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문화 읽기책 <패거리 심리학>을 읽고 : "건강한 공동체성을 상실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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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한 공동체성을 상실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

 

 요즘 서점가에서 모순적인 제목들이 인기 있는 듯하다. 예를 들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같은 책들이다. 하긴,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은 이중성이 인생의 진실에 가까울지 모르겠다. 그리고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라는 책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현대인들의 심정을 너무나 솔직하게 표현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처음부터 다른 책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패거리 심리학’(새라 로즈 캐버너 저)은 인간이 호모 두플렉스(Homo duplex)라는 말로 표현되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로 책을 시작한다. 즉, 인간은 고유한 개성을 가진 개별 존재이지만 동시에 공유된 집단 정체성을 지닌 이중적인 존재라는 뜻이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이 이 두 가지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일어난다고 진단한다. 예를 들면, 가짜뉴스 양산, 진영논리를 중심으로 양극화, 혐오와 폭력의 문화 등등의 현상이다. 구체적인 사례로 미국의 샬러츠빌 폭동 사건을 제시하는데, 이는 남북전쟁의 남부연합 영웅이었던 로버트 E 리 장군의 동상 철거가 결정되면서 일단의 무리들이 폭력사태를 일으킨 사건이다. 대안우파와 백인 우월주의자, 네오나치 등이 중심이 되어 사망자 1명, 부상자 16명의 피해를 발생시켰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의 양상은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국도 이와 유사한 갈등 상황을 많이 겪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이러한 극단적인 집단행동의 출발점은 무엇일까. 저자인 새라 로즈 캐버너는 건강한 집단에 소속되려는 인간의 본성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진단하며 다방면의 학문적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완화할 수 있는 구체적 희망 - 사람들이 음모에 끌리는 것을 막고, 적대감을 완화하며 문제적 발언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 을 제시한다.

 

하지만 순진한 낙관론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정치적으로 극단의 입장에 서 있는 - 보수와 진보의 진영에서 -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반대의견으로 설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인정한다. 저자는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섣불리 제시하기보다는 서로 간의 열린 자세로 대화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 대화의 방식으로 픽션(스토리텔링)의 기능을 높게 평가하는 부분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저자는 사회심리학자 벳시 레비 팔럭의 말을 인용하며 ‘의도적인 개입을 통해 친사회적인 방향으로 사회규범을 이끌어 가는 것이 가능하다’라고 말한다. 팔럭은 르완다에서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 손 잡고 실험참가자들에게 1년 동안 연속극을 듣게 했다. 르완다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두 종족에 속한 남녀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 즉 르완다판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실험참가자들은 그 픽션(스토리텔링)을 들은 후 종족의 갈등에 대해 훨씬 누그러진 태도를 지니게 되었다.

 

이 책은 오늘날 세계가 겪고 있는 분열된 종족주의와 갈등의 문제에 대해 체계적이거나 사회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 스스로 말하듯, 인간의 정서조절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심리학자다운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본질적인 성찰이 곳곳에 돋보이는 저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인류가 진정한 평화를 얻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한국사회도 다양한 분야에서 극심한 사회갈등을 겪고 있기에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어떻게 하면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이 책의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저자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나눔으로 강한 여운을 남긴다.

 

그녀가 보스턴대학교의 신입생으로 입학하게 되었을 때, 무작위로 선택된 룸메이트와 미리 편지를 주고 받게 되었다. 저자는 스스로 ‘무신론자이며 SF소설과 환타지 소설을 좋아하고 헤비메탈 음악은 좋아하지만 운동은 지독히 싫어한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예정된 룸메이트는 저자의 엽서를 읽고는 엄마의 어깨에 기대서 한 시간을 울었다고 한다. 너무나 자신과 맞지 않는 다른 성향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보수적인 기독교인이었고 치어리더였으며 대중적인 음악과 일반적인 소설을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한’소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가 전공하려는 과목은 체육이었다.

 

당연히도 처음에는 그 둘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 서로를 알아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공통점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앨라니스 모리셋을 똑같이 좋아하는 것을 알았고 TV드라마 ‘파티 오프 파이브’에 등장하는 인물의 익살스러운 행동에도 함께 흠뻑 빠져들었다. 그렇게 둘은 친해지게 되었고, 수 년후 결혼식에 초대하여 함께 춤을 추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후에 그 친구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며 ‘너는 지금껏 내가 만나 본 사람 중 최고야!’라는 고백을 하게 되었다. 이 경험에 대하여 저자는 무작위로 룸메이트 짝 지워주는 보스턴대학교의 시스템 덕분에 다른 생각과 삶의 방식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고 말한다. 진영에서 빠져나와 ‘사람들’과 진실된 관계를 맺어보라는 조언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전체적으로 책을 돌아볼 때에, 앞서 언급한대로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한다기보다는 중립적 입장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성찰해보는 책이기에 다소 산만한 면이 없지 않다. 저자도 그러한 면을 의식했는지 책의 말미에 7개의 교훈으로 정리를 한다. 사회적 갈등이 첨예해지는 이 시대에 한번쯤 곱씹어 보면 좋을 이 메시지들로 서평을 마무리하려 한다.

 

교훈 1.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하라. 분노를 표출하는데 쓰기보다는 타인에 공감하고 연결되는데 집중해야 한다.

 

교훈 2. 공동체의 가치를 인정하되 내가 속한 집단의 권력을 맹종해서는 안된다. 집단 안에서 반론과 혁신으로 
자정작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창의적인 개인이면서도 공동체와 긴밀히 연결된 존재가 되어야 한다.

 

교훈 3. 현대인들은 감정이 극단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해독제를 복용하라. 첫째로 너무 두려워하지 마라. 
사람들은 미래사회와 소문(가짜뉴스 등)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두려움 대신 희망을 키우라. 
또한 사회정의를 위해 분노를 이용하되 너무 그 분노에 사로잡히지는 마라.

 

교훈 4. 내가 속한 집단도 소중하고 외부의 집단도 소중하지만, 외부의 집단을 좀 더 포용하려는 노력을 해보자. 
내가 속한 집단에 충실하기 위해서 외부의 집단에 꼭 적대적일 필요는 없다.

 

교훈 5. 당신은 다빈치코드의 주인공이 아니다. 당신만 알고 있는 음모론의 진실에 대해 너무 확신하지 말라. 
거짓뉴스에 대해 출처와 진위여부를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라.

 

교훈 6.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것을 따지는데 집중하기보다는 상대의 이야기에 먼저 귀 기울이려는 노력을 하자. 
그것은 공감대의 형성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소설, 영화 등 문화콘텐츠가 사회구성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교훈 7. 젊은 세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뜻밖의 것이 발명되고 발견되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글쓴이: 이재윤

늘 딴짓에 관심이 많았다. 과학고를 나와 기계항공 공학부를 거쳐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지만,
동시에 인디밴드를 결성하여 홍대 클럽 등에서 공연을 했다. 영혼에 대한 목마름으로 엉뚱하게도
신학교에 가고 목사가 되었다. 현재는 ‘나니아의 옷장’이라는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하며 Art, Tech
Sprituality 세 개의 키워드로 다양한 딴짓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음악 만드는 일에 푹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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