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분석 [요즘뜨는것들]회귀물 드라마가 뜨는 이유 - "회빙환과 이생망의 상관관계"

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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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빙환, 드라마가 되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2022)>1), <내 남편과 결혼해 줘(2023)>2), 그리고 현재 방영 중인 <선재 업고 튀어>3)까지 최근 몇 년간 ‘회귀물’4)을 장르로 한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회귀물이란 ‘인생 다시 살기’를 주요 소재로 삼는 작품군으로, 주인공이 현재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는데, 회귀하는 방법은 주인공이 자체적으로 회기 능력을 가지기보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과거로 돌아간다. 회귀하는 계기는 주로 ‘죽음’을 맞닥뜨리는 순간 ‘후회’라는 감정을 강렬히 느낄 때이다. 마지막으로, 회귀하는 이유는 주인공이 자신에게 일어났던 갈등 혹은 좌절 상황을 다시 바로잡아 회복시키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처럼 주인공이 ‘시간여행’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바꾸는 서사는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 영화 <백투 더 퓨처(1985)>처럼 과학기술을 이용해 과거로 가는 것은 SF영화의 단골 소재였으며, <이프 온리(2004)>나 <어바웃 타임(2013)>처럼 다시 한번의 기회를 통해 진정한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 로맨스 영화도 꽤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회귀물이 대중문화의 큰 흐름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시청자들은 ‘인생 2회 차’를 그리는 서사에 유난히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 

*미주
1) 드라마 <재벌집막내아들(2022)> 내용: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던 비서가 어떤 계략으로 죽임을 당했으나, 모든 기억을 그대로 안은 채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하여 인생 2회 차를 사는 판타지드라마이다. 웹소설이 원작으로 웹툰으로도 제작됐다. 
2) 드라마 <내남편과결혼해줘(2023)> 내용: 어릴 적부터 가족처럼 지내온 단짝친구와 남편의 불륜을 목격한 날, 주인공 ‘강지원’은 그들에게 살해당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년 전, 즉 결혼 전으로 돌아가 인생 2회차를 살게되고 자신의 운명을 그들에게 돌려주려는 복수극을 시작하게 된다. 웹소설이 원작으로 웹툰으로도 제작됐다. 
3) 드라마 <선재업고튀어(2024)> 내용: 주인공이 가장 비참한 좌절을 겪을 때 힘을 줬던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가 죽게 되자, 슬픔을 이기지 못하다 갑자기 2008년으로 회귀하게 된다. 다시 살게 된 인생에서 목표는 어떻게든 ‘류선재’를 살리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올수록 미래는 조금씩 어그러지게 된다. 웹소설이 원작으로 웹툰으로도 제작됐다. 
4) 회귀물 뜻: ‘인생 다시살기’를 주요 내용으로 삼는 장르로, 과거로 회귀한 주인공이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가 내용의 주축이 되는 작품군이다. 여기서 핵심은 주인공이 현재의 기억을 가지고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회귀물이 하나의 장르로 시작된 분야는 소설이었다. 2000년대 초반 무협 소설에서 시작된 회귀물은 2010년대부터 웹소설로 넘어왔고, ‘네이버’ 웹소설과 웹툰에서 하나의 독보적인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웹소설 및 웹툰에서 주인공의 인생 2회 차 서사는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는 회귀뿐만 아니라, ‘빙의’와 ‘환생’으로도 확장된다. 주인공은 죽임을 당했지만, 극 중 다른 인물로 이어서 살아가게 되는 빙의물, 혹은 죽음 이후 다른 세계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환생물’을 모두 합쳐서 ‘회빙환’이라 부른다. 회빙환은 기본적으로 판타지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글과 그림으로 묘사할 때 훨씬 더 풍성해지는 장르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이야기를 마음껏 상상하고 예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회빙환이 현실 세계를 그리는 ‘드라마’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생망’과 ‘회빙환’의 관계성

회빙환이 대중문화 안에서 인기를 끌게 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말)’ 정신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몇 해 전부터 한국 사회에서 회자되는 용어인 ‘수저계급론’과 ‘7포 세대’는 모두 이번 생에 대한 포기·좌절감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모두 부모의 자산과 소득 수준에 따라 이미 계급이 나뉜 존재이며,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시대가 불확실한 경기 전망에 놓여있다는 불안. 그래서, 과거에는 인생의 기본 목적이라고 여겨지던 결혼, 출산, 내 집 장만 등을 일찌감치 포기하는 삶. 한 마디로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 1회 차는 이미 망했다는 생각이 ‘회빙환’ 작품을 소비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그들은 오늘날 이러한 문화 현상이 곧 ‘젊은 세대의 무기력’을 표현한다고 말한다. 이 견해들에 대해 필자도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살길을 찾지 못하고 생의 의지를 점점 잃어가는 사람들에게는 ‘인생 리셋’의 기회는 간절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드라마를 통해 일생에서 인생 리셋을 간접 체험하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는 요즘 회빙환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절망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드라마들 모두, 첫 시작은 마치 이생망을 연상케 한다. 주인공이 믿었던 사람이나 돈으로부터 배신당하고 자신의 목숨마저 잃는 것이 첫 화 줄거리이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이러한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의 기회를 다시 한번 더 주고 싶을 지경이다. 그래서 초반에 주인공들은 회귀의 목적을 ‘복수’에만 둔다. 자신의 삶을 좌절로 이르게 한 사람을 찾아내 벌을 주고 나면 2회 차 인생의 운명은 바뀔 것이라 기대를 한다. 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주인공들은 자신에게 피해를 준 가해자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통찰을 더 많이 하는 모습을 보인다. 알게 모르게 힘이 되어줬던 주변의 소중한 가족·인연들에 대한 고마움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또한, 좋은 미래를 위해 부정적인 것들을 ‘회피’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다가 점차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돌파’ 해나가는 태도로 성장한다. 복수담으로 시작한 회귀 드라마는 이렇게 회복담으로, 사랑하는 이를 구하는 구원담으로 확장된다. 

시청자들은 주인공의 관점을 함께 따라가며, 처음에는 인생 리셋에 대한 원초적 감성에만 공감하다가 나중에는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한 고찰까지 나아가게 된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것은 무엇일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하면 좋을까?’ 등을 곱씹으며 지금의 삶에서 당장 고칠 수 있는 것과 돌아봐야 할 중요한 가치를 떠올려보는 것이다. 여기에 담긴 대중의 열망에 대해 ‘김경애(목원대학교 교수)’는 “시간 되감기 서사의 문학적 의미에서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렇게 살겠다는 ‘재건’과 ‘자조(自助)’, 개선의 욕망이 함축되어 있는 것”5)이라고 분석한다. 회귀물 드라마의 인기 비결을 청년들의 ‘이생망’ 정신에서 찾기보다,  오히려 이생에서의 회복과 개선의 욕망이 강함으로 보는 것이다. 

6) 김경애, “회빙환과 시간 되감기 서사의 문학적 의미” 한국산학기술학회, 제25권 제1호 (2024): 734-743.

회귀물 드라마는 우리에게 말한다. 과거의 어떤 한순간을 고친다고, 한 사람의 인생이 탄탄대로로 펼쳐진다는 법은 없다고.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회귀를 통해 미래를 바꾸려는 주인공 ‘임솔’은 결혼을 후회하고 있는 친구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으면, 오빠랑 결혼 안 할 거야?” 그러자 친구는 이렇게 대답한다. “만약 결혼 안 하면 내 운명이 바뀔까?” “그렇겠지” 

“그래, 운명이 바뀌었다 치자 근데 바뀐 삶이 더 낫다고 어떻게 확신해?
 당장 오늘은 행복할 수도 있겠지. 근데 내일은? 
 갑자기 온갖 나쁜 일이 터질지 누가 알아? 
 어차피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고, 살아보기 전엔 모르는 거야.”


#‘회심물’을 만드는 그리스도인

회빙환은 언제까지나 판타지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회빙환을 소비하는 대중의 열망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것.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회귀라는 게 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회심’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종종 자신이 겪은 회심을 인생 2회 차에 비유하곤 한다. 이미 인생을 살아가고 있던 사람이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 삶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지만, 성경은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증언한다. 한 사람이 자신을 위해 십자가 위에서 죽은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면 ‘새로운 피조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고후 5:17). 약간의 비약은 있지만, 실제로 회귀와 회심은 닮은 부분이 많이 있다. 주인공이 자체적으로 회귀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닌,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과거로 가듯 회심도 성령의 힘에서만 가능하다는 점. 주인공이 후회라는 감정을 강렬하게 느낄 때 회귀하게 되는 방식처럼, 회심도 죄에 대한 강렬한 후회와 회개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자신에데 일어난 갈등 및 좌절 상황을 회복하기 위해 회귀하게 되는 것처럼, 회심 역시 하나님과 인간의 왜곡된 관계를 바로 잡고 회복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는 점.

그리스도인은 판타지 속 일회적인 회귀가 아닌, 매일의 일상에서 회심을 이뤄내야 하는 존재이다. 이전의 기억을 그대로 안고 살아가면서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더 성숙한 윤리적 태도로 살아가야 한다. 과거의 어떠한 얼룩진 죄와 상처가 있더라도, 성령이 이끄는 회심은 늘 더 나은 삶으로 우리를 이끈다. 하지만 개인적인 회심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사회적 영역에서 공동체적 회심이 뒤따라야 한다. 요즘 그리스도인들 중에서, 교회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해 ‘이생망’과 같이 ‘이 시대의 교회는 망했다’는 자조(自嘲) 섞인 말을 내뱉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에, 또 지금이라도 교회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이 일상에서의 회심을 교회적으로, 사회적으로 확장해 나간다면 ‘이교망’이 아닌 교회의 재건과 회복을 꿈꿀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건물의 재건이나 인원수의 회복 따위가 아니다. 돈과 명예 등 왜곡된 가치들로 인해 생명을 귀하게 돌보지 못했음에, 세상과 갈등하면서 이웃과 사회를 향한 사랑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음에 후회하는 것에서 교회의 회복이 시작될 수 있다. 


글. 임주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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