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분석 [요즘뜨는것들]'소울리스좌' : 영혼을 분리해야만 하는 청년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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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리스좌

요즘 뜨는 트렌드를 알아보려면 MZ세대가 가장 많이 따라 하는 ‘밈(Meme)’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된다. 그런데 최근 인플루언서, 연예인, 심지어 교회에서까지 따라 하고, 재생산하는 밈이 있다고 한다.

“내 앞에 있는 안내 근무자의 안내를 받아
한 자리에 두 분씩 한 보트에 열 분이서
머리 젖습니다~ 옷도 젖습니다~
신발 젖습니다~ 양말까지 젖습니다~
옷 머리 신발 양말 다 다 젖습니다
물에 젖고 물만 맞는 여기는 아마존
아 마 (아) 존조로존조로로존~”

이는 에버랜드 대표 놀이기구인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탑승할 때 직원이 탑승자들에게 들려주는 안내사항에 음과 박자를 붙여 만든 멘트(혹은 랩)이다. 그런데 왜 이 멘트에 대중들이 열광하게 된 것일까? 


<영상 출처: 유튜브 채널 ‘티타남’>

이 영상 속 주인공은 ‘아마존 익스프레스’에서 4년째 아르바이트를 해왔다는 김한나(23)씨다. 긴 멘트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비트에 맞춰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사실 관전 포인트는 아르바이트생의 ‘영혼 없는 눈빛과 몸짓’이다. 너무 열심히 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대충 하지도 않는 적당한 텐션. 기분을 파악할 수 없는 그냥 그런 표정. 그렇지만 할 일은 제대로 완벽히 해내는 모습이 인상 깊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 게시된 지 2개월 만에 조회수 2만 회를 기록했고, 사람들은 김한나 씨를 ‘소울리스좌(soulless座)’라 부르기 시작했다. 여기서 ‘소울리스’란 ‘영혼(soul)이 없는(less)’ 상태를 말하며, ‘좌’는 ‘최고의 경지(본좌)’에 오른 사람을 뜻한다. “노동자로서 영혼 없이 일하는 듯 보이지만, 최고의 경지에 올라 있는” 모습을 보며 ‘소울리스좌’라 일컫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모습은 2-30대 노동자들에게 폭발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영혼과 육체를 분리하는 청년 노동자들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 사람’, ‘열정이 없는 사람’, ‘가식적인 사람’

소울리스좌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는 소울리스를 주로 부정적인 묘사에 사용해왔다. 하지만 요즘 소울리스는 “감정과 에너지를 균형 있게 조절하는 사람”을 일컬으며 꽤 긍정적인 수식어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왜 MZ세대는 ‘영혼이 없는 육체’ 상태를 더 선호하게 된 것일까?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이 힘들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자신의 적성에 잘 맞는 일이라 하더라도, 사람으로부터 오는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겪는다면 누구나 지치기 마련이다. ‘감정 노동’이 필요한 서비스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무례한 고객들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매 순간 전투태세가 되기 마련이다. 고객을 만나지 않는 사무직 직장인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직급, 업무에 대한 이해도, 업무 태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함께 일하면 감정 소모는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러한 환경에서 매사에 ‘전심(全心)’으로 몰입해서 일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영혼과 마음은 훨씬 더 지쳐가게 될 것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어차피 다녀야 할 직장이라면, 영혼과 육체를 분리한 채 적은 에너지로 최대의 효율을 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2016년에 방영된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는 배우 ‘박진주’씨가 감정노동에 지쳐 영혼 없이 환자를 대할 수밖에 없는 간호사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적이 있다. 시청자들은 이를 ‘하이퍼 리얼리즘 간호사 연기’라며 찬사를 보냈다.(출처: 놀면뭐하니 유튜브)>


누군가는 소울리스좌를 일컬어, ‘직장 내 주인의식도 없고, 책임감도 없으며, 헌신적이지 않는’ 사람이라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소울리스의 또 다른 방점이 ‘일잘러가 되는 것’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소울리스좌의 실제 주인공인 김한나 씨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영혼이 없다는 게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는 속사포로 쏟아지는 안내 멘트를 익히기 위해 수개월을 목이 쉬도록 연습했다.”

지난 <일잘러> 편에서 소개했듯이, 오늘날 MZ세대에게 있어서 일잘러의 기준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들은 평생직장의 개념을 갖기보다, 자신의 직무적성에 맞는 일을 계속해서 찾아가길 원한다. 그리고 직무적성과 맞는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무조건적인 헌신이 아닌, 인격적이고 성숙한 조직 문화를 지향한다. 사실, 실제 주인이 아닌데 주인의식을 요청하는 것부터가 아이러니한 일이다. 게다가 청년들이 영혼을 갈아 넣어 헌신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결국 개인의 행복과 건강보다는 크지 않은 것들이다.

오늘날 청년들이 소울리스좌에게 공감했던 이유는 ‘주어진 업무는 능숙하게 해내지만, 감정과 에너지를 절제하는 모습’에서였다. 즉 청년 노동자들이 일을 할 때, 영혼과 육체를 분리하려는 이유는 자기 자신과 일을 분리해서 최소한으로 감정을 소모하되, 최대한의 효율을 내기 위함이 아닐까?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일잘러들

일을 하다 보면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소위 말하는 ‘진상 고객’이나 ‘갑질 상사’들이 그렇다. 사람들은 말한다. 무리한 요구를 하며 다짜고짜 화내는 고객들이나, ‘라떼’ 방식의 업무 태도를 요구하며 비난하기만 하는 상사들에게는 오히려 소울리스로 대응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상대방으로 인해 덩달아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일만’ 하겠다는 일종의 다짐이다.

그런데 반대로 ‘소울풀’이 되어야만 대응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영상이 하나 있다.

<영상 출처: 유튜브 채널 ‘쭈루리’>

술에 취한 한 고객이 카페에서 음료를 시키려는데,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기계 이용 방법이 어렵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에게 욕설을 내뱉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놀라운 것은 아르바이트생의 반응이다. 무례한 고객에게 맞서서 언성을 높이면서도, 잘못된 점을 차분히 짚어주며 역지사지로 참교육을 시켜준 것이다. 가끔은 소울리스나 무대응보다 소울풀한 대응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나도 당신과 똑같은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것을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가만히 있다가 욕을 들은 아르바이트생은 너무 불쾌했겠지만, 기분이 태도로 이어지지 않음으로써 결국 프로답게 자기 할 일을 잘 마무리했다”며 응원을 보냈다.


#내 영혼, 절대 지켜!

그렇다고 요즘 세대가 비교적 상처를 덜 받으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외부에서 오는 부정적인 감정과 영향을 칼차단하려는 그들의 행동은, 상처받는 것에 더 취약한 세대라는 것을 역설하는 듯하다. 일터에서 소울리스로 대응하는 모습에는 “내 영혼만큼은 지킨다”라는 무언의 다짐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가장 슬픈 문제는, 영혼을 쉬게 해줘야 하는 교회에서도 ‘소울리스’로 앉아있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이다. 사회 속에서 고군분투 하던 그들의 긴장감은 교회에 와서도 조금도 사라지지 않는다. 조금만 마음을 열면 물 밀 듯 밀려와 맡겨지는 봉사들, 당사자가 허용하지 않았음에도 서슴지 않고 행해지는 무례한 태도와 언행들, “라떼는~”으로 시작해서 정치·경제·문화 전반의 생각들을 주입하려는 어른들이 존재하는 한, 청년들은 주일에도 영혼을 집에 두고 교회에 올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러는 편이 신앙생활을 하기에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좋게, 좋게, 은혜롭게, 시험에 들지 않도록.

그러나 교회와 사회는 다르다. 달라야만 한다. 교회는 청년들에게 있어 소울리스로 존재할 때 더 긍정적인 효율을 낼 수 있는 일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회는 청년들의 영혼과 마음을 편안하게 끌어내 주어 잠시라도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되어주어야 할 곳이다. 청년들에 교회 안에서 소울리스로 예배를 드리고, 교제를 하고, 봉사를 하고 있는 게 빤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척 가만히 두어서는 안 된다. 청소년의 때가 신앙을 배워야 하는 시기라면, 청년의 때는 신앙의 성숙을 위해 지속적으로 돌봄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시기이다. 청년들이 한 주간 동안 “인간적으로” 영혼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삶을 “신앙적으로” 영혼을 지키기 위한 삶으로 확장시킬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교회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 교회가 되어주기 위해서는, 가르치고 주입하고 알아서 책임지게 둘 것만이 아니라, 하루에도 영혼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하며 살고 있는지 그 삶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주어야 할 것이다. 


“괜찮아, 해치지 않을게. 너의 영혼을 나에게 보여줘. 다치지 않도록 우리가 잘 보듬어줄게.”



글. 임주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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