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문화 읽기책 <고통의 곁에 우리가 있다면> 리뷰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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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기 위하여


‘트라우마’라는 말이 대중적으로 익숙해졌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개인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민감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 그만큼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사회는 분명 진보하고 나아지는 것 같지만, 그 후유증도 분명 있는 것 같다.

트라우마는 개인이 경험하기도 하지만, 사회 전체에게 집단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작년에 있었던 10.29 참사에서, 가장 가까이는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에서. 너무나 귀한 생명들이 세상을 떠났고, 살아남은 이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상처가 남았다. 한 개인의 고통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가 함께 아파하고 고통받는 것, 우리는 사회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귀국해서 보니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이곳저곳에서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습니다.…재난과 트라우마를 연구하고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로서 우리사회에 번져가는 고통의 목소리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통의 곁에 우리가 있다면』의 저자 채정호는 현재 서울성모병원에서 트라우마 및 정서장애를 치료·연구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전문가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트라우마가 우리 사회에, 우리 곁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알려주고,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이들의 이야기를 마음에 와닿도록 풀어내고 있다. 소방관, 성매매 경험자, 지하철 기관사, 산업재해 피해자 등 직업과 관련되어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이 이야기도 담겨 있다. 그리고 성수대교 참사로 시작해서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우리 사회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사회적 참사도 트라우마 전문가이자 동반자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특히 위계적 억압과 폭력 또는 성폭력 피해자가 겪게 되는 트라우마도 책 곳곳에서 다루고 있는데,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고통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저자는 책의 3장에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관계적으로,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한다. 핵심은 ‘함께함’이다. 고통의 곁에 머무는 것, 트라우마를 겪는 이가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도록 함께하는 것이다. 고통받는 이의 마음을 알고자 노력하고, 적극적으로 고통을 함께 견디고, 회복을 돕기 위해 함께 반응하고 행동하는 것, 전 세계와 우리 사회에 시급하게 주어진 과제이다.

 

“트라우마는 누군가 곁에 있을 때, 치유가 시작됩니다. 어렵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 ‘고통의 곁’에 머무르는 것입니다.…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낄 때,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 회복과 치유로 향해 갑니다.”

 

고통의 현장에 계시고 함께 고통당하시는 하나님. 전 세계를 휩쓴 전쟁 이후에, 수많은 재난과 참사 이후에, 우리가 갖게 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다. 그리고 하나님이 계신 현장에서 함께하며 주님의 뜻을 이루는 것, 우리의 소명일 것이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김용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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