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분석 [요즘뜨는것들]넷플릭스 <더인플루언서>를 통해 본 유튜브의 사회적 영향력 문제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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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플루언서>의 인기

지난 8월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 <더 인플루언서>가 큰 인기를 끌었었다. 이는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에서 활약 중인 국내 최정상 인플루언서 77인을 한 곳에 모아두고 서바이벌을 통해 살아남은 최종 1인을 뽑는 프로그램이다. 각 관문마다 ‘인플루언서로서의 자질’을 가려낼 수 있는 서바이벌이 진행됐고, 참가자들은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대중에게 입증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 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방영도 채 되기 전에 한 참가자가 사회적 논란에 연루됐고, 심지어 자신이 최종 승자임을 지인을 통해 누설해 버려 스포일러가 만천하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논란 있는 우승자, 정해진 결말 등 시청자들의 기대가 바닥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더 인플루언서>는 공개 직후 한국 TV쇼 부문 TOP10 연속 1위를, 글로벌 TOP 비영어권 부문에서 4위를 기록할 만큼 그 영향력이 대단했다.

논란 속에서도 <더 인플루언서>가 사랑받았던 이유는, 다양한 인플루언서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고, 다음으로는 인플루언서의 자질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 인플루언서>의 첫 번째 관문은 77인 가운데서 ‘좋아요’와 ‘싫어요’를 누가 가장 많이 받는가로 생존자가 결정됐는데, 그 기준은 우리가 통상 생각해 온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로부터 비호감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인플루언서라면 튀는 행동을 감행해서 싫어요를 받더라도 대중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높은 관문으로 갈수록 생존을 위해 더더욱 노력을 해야 하는데, 시청자들은 그 모습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다. 소위 ‘어그로’라고 하는 거짓 혹은 사실과는 달리 부풀려진 이야기를 통해 대중에게 관심을 끌려고 하거나, 노출을 감행해서라도 선택을 받으려는 모습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10년 차 뷰티 유튜버 ‘이사배’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가진 진짜 콘텐츠를 보여주며 대중에게 진정성을 어필했다. 시청자들은 저마다 “진정한 승자, 진정한 인플루언서는 이사배였다”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논란과 자극을 만들어내는 인플루언서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지금 악영향도 영향력으로 인정받는 시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넷플릭스 '더인플루언서' 1화의 한 장면> 


#정의의 언론매체인가? 혹은 악의 무법지대인가?
과거에는 영화·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해 배우들이 잘 나가는 TV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했다. 하지만 요즘은 조회수가 높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는 게 더 큰 홍보효과를 가져다준다.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 연예인 협찬보다 인플루언서에게 광고를 맡기는 것이 더 큰 이득인 시대가 됐다. 구독자들은 #광고 라는 것을 다 알고 있음에도, 평소에 영향을 받아온 인플루언서가 먹고 바르고 입는 것들을 그대로 손민수(과거 웹툰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서 주인공의 스타일을 그대로 베끼는 친구 이름이 ‘손민수’였는데, 여기서 유래한 인터넷 용어이다)하기를 좋아한다. 더 나아가 오늘날 대중은 유튜브를 가장 중요한 언론매체로 여기기까지 한다. 기본적으로 유튜브에서는 언론중재법이 발휘되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사건에 대해 언론이 다 밝히지 못하는 부분까지 유튜브 채널에서는 다룰 수 있다. 마침 언론과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이 점점 커지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유튜브 개인방송이 더 신뢰도 있게 뉴스를 다루고 있다고 믿게 만들었다. 심지어 어떤 채널들은 법으로 단죄하지 못한 범죄 가해자들의 정보를 유출시키며 정의구현에 앞장선다며 큰 칭찬을 받기도 했다. 공권력에 대한 실망이 유튜버들의 사적제재에 힘을 더해준 것이다. 물론 피해자의 원한을 풀어주거나, 법적인 책임을 물지 않는 가해자에게 사회적 비난이라도 안겨준다는 점에서 악기능보단 순기능이 많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정의구현을 앞장서 온 유튜버들이 과연 경제적 이득에서 벗어나 피해자 중심적인 사고로 해 온 일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

<정의에 앞장선다던 유튜버 '구제역'이 또 다른 유튜버 '쯔양'을 협박 금품 갈취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던 연예인들이 범죄사건에 연루되듯, 후원과 응원을 받아온 유튜버들도 끊임없이 범죄사건에 휘말리곤 한다. 몇 가지 예로, 일부러 사람들이 찾지 않는 노포만 다니며 먹방을 해온 선한 유튜버가 연인 협박 및 폭행으로 고발당했고, 종교 사원을 건립하겠다며 신앙심을 자극해 모금해 온 유튜버가 사기죄로 고발당했으며, 나쁜 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의 신상을 밝히며 피해자의 편에 섰던 사이버렉카 유튜버들은 협박 및 갈취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심지어 가장 최근에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을 20년 만에 수면 위로 올리며 폭로를 이어갔던 유튜버는 가족이 공무원이었다는 점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불법조회 열람 및 폭로했다는 혐의로 잡혀 들어갔다. 물론 이들이 범죄에 휘말렸다고 지금껏 해온 선한 영향력들이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벌어지는 이러한 사건들을 낙관적으로만 볼 순 없다. 공권력을 향한 신뢰도에 빈틈이 생겼으니 그곳을 유튜버들이 메꾸도록 두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피해자를 최대한 보호하고 위하는 것보다 자극과 폭로에만 초점을 맞추는 방송이 과연 선한 것일까? 필자가 보기에 이것은 ‘지속가능한 사회적 정의’가 될 수 없다.

 

#정의도 팔고, 은혜도 파는 유튜브 생태계

‘유낳괴’라는 신조어가 있다. 유튜브가 낳은 괴물이라는 뜻. 일반인들도 너도 나도 인플루언서가 되어 자신의 일상을 대중에게 오픈하는 시대가 됐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고 솔직한 일상보다, 조회수를 위해 자극적인 썸네일을 만들고 과도한 설정으로 가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조회수로 돈만 된다면 무엇이든 한다는 이들을 향해 소위 유낳괴라 부르게 된 것이다. 폭로, 선정성, 혐오조장, 정치적 갈등 조장 등 자극적인 콘텐츠를 자신의 ‘돈줄’로 여기는 개인방송 운영자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 시대 청소년들이 이런 방송들을 아무런 제재 없이 감상하고 답습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성장한 세대는, 말 그대로 유튜브가 낳은 괴물로 자라고 말 것이다.

<넷플릭스 '더인플루언서' 2화의 한 장면>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선함과 정의’라는 이름을 내세워 수익구조를 챙기는 이들이 교회 안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유튜브가 중심 미디어가 됨에 따라, 선교적 메시지를 가지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기독교 콘텐츠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자체는 기쁜 일이다. 하지만 기독 유튜버들도 어쩔 수 없이 ‘조회수’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게 유튜브 생태계다. 때로 어떤 기독 유튜브 콘텐츠를 보면, ‘이 사람이 정말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어그로를 끌어 사람들을 많이 클릭하게 하고 싶은 것인지’ 헷갈릴 때가 굉장히 많다. 실제로 “~~하면 지옥 갑니다”, “기독청년들 이렇게 안 살면 심판받습니다!”처럼 무조건적인 정답만 내려주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일부러 인기 있는 대중문화를 끌고 와 기독교적 비판을 쏟아낸다. “BTS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증거!”, “블랙핑크 노래가 사탄의 음악이라는 증거!” 따위의 제목을 뽑아 그 인기에 기대 조회수를 얻으려는 것이다. 실제로 그 내용이 신학적으로 맞다 하더라도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일반 유튜버들이 어그로를 끄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조회수를 유도해 더 큰 수익을 내는 것이 기독 유튜브의 본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심지어는 기독교인들끼리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데, 좌표를 찍어 공격하거나 타 성도들의 비난을 유도하기까지 한다. 그들은 개인방송이라는 벽 뒤에 숨어, 하나님의 정의를 위한다는 지론에 갇혀 자신이 교회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하는 줄도 모른다. 아무리 선교를 목적으로 한 일이라 하더라도, 혐오와 갈등만 조장하기 위해 제작된 것은 사람을 해치는 무기밖에 되지 않는다.

유튜브가 대중이 신뢰하는 중요 매체가 되었듯, 기독교인들에게도 유튜브는 신앙을 성장시키는 자양분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만약, 목회자들이나 기독 유튜버들이 세상이 따르고 있는 교묘하고 악한 방식을 똑같이 답습한다면, 그 안에 과연 선한 콘텐츠가 제대로 담길 수 있을까? 지금은 인플루언서들의 악영향도 영향이라 인정받는 시대, 유튜브가 공권력보다 더 인정받는 시대이다. 한국교회가 나서서 여기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뉴미디어 문법에 대한 문해력을 잘 길러낼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 더 나아가 비슷한 방식으로 기독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지는 않은지 뒤돌아 볼 수 있어야 한다.



글. 임주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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