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리뷰 [오트밀]요즘 교회, 금보다 귀한 '마음'을 알아주는 내 교회 - <금쪽 같은 내 새끼>를 보고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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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교회에서 찬양팀의 리더와 청년부 임원, 교사로 분위기를 쥐락펴락하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교회 안에서는 씩씩하고 열정적인 청년이었지만, 사실 삶의 비참함과 괴로움을 남에게는 절대 꺼내지 못하는 외로운 청년이었다. 불확실하고 고통스러운 삶의 현실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전 존재가 바스러질 것만 같았다. 그런 까닭에 예수님의 구원이 변함없고 완전하다는 가르침은 삶을 버티는 유일한 동아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잠자고 있던 마음속 거대한 괴물을 깨우는 트리거가 발현되었다. 금방이라도 무서운 사고를 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날 마지막 기회로 친한 친구와 선후배에게 고이 간직했던 비밀을 처음으로 털어놓게 되었다. 두서없는 말과 긴장하는 몸, 눈물과 콧물이 범벅된 얼굴로 나는 새로운 구원의 문을 두드렸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울어라 다 큰 어른아.

퇴근길에 한 사람이 열심히 육아 예능을 보고 있었다. 그가 자녀가 있는지 없는지 나는 알 수 없었지만, 20대로 보이는 청년이 ‘로맨스’나 ‘개그’가 아닌 육아 예능을 보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 프로그램은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이하 금쪽같은 내 새끼)>였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중심에는 ‘오은영 매직’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오은영 박사가 있다. 그는 2006년~2015년에 방영한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 육아에 대해 예리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육아 관찰 프로그램은 아이의 외부 행동이 얼마나 교정되는지 그 변화 결과 값에 초점이 있었다면, <금쪽같은 내 새끼>는 아이의 외부 행동에 대해 원인과 패턴을 정신건강의학적으로 심층적 분석을 한다. 놀라운 것은 상담을 의뢰하는 당사자가 양육자로 부모에 한정되지 않고, 자녀가 때로는 신청하는 회차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다 큰 애가 왜 우니?’라는 질문과 타박으로 슬픔의 감정을 성급히 덮으며 자라왔다. 인간이 다 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인간의 성장에 마지막 마침표는 언제 찍힐 수 있는 것일까. <금쪽같은 내 새끼>의 인기와 꾸준한 시청률은 부모와 갈등 관계를 풀지 못한 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과 과거의 다 울지 못한 내면의 어린아이를 간직한 어른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투른 1회 차 인생을 감춰줄 가면

최근 금쪽같은 내 새끼는 ‘금쪽 상담소’라는 새로운 코너를 신설했다. 이 코너는 연예인이 직접 나와 자신의 내면과 과거를 짚어보며 상담을 받는다. 오은영 박사는 대중들에게 언제나 밝고 청량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연예인, 한 치의 실수와 빈틈을 용납받지 못하는 연예인들이 가면 안에 감춰두었던 감정을 스스로 직면하도록 돕는다. 때로 그녀는 출연자가 과거의 상황을 떠올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침묵하는 순간을 함께 버텨준다.

신앙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보호용 가면을 얻는 것이다. 문제는 단순 안전장비였던 투명 가림막을 벗고 다른 것을 쓰고 싶을 때가 온다는 데에 있다. 타자 수용이 불가한 완고함이나 완벽함이라는 가면으로 자신을 둔갑시키고 사랑의 역동과 확장을 볼 수 없는 암막을 가진 신앙인으로 굳어가는 것을 알아차릴 수만 있다면.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예수님의 사랑은 완벽함이 아닌 가슴속 헛헛함과 불안의 틈새를 뚫고 자리를 잡는다.

내담자의 일상생활이 적나라하게 담긴 관찰 영상을 보면서 오은영 박사는 이야기한다. “우리 안에 가지고 있는 서투름은 당연한 것이에요, 다만 저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성장의 힘을 동시에 보고 있어요.”

 

#타타타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 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김국환의 노래 ‘타타타’ 가사 중

90년대 한국 드라마 OST 하면 김국환 씨의 ‘타타타’가 단연 최고였다. 당시 독보적인 시청률을 가진 드라마에 등장한 심오한 가사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다. 단순히 노래 제목만 보면 ‘너’라는 의미의 거듭 강조인가 싶지만 ‘타타타’는 ‘있는 그대로의 것’, ‘꼭 그러한 것’이라는 뜻의 산스크리스트어다.

한국 사회에서 체면은 중요한 관계 유지 방식이다. 타인과 원만하게 잘 지낼 수 있게 하는 이것은 어려운 고급 기술처럼 보이나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거나 상대방의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과는 비교되지 않는 편한 방법이다. 자신 안에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과 행동에 대해 파악하는 것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타인의 정서와 인지, 그리고 삶에 대해 관여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기에 불편하다. 그러한 이유로 갈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은 효율적이다.

<금쪽같은 내 새끼>는 부모와 자녀 간의 효율로 인해 마음의 신호를 놓치고 회피한 이들의 부작용을 점검해 준다. 상담을 요청한 부모와 자녀들이 내준 작은 용기를 시작으로 갈등을 꺼낼 수 있게 한다. 변화의 대전제는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 진단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결과는 진단 결과와 솔루션을 알았다고 해서 성급하게 나오지 않는다. 여전한 시행착오가 있지만 오은영 박사와 제작진, 그리고 패널들은 적극적인 지지와 중간 점검 등을 통해 내담자와 가족이 새로운 성장의 단계로 나아가도록 한다.


#요즘 내 교회를 위한 솔루션

외롭고 슬픔이 많던 나에게 교회는 완벽한 친구였다. 그런 친구와 지내다 보니 이런저런 빈틈이나 어설픈 부분이 서로에게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다 큰 어른이 오랜 관계 속에서 생긴 오해나 서운함을 굳이 이야기한다는 게 쑥스러웠다. 그런데 신기하게 마음이 생각과 행동에도 연결이 되어 있다 보니 점점 유격이 생기면서 뒤틀렸다. 너무 늦었고 어색한 사이가 되었다.

한국 교회와 기독 신앙인들은 각자의 삶에서 고군분투하며 믿음의 길을 가고 있다. 하나님의 넓고 깊은 마음을 세상에 보여주려 부르심을 받은 교회는 열심히 사명을 다하며 살아간다. 그런데도 왜인지 여전히 세상은 교회를 금쪽같이 여겨주지 않고 서로 어색하다. 때로는 세상이 교회의 선한 의도를 몰라주는 것 같아 서운하려고 한다. 이런 긴장 상태에 대한 원인을 오은영 박사같이 누군가가 명쾌하게 진단해 주고 솔루션을 제시해 준다면 관계에 변화의 여지가 있는 것일까?

<금쪽같은 내 새끼>가 보여주는 변화의 시작은 갈등의 골이 너무 깊은 상황을 내담자가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얼굴과 아이들을 양육하는데 서툴다는 사실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서로 행복하게 살고 싶은 간곡함 앞에서 체면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오은영 박사는 많은 진단과 솔루션을 내놓지만 내담자의 개선 의지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에 그녀는 내담자의 작은 용기에 커다란 박수를 보낸다.

교회 공동체가 세상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수많은 스킬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의 문화와 생각을 알려는 노력과 의지가 부족하고 서툴렀다는 심도 있는 진단이 내부적으로 필요하다. 자신이 얼마나 38년 동안 아팠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치유의 연못에 못 들어갔는지 기나긴 설명도 중요하다. 그러나 예수님의 핵심 관심은 “네가 낫고자 하느냐”이다. 이와 비슷하게 예수님은 현재 교회들에게 궁금하실 것이다. 세상과 소통할 만한 수 십 개 스킬 준비 여부보다 진정으로 세상과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 깊은 의지를 궁금해하신다.

요즘 내 교회는 금쪽같다. 달라도 너무 다른 성향과 경험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신앙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의 마음과 원인 모를 적개심을 교회에서 이해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운다. 이 시대에 자신이 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렇게 살면서 마주하는 충돌에 대해서 가감 없이 이야기한다. 매 순간 아슬아슬하기도 하고 뾰족뾰족 한 작은 공동체이지만 금쪽같이 귀하다. 교회처럼 수많은 세대들이 모인 곳도 없다. 교회처럼 가정과 연관된 곳도 드물다. 그곳에서 마음과 마음의 이야기, 존재와 존재에 대한 이야기, 사건과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꺼낼 수 없다면 그것만큼 비극은 없을 것이다. 부모여서, 다 큰 어른이라서 마음의 보살핌에서 결코 제외되지 않는다. 오히려 성장의 힘을 가진 아이들보다 위험할 수 있다. 마음에 생기를 잃어버린 지 오래된 우리에게 다른 의미로써 방아쇠가 당겨졌다. 귀가 얼얼한 출발 신호탄에 교회의 마음이 새롭게 흔들려보길.


장해림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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