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문화 읽기주보라 프로그래머가 Pick한 영화 <다 잘된거야> - "끝을 욕망하고 죽음을 희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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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된 거야 |  프랑스 | 드라마 | 113분 | 2022년 9월 개봉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병원으로 뛰어간 딸 ‘엠마뉘엘’. 뇌졸중으로 쓰러진 노년의 아버지 ‘앙드레’는 오른쪽 신경이 마비되기 시작했고 이전과 달리 움직임이 불편해졌지만, 다행스럽게도 위험한 상황은 겨우 넘긴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그래도 상당히 건강을 회복했다고 여겨지는 아버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더욱 청천벽력이다. 그 말을 아주 짧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스위스에 가고 싶으니 도와다오.”

죽다 살아났으니 인생 2막, 아니 3막을 감사한 마음으로 살기 위하여 스위스에 가서 광활한 자연을 목도하고 그 아래에서 대담한 레저 스포츠를 즐기고 싶구나, 같은 말이라면 참 좋았을 것이다. 아버지가 딸에게 요구한 것은 그보다 더 욕심 가득한 것이었다. 자신의 삶을 끝내게 해 달라는 것.


끝을 욕망하고 죽음을 희망하다.

‘엠마뉘엘’과 그녀의 동생 ‘파스칼’은 그런 아버지로 인해 슬픔을, 답답함을, 애틋함을, 또 분노를 느끼며 함께 고민한다. 아버지를 설득하기도 하고, 내심 아버지가 마음을 바꾸진 않을까 기대하기도 한다. 이미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마음 한편에 품고 사는 자매에게 이 새로운 과제는 더욱 무거운 짐이다. 그러나 오히려 장난스러운 태도로 일관하는 아버지는 담담하게 변함없는 자세로 같은 요구를 한다. 삶을 끝내게 해 다오.

‘엠마뉘엘’과 ‘파스칼’은 그런 아버지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아버지가 원하는 ‘그 선택’을 위하여 정보를 찾기 시작한다. 스위스에 있는 한 단체를 알아내어 연락하고, 비용과 방법에 대하여 조사한다. 마치 회사의 프로젝트를 하나 해결하듯, 아버지와 함께 모여 앉아 일정을 의논하고 필요한 자료를 구비하고 소식을 공유할 사람을 정하는 과정에서는 블랙 코미디(Black Comedy)적인 유머가 돋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는 분명 ‘존엄사’에 대해 다룬 영화다. 아니, 아버지 ‘앙드레’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면, 엄밀히 말해 ‘안락사’라고 해야 옳다. ‘앙드레’는 단순히 연명 치료를 중단한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약물 투여를 통해 삶을 끝내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사실 교계를 포함한 우리 사회 전반에서는 '존엄사/안락사'에 대한 문제를 반대의 의견으로 보며 엄중하게 다루고 있다. 그래서 굉장히 뜨거운 이슈이기도 한 이 '존엄사/안락사'를 영화는 한 발 물러난 태도로 다루고 있다. 날이 선 토론 장면이나, 가치관의 차이로 대립을 보여주는 장면 같은 건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이 영화는 '죽음'과 '가족'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죽음을 희망하는 아버지를 대하는 두 딸의 마음도, 이런저런 사안을 고려하여 죽음의 날을 정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그 계획을 알렸을 때의 주변의 반응도, 참 ‘현실이라면 정말 그렇겠다,’ 싶게 그려낸다. 게다가 영화의 배경인 프랑스 역시 ‘존엄사/안락사’가 불법이기에 그 실행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들 또한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찬반 토론을 보여주는 영화보다도 더 진지하게 이 문제를 생각해보게 된다. 마치 내가 맞닥뜨린 상황인 것처럼. 영화가 “존엄사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어떤가?”라고 묻는 게 아닌,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라고 물으며 심정을 토로하기 때문이다.


지난 일들을 재해석하고 재정의하다.

영화의 이야기를 쭉 따라간 이후, 다시 영화의 제목을 본다. 

‘다 잘된 거야’라는 말은 언뜻 보기에 순간적으로 ‘다 잘될 거야.’로 읽힌다. 아마 실제로 더 많이 쓰고, 또 그래서 익숙한 말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 잘될 거야.’라는 말은 희망의 말이다. 상대에게 전하는 격려와 응원이 담겨있고, 제발 그렇게 되길 비는 마음도 담겨있다. 반면 ‘다 잘된 거야.(Everything Went Fine)’라는 말은, 지난 일에 대한 재해석이고 재정의 이다.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여 주장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다 잘된 거야>라는 제목을 통해 아버지 ‘앙드레’의 선택도, 딸 ‘엠마뉘엘’의 선택도 모두 다 잘된 것이라고 말해준다. 지난 삶을 긍정하고, 고개를 끄덕여준다.

삶을 이루는 작고 사소한 선택부터 아주 커다란 선택까지, 우리는 그런 선택들을 하나씩 지나며 각각이 어땠는지 돌아본다. 나아가 먼 훗날 우리의 삶 자체까지도, 우리는 돌아볼 것이다. 잘못되었다고, 모두 엉망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고, ‘다 잘된 거야.’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 끝에 도달했을 때 우리는 하나님 앞에 서서 최종적인 재해석과 재정의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그날이 두려울 수 있지만, 동시에 그날이 기대되기도 한다.

존엄사/안락사 이슈 자체보다는 나이 듦과 질병, 이별과 가족에 집중한 영화, <다 잘된 거야>는 결국 특별한 소재를 통해 또 한 번 삶을 이야기한다. 냉정할 것 같지만 따뜻하고, 기이한 듯하지만 익숙할 것이다.


글. 주보라 프로그래머 (필름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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