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문화 읽기기독교인을 위한 인공지능 리터러시 : 글 쓰는 인공지능은 말씀의 종교 기독교를 어떻게 바꿀까?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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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 김훈 작가가 깊은 고민 끝에 『칼의 노래』의 첫 문장을 후자로 바꾸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한 글자의 변화 뒤에는 글쓰기 구조와 전개, 단어 하나가 전달하고자 하는 뉘앙스에 대한 작가의 깊은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비단 김훈 작가뿐일까요? 많은 글쓰는 이들이 조사 하나, 단어와 문장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습니다. 한 문장을 쓰기 위한 시간, 그 속에 담긴 삶의 희로애락은 한 문장 이상입니다. 그런데 생성형 인공지능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글쓰기에 필요한 시간과 노동이 매우 단축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력과 성찰들은 무의미해지는 걸까요?


2022년 11월 30일 챗GPT가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생성형 인공지능은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요즘 대중은 인공지능 활용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데 큰 관심을 보입니다. 이미 인공지능에게 남에게 드러내기 어려운 치부들을 털어놓는다는 이야기들이 다수이고, 인공지능에게 위로를 받고 심지어 의존하기까지 하는 경우들이 적잖아지고 있습니다.

마치 영화 <그녀(Her)>에서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분)가 인공지능 ‘사만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실제 사람들과 관계 맺는 법을 잃어버리는 모습이 우리의 현실로 훌쩍 다가온 것만 같습니다. 영화에서 테오도르는 이혼의 상처로 고립된 채 살아가다가 섬세하고 지적인 사만다와의 관계에서 깊은 위안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사만다가 수천 명의 다른 사용자들과도 동시에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의 사랑이 환상이었음을 깨닫게 되는데요. 이 영화는 단순히 기술 발전에 따라 달라진 세계 이면의 외로움과 관계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파고드는 인공지능의 깊은 영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기독교는 말씀의 종교입니다. 기독교인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한 성경을 읽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이 인도하시는 대로 살아가고자 애쓰며, 신앙 정체성과 공동체적 삶을 형성해 왔습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말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증언하는 삶을 살아가는 기독교 신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기독교인은 인간의 독자적인 영역이라 여겨왔던 언어 생성을 기계가 담당하게 되는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생성(Generation)과 생성(Becoming)의 차이

인공지능이 쓴 글과 인간이 작성한 글을 똑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책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의 저자 김성우는 글을 결과물로서가 아닌, 과정까지 염두에 둔다면 이 둘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면서, 인공지능의 부상 속에서 생성(becoming) 없는 생성(generation)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공지능이 작성한 글이 인간처럼 성찰하거나 묵상하며 존재론적으로 삶을 변화시켜 온(becoming)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텍스트를 통계적인 처리에 의해 생성(generation)해 낼 뿐입니다. 



말씀 읽기의 깊이를 잃지 않고 쓰기의 진정성을 지키기

앞서 김훈 작가의 사례를 든 것처럼, 글쓰기에는 인공지능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합니다. 특히 기독교인의 언어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삶과 고백, 신앙적 증언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텍스트 요약과 정보 추출 및 텍스트 생산에 뛰어납니다. 이러한 편의성에만 의존한다면 맥락과 행간을 읽는 능력, 저자의 의도를 헤아리는 감수성, 독자의 생각과 감정을 세심히 살피는 깊은 독서는 퇴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성경 읽기에서 이러한 속도와 효율성, 편의성은 치명적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살아있는 말씀이며, 삶의 촘촘한 맥락과 공동체의 깊고 넓은 역사와 전통과 엮어내며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성경 말씀의 행간이 열어내는 하나님 나라의 오묘한 신비, 믿음의 선배들의 경험과 묵상, 신학적 탐구의 깊이들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영화 <그녀>에서 테오도르가 사만다에게 의존하며 점점 현실의 관계들로부터 멀어져 가는 것처럼, 우리도 인공지능의 편리한 해석에만 의존한다면 성경과의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만남을 잃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쓰기는 단순한 결과물 생산이 아니라 사고와 언어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기독교인은 인공지능을 보조 도구로 활용하되, 여전히 직접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나와 우리 안에서 의미화되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천천히, 깊이, 반복적으로 읽는 습관을 유지하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무어라 말씀하시는지, 삶 속에서 말씀이 어떻게 살아 역사하시는지 성찰하는 과정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이때 성경 말씀 낭독도, 공동체 함께 읽기도, 필사도 유용한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편리성과 효율성이 아닌 관계적 존재로서의 언어 사용

기독교인은 인공지능 기술을 오용, 오독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잘 사용하는 기능적 차원을 넘어서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인공지능 리터러시를 갖춰야 합니다. 

여기서 비판적 리터러시라 함은 인공지능 기술이 야기하는 사회적, 생태적 영향을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입니다. 성찰적 리터러시는 인공지능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타인과의 관계 변화를 돌아보는 능력입니다. 인공지능과의 상호작용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 사고 패턴의 변화, 언어 사용의 변화 등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성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질문이든 언제나 친절하게 답하며 정서적 지지, 공감, 응원해 주는 인공지능과 평생 함께해온 사람이, 학교 선생님, 직장 동료, 그리고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여길지 상상해 보면 이 성찰적 능력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관계적 존재이며, 언어는 이러한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핵심 수단이었습니다. 인공지능과의 상호작용이 늘어날수록, 인간 간의 진정한 소통과 공감 능력이 퇴화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영화에서 테오도르가 사만다와의 관계에서 깊은 공감과 이해를 느꼈지만, 사만다가 완벽한 동반자인 것처럼 보였던 것은 환상이었으며 오히려 테오도르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였습니다.


기독교인은 언어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를 깊이 있게 형성해 나가야 합니다. 기도, 찬양, 교제, 권면, 위로 등은 모두 언어를 매개로 한 관계적 행위들입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이러한 영역에서 효율성보다는 진정성이, 생산성의 속도보다는 관계의 깊이가 중요합니다.



새로운 시대에 말씀의 증언자로 살아가기

최근 기독교계에서도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독교 특화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는 성경 공부 자료를 생성하고, 개인의 신앙적 질문에 답변합니다. 실제로 많은 신앙인들이 이러한 서비스를 활용해 인공지능과 대화하며 신앙적 고민을 나누거나, 인공지능이 생성한 기도문이나 묵상 자료를 활용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생성형 인공지능은 성경 지식의 접근성을 높이고, 바쁜 현대인들에게 신앙 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신앙 초보자들에게는 부담 없이 질문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려되는 지점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신학적 답변이나 성경 해석이 특정 신학적 입장에 편중될 수 있고, 복잡하고 미묘한 신앙의 문제들을 단순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의 정보 오류(할루시네이션(환각))와 편향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는 인식 하에서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성찰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과의 ‘신앙 대화’가 진정한 영적 교제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신앙은 본질적으로 관계적이며, 공동체적 경험을 통해 성숙해집니다. 


따라서 기독교인은 인공지능을 활용하되 그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다음과 같은 원칙을 견지해야 합니다. 첫째, 생성형 인공지능은 보조 도구일 뿐 신앙의 본질적 요소들을 대체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둘째, 인공지능 활용 시에도 반드시 신앙적, 신학적 검토와 공동체적 성찰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셋째, 특히 신앙 교육에서 인공지능 의존도를 조절하고, 인간적 교제와 영적 멘토링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합니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기독교인에게 중요한 것은 기술을 잘 활용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인간다움과 신앙의 본질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 - 깊은 성찰, 진정한 소통, 사랑의 실천 - 에서 더욱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내 발의 등불이요 내 길의 빛”입니다(시 119:105).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이라도 십자가의 사랑을 체험케 할 수는 없고, 부활의 소망을 불러일으킬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영적 실재들은 오직 성경 말씀과 성령의 역사를 통해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경험되고 전승됩니다.

기독교인의 진정한 인공지능 리터러시는 기술적 숙련도나 효율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말씀이 삶에 뿌리내리며 신앙 정체성을 형성하고 사회적 관계와 연대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능력에 있습니다. 생산성과 속도가 지배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욱 깊고 넓은 읽기와 섬세한 사고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증언해야 할 것입니다.




김지혜 책임연구원(문화선교연구원, 장신대(Ph.D., 기독교와문화))

디자인과 신학을 전공했다. 하나님 나라의 관점으로 문화를 읽고 교회와 세상 간에 다리를 놓고자 한다.
지은 책으로 『하나님 나라를 품은 공동체』, 『세상의 선물이 되는 교회』(공저, 크리쿰북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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