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문화 읽기일방성의 무의미함 - 책 『기독교 x 대중문화 3,0』 서평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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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고백하자면, 학창 시절, 밴드 ‘넬’의 음악을 탐독했다. 주로 서정적이고 때론 격정적인 그들의 음악 자체가 좋기도 했지만, 결정적 이유는 가사에 있었다. 아름답고 잔인한 문구들은 어린 날의 치기와 우울을 직면하게도, 보듬어주기도 했다. 넬의 보컬 김종완이 <Healing Process> 앨범에 수록된 ‘한계’에서 읊조린 ‘일방성의 무의미함, 방랑과 방황의 차이’라는 문구는 꽤 오랜 시간 나의 묵상 구절이었다. 그러나 언젠가 수련회에 오셨던 강사는 그런 음악들이 인간을 피폐하게 만든다고 가르쳤다. 우울하고 자기 파괴적인 가사들은 결국 스스로를 갉아먹을 것이며, 파멸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넬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늘 한 켠에 죄책감을 지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넬의 음악을 들으며 느꼈던 감정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었고, 자신을 해석하는 언어였다. 그러나 교회는 그 언어를 충분히 이해하려 하기보다, 때로는 위험한 것으로 규정하고 거리를 두도록 요청했다. 그 간극 속에서 피어나는 질문은 자못 자연스럽다. 대중문화는 정말로 신앙을 해치는 것인가.



대화의 시작, 대중문화의 이해

이민형과 김상덕의 『기독교 x 대중문화 3.0』은 이 오래된 긴장 위에 서 있다. 한국 교회가 대중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면해 왔는지를 차분히 되돌아보면서, 그 태도의 한계를 짚어낸다. 책에 따르면, 교회는 오랫동안 문화와의 경계선을 설정하는 데 익숙했다. 물질문명, 소비문화, 유흥문화 등은 쉽게 경계의 대상이 되었고, 그 결과 신앙인은 자신의 일상적 향유마저도 의심하게 되었다. 이러한 태도는 신앙인의 내면에 지속적인 죄책감을 심어주었다. 문화는 즐기기보다 경계해야 할 것이 되었고, 신앙은 삶을 확장하기보다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이 지점에서 책은 중요한 전환을 제안한다. 대중문화를 외부의 위협으로만 바라보던 태도에서 한 걸음 나아가, 그 언어를 배우고 이해하자는 것이다. 이는 설교나 선교를 위한 도구적 접근에 머물지 않는다. 대중문화는 사람들이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어떤 의미를 갈망하는지를 드러내는 장이기 때문이다. 이를 외면하는 순간,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과의 접점은 희미해진다. 그들의 언어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예수님은 기꺼이 인간의 문화 안으로 들어오셨다. 예수님이 당시에 반대 세력으로부터 얻은 별명1)은 그 맥락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니까, 인간의 몸을 입으신 성육신의 의도대로 인간 속으로 뛰어드신 것이다. 죄인인 인간의 문화와 언어를 충분히 이해하시고, 그들과 같이 먹고 마시며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생의 축복을 사람들과 함께 향유하셨다. 소통의 창구로서 ‘문화’를 활용하신 셈이다. 


『기독교 x 대중문화 3.0』은 바로 그 ‘해석의 언어’를 회복하자고 제언한다. 대중문화를 향한 두려움과 경계 대신, 이해와 책임이라는 태도로 나아가자고 말이다. 이는 단순히 문화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신앙이 세상과 맺는 관계를 재정의하는 작업이다. 

1) 마태복음 11장 19절 a
인자는 와서 먹고 마시매 말하기를 보라 먹기를 탐하고 포도주를 즐기는 사람이요 세리와 죄인의 친구로다 하니



‘문화선교’의 흐름 위에서

사실, 이런 시각이 기존에 전혀 존재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논의는 아니다. 한국교회와 대중문화의 관계 지형의 변화는 지난 세기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확실히 20세기 후반까지 교회는 대체로 문화를 경계하거나 구별하려는 태도에 익숙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과 소비문화의 확산, 그리고 대중문화의 급격한 성장 속에서 이러한 태도는 점점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변화하는 사회에 비해 교회의 문화적 수용력과 해석 능력이 뒤처지는, 이른바 ‘문화 지체’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등장한 흐름이 바로 ‘문화선교’다. 1998년 설립된 문화선교연구원을 중심으로, 교회는 대중문화를 단순히 배제하거나 도구적으로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분석하고 참여하며 변혁의 대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이어왔다. 이는 복음과 문화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하나님 중심의 변혁적 관점에서 문화와 관계 맺으려는 흐름이라 할 수 있다.2)


『기독교 x 대중문화 3.0』은 바로 이 흐름 위에 놓여 있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그동안 축적되어 온 문화선교 담론을 오늘의 대중문화 현실 속에서 다시 풀어내는 작업이다. 주목할 것은 보다 일상적인 언어와 구체적인 콘텐츠 분석을 통해 그 논의를 독자에게 한층 가까이 끌어온다는 점이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이 책이 신앙과 문화에 관한 절대적인 하나의 답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어떤 문화는 비판적으로 거리를 두어야 하고, 어떤 콘텐츠는 신중한 분별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판단이 외부의 금지나 검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성찰과 이해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책에서 짚어주었듯 ‘개는 훌륭하다’에서 문제는 개가 아니라 주인이라고 지적하는 강형욱의 말처럼, 문화를 수용하는 주체가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것이다.3) 

2) 백광훈, 「한국교회와 문화선교, 그 역사와 과제: 〈문화선교연구원〉 사역을 중심으로」, 『장신논단 51』, 2019, 153~163쪽 

3) 김상덕, 이민형, 『기독교 x 대중문화 3.0』, IVP, 2025, 2장 [문화는 훌륭하다], 35~38쪽



양방향의 유의미함

다시 넬의 노래로 돌아가 보자. ‘일방성의 무의미함’이라는 문장은 이제 조금 다르게 들린다. 어쩌면 신앙과 문화의 관계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다. 한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규정하고 배제하는 관계는 결국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신앙과 문화가 서로를 비추며 대화할 때, 우리는 비로소 더 풍부한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기독교 x 대중문화 3.0』은 금지의 언어에 익숙했던 독자들에게 다른 방향을 조심스럽게 열어 보인다. 대중문화를 통해 세상을 읽는 것은 그 안에서 하나님 나라의 흔적을 발견하려는 시도이며, 동시에 신앙이 삶의 모든 영역과 연결되어 있음을 회복하는 여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은 우리가 이미 사랑해왔던 어떤 노래로부터, 그러니까 내가 사랑하는 마음 담뿍 담아 향유하는 모든 콘텐츠로부터 다시 시작될 수 있다.




김유민 연구원(문화선교연구원, 한양대(대중문화 석사, 국문과 박사과정))

불완전한 편린이 모여 빛을 낸다면, 그만큼 완전한 것이 또 있을까.
언뜻 희망이 없어 보이는 세상에서 '소망'을 동경(憧憬)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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