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문화 읽기기독교인을 위한 공공신학적 미디어 리터러시: 신앙 언어의 정체성과 문화적 상상력 사이에서

202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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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언어의 정체성과 양면성

얼마 전 SNS에서 이런 글을 보았습니다. 직장 동료와 상사들이 가끔 자신에게 “그건 교회에서 쓰는 말”이라고 할 때가 있다면서, 세상에선 잘 안 쓰는 데 교회에서만 쓰는 말이나 단어가 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댓글에서는 ‘푸른 초장’ ‘~하는 가운데’ ‘일용할 양식’ ‘은사’ 같은 단어들이 줄줄이 나왔는데, 그중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주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댓글에서 어떤 비기독교인들은 ‘주일’이란 말을 들으면 불쾌하다고 했습니다. 축복, 은혜 등의 단어는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고 느껴지지만 불편하진 않은데, 모두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단어인 ‘일요일’이 있음에도 주일이라는 단어를 쓰는 태도에서 종교적 강요를 느낀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사람 역시 주일이란 표현이 마치 교회 안 가는 사람이 잘못됐다는 의미로 들리기 때문에 황당하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신앙 언어는 공동체 안에서 진리를 선포하고 공유할 뿐 아니라 공동체 내부의 소속감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동시에, 이 언어는 공동체 바깥에서 배타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불편과 반감을 느껴질 수도 있고, 의미 자체가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언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절대화하고 소통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태도입니다.



대중성과 신앙의 접점을 찾아서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는 2025년 북미에서 먼저 개봉해 크게 흥행하고, 한국에서도 8월 초 기준 누적 관객 수 100만을 돌파하며 전례 없는 주목을 받았습니다.1) 모든 반응이 호의적인 것은 아닙니다. 일부는 여전히 종교색이 불편했고, 일부는 재미없다거나, 성경을 왜곡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1) 국내 개봉 기독교 영화 중 <노아>(약 200만),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약 84만), <신이 보낸 사람>(약 42만)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관객을 기록했으며, 2025년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중 흥행 1위를 차지하며 기독교계뿐 아니라 영화계 전체에서도 특별한 성취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독교 영화, 그것도 아이들을 주요 관객층으로 삼은 애니메이션이 이처럼 영화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더욱이 기독교인만이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많이 찾았다는 사실은, 공공신학적으로 <킹 오브 킹스>는 신앙 언어가 교회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마케팅적 전략을 제외하고) 이 영화가 사랑받은 첫 번째 이유는 높은 완성도입니다. 장성호 감독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등 30년간 쌓은 시각 특수효과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10년간 고심하며 각본을 다듬었고, 한국과 미국의 신학자 및 목회자, 디즈니 출신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아 스토리텔링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여기에 정상급 스태프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기독교 영화는 조악하다”, “재미없다”라는 편견을 뛰어넘었고, 예수님의 기적이나 사탄의 유혹 같은 장면들도 애니메이션 특유의 상상력 덕분에 더욱 실감 나게 펼쳐냈습니다.


두 번째로, 더 중요한 지점은 성경에 충실하면서도 내부자 중심의 언어를 넘어서,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가족 이야기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일반 관객에게도 설득력 있게 다가갔습니다. 영화 비평 전문 매체인 ‘씨네21’의 이자연 기자는 <킹 오브 킹스>가 종교인에게 국한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가닿을 수 있는 너른 보편성”의 서사와 구조를 보여준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문화적 상상력과 왜곡 사이에서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장면들이 많지만,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어린 월터가 물에 빠졌을 때 예수님께서 손을 내밀어 그를 구해주시고, 대신 깊은 물 속으로 가라앉으시는 장면입니다. 교리적 설명 없이도 십자가 사랑을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요 15:13)라는 말씀을 시각적으로 구현했습니다. 이 장면은 신학적 상징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기독교 전통에서 ‘물’은 심판과 세례, 죽음과 새로운 삶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월터가 예수님을 따라다녔던 것처럼 우리는 복음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게’ 됩니다.

문화 콘텐츠의 가장 큰 장점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상상력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킹 오브 킹스>는 ‘신앙 정체성’을 극장이라는 ‘공공의 공간’에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은 『예언자적 상상력』에서 상상력이 억압적 현실과 단절된 대안적 세계를 열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습니다. 신앙 언어가 공적 공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런 대안의 상상력, 즉 ‘이미 우리 안에 있으나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 곧 하나님 나라의 문을 여는 것이 필요합니다. C. S. 루이스는 『나니아 연대기』 같은 작품을 통해 상상력이 신앙 형성에 얼마나 강력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상상력은 단순히 꾸며낸 거짓이 아니라, 현실의 더 깊은 차원을 깨닫고 하나님의 현실을 감각하게 하는 통로입니다. 또한 교리와 기독교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음으로 ‘초대하는 언어’로 번역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예수님께서 비유와 이야기로 말씀하셨던 것처럼, 우리가 지금 보지 못하는 하나님 나라를 꿈꾸게 하고 기대하게 하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기독교 콘텐츠가 성경과 다르게 표현될 때 종종 ‘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는 창작자의 해석과 상상력이 반영된 문화적 결과물이며, 성경(정경)과는 그 권위와 성격이 다릅니다. 기독교 콘텐츠는 성경의 내용과 신학을 자신의 해석학적 관점이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담아냅니다. 때로 기독교인의 삶 속에서 다양한 문화적 실천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해석이 성경의 본질을 어떻게 드러내며, 오늘의 언어로 복음을 어떻게 번역해 내는가에 있습니다. 왜곡에 대한 비판이 발생할 때, 우리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재현의 정확성’보다 복음의 본질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분별하는 것입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다양성의 시대에, 기독교 콘텐츠는 오직 재미로만 봐야 한다거나 성경을 문자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시선을 넘어서, 신앙적, 문화적 해석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기독교 역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특정 시대와 특정 문화의 언어로 ‘번역’해 온 역사나 다름없습니다. 예수님은 유대인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으며, 유대의 문화와 언어 속에서 살아가셨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말씀하실 때도 당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 ‘비유’를 통해 풀어내셨습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씨 뿌림의 비유’로, 물고기를 낚는 어부였던 이들에게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는 부르심을 주셨습니다. 마르틴 루터는 라틴어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함으로써, 복음이 소수의 성직자나 신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접할 수 있는 말씀임을 몸소 실천했습니다. 한국교회도 초기 평안도 방언이 반영된 <예수셩교젼셔>를 시대의 변화와 표준어 맞춤법에 맞춰 여러 차례 개정하고,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한글성경까지 출간하며 복음의 언어를 계속 새롭게 다듬어 왔습니다. 


복음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그 표현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번역되어 왔으며, 지금도 유튜브와 OTT, SNS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영상, 음악, 언어, 이야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번역되고 있습니다. 복음은 특정 언어에 갇히지 않으며, 언제나 그 시대의 삶의 자리를 반영하는 문화적 그릇에 담기면서 공적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하나님의 진리는 인간의 모든 시도와 표현들, 이야기와 상상력을 뛰어넘어 역사하시며 동시에 그 모든 것을 통해 말씀하시고 일하십니다. 그렇기에 기독교는 언제나 새롭게 번역되고 다시 말해져야 합니다.



경계를 넘어 ‘우리’의 언어가 ‘모두’의 언어가 되는 길

오늘날 하나님의 선교는 교회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영상, 애니메이션, 음악, 유튜브, SNS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 신앙의 메시지가 사회와 공유되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선교적 장이 되고 있습니다.


기독교인의 공공신학적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 속 복음의 메시지를 읽고 해석하는 눈, 타자의 목소리를 듣는 귀, 신앙 언어를 공통의 언어로 번역하며 소통하는 입을 갖추는 일입니다. 이 과정이 있을 때 신앙 언어는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공공의 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모두’의 언어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복음을 우리의 방식대로가 아니라, 세상에 귀 기울이고 공통의 접점을 찾아 소통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를 오늘의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해석하고, 상상력으로 풀어내야 합니다. 이것이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감당해야 할 공적 사명이며, 미디어 리터러시입니다.




김지혜 책임연구원(문화선교연구원, 장신대(Ph.D., 기독교와문화))

하나님 나라의 관점으로 문화를 읽고 교회와 세상 간에 다리를 놓고자 한다.
지은 책으로 『하나님 나라를 품은 공동체』, 『세상의 선물이 되는 교회』(공저, 크리쿰북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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