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웰빙에서 헬시 플레저로
요즘 청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상품 혹은 음식을 구매할 때 그냥 구매하지 않는다. 거기에 담긴 스토리, 역사, 브랜드 이미지, 심지어 기업의 가치관까지 깊게 파고들어 알아보려 한다. 이러한 특성을 ‘디깅소비’라 부른다. ‘파다’를 뜻하는 영어단어 ‘dig’에서 파생한 신조어로, 소비자가 선호하는 품목이나 영역에 깊게 파고드는 행위가 소비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취향’과 ‘앎’ 그리고 ‘소비’가 한 세트로 이루어지는 게 요즘 소비패턴이다. 이처럼 요즘 청년들은 꼭 자신의 전문분야 혹은 직업과 직접적 관련이 없더라도, 선호하는 분야에서 ‘스스로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하는 경향’을 띤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은 최근 청년들의 주관심사가 ‘헬스케어’에 있다는 것이다. 한 번 크게 아프고 나야 부랴부랴 찾게 되던 건강정보들을 미리미리 공부하고, 익히고, 생활에 적용하려 애쓰는 젊은 세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 따르면, Z세대가 하루 4.3시간을 자기 계발을 위한 여가 시간으로 보내고 있으며 그중 ‘운동·스포츠’(40.8%)가 1위로 꼽혔다고 한다. (‘스트레스·정신건강 관리’도 30.9%로 3위를 차지했다) 즉, 요즘 MZ세대는 건강에 대해 관심을 두고 연구하며 동시에 소비하는 트렌드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트렌드가 된 적이 있다. 2003년 이후 한국 사회 전반에 ‘웰빙(well-being)’ 정신이 급격하게 퍼져나갔고, 그로 인해 슬로푸드와 여가생활에 대한 투자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었다. 육체적·정신적 건강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것이 곧 행복한 삶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웰빙족이 등장했다. 그들은 도시적인 것보다 자연친화적인 것을 추구했고, 고기 대신 생선이나 유기농산물을 찾았으며, 여행과 운동을 통해 삶의 여유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내 웰빙족이라는 용어는 부유층의 상징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각 기업들이 자연친화적인 공간과 유기농 제품, 그리고 스포츠 레저 등을 상품화하며, 웰빙이 지나친 상업화와 고급화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는 곧 물질적 풍요를 갖춰야만 할 수 있는 상류층 문화로 탈바꿈하고 말았다.
트렌드가 된 건강관리루틴
그렇게 웰빙이라는 트렌드는 ‘대중’ 문화에서 점차 사그라들게 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건강한 삶’을 주창하는 청년들이 증가했다.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레시피’ 들을 보면 설탕 대신 알룰로오스(대체 당)를 휘휘 몇 바퀴 뿌려주는가 하면, 혈당을 덜 오르게 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추천해 주는 콘텐츠들이 높은 조회수를 얻고 있다. 심지어 주로 당뇨 환자분들이 하는 ‘혈당체크’를 실험 콘텐츠로 내세운 영상들도 있다. 어떤 음식을 먹을 때 당이 더 오르는지 혹은 덜 오르는지를 실험을 하여 구독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실제로, 저혈당식단을 실천하는 게 하나의 유행이 되기도 했는데, '식전 애사비(애플사이다비니거) 마시기', '식사할 때 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서로 먹기', '땅콩버터로 다이어트하기' 등이 있다. 마치 40대에서나 나올법한 ‘저속노화 꿀팁’을 2~30대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루는 것이 흥미롭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2>를 통해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라는 용어로 정의 내린 바 있다. 이는 ‘건강한’과 ‘기쁨’이라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즐겁게 건강을 관리한다”는 뜻을 의미한다. 과거에 ‘건강관리’라고 한다면 보통 힘들고 고통스럽게, 혹은 큰돈을 들여야 했던 것들이 이제는 즐겁게, 놀이하듯이 실천하는 루틴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출처: 유튜브 '유주얌 𝙔𝙐𝙅𝙐𝙔𝘼𝙈' 쇼츠 영상>
헬시플레저와 우리의 미래
물론 여기에도 과거 웰빙 문화와 비슷하게 상업화는 뒤따르고 있다. 기업들은 MZ세대 트렌드라며 발 빠르게 저당·저칼로리 식품을 개발하고, 대부분의 화장품에는 ‘안티에이징(anti-aging)’이라는 말이 어부지리로 붙어 출시되기도 한다. 이는 패션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과거에는 등산하는 기성세대에서 주로 찾던 브랜드인 ‘호카’, ‘살로몬’ 등이 국내 청소년 및 청년들 사이에서 급부상해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이는 소비 트렌드일 뿐, 과거 웰빙 문화처럼 과하게 고급되거나 혹은 구분 짓기 소비패턴으로 흘러가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요즘 청년들은 건강관리라는 트렌드를 각자 자신의 몸에 맞게 연구하고 재생산하여 실천하고 있는 편이다. 헬시플레저 문화에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즐겁게 실천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대중적인 문화 요소가 담겨있다. 과거 웰빙은 소수 중상류층과 상업화에 의해 발전했지만, 헬시플레저는 청년층의 주체적인 놀이문화로 발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출처: 유튜브 '대창먹방' 검색결과>
하지만 헬시플레저 열풍을 낙관적으로만 해석할 순 없다. 젊은 층이 건강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은, 동시에 과거보다 청년건강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음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겉바속촉’ 과 ‘단짠단짠’을 외치던 먹거리 문화에 재앙이 내려앉았다. 올해 건강보험신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당뇨 환자 증가율 중 20대가 47.7%로 가장 많았으며, 10대가 26.6%, 30대가 19%만큼이나 증가했다고 한다. 고혈압 환자 증가수도 20대가 30.2%로 가장 많았다. 과거 4~50대에 분포되어 있던 성인병 대사증후군이 10년 새 청년세대로 내려오게 된 것이다. 이는 분명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겨져야 한다. 실제로 유튜브 먹방 콘텐츠들을 보면 제목부터가 #당폭발, #혈당스파이크, #내장파괴 라는 수식어가 붙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젊은 층의 먹거리 현주소를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헬시플레저를 단순한 유행으로만 소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삼아 건강관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각각의 국민이 주체적인 루틴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돕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더 나아가 웰빙의 좋은 가치가 중상위 계층의 고급 라이프 스타일의 담론으로 전락했었던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헬시’도 중요하고 ‘플레저’도 중요한 신앙
우리의 신앙생활에도 ‘헬시플레저’의 문화가 필요하다. 하나님이 주신 우리의 몸을 돌보아야 한다는 개념과 더불어, 경건 생활을 실천할 때에 '기쁘게', '재미있게', '할만하게' 해야 한다는 개념을 착안해 보면 어떨까? 사실 헬시플레저 문화는 MZ세대의 '갓생살기'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 <요즘뜨는것들> 에서도 소개된 ‘갓생살기’는 “하루하루 세운 소소한 규칙들을 성실하게 지켜낸 일상”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큰 목적을 세우고 그것을 이루어낸 ‘결과’에만 주목했다면, 요즘 청년들은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컵 마시기’, ‘알람에 맞춰 영양제 챙겨 먹기’ 등 일상 속 작은 습관들을 챌린지로 만들어 실천하려 애쓰고 그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는 편이다.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율성이 우선이 되고, 남들과 무조건 똑같이 하는 게 아닌 자기 몸의 특성에 맞게 적용하며, 억지로 고통받으며 해내는 게 아닌 즐겁고 재미있게 실천하는 정신이 헬시플레저와 비슷하다.

<이미지 출처: 유튜브 '갓생' 검색 결과>
우리의 경건 생활도 마찬가지다. 우선은, 영적인 문제들만 신앙의 우선으로 두기보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통로인 몸이 하나의 성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일상의 경건 실천에도 헬시플레저의 문화를 적용해 볼 수 있다. 기도나 말씀묵상 등 소소한 일상의 것들부터, 교회의 예배나 각종 훈련 활동들에 대해서 꼭 완벽하게 지켜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패감이나 죄책감으로 넘기지 않는 것이다.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이나, 교회에 대한 부담스러운 책임감이 신앙의 주된 기재가 될 것이 아니라, '기쁨'이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자기 주도적인 루틴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물론 이러한 기독교 문화를 한 개인이 만들고 지켜나가기란 꽤나 힘든 일이다. 교회가 먼저 나서서 주일 성수에서의 성도들의 삶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신앙적 삶에 관심하고 '기쁘게', '재미있게', '할만한' 경건 훈련과 봉사들을 제안하는 것이다. '홀리플레저'라는 지속가능한 경건 생활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교회를 꿈꿔본다.
글. 임주은
웰빙에서 헬시 플레저로
요즘 청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상품 혹은 음식을 구매할 때 그냥 구매하지 않는다. 거기에 담긴 스토리, 역사, 브랜드 이미지, 심지어 기업의 가치관까지 깊게 파고들어 알아보려 한다. 이러한 특성을 ‘디깅소비’라 부른다. ‘파다’를 뜻하는 영어단어 ‘dig’에서 파생한 신조어로, 소비자가 선호하는 품목이나 영역에 깊게 파고드는 행위가 소비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취향’과 ‘앎’ 그리고 ‘소비’가 한 세트로 이루어지는 게 요즘 소비패턴이다. 이처럼 요즘 청년들은 꼭 자신의 전문분야 혹은 직업과 직접적 관련이 없더라도, 선호하는 분야에서 ‘스스로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하는 경향’을 띤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은 최근 청년들의 주관심사가 ‘헬스케어’에 있다는 것이다. 한 번 크게 아프고 나야 부랴부랴 찾게 되던 건강정보들을 미리미리 공부하고, 익히고, 생활에 적용하려 애쓰는 젊은 세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 따르면, Z세대가 하루 4.3시간을 자기 계발을 위한 여가 시간으로 보내고 있으며 그중 ‘운동·스포츠’(40.8%)가 1위로 꼽혔다고 한다. (‘스트레스·정신건강 관리’도 30.9%로 3위를 차지했다) 즉, 요즘 MZ세대는 건강에 대해 관심을 두고 연구하며 동시에 소비하는 트렌드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트렌드가 된 적이 있다. 2003년 이후 한국 사회 전반에 ‘웰빙(well-being)’ 정신이 급격하게 퍼져나갔고, 그로 인해 슬로푸드와 여가생활에 대한 투자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었다. 육체적·정신적 건강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것이 곧 행복한 삶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웰빙족이 등장했다. 그들은 도시적인 것보다 자연친화적인 것을 추구했고, 고기 대신 생선이나 유기농산물을 찾았으며, 여행과 운동을 통해 삶의 여유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내 웰빙족이라는 용어는 부유층의 상징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각 기업들이 자연친화적인 공간과 유기농 제품, 그리고 스포츠 레저 등을 상품화하며, 웰빙이 지나친 상업화와 고급화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는 곧 물질적 풍요를 갖춰야만 할 수 있는 상류층 문화로 탈바꿈하고 말았다.
트렌드가 된 건강관리루틴
그렇게 웰빙이라는 트렌드는 ‘대중’ 문화에서 점차 사그라들게 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건강한 삶’을 주창하는 청년들이 증가했다.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레시피’ 들을 보면 설탕 대신 알룰로오스(대체 당)를 휘휘 몇 바퀴 뿌려주는가 하면, 혈당을 덜 오르게 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추천해 주는 콘텐츠들이 높은 조회수를 얻고 있다. 심지어 주로 당뇨 환자분들이 하는 ‘혈당체크’를 실험 콘텐츠로 내세운 영상들도 있다. 어떤 음식을 먹을 때 당이 더 오르는지 혹은 덜 오르는지를 실험을 하여 구독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실제로, 저혈당식단을 실천하는 게 하나의 유행이 되기도 했는데, '식전 애사비(애플사이다비니거) 마시기', '식사할 때 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서로 먹기', '땅콩버터로 다이어트하기' 등이 있다. 마치 40대에서나 나올법한 ‘저속노화 꿀팁’을 2~30대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루는 것이 흥미롭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2>를 통해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라는 용어로 정의 내린 바 있다. 이는 ‘건강한’과 ‘기쁨’이라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즐겁게 건강을 관리한다”는 뜻을 의미한다. 과거에 ‘건강관리’라고 한다면 보통 힘들고 고통스럽게, 혹은 큰돈을 들여야 했던 것들이 이제는 즐겁게, 놀이하듯이 실천하는 루틴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출처: 유튜브 '유주얌 𝙔𝙐𝙅𝙐𝙔𝘼𝙈' 쇼츠 영상>
헬시플레저와 우리의 미래
물론 여기에도 과거 웰빙 문화와 비슷하게 상업화는 뒤따르고 있다. 기업들은 MZ세대 트렌드라며 발 빠르게 저당·저칼로리 식품을 개발하고, 대부분의 화장품에는 ‘안티에이징(anti-aging)’이라는 말이 어부지리로 붙어 출시되기도 한다. 이는 패션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과거에는 등산하는 기성세대에서 주로 찾던 브랜드인 ‘호카’, ‘살로몬’ 등이 국내 청소년 및 청년들 사이에서 급부상해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이는 소비 트렌드일 뿐, 과거 웰빙 문화처럼 과하게 고급되거나 혹은 구분 짓기 소비패턴으로 흘러가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요즘 청년들은 건강관리라는 트렌드를 각자 자신의 몸에 맞게 연구하고 재생산하여 실천하고 있는 편이다. 헬시플레저 문화에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즐겁게 실천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대중적인 문화 요소가 담겨있다. 과거 웰빙은 소수 중상류층과 상업화에 의해 발전했지만, 헬시플레저는 청년층의 주체적인 놀이문화로 발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출처: 유튜브 '대창먹방' 검색결과>
하지만 헬시플레저 열풍을 낙관적으로만 해석할 순 없다. 젊은 층이 건강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은, 동시에 과거보다 청년건강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음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겉바속촉’ 과 ‘단짠단짠’을 외치던 먹거리 문화에 재앙이 내려앉았다. 올해 건강보험신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당뇨 환자 증가율 중 20대가 47.7%로 가장 많았으며, 10대가 26.6%, 30대가 19%만큼이나 증가했다고 한다. 고혈압 환자 증가수도 20대가 30.2%로 가장 많았다. 과거 4~50대에 분포되어 있던 성인병 대사증후군이 10년 새 청년세대로 내려오게 된 것이다. 이는 분명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겨져야 한다. 실제로 유튜브 먹방 콘텐츠들을 보면 제목부터가 #당폭발, #혈당스파이크, #내장파괴 라는 수식어가 붙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젊은 층의 먹거리 현주소를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헬시플레저를 단순한 유행으로만 소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삼아 건강관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각각의 국민이 주체적인 루틴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돕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더 나아가 웰빙의 좋은 가치가 중상위 계층의 고급 라이프 스타일의 담론으로 전락했었던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헬시’도 중요하고 ‘플레저’도 중요한 신앙
우리의 신앙생활에도 ‘헬시플레저’의 문화가 필요하다. 하나님이 주신 우리의 몸을 돌보아야 한다는 개념과 더불어, 경건 생활을 실천할 때에 '기쁘게', '재미있게', '할만하게' 해야 한다는 개념을 착안해 보면 어떨까? 사실 헬시플레저 문화는 MZ세대의 '갓생살기'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 <요즘뜨는것들> 에서도 소개된 ‘갓생살기’는 “하루하루 세운 소소한 규칙들을 성실하게 지켜낸 일상”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큰 목적을 세우고 그것을 이루어낸 ‘결과’에만 주목했다면, 요즘 청년들은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컵 마시기’, ‘알람에 맞춰 영양제 챙겨 먹기’ 등 일상 속 작은 습관들을 챌린지로 만들어 실천하려 애쓰고 그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는 편이다.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율성이 우선이 되고, 남들과 무조건 똑같이 하는 게 아닌 자기 몸의 특성에 맞게 적용하며, 억지로 고통받으며 해내는 게 아닌 즐겁고 재미있게 실천하는 정신이 헬시플레저와 비슷하다.
<이미지 출처: 유튜브 '갓생' 검색 결과>
우리의 경건 생활도 마찬가지다. 우선은, 영적인 문제들만 신앙의 우선으로 두기보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통로인 몸이 하나의 성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일상의 경건 실천에도 헬시플레저의 문화를 적용해 볼 수 있다. 기도나 말씀묵상 등 소소한 일상의 것들부터, 교회의 예배나 각종 훈련 활동들에 대해서 꼭 완벽하게 지켜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패감이나 죄책감으로 넘기지 않는 것이다.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이나, 교회에 대한 부담스러운 책임감이 신앙의 주된 기재가 될 것이 아니라, '기쁨'이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자기 주도적인 루틴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물론 이러한 기독교 문화를 한 개인이 만들고 지켜나가기란 꽤나 힘든 일이다. 교회가 먼저 나서서 주일 성수에서의 성도들의 삶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신앙적 삶에 관심하고 '기쁘게', '재미있게', '할만한' 경건 훈련과 봉사들을 제안하는 것이다. '홀리플레저'라는 지속가능한 경건 생활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교회를 꿈꿔본다.
글. 임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