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선교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선교’를 생각하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동과 같이 세계 곳곳의 지역들을 떠올립니다. 낯선 언어와 문화를 가진 먼 나라에 가서 복음을 전하는 사역, 헌신된 선교사님들의 이야기 말입니다. 물론 그런 전통적인 선교도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선교는 단지 지리적으로 ‘멀리 있는 곳’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부활 후 승천하시며 제자들에게 마지막 부탁을 하셨죠.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라. 그들에게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어라. 또 내가 너희에게 명령했던 것은 무엇이나 다 그들에게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 28:19-20a, 새한글)
이 대위임령의 말씀은 단순히 ‘멀리 가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좋은 소식이 아직 닿지 않은 삶의 현장(눅 4:43)으로 나아가라는 요청입니다. 이제껏 만나본 적도, 이야기해본 적도 없는 저 멀리의 누군가에게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 ‘지금 여기’ 또한 하나님 나라가 증언되어야 할 선교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하나님 나라의 좋은 소식이 전해져야 할 곳은 어디인가요? 이렇게 질문을 바꿔볼 수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어디인가요?
디지털 공간, 미디어가 전하는 것들
전 세계에서 유튜브를 가장 오래 보는 나라가 어딘지 아시나요? 바로 우리나라입니다.1) 유튜브 외에도 각종 영상 시청, 카카오톡, 인스타그램과 각종 SNS, 검색, 온라인 게임, 이북 독서 등 우리의 일상 대부분이 디지털 공간에서 이루어집니다. 사진과 영상을 찍어 공유하고, 생각을 이야기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우리는 나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갑니다. 이제 스마트폰 화면 너머 디지털 공간은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감정을 나누고, 서로 연결된 세계가 되었습니다.
이 디지털 공간은 ‘미디어’(media)라는 매개체를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미디어란 단어는 라틴어 ‘medium’(중간, 매개체)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입니다. 흔히 미디어라면 TV, 신문, 전화, 유튜브, SNS 같은 것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미디어는 동굴벽화나 상형문자 등 인류 문명의 시작부터 함께해왔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책, 설교, 성경 등도 미디어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매개된 말씀, 곧 미디어를 통해 인간과 소통하셨습니다. 구약의 선지자들은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살아있는 ‘인간 미디어’였고, 성경은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기록 미디어’입니다. 오래 전 구술 전승으로 전해지던 말씀은 양피지에 적히고, 구텐베르크 인쇄술을 통해 모든 이들이 읽을 수 있는 성경책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의 발전으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 유튜브 콘텐츠나 SNS, 숏폼 영상과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 이야기들은 무엇을 전하고 있을까요? 디지털 공간에서 복음은 여전히 들릴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다른 이야기들이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는 않나요?
1) ‘We are social & Meltwater’ 자료에 의하면 2024년 11월 기준 우리나라는 유튜브를 월 평균 2,606분 시청해 태국(2,534분), 일본(1,991분)보다 앞서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 유튜브를 시청하는 나라로 조사되었습니다.
디지털 공간, 하나님의 선교가 필요한 자리
20세기 후반, 교회와 선교에 대한 관점을 크게 변화시켰던 논의가 있습니다. 선교는 교회가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세상을 회복하기 위해 행하시는 것이며 교회는 그 부르심에 참여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를 ‘하나님의 선교’라고 부릅니다. 하나님의 관점에서 선교를 바라본다면, 교회는 목적이 아니라 도구입니다. 하나님은 교회를 세우기 위해 세상을 존재하도록 하시지 않고 오히려 세상을 회복시키기 위해 교회를 부르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이 일하시는 세상 속으로 파송받은 공동체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디지털 세계는 하나님의 선교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넘쳐나 무엇이 옳은지 분별하기 어려우며 자극적이고 때로 왜곡되고 위험한 이 공간에서도 하나님은 일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지금 이 시대의 문화와 기술 안에서도 진리를 들려주십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응답하고 있느냐입니다.
리처드 니버라는 신학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스라엘 역사나 초대 기독교공동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물었던 것은 “무엇이 우리의 목표인가?”나 “무엇이 근본적인 율법인가?”가 아니라 “도대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2)였다고 말입니다. 어떤 행동을 하기에 앞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해석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질문은 오늘의 그리스도인과 교회에게 동일하게 필요합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2) Richard Niebuhr, The Responsible Self, 정진홍 역, 『책임적 자아』(서울: 한국장로교출판사, 2012), 90.
하나님의 선교와 미디어 리터러시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단지 기술적인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분별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스도인은 미디어 사용을 무조건 부정하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미디어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할 것인가’ 물어야 합니다. 이를 그리스도인의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단순히 콘텐츠를 선별하고 소비하는 능력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해석하고, 그 메시지를 둘러싼 구조를 이해하며, 어떤 이야기를 따를 것인지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신앙의 실천입니다. 하나님의 시선으로 미디어를 읽고 공동선과 진리, 사랑과 정의라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에 따라 응답하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인들이 갖춰야 할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입니다.
최근 화제였던 두 편의 K-애니메이션은 디지털 공간 속 하나님이 선교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바로 기독교 애니메이션 <킹오브킹스>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입니다.
극장 개봉작인 <킹오브킹스>는 부활절 시즌 북미에서 영화 <기생충>보다 흥행한 한국영화로 주목받았습니다. 내용은 아서 왕을 동경하는 꼬마 윌터가 진정한 왕이신 예수님의 생애에 참여하는 여정입니다. 윌터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여행에 동행해 다양한 사건들을 목격하면서 복음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복음은 이처럼 디지털 미디어의 언어를 입고 새롭게 들려질 수 있습니다. <킹오브킹스>에는 복음이 주는 감동이 그리스도인들만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디지털 선교의 확장 가능성을 위한 상상력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기독교적 언어는 들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청년들의 갈망을 확인할 수 있는 대중문화적 서사입니다. 케이팝 아이돌 그룹이 악귀와 싸우는 퇴마 히어로물로서, 이미지 관리가 생존인 아이돌이자 영웅인 주인공이 내면의 어둠을 직면하면서 악귀를 몰아내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 이야기입니다. 음악적 완성도가 뛰어나고 전통과 현대의 절묘한 조화와 고증에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에서 정체성 혼란과 진정한 자아 회복에 대한 갈망, 정의롭고 안전한 세상을 향한 소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청년들은 비기독교적으로 구성된 일종의 ‘구원의 이야기 구조’를 통해, 재미 이상으로 자기 수용과 회복이라는 정서적 해방을 경험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물을 수 있습니다. ‘왜 기독교 복음은 더 이상 그 정서적 해방의 첫 선택지가 아닌가?’ ‘이들의 갈망과 관심사는 어떻게 하나님 나라와 연결될 수 있을까?’하고 말입니다.
<킹오브킹스>가 복음을 ‘안에서’ 새롭게 말하는 방식이라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복음을 ‘밖에서’ 요청하며, 그 복음이 들어가야 할 틈을 드러냅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둘 사이에서 하나님 나라의 진리를 어떻게 증언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그리스도인에게 요청되는 미디어 리터러시이자 선교적 상상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묻는 니버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 질문은 디지털 공간 안에서 다음과 같이 더욱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나를 어디로 이끄는가?’
‘이 영상은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어떻게 연관되는가?’
‘어떤 언어가 하나님의 진리와 가깝게, 혹은 멀어지게 하는가?’
‘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갈망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은 디지털 시대에 복음이 새롭게 증언되어야 하는 선교적 응답에 선행되어야 할 것들입니다.
마무리하며
리처드 마우는 그리스도인이 이 세상을 살아갈 때,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일반 은총을 통해 세상과 교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교회를 통해서도 일하시지만, 교회 밖 문화 속에서도 일하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안에서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길 원하십니다. 디지털 공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미디어 콘텐츠의 소비자가 아니라 신실한 미디어 실천으로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여야 합니다. 진리의 말씀이 더 넓게 들려지고, 거짓이 분별되며, 사랑과 정의, 생명과 평화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입니다.
김지혜 책임연구원(문화선교연구원, 장신대(Ph.D., 기독교와문화))
하나님 나라의 관점으로 문화를 읽고 교회와 세상 간에 다리를 놓고자 한다.
지은 책으로 『하나님 나라를 품은 공동체』, 『세상의 선물이 되는 교회』(공저, 크리쿰북스)가 있다.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선교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선교’를 생각하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동과 같이 세계 곳곳의 지역들을 떠올립니다. 낯선 언어와 문화를 가진 먼 나라에 가서 복음을 전하는 사역, 헌신된 선교사님들의 이야기 말입니다. 물론 그런 전통적인 선교도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선교는 단지 지리적으로 ‘멀리 있는 곳’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부활 후 승천하시며 제자들에게 마지막 부탁을 하셨죠.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라. 그들에게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어라. 또 내가 너희에게 명령했던 것은 무엇이나 다 그들에게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 28:19-20a, 새한글)
이 대위임령의 말씀은 단순히 ‘멀리 가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좋은 소식이 아직 닿지 않은 삶의 현장(눅 4:43)으로 나아가라는 요청입니다. 이제껏 만나본 적도, 이야기해본 적도 없는 저 멀리의 누군가에게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 ‘지금 여기’ 또한 하나님 나라가 증언되어야 할 선교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하나님 나라의 좋은 소식이 전해져야 할 곳은 어디인가요? 이렇게 질문을 바꿔볼 수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어디인가요?
디지털 공간, 미디어가 전하는 것들
전 세계에서 유튜브를 가장 오래 보는 나라가 어딘지 아시나요? 바로 우리나라입니다.1) 유튜브 외에도 각종 영상 시청, 카카오톡, 인스타그램과 각종 SNS, 검색, 온라인 게임, 이북 독서 등 우리의 일상 대부분이 디지털 공간에서 이루어집니다. 사진과 영상을 찍어 공유하고, 생각을 이야기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우리는 나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갑니다. 이제 스마트폰 화면 너머 디지털 공간은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감정을 나누고, 서로 연결된 세계가 되었습니다.
이 디지털 공간은 ‘미디어’(media)라는 매개체를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미디어란 단어는 라틴어 ‘medium’(중간, 매개체)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입니다. 흔히 미디어라면 TV, 신문, 전화, 유튜브, SNS 같은 것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미디어는 동굴벽화나 상형문자 등 인류 문명의 시작부터 함께해왔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책, 설교, 성경 등도 미디어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매개된 말씀, 곧 미디어를 통해 인간과 소통하셨습니다. 구약의 선지자들은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살아있는 ‘인간 미디어’였고, 성경은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기록 미디어’입니다. 오래 전 구술 전승으로 전해지던 말씀은 양피지에 적히고, 구텐베르크 인쇄술을 통해 모든 이들이 읽을 수 있는 성경책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의 발전으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 유튜브 콘텐츠나 SNS, 숏폼 영상과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 이야기들은 무엇을 전하고 있을까요? 디지털 공간에서 복음은 여전히 들릴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다른 이야기들이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는 않나요?
1) ‘We are social & Meltwater’ 자료에 의하면 2024년 11월 기준 우리나라는 유튜브를 월 평균 2,606분 시청해 태국(2,534분), 일본(1,991분)보다 앞서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 유튜브를 시청하는 나라로 조사되었습니다.
디지털 공간, 하나님의 선교가 필요한 자리
20세기 후반, 교회와 선교에 대한 관점을 크게 변화시켰던 논의가 있습니다. 선교는 교회가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세상을 회복하기 위해 행하시는 것이며 교회는 그 부르심에 참여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를 ‘하나님의 선교’라고 부릅니다. 하나님의 관점에서 선교를 바라본다면, 교회는 목적이 아니라 도구입니다. 하나님은 교회를 세우기 위해 세상을 존재하도록 하시지 않고 오히려 세상을 회복시키기 위해 교회를 부르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이 일하시는 세상 속으로 파송받은 공동체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디지털 세계는 하나님의 선교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넘쳐나 무엇이 옳은지 분별하기 어려우며 자극적이고 때로 왜곡되고 위험한 이 공간에서도 하나님은 일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지금 이 시대의 문화와 기술 안에서도 진리를 들려주십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응답하고 있느냐입니다.
리처드 니버라는 신학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스라엘 역사나 초대 기독교공동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물었던 것은 “무엇이 우리의 목표인가?”나 “무엇이 근본적인 율법인가?”가 아니라 “도대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2)였다고 말입니다. 어떤 행동을 하기에 앞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해석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질문은 오늘의 그리스도인과 교회에게 동일하게 필요합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2) Richard Niebuhr, The Responsible Self, 정진홍 역, 『책임적 자아』(서울: 한국장로교출판사, 2012), 90.
하나님의 선교와 미디어 리터러시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단지 기술적인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분별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스도인은 미디어 사용을 무조건 부정하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미디어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할 것인가’ 물어야 합니다. 이를 그리스도인의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단순히 콘텐츠를 선별하고 소비하는 능력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해석하고, 그 메시지를 둘러싼 구조를 이해하며, 어떤 이야기를 따를 것인지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신앙의 실천입니다. 하나님의 시선으로 미디어를 읽고 공동선과 진리, 사랑과 정의라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에 따라 응답하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인들이 갖춰야 할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입니다.
최근 화제였던 두 편의 K-애니메이션은 디지털 공간 속 하나님이 선교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바로 기독교 애니메이션 <킹오브킹스>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입니다.
극장 개봉작인 <킹오브킹스>는 부활절 시즌 북미에서 영화 <기생충>보다 흥행한 한국영화로 주목받았습니다. 내용은 아서 왕을 동경하는 꼬마 윌터가 진정한 왕이신 예수님의 생애에 참여하는 여정입니다. 윌터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여행에 동행해 다양한 사건들을 목격하면서 복음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복음은 이처럼 디지털 미디어의 언어를 입고 새롭게 들려질 수 있습니다. <킹오브킹스>에는 복음이 주는 감동이 그리스도인들만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디지털 선교의 확장 가능성을 위한 상상력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기독교적 언어는 들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청년들의 갈망을 확인할 수 있는 대중문화적 서사입니다. 케이팝 아이돌 그룹이 악귀와 싸우는 퇴마 히어로물로서, 이미지 관리가 생존인 아이돌이자 영웅인 주인공이 내면의 어둠을 직면하면서 악귀를 몰아내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 이야기입니다. 음악적 완성도가 뛰어나고 전통과 현대의 절묘한 조화와 고증에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에서 정체성 혼란과 진정한 자아 회복에 대한 갈망, 정의롭고 안전한 세상을 향한 소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청년들은 비기독교적으로 구성된 일종의 ‘구원의 이야기 구조’를 통해, 재미 이상으로 자기 수용과 회복이라는 정서적 해방을 경험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물을 수 있습니다. ‘왜 기독교 복음은 더 이상 그 정서적 해방의 첫 선택지가 아닌가?’ ‘이들의 갈망과 관심사는 어떻게 하나님 나라와 연결될 수 있을까?’하고 말입니다.
<킹오브킹스>가 복음을 ‘안에서’ 새롭게 말하는 방식이라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복음을 ‘밖에서’ 요청하며, 그 복음이 들어가야 할 틈을 드러냅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둘 사이에서 하나님 나라의 진리를 어떻게 증언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그리스도인에게 요청되는 미디어 리터러시이자 선교적 상상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묻는 니버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 질문은 디지털 공간 안에서 다음과 같이 더욱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나를 어디로 이끄는가?’
‘이 영상은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어떻게 연관되는가?’
‘어떤 언어가 하나님의 진리와 가깝게, 혹은 멀어지게 하는가?’
‘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갈망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은 디지털 시대에 복음이 새롭게 증언되어야 하는 선교적 응답에 선행되어야 할 것들입니다.
마무리하며
리처드 마우는 그리스도인이 이 세상을 살아갈 때,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일반 은총을 통해 세상과 교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교회를 통해서도 일하시지만, 교회 밖 문화 속에서도 일하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안에서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길 원하십니다. 디지털 공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미디어 콘텐츠의 소비자가 아니라 신실한 미디어 실천으로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여야 합니다. 진리의 말씀이 더 넓게 들려지고, 거짓이 분별되며, 사랑과 정의, 생명과 평화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입니다.
김지혜 책임연구원(문화선교연구원, 장신대(Ph.D., 기독교와문화))
하나님 나라의 관점으로 문화를 읽고 교회와 세상 간에 다리를 놓고자 한다.
지은 책으로 『하나님 나라를 품은 공동체』, 『세상의 선물이 되는 교회』(공저, 크리쿰북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