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문화 읽기주보라 프로그래머의 Pick 영화 <애프터양> - "그의 시선 속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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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라는 단어가 유난히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SF’ 장르는 기상천외하고 거대하지만, 또 어렵고 허무맹랑하니까. 그저 마니아들만이 사랑하는 장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언뜻 보기에는 한 가족에 대한 소박한 드라마 같은 영화 <애프터 양>은 사실 SF 영화다. 가족의 일원인 ‘양’은 사실 안드로이드 인간이다. 따스한 눈길로 가족을 곁에서 돌보며 모든 시간을 함께하는, 너무나 인간 같은 ‘양’은 결국 SF적인 상상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프터 양>은 이런 ‘양’의 죽음 이후에 대한 영화다. ‘양’이 갑자기 고장이 나서 켜지지 않는다. 가족과도 같은 ‘양’이기에, 특히 딸 ‘미카’가 너무나 의지하는 존재이기에, ‘제이크’와 ‘키라’ 부부는 그를 고치기 위해 노력한다. 안드로이드 인간을 만드는 제조업체는 그저 그를 반납하고 새 기계로 바꾸라고 하지만 ‘제이크’는 다른 방법을 찾다가 수리기사 ‘러스’를 만나게 되고, ‘러스’는 ‘양’의 중심부를 열어 ‘메모리 뱅크’를 꺼낸다.


시선 속의 삶과 사람

‘제이크’는 그렇게 ‘양’의 기억들과 마주한다. 인간이 아닌, 그러나 분명 가족이기도 한 ‘양’. ‘양’이 지금껏 살아오면서 모든 것을 바라본 그 시선을 그대로 자신의 두 눈에 붙여서 본다. 바람에 흩날리는 나무와 풀들, 비가 오는 날의 호숫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꽃잎들, 새빨간 태양과 노을, 그리고 ‘양’이 거쳐온 여러 가족들, ‘인간’들.


죽음과 다름없는, 작동을 멈춰버린 상태의 ‘양’은 단순히 기능을 다 한 로봇이 아니라 삶과 시간을 축적한 데이터였다. ‘양’이 눈에 담아 기억에 새긴 것들은 모두 아름다운 풍경들이었고 그 안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깨어지고 망가진 세상과 그 안에 늘 결핍된 상태로 존재하는 사람이 감히 아름다울 수 있을까. 우리의 삶이 멀리서 바라볼 때 과연 추하지 않은가.


서로의 아름다움

오묘한 사랑의 시선으로 세상과 사람을 관찰하던 ‘양’은 천사를 떠올리게 한다. 꼭 하나님의 시선이 그와 같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창조주의 완전한 회복이 도래할 때까지 우리는 기다려야 하지만, 그때까지 우리는 서로에게서 아름다움을 보고 하나님의 사랑의 눈을 배울 수 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여전히 깨어지고 망가진 세상과 또 그 안에 흉한 사람의 모습뿐일지라도. 그분의 아름다움을 닮아 가기 위해 애쓰며, 그렇게 우리의 삶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양’의 기억을 들여다봄을 통해 ‘사람’을 발견하는 영화 <애프터 양>은 신비로운 격려를 전해주는 영화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지 곱씹게 만드는 <애프터 양>이 던져주는 여러 심상을 느껴보길 권한다.



*영화 <애프터양>은 현재 필름포럼에서 절찬리 상영중입니다. 


글. 주보라 프로그래머 (필름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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