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문화 읽기이겨도 지는 '오징어게임'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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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에 화제가 된 드라마 한 편이 있었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다. 총 9편의 에피소드가 있는데, 넷플릭스의 특성상 한 번에 공개해 연휴에 몰아보기로 관람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내용은 단순하다. 총 6개의 경기를 모두 통과한 최종 승자에게 막대한 상금을 주는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참가자들은 모두 자본주의 사회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들이다. 언제든 참가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으면 게임은 중단되고, 귀가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매 게임에서 탈락한 사람은 집이 아닌 관으로 들어간다. 탈락의 아쉬움을 호소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도 게임은 멈추지 않는다. 게임 밖의 현실이 이들에게는 이미 죽음과 같았기 때문이다. 이 게임의 승리로 받게 될 막대한 상금이 이들에게는 오히려 생존을 향한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이런 끔찍한 이야기를 누가 볼까 싶은데, 넷플릭스 드라마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적인 호응을 얻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줄다리기’, ‘구슬치기’, ‘달고나 뽑기’ 등 아이들이 하는 놀이를 재미가 아닌, 생사를 건 전투로 만들어 그 안에 내재해 있던 승패의 원리를 승자독식 사회의 현실로 치환시켜 버렸다.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누가 내게 득이 될까, 피해야 할 사람일까를 계산하고, 직전 게임의 동료가 다음 게임의 적이 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위기 앞에서 인간의 적나라한 이기심과 자기 보호 본능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 다른 사람의 실패가 곧 나의 안위를 보장하는 게임의 법칙은 참가자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데, 게임 주최 측에서는 ‘이곳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다’라며 바깥세상에서 차별에 시달린 이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말한다. 과연 그럴까? 진짜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면 서로를 짓밟아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 진실과 성실보다 운과 편 가르기가 당락을 결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오로지 모든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만 도출해내면 된다는 억지를 논리라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공동체가 사라진 자리에는 혼자 버틸 수 있는 데 필요한 것만이 남는다. ‘긍휼’, ‘믿음’, ‘희망’은 사치가 되고, ‘힘’, ‘의심’, ‘기회 포착’이 필수가 된다. 공생이 아닌, 공격에 필요한 감각만 남게 된다.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어야 친구가 된다. 오늘은 못 했었어도 내일은 보완해 나아질 기회를 줘야 반칙 대신 원칙을 따른다. 한 명만 남기지 않고, 가능하면 모두 갈 수 있는 여유를 줘야 뒤처진 사람에게 기꺼이 손을 내민다. 때론 미워 보이고, 나를 이겨서 질투가 날지언정 친구가 있어야 놀 맛이 난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운동장에서 혼자 놀 때 찾아오는 적막과 고요를 계속 느끼고 싶은 사람은 없다. ‘오징어 게임’ 속 참가자들이 단계를 거쳐 승자가 될수록 더 피폐해져 가는 까닭은 생존 이외에는 어떠한 기쁨도 공유할 수 없는 고립으로 그들을 내몰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음이 다 맞지 않더라도 노래를 들려줄 친구가 필요하다. 시시한 하루였더라도 내 자랑을 들어줄 가족이 필요하다. 놀이마저도 이기는 법만 배웠지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성장한 어른들로 인해 세상은 전쟁터가 돼버렸다. 사람은 싸우라고 지어진 존재가 아닌데도 말이다.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창 2:18).


*이 글은 국민일보에 실린 글을 동시게재 한 것입니다.

성현 목사 (필름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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