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리뷰 [오트밀]정신병동에도 분명 아침이 와요. -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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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질병이 되어버린 정신질환

보건복지부가 5년에 한 번씩 발표하는 정신건강 실태조사 2021년 보고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사람은 약 355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은 27.8%로, 이는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고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수치는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성인 4명 중의 1명이 정신 문제를 경험한다는 보고는 단순히 숫자로 표현되는 수치가 아니다. 우리 주변 사람 중 혹은 우리 자신이 정신질환을 겪고 있거나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가 정신질환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져야 하며, 정신질환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숙고해 봐야 할 문제라는 것을 시사한다.

 

정신질환 환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2023년 넷플릭스에서 12부작으로 방영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드라마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다은(박보영)이 그곳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야기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 처음 출근한 다은에게 동료 간호사는 병동 이곳저곳을 소개하며 “그 어느 병동보다도 아침이 제일 빨리 찾아오는 곳”이라고 말한다. 이 대사는 자신 혹은 타인을 위협할 도구가 될 수 있는 커튼이 없기에 제일 먼저 밝아지는 정신병동에 대한 묘사임과 동시에 언제나 어디에서나 누구나 맞이하는 아침이 정신병동에도 당연하게 찾아온다는 점을 짚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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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혹자는 정신병동은 ‘차이’가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혹자는 ‘부족함’이 생긴 사람들이 아니라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에 대한 이러한 편견을 갖게 된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사회에서 보도되는 범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심신미약, 정신질환’이기에 정신질환에 대한 반감을 품을 가능성이 높다고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이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할 뿐, 모든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을 내포하지 않는다. 극 중에서는 매화 다른 정신질환 환자들이 등장하는데, 오히려 이들의 삶을 살펴보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살아온 사람, 자신이 없이 남을 돌봐야했던 사람, 회사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 실패의 경험이 반복된 사람 등 우리의 일상을 함께 이루는 사람들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생각, 아니 어쩌면 생각이 아닌 편견이 굳게 자리 잡은 우리에게 극 중 첫 화에 등장하는 대사는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는 정신병동이 ‘고칠 수 없는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오히려 4명 중 1명 꼴로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작금의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타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변화해야 한다.


정신질환 환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동시에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우리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요”

윤동주 시인의 <팔복>이라는 시이다. 이 시를 읽은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느낌을 받을까? 이 시를 읽은 대부분의 사람은 화자가 슬픔을 슬픔으로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다른 이들보다 섬세한 감정을 가졌으며 이 감정이 단순한 단어들로 표현 못 하는 사랑으로 이어질 만큼 진정한 사랑을 살아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화자는 ‘슬픔’을 여덟 번이나 입으로 되뇌며 가슴으로 슬퍼하는, 그리하여 영원히 슬퍼할 사람들을 담아낸다. 그의 주된 정서는 슬픔과 외로움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그의 주된 정서를 바탕으로 그가 정신질환의 한 종류인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슬픔을 아는 사람과 우울증을 겪는 사람, 이 둘은 미묘한 경계선상에 있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극 중 다은은 “우리는 모두 정상과 비정상에 있는 경계인 들이다.” 라고 말한다. 다은은 정신질환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에서 본인이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되는 경험을 한다. 처음에는 그도, 그의 가족들도 병에 대해서 인정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타 병원 보호 병동에 입원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치료를 받은 후에 “정신질환 환자는”이 아닌 “우리는 모두”라는 말을 한다. 모든 사람들은 경계, 즉 ‘분간되고 구분되는 한계’위에 서 있는 존재들이다. 정상일 수도 있고 어느 순간 비정상일 수 있는, 비정상이다 어느 순간 정상일 수 있는 이런 존재가 바로 모두라는 것이다. 이처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보는 시선에 넉넉한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정신질환을 갖게 된 자신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정신질환의 원인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근거 없는 자기 비판적인 생각도 벗어나야 한다. 정신질환은 자신이 의지가 약해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집중하지 않아서, 절실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마치 우리 몸에 열이 나는 이유가 자신의 잘못이 아닌 듯, 단순히 몸에 어느 부분에 염증이 나서 열이 나는 것처럼 정신질환 또한 마음의 병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상실의 빈터를 너른 공간으로

마지막으로 우리 교회는 정신질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극 중에서는 정신질환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모든 병은 상실에서 온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거나, 자기 자신을 잃었거나 또는 행복한 순간들을 잃었거나, 그럴 때 우린 희망이란 것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진다. 그 뻔한 희망, 그 뻔한 희망을 찾기 위해 우리들은 여기 있다.”

우리 중에 삶을 살아가며 상실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무언가를 잃고, 그 잃은 공간을 다른 어떤 것으로 채우며 살아간다. 지금 우리는 무언가를 상실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상실한 공간을 무엇으로 채우며 살아가고 있는가? 드라마는 우리에게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상실의 공간을 희망으로 채우라고 말한다. 나는 그 ‘희망’이 ‘타인’이 되는 교회가 되기를 꿈꾼다. 상실로 인하여 텅 비어버린 공간을 서로를 향한 너른 공간으로 펼칠 수 있는 우리가, 그런 교회가 되면 좋겠다. 교회 구성원 각자가 삶에서 겪은 상실로 인해 무언가를 잃어버려 텅 비어버린 마음의 공간이 오히려 너른 터전으로 펼쳐져,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되길 바란다. 서로를 돌보아줄 수 있는 공간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 그 공간이 교회가 되길 꿈꾼다. 그리고 그런 교회가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정신병동에도 분명 아침이 와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 환자들이야말로 그들이 환자가 된 계기가 자의이든 타이이든 결과적으로 자신을 인정하게 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힘들고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이루고자 하는 이들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상실’을 인정하고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자신을 써 내려가는 이들은, 매회 새로운 에피소드로 우리를 찾아온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인물일 뿐 아니라 실제 우리의 삶에도 누군가는 우왕좌왕하며 자신의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라는 의심 가득하며 확신 없는 물음이 아니라, 분명하고 정확하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라는 굳은 마침표로 끝나는 극의 선언처럼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에게도 분명 아침이 온다. 이들에게 용기와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글. 김민아 연구원(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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