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문화 읽기"초월적 연대를 이룰 교회를 꿈꾸며" - 영화 <세월: 라이프고즈온>을 보고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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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슬프고도 끔찍한 사건이었던 세월호 참사가 10주기를 맞았다. 올해 봄, 이와 관련된 영화 몇 편이 개봉하였는데, 그중 <세월: 라이프고즈온>이라는 영화가 조금 특별하게 다가온다. 2016년에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1) 사건을 너머, 그간 한국 사회에서 있었던 여러 참사들과 그로 인해 가족을 잃었으나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이다. 영화는 2016년 4월 딸을 잃은 한 아버지가 다른 유가족들을 만나며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라는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것을 영상으로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1999년 6월 ‘씨랜드 수련원 화재사건’2)으로 어린 자녀를 잃은 아버지 ‘고석’ 씨, 2003년 3월에 벌어진 ‘대구 지화철 화재사건’3)으로 자녀를 잃은 어머니 ‘황명애’ 씨, 그리고 1980년 6월, 민주화 과정에서 폭력으로 인해 자녀를 잃은 故‘배은심’ 여사. 이들이 처음 사고 소식을 접했을 땐, 하루아침에 자녀를 잃었다는 슬픔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죄책감으로 생의 의지를 잃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녀가 어떻게 죽었는지’, ‘왜 그런 사고가 일어났었는지’, ‘유해는 어떻게 찾아와야 하는지’ 등의 진상을 규명해야 했기에 가만히 누워있을 수만은 없었다. 놀라운 것은 3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우리 사회 안에서 유가족들의 외롭고 지난한 싸움은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 당사자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제대로 물으려, 답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서로 다른 시간, 다른 공간, 다른 원인으로 벌어진 참사이지만 유가족들이 서로의 손을 붙잡고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과거에 있었던 사회적 참사의 유가족들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간 무관심했던 것에, 마치 ‘남 일’처럼 여겼던 것에 사과를 건네기도 하고, 조금 더 일찍 고통을 겪고 삶을 살아내던 유가족들은 그들의 큰 아픔에 공감해 주고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사회적 참사를 대하는 국가의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지만, 같은 아픔을 겪은 유가족들은 시·공간을 넘어 서로 연대하며 크게 진일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유가족들이 과거에 멈춰 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 삶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 그게 떠난 내 자녀를 위해서, 나 자신을 위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정확히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에 새로운 삶의 가치를 형성해나가고 있었다. 


어딘가에선 여전히 무책임한 사고로 안타까운 생명을 잃는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내디딘 청소년 및 청년 노동자들에게 벌어지는 안전사고는 매우 잦은 수준이다. 그럴 때마다 사고 원인과 수습, 책임소재에 대한 이야기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들, 더 감춰야 할 것들이 많은 사회가 된 것일까? 생명을 우선으로 두는 기독교적 가치가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일까? 

“저에겐 세 명의 딸들이 있었어요. 전 제 딸들을 영원히 지켜주겠다고 다짐했었죠. 그런데 (세월호 참사로) 예은이를 잃고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다짐인지 깨달았어요. 제 아이만 안전하게 지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요. 내 아이가 안전하려면 내 아이의 친구가 안전해야 하고, 내 옆집에 사는 아이가 안전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했던 거죠”
- 故유예은 양 아버지 ‘유경근’ 씨


故‘배은심’ 여사는 아들을 잃은 이후,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진셩규명특별법’을 이끌어냈고, 자녀를 잃은 다른 어머니들을 위로하며 살아갔다. ‘씨랜드 화재 사건’ 이후 ‘고석’ 씨는 한국어린이안전재단을 설립한 후 어린이들을 위한 안전교육과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이후 ‘황명애’ 씨는 참사 희생자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추모 및 진상규명에 힘을 쏟고 있다. 

사랑하는 자녀를 잃고도 계속해서 살아가야 했던 부모들. 그러나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살아가지 않는다. 그날 이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나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영혼을 향한 애통한 마음을 가지고 초월적인 연대를 이루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는 교회가,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살아내야 하는 삶의 방식과 많이 닮아있다. 우리의 삶은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각주
1) 2014년 4월 16일,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로 승객 304명이 사망, 실종된 참사
2) 1999년 6월 20일, 경기도 화성 씨랜드 수련원에서, 모두가 잠든 새벽, 화재로 인해 유치원생과 교사 등 23명의목숨을 잃은 참사
3) 2003년 2월 18일, 대구에서 아침 출근길 일어난 지화철 방화로 인해 192명이 사망, 151명의 부상자 발생



글. 임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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