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문화 읽기[목회자 필독 도서] <아픈 이의 곁에 있다는 것> - 간병 가족 이야기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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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이의 곁에 있다는 것> | 김형숙, 윤수진 지음 | 팜파스 | 2022


목회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 교회 소그룹 리더 역시 꼭 읽어야 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간병가족의 어려움과 고뇌를 깨닫게 해주고, 그 삶을 어떻게 지혜롭게 이어갈 수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교회공동체를 돌아보면 한 집 걸러 한 집에 아픈 이가 있습니다. 성도 본인이 아플 때도 있고, 부모나 가족이 투병 중일 때도 있습니다. 사회가 고령화되어가는 만큼 교회 역시 육체적 질병과 함께할 수밖에 없는데요. 아픈 이들을 위로하고 곁을 지키는 것, 도움과 격려로 사랑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 교회의 중요한 사명 중 하나입니다.

<아픈 이의 곁에 있다는 것>은 오랫동안 중환자실에서 근무하고 지금은 대학교수로 봉직하는 김형숙과, 호스피스 간호사로 오랫동안 말기암환자와 가족의 곁을 지켜온 윤수진이 지은 책입니다. 저자들은 환자 및 간병가족과의 오랜 경험을 이 책에 담아내었고, 사려 깊은 마음과 태도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책의 간병가족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읽게 되면, 이미 움직이고 있는 우리의 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간병, 삶의 지난한 여정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면 가족 모두가 마음과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됩니다. 아픈 이의 육체적 고통을 함께할 수는 없지만 곁에서 걱정하며 기도하게 되고, 삶 자체를 간병을 위한 것으로 조율하게 됩니다. 간병가족 역시 아픈 이 못지않게 삶의 무게를 짊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간병가족보다는 아픈 이에게만 관심을 두기 쉽습니다. 심방과 예배로 함께하면서 지지와 지원을 보낼 수는 있지만, ‘간병가족’의 어려움과 그 삶의 고뇌를 헤아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처음 중병을 앓고 퇴원한 후부터 J의 남편은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들이 흔히 그러하듯 새 인생을 살기로 한 것 같았다.…모두 퇴원을 ‘회복’에 대한 선언으로 받아들였다. 도움을 주던 이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자기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J의 간병 생활은 끝나지 않았다. 병원에서 집으로 장소를 옮겼을 뿐 남편은 여전히 ‘아픈 사람’이었다.…병원에서는 직원들이 대신해 주던 상처 소독, 약 챙기기, 식사 준비 등을 직접 하느라 J의 부담이 늘었다. 아내, 엄마, 딸, 며느리, 언니, 누나로서 하던 역할들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길고 긴 간병가족의 수고는 눈에 보이는 퇴원 등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간병가족은 삶의 모든 영역을 지속적으로 조율하고 바꾸어가야 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도 꿋꿋이 지켜내야 합니다. 무겁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무게로 인해 간병이 끝난 후에도 정신적‧심리적 아픔의 흔적을 지니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의 아픔은 가족 전체의 아픔이 됩니다. 우리는 이를 이해하고 아픈 이와 그 가족의 상황을 적절히 살펴야 합니다.

 

선택의 무게

간병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아픈 이가 치료에 관해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특히 병이 중한 경우일수록 보호자인 간병가족이 선택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와 간병의 결과가 좋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반대의 경우도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때로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세상 어느 누구라도 가족이 아픈 상황을 완벽하게 대비할 수는 없고, 아픈 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좋은 결과만을 만들어낼 수도 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간병가족은 이러한 상황 앞에서 무거운 짐을 가슴에 떠안게 됩니다. 누가 지워주지 않아도 스스로 질 수밖에 없는 죄책감을 떠안게 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가족들이 온갖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면 피해 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결과를 예측하고 대비하려다 보면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결정을 했건 한 사람의 삶이나 마무리 과정이 완벽할 수는 없고, 사별 후에 돌아보면 아쉽고 후회가 남기 마련이다.”

“돌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아픈 이의 회복이나 죽음이라는 마지막 지점에만 시선을 고정하기 쉽다. 하지만 한 사람의 아픔과 고통, 임종과 죽음의 과정을 함께하며 돌보는 시간은 늘 ‘그 이후’의 삶과 관계를 맺고 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그 순간뿐 아니라 ‘그 이후’의 삶과 관계가 전혀 다르게 펼쳐질 수 있다. 설사 간병이 끝나고 아픈 이가 더 이상 곁에 없어도 남은 이의 삶은 계속된다. 결국 아픈 이를 잘 보살핀다는 건 나를 잘 보살피는 길이기도 할 터이다.”

 

인생은 과정이고 투병과 간병의 시간도 하나의 과정입니다.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고 결과로만 판단할 수도 없는 지난한 삶의 여정입니다. 그래서 결과보다는 함께해나가는 그 시간들이 중요하고, 함께함의 과정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이후의 삶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내가 돌보던 이의 마지막을 떠올릴 때 아프지 않을 수 있다면” 우리의 돌봄과 간병은 충분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간병가족은 이제 우리 곁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언젠가 투병과 간병을 겪게 될 것입니다.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우리 곁에 있는 이웃들의 어려움을 보다 깊이 헤아리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훨씬 넓고 깊은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아픈 이의 곁에 있다는 것>, 모든 신앙인들에게, 목회자들에게, 그리고 이웃과 함께하기를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합니다.


김용준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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