안에서 보게 만드는 게 흥미로운 지점이죠.

 

#2. 드라마 <하이에나>에서 표현된 종교와 개신교의 모습은? 

김지혜: 오늘 우리가 <하이에나>로 수다 꽃 모임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8화 이후에 등장한 ‘정금자의 양아버지’ 그리고 ‘트리니티 교주’ 때문이죠. 여기서 갑자기 드라마에 ‘종교’가 확 끼얹어졌는데요. 이 부분을 중심으로 ‘대중문화’와 ‘기독교’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백광훈: 대개 대중문화에서 기독교가 소비되는 모습을 보면, 극 중에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사용되곤 해요. 정금자의 아버지는 가정폭력 및 살인범인데 갑자기 ‘목사’가 되어서 등장했고, 또 ‘사이비 종교 트리니티’가 등장하면서 드라마에 예기치 않은 긴장감이 조성되었어요. 비단 <하이에나> 뿐만 아니라, 많은 드라마에서 이런 클리셰가 자주 등장하는 듯해요.

임주은: 범죄의 가해자인 정금자 양아버지가 목사 안수를 앞둔 인물로 등장할 때, 자신을 지칭해서 ‘새 사람이 되었다’고 표현하잖아요. 그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해요. 기존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기독교인들을 다룰 때, 사회에서 윤리적·법적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거나 혹은 용서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용서하셨다”라는 확신으로 자신의 과오를 무마시키려는 것을 꼬집는 연출이 종종 등장하는데 여기서도 그런 의도를 가진 것 같더라고요.

김지혜: 그래서 제가 그 내용에 해당하는 장면과 대사를 준비해봤어요.


<하이에나> 9화의 한 장면


춘수: 기도 많이 드렸다. 그동안. 주님을 만나서 나도 새사람이 됐지. 조금 있으면 목사 안수도 받는다. 아주 은혜롭고 감사한 일이지.
금자: 뭐?
춘수: 그래서 너도 나한테 용서를 빌었으면 한다. 주님이 바라시는 대로.

김지혜: 자신이 저지른 폭력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이른바, 목회자의 권위를 사용해서 말하고 있는 장면이에요.

임주은: 이 장면에서 나온 대사들인, ‘새사람’, ‘은혜’, ‘감사’, ‘용서’ 그리고 ‘주님이 바라시는’ 이러한 용어들이 사실은 기독교 안에서는 자주 통용되는 것들이잖아요. 그런데 대중문화로 비춰졌을 때는 기독교인인 저조차도 공감하기 어렵고 맥락에 맞지 않는 용어들로 느껴졌어요.

또, 극 중에서 개신교 목사가 된 정금자 아버지와 트리니티 교주인 백희준이 둘 다 가정폭력의 가해자로 등장했잖아요. 우리가 볼 땐 “사이비는 개신교와 다른데?”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드라마는 지금 두 종교가 동일하게 ‘폐쇄성’과 ‘일방적 강요’라는 왜곡된 신앙이 있다는 것을 꼬집는 것 같았어요.

김지혜: 맞아요. 윤희재 변호사의 대사 중에 그런 게 있었어요. 그런 성격을 ‘종교’로 통칭하면서 설명했었죠.

희재: 종교의 힘이지. 뭉치긴 쉽고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김지혜: 이처럼 <하이에나>는 8화 이후 에피소드에서 기독교와 사이비 종교를 동시에 다루었는데요. 공통되는 지점이 있으면서도 은연 중에 차이를 보여주기도 하더라고요. 그게 흥미로운 지점이었는데요. 예를 들어, 10화에서 개신교 교회와 사이비 종교 공간이 각각 비춰졌는데, 굉장히 대조되어 그려졌어요. 정금자 아버지의 교회는 지하에 위치해 있고, 내부 공간도 굉장히 어둡고 은밀한 사교(邪敎) 같은 느낌이 드는 반면, 트리니티 교회는 밝게 연출된 공간을 통해 빛으로 충만한 느낌을 전해주면서 개방감과 환대를 전해주고 있잖아요.



백광훈: 이 작가가 놀랍게도 종교가 보여주는 역기능적인 부분들을 잘 파악해서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요. 개신교의 신앙 행태 중에서는 정금자 아버지를 통해 건강하지 못한 신앙의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이단 사이비 같은 경우는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오히려 생활 밀착형으로 접근하잖아요. 기독교 신앙이 역기능적으로 발현됐을 때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두 가지 종교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3. 최근 대중문화가 기독교를 그릴 때 예전과 달라진 부분이 있다고 보시나요?

김지혜: 사실 90년대, 2000년대 이후 <할렐루야>나 <밀양> 같이 기독교를 비판적으로 다룬 영화가 늘어났는데요. 최근 들어 영화 뿐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이런 경향을 자주 보곤 해요. <사바하>, <스카이캐슬>이나 <사랑의 불시착>처럼 말이지요. 예전과 지금을 비교해서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백광훈: 저는 차이가 있으면서도 연속성이 있다고 봐요. 과거와 현재의 콘텐츠들 모두 개신교가 비정상적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연속성이 있죠. 그런데 차이가 있다면 2000년대 이후에는 영화계에서 <곡성>이나 <검은 사제들>처럼 ‘오컬트(occult)’¹ 장르가 굉장히 유행했잖아요. 그런 장르물 속에서 기독교 신앙이 신비주의적이면서 동시에 병리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예전보다는 훨씬 더 심각하고 무겁게 다뤄지는 것 같아요.

임주은: 과거의 영화들은 종교를 단순하고 추상적으로 혹은 너무 극적으로 희화화시키는 것에서 그쳤다면, 최근에 영화 <검은 사제들>, <사바하> 혹은 드라마 <구해줘>와 같은 콘텐츠에서는 종교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흔적이 나타났어요. 제가 알기로는 이 작품의 감독들이 기독교 배경에 계신 분들이라고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단순히 종교를 이용하고 소모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중으로 하여금 함께 그 종교와 관련된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지혜: 종교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신비한 성역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중문화에서 종교의 민낯을 드러낼 때 시청자들이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대중문화에서 가톨릭을 다룰 때는 가톨릭 영성을 소재로 삼는다면, 개신교를 다루는 방식은 가톨릭과는 다르게 주로 ‘욕망’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요. 그런 지점에서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백광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었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있었어요. ‘세월호’ 사건 때나 이번에 코로나19 사태 때도 마찬가지이고.. 이러한 현안들 속에서 개신교를 기반으로 한 이단 사이비로 일컬어지는 종교와의 관련성이 의혹으로 제기되었었잖아요. 사람들은 “왜 이런 사건들이 계속 벌어질까?” 라는 관심과 궁금증이 있기 때문에 대중문화에서 이런 것들을 함께 고민하고 해소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임주은: <사랑의 불시착>이나 <동백꽃 필 무렵>처럼 작년과 올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들만 보더라도 ‘갑작스럽게’ 기독교가 등장한 경우가 많았어요. 예전에 종교는 소위 ‘사적 영역’에서만 거론될만한 것이어서 대중문화 콘텐츠에 이토록 자주 등장하지는 않았었잖아요. 그런데 근래 들어 사회에서 이슈로 떠올랐었던 ‘미투 운동’이나 ‘갑질’ 혹은 ‘부의 세습’과 관련된 문제들이 교회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났고 그게 뉴스에서 공론화 되곤 했는데요. 사람들은 이런 구조적 악의 문제가 교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지점에서 더 불편해했던 것 같아요. 이런 문제들이 종교의 폐쇄성 때문에 교회 안에서 쉬쉬대고,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래서 대중매체들이 종교를 계속 공적 영역으로 끌고 나와서 왜 그런 현상들이 일어나는지 분석하고 비판하려는 시도들 같아요.

 

#4. 기독교인은 이러한 대중문화 콘텐츠들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 게 좋을까요? 문화선교의 과제에 대해 나눠주세요.

김지혜: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는데요. 그렇다면 기독교를 다루고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해서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문화선교의 과제와 함께 이야기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백광훈: 우리는 ‘사회가 바라보는 개신교의 영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대중문화에 비친 기독교에는 인간의 왜곡된 욕망들이 많이 나타나는 편이에요. 이는 개신교가 원래 가져야 할 공공성의 문제, 즉 “나 자신보다는 이웃과 함께 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세상 가운데 나타낼 수 있는” 영성이 잘 드러나지 못했다는 점과 관련이 있죠.

대중문화는 그 자체로 ‘선’ 혹은 ‘악’이라기보다는, 대중들이 바라보는 ‘창(窓)’이며 욕망들이 그려지는 장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를 비판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가 때로는 왜곡되고 과장된 부분도 있겠지만, 오히려 우리 스스로를 비춰보고 반성할 수 있는 자화상으로 이해하는 지점도 필요한 것 같아요.

요즘 사람들에 대해서 ‘SBNR(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은)’이라는 말을 하잖아요. 사람들은 누구나 영적인 갈망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대중문화 속에 이런 종교나 영적인 세계가 자주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것에 대한 갈망이 있음이 드러나는 일인데, 교회가 이를 얼마나 잘 읽어내고 대중들에게 영적 가이드를 줄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것 같아요. 이런 지점에서 문화선교는 그것들을 통해서 건설적으로 담론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소통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죠.

임주은: 저는 기독교에서 이해하는 ‘선’의 개념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선의 기준을 더 이상 ‘선한 겉모습’ 혹은 ‘개인적 경건함’에만 둘 것이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실천하는 사회적 개념의 선으로 확장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회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그리스도인들도 신앙의 방향성을 ‘사회적 차원에서의 구원’과 ‘이웃과의 관계에서의 경건함’으로 향하는 것이, 기독교의 폐쇄성과 이기성을 지속적으로 다루는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기독교의 적절한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대중문화는 각 시대의 특성을 잘 담고 있잖아요. 기독교에 대한 비판적 서사들이 담긴 콘텐츠를 접할 때 우리가 그것을 “이 시대가 바라보는 기독교의 모습”으로 파악하고, 시대에 맞는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가치들을 건강하게 세워나갈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김지혜: 문화선교연구원을 섬기면서 항상 이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요. 과연 ‘기독교문화’라는 것은 무엇일까? ‘반기독교적’이라고 평가되는 콘텐츠들도 있는데, 그렇다면 ‘기독교적’인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이 부분에 방점을 두고 더 깊게 고민해서 기독교문화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며, 교회와 세상의 소통 창구가 되어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문화선교연구원도 이 질문에 항상 천착해왔는데요. 지금도 이렇게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또 그러한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도 우리가 연구한 것을 토대로 다양한 대중문화 콘텐츠들을 가지고 색다른 이야기들을 자주 나눠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좋은 말씀 나눠 주셔서 감사해요.

각주
1) 오컬트(occult) :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ㆍ초자연적 현상. 또는 그런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


  • 녹취 및 정리 : 임주은

수다꽃에 함께한 사람들

- 백광훈 목사 (문화선교연구원 원장)

- 김지혜 목사 (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

- 임주은 전도사 (문화선교연구원 기획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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