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평등’은 말 그대로 평등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말은 우리 시대의 문제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경제적 불평등, 권력 불평등, 성 불평등 등 수많은 불평등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연구, 정책,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인 최병천은 우리나라의 불평등 문제를 다루고자 오랜 정당 활동을 해왔고, 5년 간의 연구와 토론 끝에 『좋은 불평등』을 출간했다.
저자는 여러 불평등 중에서 경제적 불평등, 특히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 문제’를 다루고 있다. 책은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구성된다. 첫째,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불평등 담론의 문제점을 다룬다. 둘째, 우리나라 불평등 문제를 국내·외적인 역사적 상황 안에서 다룬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중국과의 관계이다. 셋째, 위의 분석을 토대로 소득 불평등 문제 해소를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은 ‘중국발 불평등’
지금까지 진보적 지식인이나 정치인들은 불평등의 원인을 재벌, 신자유주의 정책, 비정규직 문제로 보았다. 하지만 저자는 여러 통계자료 분석을 근거로 제시하며, 중국이 세계시장으로 편입된 것을 우리나라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제시한다. 간단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1) 중국에 우리나라의 고도화된 기술 제품을 수출하면서 소득분위 상층부의 소득이 증가했다.
2)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저기술 제품의 경쟁력이 중국 제품에게 밀리면서 소득 중간층이 얇아지고 하층부의 소득이 감소했다.
3) 상층부 소득이 증가하고, 중간층은 얇아지고, 하층부의 수는 많아지고 소득은 감소하면서 소득 불평등은 심화됐다.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국제적 요인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불평등 문제 분석을 국내적 요인으로 국한하지 않고 우리나라와 관련된 국제적 상황 안에서 풀어낸 것이 이 책의 중요한 지점이다. 그동안에도 세계화,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등의 문제를 다루는 비판이론들은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은 불평등 문제를 단순히 이론적 차원이나 서구적 담론을 통해 분석하기보다는, 실제 우리나라가 겪은 불평등 심화의 역사적 과정을 분석하면서 세계 경제의 변화가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을 밝혀내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불평등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국제경제와 링크된 개방 모델’을 통해 세계 경제와 우리나라의 상황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빈곤층은 노인층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적 부, 공동의 부를 함께 누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성서에 나타난 하나님 나라의 비전이며 우리도 힘써야 하는 과제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책에서 곱씹어볼 또 한 가지 내용은 바로 ‘빈곤층’의 문제이다. 성서에서 하나님의 특별한 관심을 받는 가난한 자, 우리 시대의 경제적 약자는 누구인가? 저자는 이에 대해 ‘노인층’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계층 구분에서 가장 하위에 속하는 이들은 바로 ‘비노동’ 계층이다. 그리고 이 ‘비노동’ 계층은 주로 65세 이상, 특히 75세 이상의 노인으로 구성된다. 2019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불평등 감소 효과를 가져온 것도, 사실상 이 시기의 정책이 노인 계층의 사회복지 및 일자리 복지에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기독교와 교회는 예전부터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고민하고 힘써왔다. 최근 드러나는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는 여성, 청년, 장애인, 이주민 등이다. 이들에 대한 관심과 연대를 넓혀나가는 것과 함께, 여전히 한국사회의 빈곤층으로 남아있는 노인에 대한 섬김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
더 필요한 논의들
저자는 세계 경제 상황과 중국 경제의 영향을 강조하다 보니,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국내적 분배의 문제에는 (노인 빈곤을 제외하고는) 거의 침묵하고 있다. 국제적 상황에 맞게 적절히 대응하고 저임금노동 산업의 부가가치와 경쟁력을 높이기만 하면 불평등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저자가 비판받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청으로 연결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적절한 수익 분배 문제, 부동산과 금융자본이 가져오는 양극화 심화 현상 등 불평등 해소를 위해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주제들이 더 있다. 이에 대한 분석과 대안 마련이 함께 이루어질 때, 불평등 해결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나가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좋은 불평등』은 우리나라의 경제적 성장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적 제안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국제적 상황과 세계 경제를 분석하고 있지만, 그 목적은 분명히 우리나라의 이익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특정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실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분석과 대안을 마련하고자 애쓰고 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에 대한 통찰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읽어야 하는 책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이어지는 고민이 있다. 우리나라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러한 분석과 대안들이, 창조세계를 함께 살아가는 지구 공동체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특별히 세계 경제와 개발도상국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개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고민이고 국가로서도 할 수 없는 고민이다.
기독교는 고민하고 힘써야 한다. 어려운 과제이고 지난한 노력이 필요한 문제이다. 셀 수 없는 많은 이들의 노력과 수고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기도와 연구와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우리는 온 땅에 정의와 평화가 충만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다.
글. 김용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불평등’은 말 그대로 평등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말은 우리 시대의 문제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경제적 불평등, 권력 불평등, 성 불평등 등 수많은 불평등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연구, 정책,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인 최병천은 우리나라의 불평등 문제를 다루고자 오랜 정당 활동을 해왔고, 5년 간의 연구와 토론 끝에 『좋은 불평등』을 출간했다.
저자는 여러 불평등 중에서 경제적 불평등, 특히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 문제’를 다루고 있다. 책은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구성된다. 첫째,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불평등 담론의 문제점을 다룬다. 둘째, 우리나라 불평등 문제를 국내·외적인 역사적 상황 안에서 다룬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중국과의 관계이다. 셋째, 위의 분석을 토대로 소득 불평등 문제 해소를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은 ‘중국발 불평등’
지금까지 진보적 지식인이나 정치인들은 불평등의 원인을 재벌, 신자유주의 정책, 비정규직 문제로 보았다. 하지만 저자는 여러 통계자료 분석을 근거로 제시하며, 중국이 세계시장으로 편입된 것을 우리나라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제시한다. 간단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1) 중국에 우리나라의 고도화된 기술 제품을 수출하면서 소득분위 상층부의 소득이 증가했다.
2)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저기술 제품의 경쟁력이 중국 제품에게 밀리면서 소득 중간층이 얇아지고 하층부의 소득이 감소했다.
3) 상층부 소득이 증가하고, 중간층은 얇아지고, 하층부의 수는 많아지고 소득은 감소하면서 소득 불평등은 심화됐다.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국제적 요인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불평등 문제 분석을 국내적 요인으로 국한하지 않고 우리나라와 관련된 국제적 상황 안에서 풀어낸 것이 이 책의 중요한 지점이다. 그동안에도 세계화,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등의 문제를 다루는 비판이론들은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은 불평등 문제를 단순히 이론적 차원이나 서구적 담론을 통해 분석하기보다는, 실제 우리나라가 겪은 불평등 심화의 역사적 과정을 분석하면서 세계 경제의 변화가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을 밝혀내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불평등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국제경제와 링크된 개방 모델’을 통해 세계 경제와 우리나라의 상황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빈곤층은 노인층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적 부, 공동의 부를 함께 누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성서에 나타난 하나님 나라의 비전이며 우리도 힘써야 하는 과제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책에서 곱씹어볼 또 한 가지 내용은 바로 ‘빈곤층’의 문제이다. 성서에서 하나님의 특별한 관심을 받는 가난한 자, 우리 시대의 경제적 약자는 누구인가? 저자는 이에 대해 ‘노인층’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계층 구분에서 가장 하위에 속하는 이들은 바로 ‘비노동’ 계층이다. 그리고 이 ‘비노동’ 계층은 주로 65세 이상, 특히 75세 이상의 노인으로 구성된다. 2019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불평등 감소 효과를 가져온 것도, 사실상 이 시기의 정책이 노인 계층의 사회복지 및 일자리 복지에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기독교와 교회는 예전부터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고민하고 힘써왔다. 최근 드러나는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는 여성, 청년, 장애인, 이주민 등이다. 이들에 대한 관심과 연대를 넓혀나가는 것과 함께, 여전히 한국사회의 빈곤층으로 남아있는 노인에 대한 섬김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
더 필요한 논의들
저자는 세계 경제 상황과 중국 경제의 영향을 강조하다 보니,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국내적 분배의 문제에는 (노인 빈곤을 제외하고는) 거의 침묵하고 있다. 국제적 상황에 맞게 적절히 대응하고 저임금노동 산업의 부가가치와 경쟁력을 높이기만 하면 불평등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저자가 비판받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청으로 연결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적절한 수익 분배 문제, 부동산과 금융자본이 가져오는 양극화 심화 현상 등 불평등 해소를 위해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주제들이 더 있다. 이에 대한 분석과 대안 마련이 함께 이루어질 때, 불평등 해결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나가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좋은 불평등』은 우리나라의 경제적 성장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적 제안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국제적 상황과 세계 경제를 분석하고 있지만, 그 목적은 분명히 우리나라의 이익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특정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실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분석과 대안을 마련하고자 애쓰고 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에 대한 통찰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읽어야 하는 책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이어지는 고민이 있다. 우리나라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러한 분석과 대안들이, 창조세계를 함께 살아가는 지구 공동체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특별히 세계 경제와 개발도상국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개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고민이고 국가로서도 할 수 없는 고민이다.
기독교는 고민하고 힘써야 한다. 어려운 과제이고 지난한 노력이 필요한 문제이다. 셀 수 없는 많은 이들의 노력과 수고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기도와 연구와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우리는 온 땅에 정의와 평화가 충만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다.
글. 김용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