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꽃이 피었습니다'드라마가 끝난 후 시작되는 외뿔 고래와 흰 고래들의 이야기'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고

202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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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가지고 함께 수다 꽃을 피워보려고 모여 봤습니다. 많은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우영우 신드롬'까지 만들어낸 드라마였는데요. 먼저 오늘 함께 이야기를 나눠주실 두 분을 초대했는데.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진영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영락 사회복지재단과 영락교회 발달장애 부서를 담당하고 있는 진영채 목사입니다. 영락 사회복지재단 안에는 영·유아, 아동, 장애인, 미혼모, 노년층 이렇게 다섯 개의 분과로 나뉘어서 그분들에게 필요한 복지를 제공하는 곳이에요. 주중에는 목양적인 필요에 따라 사역을 하고 있고, 주일에는 아동부터 성인까지 함께 있는 발달장애 부서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어요.


조은애: 안녕하세요~ 저는 연동교회에서 유아부를 담당하고 있는 조은애 목사입니다. 현재는 6살 된 아들을 키우고 있어요. 작년 초, 아들이 자폐 스펙트럼이 있다는 진단을 받아서 현재는 아이 발달치료에 전념하면서 지내는데요. 일주일 내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죠. 언어치료, 놀이치료, 감각통합수업에 매주 참여하고 있고, 아이가 새로운 경험을 통해 에너지를 표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자주 여기저기 다니며 지내요.


임주은: 네 반갑습니다~ 저는 문화선교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고, 주말에는 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있는 임주은 목사입니다.

<수다를 위해 잠실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진영채'목사, '조은애'목사, '임주은' 목사>

오늘 저희가 모인 이유는, 신생 케이블 채널임에도 불구하고 15.8%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로 자리매김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기 위해서예요. 그래서 오늘은, <우영우>의 애청자이자 동시에 실제 삶 속에서 ‘장애’를 직면하고 또 고민하며 살아가는 목회자분들을 모셔봤어요. 함께 <우영우>가 사랑받는 이유, 대중들에게 끼친 영향력, 그리고 그 안에서 한국교회가 읽어내면 좋을 메시지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먼저, 여러분들은 드라마 <우영우>를 어떻게 보셨나요? <우영우>를 시청하게 된 계기나 본인이 느끼는 <우영우>의 매력이 무엇인지 들려주세요.


진영채: 전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편인데, 제 유튜브 알고리즘이 주로 ‘장애’, ‘자폐’와 관련된 것들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드라마 <우영우>의 클립 영상이 뜬 것을 보다 정주행 하게 됐어요. 사실 처음에 <우영우>가 방영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접했을 땐, ‘고기능 자폐인’을 통한 성공신화를 그려 자폐인에 대한 편견을 더 강화시키게 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있었어요. 그런데 <우영우>만의 남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저는 이 드라마가 발달장애인 당사자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지만, 주로 발달장애인 주변인에 대한 태도를 다루고 있다는 게 좋았어요. 각 사람마다, 상황마다 자폐인을 대하는 태도가 다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매 회마다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키면서 시선의 다양함을 잘 보여주더라고요. 장애인을 대하는 비장애인의 태도 또한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명칭만큼 굉장히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조은애: 저는 아무래도 제 삶에서 일어나는 일과 닮은 드라마여서 관심을 갖고 보게 됐어요. 3화까지 보는데, 정말 발달장애 자녀를 둔 가족으로써 디테일 하나하나에 놀랍도록 공감했어요. 영우가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기 전 아버지가 “아이가 눈을 마주치지 않아요”,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아요”라고 고민하는 부분이나, 함께 집 안에 있어도 아이가 부모의 감정에 전혀 관심 갖지 않아서 아버지가 외로워하는 장면들이 특히 와닿았어요. 그러면서 영우 아버지가 영우를 대하는 모습에 주로 관심을 두며 드라마를 보게 됐어요. ‘어떻게 하면 나도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함께요.

<3화의 한 장면>


임주은: 저 같은 경우는, 자폐인을 포함한 장애인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채로 드라마를 접했는데요. 매 회마다 혼나는 마음으로 시청했던 것 같아요. 제가 가지고 있던 좁은 시각이나 편견, 왜곡된 사고방식들을 반추하게 됐어요. 단순히 제 머릿속에 장애에 대한 연민이나 시혜를 더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인식들이 부서지고, 비워지고, 확장되는 배움의 시간이었어요.

또 개인적으로는, 모든 캐릭터들이 가진 모호함과 불분명성이 좋았어요. 사실 ‘정명석’, 변호사, 친구 ‘동그라미’, 동료 ‘최수연’ 변호사, ‘이준호’라는 캐릭터 자체는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판타지이긴 하잖아요. 그런데 정명석도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졌었고, 심지어 불의한 일이라도 조직의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하는 딜레마를 가진 인물이라는 점. 또 최수연 변호사는 실력은 좋지만, 때로는 부장판사 아버지라는 배경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사람이었어요. ‘권민우’ 변호사는 불의한 면모가 있음에도, 가난과 경쟁이라는 환경 속에서 또 다른 피해자로 비춰지기도 했고요. 저는 <우영우>가 그리는 인간의 ‘선’과 ‘악’의 애매모호함이 오히려 현실 세계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자, 그러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여러분들에게 특별히 와닿은 명장면&명대사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그 이유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진영채: 저는 3화 ‘펭수로 하겠습니다’ 편에서 중증 자폐인 ‘김정훈'의 어머니가 영우에게 한 말, 그리고 그 이후 영우의 독백이 기억에 남아요.

“참 못난 말인 거 아는데, 변호사님 보니까 우리 부부 마음이 좀 복잡했어요. 변호사님도 정훈이도 똑같은 자폐인데 둘이 너무 다르니까..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자폐가 있어도 머리 좋은 경우가 종종 있다고 듣기 했는데, 이렇게 실제로 보니까 마음이 이상했어요. 왜, 자폐는 대부분 우리 정훈이 같잖아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같기에는 너무 오래 걸리잖아요.”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80년 전만 해도 나와 김정훈 씨는 살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지금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피고인을 다른 스펙트럼의 자폐인으로 등장시키면서, 드라마가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진단명에 대해 설명해주는 방식이 정말 좋았어요. 이전까지 장애인을 집단화해서 이해하고 있었던 시청자들의 천편일률적인 이해를 깨 주는 장면이었어요.

그리고 9화 ‘피리 부는 사나이’ 편도 정말 기억에 남았어요. 올해가 ‘어린이날’ 100주년이었잖아요. 어린이날은 어른들로 하여금 무시당해왔던 어린이들을 존중의 대상으로 인식을 전환하자고 약속한 날이에요. 그런데 작가는 100년이 지나도 허울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사회의 인식들, 더 나아가 어른들에 의한 입시 중심의 일면적인 대한민국의 교육문화를 꼬집고 있었어요. 사실 ‘방구뽕’이 한 행동이 고범죄에 속하는 것은 맞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에서는 사건에 대한 판결은 보여주지 않았어요. 결론을 유보하고 시청자들에게 맡겨서 더 깊이 생각해보게끔 만든 것 같아서 좋았어요.


조은애: 저는 6화 ‘내가 고래였다면..’ 편에서 영우가 말한 고래 사냥법에 대한 대사가 기억에 남았어요.

“고래 사냥법 중 가장 유명한 건 새끼부터 죽이기야. 연약한 새끼에게 작살을 던져 새끼가 고통스러워하며 주위를 맴돌면 어미는 절대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대. 아파하는 새끼를 버리지 못하는 거야. 그때 최종 목표인 어미를 향해 두 번째 작살을 던지는 거지. 고래들은 지능이 높아. 새끼를 버리지 않으면 자기도 죽는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래도 끝까지 버리지 않아. 만약 내가 고래였다면, 엄마도 날 안 버렸을까?”

마치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엄마로서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아이를 떠나지 못하는 엄마인 저의 모습을 말해주는 듯해서 와닿았어요. 더불어 10화 ‘손잡기는 다음에’ 편에서 등장한 지적 장애인의 엄마가 한 대사도 엄청 공감했죠.

“나는요, 이 거지 같은 세상에서 우리 혜영이 지켜야 돼요. 순진하고 만만하다 싶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우리 애 몸이고 돈이고 마음이고 다 뽑아먹으려는 나쁜 새끼들한테서 우리 새끼 어떻게든 지켜야 된다고요! 그런 엄마 마음도 모르면서, 뭐요? 장애인의 사랑할 권리? 지금 감히 누구 앞에서 자폐 타령, 장애 타령을 합니까? 우리 애 장애랑 당신 장애랑 같아요? 제발 어쭙잖게 공감대 형상하는 척하지 마요.”

사실, 저도 장애 아이의 부모로서 불쑥불쑥 작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이 장면이 저에게 큰 위로가 됐어요. 아이가 걱정되어 그 곁을 한시도 떠날 수 없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잘 공감해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임주은: 맞아요. 사실 <우영우>에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될만한 장면들이 간간히 있었어요. 확실히 작가가 이런 논란이나 갈등이 될 만한 상황들, 장애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와 담론들을 일부러 극에 녹여내고 있는 것 같았어요. 시청자들로 하여금 때로는 공감하게 하지만, 때로는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그래서 반대 의견을 말하고 싶게 만드는 느낌이었어요. 마치 ‘장애인 당사자, 그 가족들, 동료들이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현실은 이토록 복잡하고 어렵다’, ‘때로는 보편적인 상식에서 벗어나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장치였던 것 같기도 해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은 장면은 5화 ‘우당탕탕vs권모술수’ 편 마지막 부분이에요. 이화atm의 황 부장이 영우의 사무실에 ‘변호사 윤리강령’을 떼고 , 일명 ‘돈 들어오는 그림’인 해바라기 그림을 걸어주었잖아요. 그런데 모든 사건이 다 끝난 후, 영우가 해바라기 그림을 떼고 그 자리에 다시 변호사 윤리강령 액자를 붙이는 게 아니라, 금강atm 사장이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붙이더라고요. 그 편지의 내용은 변호사로서의 영우의 윤리성을 비난하며 정의에 호소하는 내용이었어요. 사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직업이나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덕목이나 법들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 있잖아요.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일종의 윤리강령과도 같은 율법이나 성서 해석들이 있죠. 그런데 문제는 실생활에서는 아는 만큼 지키며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에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영우가 윤리강령 대신 자신이 정의롭지 못했던 경험, 그때 만났던 이웃, 그리고 그때 느꼈던 부끄러움을 고스란히 담은 편지를 그 자리에 거는 장면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저 또한 불의에 무너진 현실 속에서 법과 강령만을 추켜세우기보다, 실제 우리의 일상과 이웃의 얼굴을 돌아볼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던 것 같아요.


드라마 <우영우>에 대한 논란이 굉장히 많았는데요. 시작할 때부터 ‘우영우’라는 캐릭터가 우리 사회의 모든 자폐인을 다 대표할 수 없기 때문에, 또다시 파생될 편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있었어요. 여러분들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이 드라마를 보셨는지 궁금해요.


조은애: 저는 <우영우>를 보면서 ‘간접 경험’과 ‘포용’이라는 개념을 생각했어요. 이 드라마는 매 회마다 다양한 사람과 사건들이 등장해요. 그런데 사건마다 재판의 기준과 그 결과가 다 달랐어요. 작가 역시 어느 하나만 ‘정답이다’라고 말하는 대신, 재판으로 대립하는 관계라 하더라도 상대편과 좋은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들, 서로가 서로를 통해 반대편의 입장을 깨닫는 모습들을 계속 보여주더라고요. 저는 <우영우>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사람들과 상황들을 더욱 포용해야 한다는 간접경험을 주는 드라마라고 생각했어요.

최근에 제가 재미있게 읽은 책이 하나 있는데, 이어령의 <보자기 인문학>이라는 책이에요. 여기에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거든요. ‘우리는 보자기의 민족이지, 책가방의 민족이 아니다. 책가방은 네모 모양에 맞춰서 물건을 넣어야 하는데, 보자기는 어떤 물건이든 담으면 그 모양에 맞추어 담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보자기의 문화를 읽고 책가방의 문화에 익숙해져 있지 않은가’ 라고요. 드라마 <우영우>에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었어요. 특별히 로펌이라는 장소는 책가방과도 같은 곳인데, 그 가운데서 보자기와 같은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더욱 다양한 사람들, 사건들이 담길 수 있다는 걸, 포용해야만 한다는 걸 보여준 듯했어요.

그리고 확실히 <우영우> 방영 이후에 달라진 주변 분위기도 있어요. 예전에는 “우리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이 있어요”라고 할 때, 무조건 ‘공격적인 아이’로 여기고 피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면, 요즘은 조금 더 완화된 느낌이 들어요.


<제2회 오티즘 엑스포 티저 영상 (출처: 유튜브 오티즘 엑스포 채널)>

진영채: 확실히 보는 만큼, 들은 만큼, 익숙해진 만큼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저희 부서에서는 최근에 교사들과 함께 ‘2022 오티즘 엑스포’1)라는 곳에 다녀왔거든요. 그곳에 다녀와 보니, 많은 교사 분들이 ‘우리가 단순히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예배의 자리만 제공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는 것을 느끼셨대요. 드라마 <우영우>도 우리 사회에 그런 역할을 조금이나마 해주었다고 생각해요. 작은 예로는, ‘이준호’라는 캐릭터를 통해 ‘포옹의자’의 역할에 대해 알게 된 점이에요. 그 전에는 ‘멜트다운’에 처한 자폐인들을 보면 덩달아 당황하는 게 당연했다면, 이제는 그 순간에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거든요.그리고 오히려, 드라마 <우영우>에 대해 우려하는 당사자들·가족들의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에 미디어가 더 나아진 지점도 있어요. ‘ESTAS’라는 자폐 권리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자폐인 자조모임단체2)가 있어요. 그런데 드라마 <우영우>가 방영되기 전, 이 단체에서 방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었다고 해요. 그 이유는 우영우의 캐릭터 소개에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것은 국제적으로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된 용어이며, 더 나아가 서번트 증후군과 고기능 자폐에 의존한 캐릭터 설정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더 큰 편견을 가지게 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이 계기로, 드라마 제작팀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캐릭터 설정을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용어로 수정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요. 이런 사례들만 보더라도, 드라마를 향한 다양한 목소리들이 굉장히 건설적인 비판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임주은: 맞아요. 사회에서 당사자의 목소리가 지워진 채로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존재들이 있잖아요. 그들이 대중문화 속에서 특정 캐릭터로 표현되게 될 때 시청자들의 인식 속에서는 일반화의 오류가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범죄에 연루된 ‘조선족’이나 ‘탈북민’ 캐릭터들, 예민한 성격을 지닌 ‘비혼 여성’ 등.. 아무리 실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라 해도, 왜곡된 묘사들이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거든요. 그리고 이런 장면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편견을 더 강화시키는 빌미를 주었어요. 그런데 다행인 점은,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대중들의 인식도 점점 달라지고 있어요. 대중들이 먼저 대상화된 캐릭터들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거든요. 특별히, 최근 미디어에는 정형화된 여성상이 아닌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함으로써, 여성의 특정 이미지만 강조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은, 미디어가 대중의 우려와 비판을 받아들인 결과물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우영우>의 등장이 반가워요. 분명 ‘우영우’라는 캐릭터 묘사를 보며 장애 당사자나 가족들이 느끼는 답답함은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를 통해 당사자들 및 가족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다양하게 등장하게 됐고, 그 목소리를 들으려는 대중들이 늘어났어요. 물론 그 목소리는 예전부터 쭉 있어왔지만 사회에서 외면받고 지워져 왔었다는 게 슬픈 현실이었죠. 앞으로도 더 다양한 비판과 그에 따른 다양한 장애인 사례들이 등장했으면 좋겠어요. 이 계기로 미디어 속에서 더 다양한 양상의 장애인 캐릭터들이 묘사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누구도 편견과 대상화에 머물러있지 않고, 대중문화 너머에 있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요.


‘대중문화의 힘’을 생각하다 보니 이런 이야기도 나누어보고 싶은데요. 드라마 <우영우>에는 장애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각 에피소드마다 오늘날 사회에서 문제 되고 있는 ‘동물권’, ‘생태 파괴’, ‘성차별’, ‘2030 세대 공정 이슈’ 등 다양한 주제들이 등장했는데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셨나요?


조은애: 요즘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K콘텐츠가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데 최근에 흥행을 한 드라마·영화들을 보면 자극적인 소재가 많았어요. 세상의 잘못된 질서와 인간 내면의 악함을 전면에 내세워서 대중들의 시선을 확실하게 끄는 장면들이 많았죠. 정말 좋은 작품들이었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이런 콘텐츠를 접하는 청소년·어린아이들은 작품 속에 담긴 인문학적 메시지를 고민하기 어렵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무비판적으로 자극적인 장면들을 수용하고 즐기는 게 전부이지 않을까?’ 반면 <우영우>는 아주 조금이나마 이 작품을 접하는 아이들에게도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 콘텐츠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매 회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생각하고 고민해 볼 담론들을 던져주잖아요.. 그래서 저는 ‘넷플릭스’에서 <우영우>가 상위권에 오르면서 K콘텐츠의 서사나 연출 방식의 판도가 바뀌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어요.


임주은: 저는 7-8화 ‘소덕동 이야기’와 13화 ‘제주도의 푸른밤’ 편에서 언급했던 훼손된 땅의 이야기, 그리고 거의 모든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고래’ 이야기를 통해서 생태 위기 문제에 더 관심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이런 주제들은 지금껏 인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여겨져서 그 심각성이 더디게 다가오던 것들이잖아요. 그런데 이 드라마가 생태위기가 인간과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인지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역할을 해주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권모술수 ‘권민우’라는 캐릭터를 통해 이 사회에 만연해 있는 청년 세대의 공정 이슈를 흥미롭게 풀어준 점도 좋았어요. 권민우를 절대적 악으로만 상정하는 게 아니라, 그가 그런 방식으로 생각하고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주변의 환경들, 시대의 분위기도 (아주 조금) 다뤄줬잖아요. 그가 하는 말이 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과연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가치인가?’ 에 대해 고민해 볼 지점을 던져줬어요.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권민우의 갈등을 해소시킨 지점이 바로 ‘최수연’과 생긴 이성 간의 호감, 그리고 그 감정으로 인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일종의 다짐이었다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전형적이고 갑작스러운 서사이기도 한데, 한편으론 굉장히 사실적이고 확실한 힘을 가진 서사라는 생각도 했어요!

진영채: 결국 사랑인가 봐요ㅎㅎ 그런데 ‘공정성’이라는 게 진짜 사회적으로 어려운 문제이긴 해요. 권민우라는 캐릭터도 경쟁을 통해 궤도에 오른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정명석’이라는 상사나 ‘우영우’라는 동료가 없다면 자연스럽게 그 가치관 그대로 더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될 거고요. 그게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이죠. 그런데 저는 12화 ‘양쯔강 돌고래’ 편에 나왔던 인권 변호사 ‘류재숙’ 캐릭터에게 그 실마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의 사무실은 대형 로펌들과는 다르게 상가에 위치해 있고, 그 성과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듯하지만 단 한 명의 억울한 목소리를 위해 마음을 다해 일하잖아요. 그 진심이 우영우를, 그리고 시청자들을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거든요... 저는 노희경 작가가 쓴 에세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의 한 대목을 인용하고 싶어요. “우리가 진짜 경계하고 멀리해야 할 대상은 드라마 속의 환자가 아니라, 자신이 늘 정상이라고 말하는 사람, 자신도 남도 다 안다고 말하는 사람, 상처받은 인간을 나약한 자라고 말하는 사람, 약자를 짓밟고 빈번이 승자만 되려는 사람이 아닐까.”(p199) 그러나, “지금 사랑하기를 결정하는 자, 모두 무죄.”


조은애: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권민우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왔을지도 몰라요. 은연중에 그게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을 거예요. 그런데 시청자로서 미디어를 통해 보니 권민우의 인식과 행동이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깨닫게 된 거거든요. 최수연과 정명석의 입을 통해 그게 확실히 잘못된 거라고 말해주니까, 그걸 지켜보는 제삼자가 된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인식과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게 된 것 같아요.


임주은: 맞아요. 오늘날의 모습을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에는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시청자들을 더 깊이 생각하게 하고, 기존에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흔들고 새로운 가치관으로 설득시키는 힘이 있죠. 물론 여기에는 부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분명 긍정적이고 선한 가치로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힘도 존재한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우영우> 속에서 교회가 기독교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면, 그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진영채: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편하게 살까?’를 고민하는 시대예요. 많은 사람들이 객관성과 효율성 그리고 공정성을 내세우면서 조금만 자신에게 피해가 와도 참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거든요. 그런데, 장애인과 함께 더불어 산다는 것은 ‘피해 입기’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함께 불편하기로 결정하는 삶인 거죠.

<이미지 출처: pixbay>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 자신을 일컬어 ‘양을 치는 목자’, ‘양의 문’이라는 비유가 있어요. (요 10:9) 당시 실제 양을 돌보던 목자들은 하루 종일 양을 지켜봐야만 했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풀과 물을 찾아 먹이고, 밤에는 양들을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를 쳐야 했어요. 그런데 목자는 울타리를 치고 따로 문을 만들지 않고 직접 누워서 양들이 나가지 못하게 지켰다고 해요. 목자는 양들을 위해 습하고 차가운 광야 바다에 스스로 몸을 누이는 불편을 결정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예수님이 하신 사역도 바로 그거였고요. 예수님이 직접 살아내시고 전하셨던 복음 안에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삶이 수반되어 있어요. 저는 복음 안에 장애인을 포함한, 이 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약자들과 함께 하는 삶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복음을 받아들인 자들이 조금씩 불편함을 선택한다면, 함께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조금은 편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요.


임주은: 저는 <우영우>에 등장한 판타지스러운 공동체가 기억에 남네요. 자폐인 자녀를 두어 때로는 외롭지만 그 곁을 끝까지 지켜준 영우의 아버지, 장애에 대한 편견은 있었지만 느리고 더디게 가더라도 영우와 함께 가려고 노력한 상사 정명석 변호사,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무엇이 공정이며 정의인지 잘 알고 영우를 도왔던 친구 동그라미, 그리고 동료 최수연과 이준호씨. 이들의 환대와 태도가 교회 안에서도 필요해요. 저 또한 일상에서 장애인을 자주 만나며 살아가진 않지만, 언제나 어디서든 어떤 순간에든 나의 시선과 인식, 태도로 인해 더 큰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잘 배우고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흰고래’ 무리에 속해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외뿔 고래’의 삶은 늘 힘겹겠죠. 하지만 외뿔 고래가 늘 좌절과 절망에만 머물러있지 않도록, 그 삶이 가치 있고 아름답게 느끼게 하려면 우리 교회가 먼저 어떤 흰고래가 되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해요. 매일의 삶이 낯선 바다로 느껴지지 않도록. 단, 우영우처럼 무해하고 사랑스럽고 대중에게 잘 섞여 들어갈 수 있는 고기능 자폐인만 상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에요. 훨씬 다양한 자폐 스펙트럼이 있다는 사실을 늘 인식하고, 이 사회 곳곳에 훨씬 더 다양한 위험과 불편함이 있다는 것을 늘 이해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조은애: 맞아요. 교회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요. 사실 드라마 <우영우>에 다 담을 수 없었던 자폐 스펙트럼 가족의 어려움이 정말 많거든요. 당장 떠오르는 예를 들어보면, 자폐 당사자들은 성욕을 제어하며 안전하게 살아가는 법을 익히기가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여아를 둔 부모님들은 특정 사건의 피해자가 될까 봐 전전긍긍하게 되고, 남아를 둔 부모님들은 때로는 가해자가 될까 봐 염려하며 살아가기도 해요.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문제는 특히 더 심해요. 원하는 때에 스스로 처리를 할 수 있는 발달장애 아이들이 많이 없으니까.. 부모님들이나 보호자들이 계속 따라다니며 도와주어야 할 때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아이를 교육기관에 보낼 때부터는 훨씬 더 큰 어려움에 당면하게 돼요. 또, 아이들을 밖에 데리고 나갈 경우, ‘이상 행동’이 나타날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느끼는 시선의 폭력도 무시 못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교회가 먼저, 장애인 그리고 그 가족들을 환대하고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인 경우, 대다수가 유치원에서는 특수 학급, 초등학교는 특수학교에 입학하기 때문에, 교회 외에는 비장애인 친구들하고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없거든요. 제가 지금 섬기고 있는 교회에서는 특별히 발달장애인들이 교회에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예배드릴 수 있도록 오랜 시간 깊은 환대를 해온 사례들이 있었다고 해요. 교회가 장애인을 위한 완벽한 시설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교회에 갔을 때 환대해주는 일 그거 하나면 된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동그라미 같은 친구가 되어준다 하더라도, 시선의 폭력과 비난을 하는 한 사람만 있더라도, 크게 위축되는 게 현실이거든요. 저 역시도 앞으로 아이가 성장해갈수록 새로운 국면의 어려움에 처하게 될까 봐 두렵긴 한데, 함께 예배할 수 있는 공동체가 있다면 그 사실 하나만으로 큰 위로가 될 것 같아요.



*각주

1) 오티즘 엑스포 : 2019년에 최초로 개최한 오티즘 엑스포는 자폐성 장애 및 발달지연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 및 상담, 제품과 서비스를 한 자리에서 통합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생애주기별로 당면한 과제와 미래 설계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고자 개최된 박람회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자폐 당사자와 가족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장, 사회적으로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 마련, 새로운 치료 기법 교류, 다양한 기관 및 단체 홍보 등의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2) ESTAS: 이들은 “우리를 무엇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어렵지만, 우리는 스스로 이렇게 정의한다”는 기치를 가지면서, “2명의 자폐인이 있으면, 2개의 자폐 정의가 나와야 한다”고 말해요. 만약 자폐의 특성에 관해 무언가 발견된다 할지라도 모든 자폐인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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