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는 우리에게 간단히 조리해서 단시간에 먹을 수 있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패스트푸드’로 여겨지는 음식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 14만 원짜리 프리미엄 버거가 상륙했다. 이름하야 ‘고든램지(1966)버거’. 오픈 예정 기사가 났을 때만 해도 “그걸 누가 돈 내고 사 먹겠냐?”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판매가 시작되자, 인파가 몰리며 예약·대기가 삽시간에 꽉 차 버렸다. 현재 유튜브와 블로그 등에는 프리미엄 버거를 맛본 사람들의 리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지 출처: 유튜브 '고든램지 버거 리뷰' 검색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했다. 하지만 몇 군데는 오히려 전보다 더 많은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바로 ‘하이엔드(최고급) 콘셉트’를 전략으로 내세운 식당들이다. 특히 셰프의 재량대로 요리를 내어준다는 ‘오마카세(맡김 차림)’나, 고급 레스토랑을 일컫는 ‘파인다이닝(fine-dining)’이 2·30대 사이에서 큰 인기다. 국내에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프리미엄 외식 문화가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음식은 단순히 배 불리기 위한 수단이 아닌, ‘경험’이자 ‘문화’가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서 비껴간 시장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명품시장’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기준, 온라인 명품 플랫폼에서 MZ세대가 결제한 비중은 73%에 달했다. 고급 식문화와 명품 구매로 프리미엄 소비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 MZ세대. 이제 명품 문화는 더 이상 경제적으로 풍족한 중장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미지 출처: MoneyS기사>
#아낄 땐 아낀다. (‘신념’과 ‘가치’가 된 소비)
그런데, 최근까지 MZ세대의 소비 특성에 대해 ‘가치소비’ 혹은 ‘ESG를 고려하는 소비’라 지칭하지 않았던가? 갑자기 트렌드가 ‘프리미엄 소비’로 바뀌어버린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두 가지 소비패턴이 함께 가는 것이 최신 소비 트렌드라 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서울경제' 기사>
자신의 소비에 가치와 신념을 담고, ESG 경영 방식을 택하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MZ세대는 단순히 최고급 재료를 쓰고, 품질이 좋다는 이유로만 소비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제품뿐만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까지 친환경적인 방식을 거쳤는지, 제조하고 판매하는 회사가 정당한 구조를 갖추고 사회적 책임을 다 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가치소비 문화는 오히려 전보다 더욱 강력해졌다. 작년까지는 소비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중고거래가 성행했다면, 최근에는 대용량 제품을 구매해 소분해서 나눠 갖는 ‘띵 소비’도 함께 떠오르고 있다. 여기서 ‘띵’은 ‘반띵’ 할 때 사용된 고유어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함께 나눠 가질 대상을 미리 찾고 구매를 하는 패턴을 말한다. (설명 출처: 캐릿)
#앰비슈머(ambisumer)
“퇴사하고 싶어질 땐, 평소에 갖고 싶던 값비싼 물건을 지르자. 그 카드 대금을 갚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하게 될 것이다.”
언제부턴가 온라인상에서 직업을 가진 청년들이 ‘퇴사욕’과 ‘구매욕’을 엮어 자조적으로 표현한 ‘밈’이 자주 등장한다. 사실 ‘플렉스 소비'(명품 등을 구매하여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는 행위를 이르는 신조어로, 90년대 힙합 문화에서 래퍼들이 재력을 과시하는 모습을 이르던 것에서 유래되었다)를 선호하는 MZ세대 중 대다수는 그만큼의 벌이가 좋은 직업이 있어서도, 축적해 둔 재산이 있어서도 아니다. 책 <트렌드 코리아 2022>에 의하면 실제로 오늘날 청년들의 소비지출에 대한 기대는 크게 높아진 반면, 개인을 둘러싼 경제 환경은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게 분석 결과다. 이전 세대보다는 비교적 풍족한 시대에 태어난 이들은, 현재는 저성장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음에도 양보다는 질이 중요한 소비 생활을 누리는 편이다.
이처럼 소득 수준이 여유롭진 않지만, 가격과 상관없이 마음에 드는 제품에 아낌없이 돈을 쓰는 소비자들을 ‘앰비슈머(ambisumer: ambivalent+consumer)’, 즉 ‘양면적 소비자’라 부른다. 평소에는 중고거래나 띵 소비를 하며 가성비를 꼼꼼히 따지고, 지속가능성이라는 소비 신념을 실현하고자 노력하지만, 특정 영역에서는 과감하게 큰돈을 지불하는 소비 현상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겨우 통화만 되는 수준의 옛날 기종을 소유하고 있지만, 구두나 가방은 명품을 구매하는 이들. 이제 양면적 소비문화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뭣이 중헌디? 현생이 중요한 MZ
‘앰비슈머’가 탄생한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자. 우선, 프리미엄 소비 현상에는 팬데믹 이후 증가하고 있는 ‘보복 소비’의 영향이 가장 크다. 해외여행 및 소규모 모임과 같이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영역이 확연히 줄어들면서, 이를 채워줄 수 있는 보복 소비의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 세대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MZ세대의 양면적 소비문화를 자세히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5년 전 즈음에는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욜로(YOLO)’가 꼽히면서, 소비에 대한 목표와 방식에 있어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 간에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을 실감했었다. 청년 세대가 미래를 위한 ‘내 집 마련’이나 ‘노후자금’에 투자하기보다는, 당장 현재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취미생활·여행 혹은 자기 계발 등에 더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폭등하는 집값에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은 더 이상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Z세대에 이르러서는, 거기에 플렉스 소비문화가 더해졌다.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30대의 52.1%가 플렉스 소비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그 이유로는 ‘자기만족’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즉, 현재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프리미엄 소비 현상을 해석해 볼 수 있다. 이제 소비의 목적은 미래에서 현생(온라인에서는 ‘현재 인생’, ‘지금의 실제 삶’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된다)으로 옮겨왔으며, 소비의 방식은 지극히 개인적인 가치와 취향에 따라 더욱 복잡·세분화되었다.
#‘프리지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활동이 전혀 없는 청소년들이다. 프리미엄 소비문화가 확장될수록, 10대들에게까지도 명품 소비를 당연하게 욕망하고 누리려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고등학교에서 ‘등골 브레이커’로 불리는 고가 브랜드의 옷을 착장 하는 게 유행이 된 지 오래다. 여기서 ‘등골’은 자기 자신의 것이 아닌, ‘부모님’의 등골이라는 게 심각한 문제다. 실제로, 스마트학생복이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명품 등 소비 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50%의 학생들이 ‘명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유명인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28.9%), ‘친구들이 가지고 있으니까 소외되기 싫어서’(28.6%)라는 답이 가장 높았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프리미엄 소비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가장 크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상향 비교를 하게끔 만든다. 인플루언서나 주변인들이 SNS나 유튜브 등에 올린 ‘플렉스 소비’ 게시물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은 곧 과시적 소비를 욕망하게 되기 마련이다. 이제는 일부 넉넉한 재력을 가진 청년들만 명품을 구매하는 게 아니듯, 소득 상위 가정의 자녀인 청소년들에게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가정의 10대들 사이에서도 너도 나도 명품이 일상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영상 출처: 채널 <기몌민 유튜브>, <Cheily> (유튜브에서 ‘명품 하울’, ‘명품 언박싱’이라는 키워드만 검색해보면, 10대들이 성인도 쉽게 사지 못하는 명품을 구매해 소개하는 영상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을, 과연 개인의 혹은 특정 세대의 문제로만 볼 수 있을까?
최근 ‘금수저’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명품 하울’(‘하울’은 구매한 물건을 인터넷 방송 제작자 등이 나름의 방식으로 품평하며 제품에 대한 솔직한 사용후기를 담은 영상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그런데 2010년 미국의 패션 디자이너 ‘제프리 스타’가 유튜브에 ‘명품 하울’ 영상을 올린 것이 화제가 되어 유행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주로 명품을 소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콘텐츠를 꽤 많이 업로드해 온 ‘프리지아’라는 인플루언서 유투버가 있었다. 그런데 몇몇 제품이 가품이었다는 진실이 밝혀지며 큰 논란이 되었다. 필자가 이 문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가품을 구매하고 진품으로 속여서 말한 불법에 관련된 문제는 아니다.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라는 금수저 문화를 막연히 동경하고 찬양해온 사회 분위기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구매 능력이 부족한 혹은 아예 없는 이들에게까지, ‘과시’를 위해 속임수쯤은 괜찮다고 현혹시켜온 사회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이때다 싶어 ‘프리지아’를 실컷 욕하다가, 새로운 ‘찐’ 금수저를 찾아 떠나버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러한 계기들을 통해 어른을 모방하는 아이들, SNS와 미디어에 노출되며 쉴 새 없이 충동과 욕구에 휘말리는 아이들, 매일같이 박탈감 속에서 살아갈 아이들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염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성인들에게는 소비가 일종의 ‘해소제’가 될지언정, 아이들에게는 ‘마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며, 우리 사회는 소비문화 형성에 더욱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소비문화를 ‘톺아보는’ 교회
각 세대의 소비문화야말로 그 시대 대중들의 삶의 방식이나 고민, 결핍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사실 모든 시대마다, 세대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다른 것들을 포기해왔고, 무언가가 박탈되었기 때문에 차라리 다른 것을 선택하는 현상은 계속 있어왔다. 어쩌면 요즘이야말로 포기해야 되는 게 가장 많은 잔인한 시대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달라진 소비문화를 보며 무작정 특정 세대를 비판하는 분위기는 지양해야 한다.
특별히 교회는 건강한 소비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그 역할에 있어 바르게 존재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과거 교회의 모습을 돌아보면 ‘소비 담론’을 양지로 끌고 나오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청빈’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소비 자체를 무조건적으로 죄악시 여기는 분위기가 있어왔기 때문이다. 오늘날 교회나 사회에서의 ‘소비’개념은 달라졌다. 소비는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의미와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도구로 여겨진다. 이에 대해 교회는 성도들에게 “어떤 소비자가 될 것인가?”를 먼저 깊게 고민하고, 가르치며,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돈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는 명제가 변하지 않듯 불분명한 미래와 답답한 현실 가운데 ‘마음 둘 데 없는’ 청년들에게 먼저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사명도 잊지 않아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그 시대의 소비문화를 ‘톺아보는’ 교회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네 목사님 늘 문화선교연구원 사역에 관심가져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당시 글을 작성할 때에는, 책 <트렌드코리아 2022> p.212를 참조하여 '앰비슈머'에 대한 단어적 정의를 적었습니다. 사실 당시에도 '양면성'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왜 '모호성'으로 정의한 것일까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일단 이 책을 기반으로 트렌드 줄기를 잡은것이라 그렇게 적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더라도 맥락상 ambivalent consumer가 더 정확한 표기인 것 같습니다^^
#쓸 땐 쓰고 (‘경험’과 ‘문화’가 된 소비)
햄버거는 우리에게 간단히 조리해서 단시간에 먹을 수 있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패스트푸드’로 여겨지는 음식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 14만 원짜리 프리미엄 버거가 상륙했다. 이름하야 ‘고든램지(1966)버거’. 오픈 예정 기사가 났을 때만 해도 “그걸 누가 돈 내고 사 먹겠냐?”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판매가 시작되자, 인파가 몰리며 예약·대기가 삽시간에 꽉 차 버렸다. 현재 유튜브와 블로그 등에는 프리미엄 버거를 맛본 사람들의 리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지 출처: 유튜브 '고든램지 버거 리뷰' 검색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했다. 하지만 몇 군데는 오히려 전보다 더 많은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바로 ‘하이엔드(최고급) 콘셉트’를 전략으로 내세운 식당들이다. 특히 셰프의 재량대로 요리를 내어준다는 ‘오마카세(맡김 차림)’나, 고급 레스토랑을 일컫는 ‘파인다이닝(fine-dining)’이 2·30대 사이에서 큰 인기다. 국내에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프리미엄 외식 문화가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음식은 단순히 배 불리기 위한 수단이 아닌, ‘경험’이자 ‘문화’가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서 비껴간 시장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명품시장’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기준, 온라인 명품 플랫폼에서 MZ세대가 결제한 비중은 73%에 달했다. 고급 식문화와 명품 구매로 프리미엄 소비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 MZ세대. 이제 명품 문화는 더 이상 경제적으로 풍족한 중장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미지 출처: MoneyS기사>
#아낄 땐 아낀다. (‘신념’과 ‘가치’가 된 소비)
그런데, 최근까지 MZ세대의 소비 특성에 대해 ‘가치소비’ 혹은 ‘ESG를 고려하는 소비’라 지칭하지 않았던가? 갑자기 트렌드가 ‘프리미엄 소비’로 바뀌어버린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두 가지 소비패턴이 함께 가는 것이 최신 소비 트렌드라 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서울경제' 기사>
자신의 소비에 가치와 신념을 담고, ESG 경영 방식을 택하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MZ세대는 단순히 최고급 재료를 쓰고, 품질이 좋다는 이유로만 소비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제품뿐만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까지 친환경적인 방식을 거쳤는지, 제조하고 판매하는 회사가 정당한 구조를 갖추고 사회적 책임을 다 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가치소비 문화는 오히려 전보다 더욱 강력해졌다. 작년까지는 소비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중고거래가 성행했다면, 최근에는 대용량 제품을 구매해 소분해서 나눠 갖는 ‘띵 소비’도 함께 떠오르고 있다. 여기서 ‘띵’은 ‘반띵’ 할 때 사용된 고유어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함께 나눠 가질 대상을 미리 찾고 구매를 하는 패턴을 말한다. (설명 출처: 캐릿)
#앰비슈머(ambisumer)
“퇴사하고 싶어질 땐, 평소에 갖고 싶던 값비싼 물건을 지르자. 그 카드 대금을 갚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하게 될 것이다.”
언제부턴가 온라인상에서 직업을 가진 청년들이 ‘퇴사욕’과 ‘구매욕’을 엮어 자조적으로 표현한 ‘밈’이 자주 등장한다. 사실 ‘플렉스 소비'(명품 등을 구매하여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는 행위를 이르는 신조어로, 90년대 힙합 문화에서 래퍼들이 재력을 과시하는 모습을 이르던 것에서 유래되었다)를 선호하는 MZ세대 중 대다수는 그만큼의 벌이가 좋은 직업이 있어서도, 축적해 둔 재산이 있어서도 아니다. 책 <트렌드 코리아 2022>에 의하면 실제로 오늘날 청년들의 소비지출에 대한 기대는 크게 높아진 반면, 개인을 둘러싼 경제 환경은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게 분석 결과다. 이전 세대보다는 비교적 풍족한 시대에 태어난 이들은, 현재는 저성장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음에도 양보다는 질이 중요한 소비 생활을 누리는 편이다.
이처럼 소득 수준이 여유롭진 않지만, 가격과 상관없이 마음에 드는 제품에 아낌없이 돈을 쓰는 소비자들을 ‘앰비슈머(ambisumer: ambivalent+consumer)’, 즉 ‘양면적 소비자’라 부른다. 평소에는 중고거래나 띵 소비를 하며 가성비를 꼼꼼히 따지고, 지속가능성이라는 소비 신념을 실현하고자 노력하지만, 특정 영역에서는 과감하게 큰돈을 지불하는 소비 현상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겨우 통화만 되는 수준의 옛날 기종을 소유하고 있지만, 구두나 가방은 명품을 구매하는 이들. 이제 양면적 소비문화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뭣이 중헌디? 현생이 중요한 MZ
‘앰비슈머’가 탄생한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자. 우선, 프리미엄 소비 현상에는 팬데믹 이후 증가하고 있는 ‘보복 소비’의 영향이 가장 크다. 해외여행 및 소규모 모임과 같이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영역이 확연히 줄어들면서, 이를 채워줄 수 있는 보복 소비의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 세대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MZ세대의 양면적 소비문화를 자세히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5년 전 즈음에는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욜로(YOLO)’가 꼽히면서, 소비에 대한 목표와 방식에 있어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 간에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을 실감했었다. 청년 세대가 미래를 위한 ‘내 집 마련’이나 ‘노후자금’에 투자하기보다는, 당장 현재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취미생활·여행 혹은 자기 계발 등에 더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폭등하는 집값에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은 더 이상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Z세대에 이르러서는, 거기에 플렉스 소비문화가 더해졌다.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30대의 52.1%가 플렉스 소비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그 이유로는 ‘자기만족’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즉, 현재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프리미엄 소비 현상을 해석해 볼 수 있다. 이제 소비의 목적은 미래에서 현생(온라인에서는 ‘현재 인생’, ‘지금의 실제 삶’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된다)으로 옮겨왔으며, 소비의 방식은 지극히 개인적인 가치와 취향에 따라 더욱 복잡·세분화되었다.
#‘프리지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활동이 전혀 없는 청소년들이다. 프리미엄 소비문화가 확장될수록, 10대들에게까지도 명품 소비를 당연하게 욕망하고 누리려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고등학교에서 ‘등골 브레이커’로 불리는 고가 브랜드의 옷을 착장 하는 게 유행이 된 지 오래다. 여기서 ‘등골’은 자기 자신의 것이 아닌, ‘부모님’의 등골이라는 게 심각한 문제다. 실제로, 스마트학생복이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명품 등 소비 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50%의 학생들이 ‘명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유명인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28.9%), ‘친구들이 가지고 있으니까 소외되기 싫어서’(28.6%)라는 답이 가장 높았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프리미엄 소비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가장 크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상향 비교를 하게끔 만든다. 인플루언서나 주변인들이 SNS나 유튜브 등에 올린 ‘플렉스 소비’ 게시물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은 곧 과시적 소비를 욕망하게 되기 마련이다. 이제는 일부 넉넉한 재력을 가진 청년들만 명품을 구매하는 게 아니듯, 소득 상위 가정의 자녀인 청소년들에게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가정의 10대들 사이에서도 너도 나도 명품이 일상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영상 출처: 채널 <기몌민 유튜브>, <Cheily>
(유튜브에서 ‘명품 하울’, ‘명품 언박싱’이라는 키워드만 검색해보면, 10대들이 성인도 쉽게 사지 못하는 명품을 구매해 소개하는 영상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을, 과연 개인의 혹은 특정 세대의 문제로만 볼 수 있을까?
최근 ‘금수저’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명품 하울’(‘하울’은 구매한 물건을 인터넷 방송 제작자 등이 나름의 방식으로 품평하며 제품에 대한 솔직한 사용후기를 담은 영상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그런데 2010년 미국의 패션 디자이너 ‘제프리 스타’가 유튜브에 ‘명품 하울’ 영상을 올린 것이 화제가 되어 유행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주로 명품을 소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콘텐츠를 꽤 많이 업로드해 온 ‘프리지아’라는 인플루언서 유투버가 있었다. 그런데 몇몇 제품이 가품이었다는 진실이 밝혀지며 큰 논란이 되었다. 필자가 이 문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가품을 구매하고 진품으로 속여서 말한 불법에 관련된 문제는 아니다.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라는 금수저 문화를 막연히 동경하고 찬양해온 사회 분위기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구매 능력이 부족한 혹은 아예 없는 이들에게까지, ‘과시’를 위해 속임수쯤은 괜찮다고 현혹시켜온 사회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이때다 싶어 ‘프리지아’를 실컷 욕하다가, 새로운 ‘찐’ 금수저를 찾아 떠나버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러한 계기들을 통해 어른을 모방하는 아이들, SNS와 미디어에 노출되며 쉴 새 없이 충동과 욕구에 휘말리는 아이들, 매일같이 박탈감 속에서 살아갈 아이들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염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성인들에게는 소비가 일종의 ‘해소제’가 될지언정, 아이들에게는 ‘마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며, 우리 사회는 소비문화 형성에 더욱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소비문화를 ‘톺아보는’ 교회
각 세대의 소비문화야말로 그 시대 대중들의 삶의 방식이나 고민, 결핍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사실 모든 시대마다, 세대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다른 것들을 포기해왔고, 무언가가 박탈되었기 때문에 차라리 다른 것을 선택하는 현상은 계속 있어왔다. 어쩌면 요즘이야말로 포기해야 되는 게 가장 많은 잔인한 시대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달라진 소비문화를 보며 무작정 특정 세대를 비판하는 분위기는 지양해야 한다.
특별히 교회는 건강한 소비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그 역할에 있어 바르게 존재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과거 교회의 모습을 돌아보면 ‘소비 담론’을 양지로 끌고 나오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청빈’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소비 자체를 무조건적으로 죄악시 여기는 분위기가 있어왔기 때문이다. 오늘날 교회나 사회에서의 ‘소비’개념은 달라졌다. 소비는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의미와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도구로 여겨진다. 이에 대해 교회는 성도들에게 “어떤 소비자가 될 것인가?”를 먼저 깊게 고민하고, 가르치며,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돈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는 명제가 변하지 않듯 불분명한 미래와 답답한 현실 가운데 ‘마음 둘 데 없는’ 청년들에게 먼저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사명도 잊지 않아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그 시대의 소비문화를 ‘톺아보는’ 교회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글. 임주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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