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리뷰(오트밀)<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통해 본 더 좋은 사회를 위한 교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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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지나갈 때면 두 손을 꼭 쥐게 된다. 사방을 경계하는 시선의 움직임도 빨라진다. 치안유지 순위가 높은 한국이라고 말하지만 매일 밤 귀갓길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잔인한 사건, 사고에 대해서 보고 듣는 것을 힘들어하다 보니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해서는 아예 알려고 하지 않았다. 이러한 탓에 살인, 성폭력, 집단 폭행 등과 같은 흉악 범죄는 뉴스보다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그나마 접할 수 있었다.


< 출처 : Netflix >

넷플릭스는 스릴러 영화 같은 영상미를 가진 다큐멘터리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이하 레인코트 킬러)를 공개했다. 묻지마 살인으로 엄청난 연쇄 살인을 저지른 신종 살인마 유영철을 다룬 것. 이번 오리지널 시리즈는 기존의 시사고발 프로그램과는 달리 피해 유가족을 포함해 사건을 담당한 수사 관계자, 관할서의 일선 형사들, 현장에 투입된 감식반원, 프로파일러, 변호사, 검사 등 사건 관련 인물들을 폭넓게 취재했다. 유영철의 범죄를 단순히 복기시켜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충격과 파장까지 촘촘히 다룬다. 

 

< 출처 : 나무위키 >

범죄에 대한 단상들이 쌓여가던 차에 파일럿 프로그램1) 에서 인기를 얻고 정규 편성이 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도 만만치 않은 잔인한 에피소드를 택했다. <꼬꼬무>의 3명의 이야기꾼은 각자의 관점을 가지고 감춰졌던 사회의 범죄나 미제사건 등을 친구에게 스토리텔링 한다.2) 10월 28일 에피소드 ‘대한민국 악인열전 -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는 2005년에 드러난 일명 ‘엄인숙 사건’을 재조명했다. 엽기적인 존속 살인 범죄자 엄인숙은 유영철과 더불어 한국 사회에 사이코 패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렸다.

 


#사이코 패스(Psyco-path), 낯선 존재

 


2000년대 초반 한국 사회는 ‘사이코 패스’3)라는 존재의 등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뉴스와 대중매체는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극악한 연쇄 살인 범죄자의 이야기를 앞 다투어 보도했다. 지금이야 분노를 일으키는 비상식적인 인물을 사이코 패스라 왕왕 부르고 있지만 되지만 당시 한국 사회는 ‘사이코 패스’란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쉽게 사그라 들 수 없던 엄청난 충격과 공포는 이후 많은 영화의 모티브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주제로 등장했다. 이렇게 낯설고 기이한 존재는 충분한 연구와 논의가 부족한 채 대중매체를 통해 점점 더 가까워졌다. 이후 사이코 패스 진단 방법이니, 사이코 패스의 특징4)이니 미디어에서 성급하게 언급되었고 그 사이 사이코 패스는 냉철하고 비판적인 검토를 받을 기회를 잃게 되었다.

 

예상과 달리 사이코 패스는 공식적인 정신의학 진단명이 아니다. 현재 사회학, 심리학, 범죄학, 생물학 등 많은 학계에서는 사이코 패스를 단순하게 정의 내리는 것을 거부한다. 또한 사이코 패시적 인물들이 현대 사회에서 ‘괴물’과 같은 비정상적이고 이질적인 허구적인 대상으로 간주되는 것도 위험하다고 말한다. 저명한 뇌신경학자인 제임스 펠런(James Fallon)박사는 사이코 패스에 대한 단순한 환원을 멈추도록 권고한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인격과 행동은 결코 악함과 선함, 옳음과 그름, 친절과 불친절, 무해와 위험 등의 이분법적 이해로 형성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즉, 사이코 패스는 인간의 복잡한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무수히 많은 확률의 환경적 요인이 복합되어 우리의 일상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 출처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온라인 과학매거진 코스모스 >


<레인코트 킬러>는 범죄의 잔혹성에만 집중되었던 시선을 사건 가까이에 있던 인물들로 옮긴다. 사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육성과 당사자의 1인칭 시점이 공존하도록 접근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후 해외에서의 반응보다 차가운 시선들이 있지만 <레인코트 킬러>는 분명 우리에게 사건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꼬꼬무>의 이야기꾼으로 출연하고 있는 배우 장현성 역시 사건과 범죄들에 대해 어설프게 아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또한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등의 다양해진 플랫폼들의 등장으로 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진 채 왜곡되어 가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범죄의 재발견, 사회를 보는 렌즈

<레인코트 킬러>의 감독인 롭 식스미스(Rob Sixmith)는 '범죄는 한 사회를 깊고 다양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라고 말한다. 롭 감독은 유영철 사건을 영화 ‘추격자’를 통해 먼저 접하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영화가 실제 한국 사회에 일어난 무차별적인 흉악범죄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문화 강국이 된 대한민국 사회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980년대 후반 급성장한 한국 사회에서 빈부 격차를 겪은 첫 세대인 1970년대생 살인마의 존재에 주목했다. IMF 외환위기를 넘어 선진국을 꿈꾼 2000년대 초 한국 사회 풍경과 심화한 계급 문제에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범죄 현상의 연결고리를 찾아 나갔다. <꼬꼬무>에서 다룬 엄인숙 사건을 정신 이상자가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IMF 이후 폭증했던 보험금 관련 범죄들의 흐름 안에서 가족의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한 엄인숙을 볼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엄인숙의 범죄는 단순한 분노표출을 위한 것이 아닌 '돈' 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성공시키려는 지능적 범죄였다.

 

< 출처 : TIVING >


사이코 패스 테스트를 만든 헤어(Hare)박사에 따르면 사이코 패스적 성향, 즉 사이코 패시는 임상적으로 구분되는 비정상이라기보다 정상적인 성격 차원들의 변형이며, 이러한 특징들이 반드시 선천적 사이코 패스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이코 패스적 성향이 극단적인 형태로 합쳐지면서 사이코 패스가 되는데 그들은 연쇄살인범의 형태만을 갖는 것이 아니다. 내재된 카리스마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이 리더십으로 착각되어 직업적으로는 엘리트의 위치에 갈 수 도 있다. 또한 그들은 과도한 자기중심적 자신감으로 기꺼이 영웅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유영철과 엄인숙과 같은 엽기적인 살인 범죄는 단순히 개인의 불우한 환경, 내재적 정신이상 성향 등에 국한되지 않는 복합적인 문제다. ‘이웃 없는 내 몸 사랑’을 왕으로 모시는 현대 사회는 얼마나 모든 분야에서 사이코 패스를 양산하기 쉽고 편한지.

 


#불행 중 다행이 되어주는 교회

 

사이코 패스들이 저지른 생명을 향한 절멸은 어느 순간에도 용납받을 수 없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의하면 사이코 패스는 모든 사회 곳곳에 존재하기에 사회적으로 그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해야 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사이코 패스에 대한 심리학적 치료는 거의 불가능하며, 대안은 이러한 인격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인과 가정, 그리고 사회가 건강한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편으로 유전생명과학자들은 아무리 뛰어난 태생적 조건을 가졌다 하더라도 양육자의 부재로 후천적 돌봄이 없이는 통합적인 인간의 유형은 어렵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 사회가 더욱 고도로 성장해 나아가면서 사이코 패스에 대한 자극을 줄이는 사회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 질문이 된다.

 

이러한 질문은 곧 교회에게도 중요하다. 교회는 더욱 잔인해지고 끔찍한 범죄들이 일어나는 사회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더 지능적이고 참혹한 범죄들을 안에서 예수님의 복음은 어떠한 영향을 나타내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크고 작은 폭력은 물론이고 도무지 혼자의 힘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억압과 고통의 구조를 변혁시켜야 한다. 또한 범죄가 일어난 이후 현실에 대해 적절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유영철의 범죄 사건으로 인해 한국의 허술했던 범죄 수사 시스템이 변화되고 피해자의 은폐된 죽음이 드러나도록 기술의 진보가 있었던 것처럼 교회는 사회 속에서 일어난 범죄들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와 정책에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돌이켜보면 필자는 유아기 시절부터 분노와 공포의 정서를 가장 많이 경험했다. 불행의 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 깜깜한 터널과 같은 환경이었지만 해맑음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뇌의 구조가 변화되고 정서가 만들어지는 시기인 청소년기에 불행 중 다행으로 안정감을 주는 신앙 공동체를 만났다. 사건과 사고에 휘말리기 쉬운 충분한 조건을 버리고 교회의 돌봄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그로인해 거시적으로는 사회에 보탬이 되는 존재로 자란 게 아닐까 안심이 된다. 다만 나와 비슷한 유년 시절을 보냈거나 분노와 상처에 고통받는 친구들이 눈에 띌 때마다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지점이다.

예수님께 배운 돌봄을 실천하는 교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길.



*각주

1) 파일럿 프로그램이란 정식으로 발표되기 전에 제작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에피소드를 말한다. 주로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 등 영상 작품에 대해 선행 제작되어 비정기적으로 편성된 영상 매체를 가리킨다. 파일럿 프로그램이 종료된 이후 수개월간 시청자의 좋은 반응을 얻게 되면 정규 편성이 확정된다. 

2) 스토리텔링은 '스토리(story) + 텔링(telling)'의 합성어로서 말 그대로 '이야기하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즉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이다.

3) 사이코패스를 일반인들은 정신이상자 혹은 정신병자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정신이상자들과 달리 인식 능력과 현실 감각에서 문제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히 정신질환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사이코패스는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하며 정신 장애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환상이나 망상, 불안 등을 보이지 않는다. (Arrigo/Shipley, 2001; 헤어,2005:52-56)

4) 사이코패스의 두드러진 성격적, 행동적 특질은 1) 뛰어난 언변/피상적 매력, 2) 과장된 자존감, 3) 병리적 거짓말, 4) 남을 조정하는 경향, 5) 죄책감의 결여 6) 자극 추구, 7) 충동성, 8) 문란한 성생활, 9) 행동 통제 취약, 10) 기생적 생활양식 등 이 있다. (신동준, 현대사회의 괴물, 사이코패스 이해하기-개념의 문제점과 이론적 위험성, 그리고 사회학적 함의, 현상과 인식35, 2011)





 


장해림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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