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문화 읽기요셉의 스토리는 오늘도 유효한가 - 책 <세습 중산층 사회>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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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오늘의 한국 사회가 참 살기 어렵다고 불평을 한다. 하지만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이만하면 공평한 세상이 되었으니 네가 잘하면 될 거라고 말한다. 이 책은 어느 한 편을 든다기보다는 ‘경향성’에 대한 책이다. 한국 사회에서 ‘중산층’이라는 지위가 세습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치판단은 일단 보류하고 빼곡한 통계자료로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 나가기에 독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은 ‘10 대 90’의 사회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돈도 많이 받고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10%와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표현되는 박봉에 불안정한 지위의 90%로 한국 사회가 양분되고 있다.

 

문제는 ‘한번 ㅈㅅ는 영원한 ㅈㅅ’라는 사실이다. 여기서 ㅈㅅ는 젊은 세대 사이에 중소기업을 부정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하는 신조어이다. 첫 직장에서 어떤 라인은 타느냐가 결정적이며 그 이후에는 라인을 갈아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좀 세게 말하자면 이것은 현대판 신분제와도 같다.

 

10:90 중에서 10의 라인에 들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이 중요하다. 그런데 통계에 따르면 대학은 부모의 경제 수준으로 정해진다. 물론 가난한 집 아이가 혼자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통계적으로 부모의 경제력과 명문대 합격률의 상관성이 점점 깊어진다는 말이다. 이것도 경향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20대에게 “아버지 뭐 하시노.”만 물어봐도 서울 4년제 대학에 다니는지 아닌지 대강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놀라운 것은 학생의 ‘노력’도 부모가 중산층인 아이들이 잘하더라는 것이다. (2018년 서울대 박사과정 오성재, 주병기 교수 등이 함께 쓴 논문. “환경이 좋을수록 자녀가 일정 시간 이상 혼자 공부할 확률이 높다. 좋은 환경의 학생들이 사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혼자 공부한 시간도 더 많다”)

 

이쯤 되면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나온 ‘교육이 세습 중산층의 지위를 유지하는 불평등 제조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기에다가 부동산 상속의 문제까지 시야를 넓혀보면, 젊은 세대의 경우 결혼부터 출발점이 다른 10:90 사회의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저자는 ‘고도성장은 끝나고 세습 자본주의가 시작되었다’라는 문장으로 상황을 요약한다. 오늘의 20대들은 이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세대이다. 10%에 속한 청년들은 ‘한국 사회는 기회가 공정하며 본인만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올 거라고’ 믿는 반면, 90%는 ‘내가 노력해봤자 이미 출발선이 너무 다르기에 희망이 없다’라고 무기력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는 여러 통계가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세습 중산층의 독주라는 이 사회의 위기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이것에 대해 이 책은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는 않는다. 책의 말미에 우리 사회에서 임금피크제 등 몇 가지 대안을 시도해보았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경향성은 사실 한국 사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경향이기 때문에 해결하기 만만치는 않을 듯하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난한 사람들보다는 분명히 더 부유하며 국부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을 소유하는 중간 집단의 등장’이 부의 불평등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이 계층, 근로소득만으로는 살 수 없는 비싼 주택을 소유한 ‘세습 중산층’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불균형이 뭐가 문제겠느냐고 주장하는 이도 있겠지만, 10:90의 구조에서 일어나는 여러 심각한 문제들이 있음을 책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90%에 속하는 오늘의 20대들은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나는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영화 같다’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임금 격차는 2배 이상 나고 고용은 불안정하다. 일부 직종에서는 안전의 문제도 심각하다. 경제적 안정의 문제는 결혼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이 책의 몫은 여기까지이다. 한국 사회의 이러한 경향성으로 고착되어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제 해석과 대안은 독자의 몫이다. 특별히 교회의 관점에서 덧붙이자면 소위 ‘다음 세대’와 소통하려면 이러한 현실 인식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불평등을 뼛속까지 인식하며 살고 있는 20대의 청년에게 과거 성장 시대의 메시지, ‘열심히 하면 누구나 잘 살 수 있다’가 과연 접속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교회의 언어로 바꾸어 말하자면, 수많은 청소년 집회에서 선포되었던 비전에 대한 메시지, ‘하나님의 뜻대로 신앙생활 잘하면 성공한다. 요셉처럼’, 이러한 메시지가 과연 오늘의 젊은 세대들에게 도전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재윤
늘 딴짓에 관심이 많았다. 과학고를 나와 기계항공 공학부를 거쳐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지만, 동시에 인디밴드를 결성하여 홍대 클럽 등에서 공연을 했다. 영혼에 대한 목마름으로 엉뚱하게도 신학교에 가고 목사가 되었다. 현재는 ‘나니아의 옷장’이라는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하며 Art, Tech, Sprituality 세 개의 키워드로 다양한 딴짓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음악 만드는 일에 푹 빠져 있다. 블로그 
‘창조와 연대 Creation & Solidarity'에서 글모음과 설교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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