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분석 [요즘뜨는것들]엔데믹 시대, '팝업스토어'의 진화 그리고 교회의 과제

202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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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의 진화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한참 심각했던 팬데믹 시대, 사람들은 인파를 피해 ‘집’이나 혹은 ‘가상공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MZ세대는 이러한 상황에 맞게 다양한 ‘집콕 문화’를 만들어냈고, ‘메타버스’에서 만나고 소통하며 소비생활까지 즐겼다. 

그런데 최근 엔데믹(endemic) 시대에 접어들며, MZ세대의 놀이터가 ‘집’이나 ‘가상공간’에서 다시 오프라인으로 바뀌고 있다. 눈으로 구경하고 몸소 체험하며, 인증샷도 찍고, 굿즈도 받아볼 수 있는 곳.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모두 무료인 곳. 바로 ‘팝업스토어’이다. 팝업스토어란 인터넷 웹페이지에서 잠깐 떴다 사라지는 ‘팝업창’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적은 규모의 매장으로, 한정된 기간에만 운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업에게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꼽혀왔었다. 그런데 요즘, 이 팝업스토어의 진화가 예사롭지 않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목적이나 특성들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들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과거 팝업스토어가 정식 매장 오픈에 대한 부담을 덜고, 소비자의 반응을 파악하며 판매 전략을 높이는 데에만 이익을 두었다면, 이제는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설명하고, 소통하며 ‘이색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한마디로, MZ 맞춤 공간으로 진화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린 ‘파는 것’보다 알리는 게 중요해

‘가치소비’, ‘지속가능성’, ‘ESG’, ‘이색 체험’, ‘인증샷 맛집’. 

이 키워드들은 모두 MZ세대의 소비 트렌드에 속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잠재적 소비자의 니즈를 연구하고 파악한 몇몇 기업들은 팝업스토어(또는 팝업체험존)라는 새로운 놀이공간을 탄생시켰고, 그 안에 '홍보', '리브랜딩', '소통'이라는 내용물을 담아냈다. 팝업스토어가 ‘핫플레이스’로 불리게 된 본격적인 계기는, 작년 가을 이태원역에 설치됐었던 ‘오겜월드’를 통해서이다. 넷플릭스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방영하기 전, 대중들로 하여금 직접 어릴 적 추억의 게임들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체험존을 마련하여 홍보에 나섰다. 이러한 마케팅 방식은 MZ세대의 놀이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여 홍보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오겜월드 / 이미지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페이스북>

홍보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를 리브랜딩 하는 데에도 팝업스토어 만한 게 없다. 과거에 형성된 이미지나 편견에 갇혀 더 넓은 고객층을 확보하지 못해 왔던 브랜드들이 새로운 콘셉트로 탈바꿈한 후,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예를 들어, 올드한 이미지를 환기하고자 나선 ‘오뚜기’는 성수동에 ‘Y100’을 열어 Z세대가 좋아할 만한 다양한 굿즈를 만들어 판매 중이다. 부유층이나 높은 연령대만 주로 찾던 ‘구찌’, ‘디올’, ‘샤넬’ 등 명품 브랜드들은 Z세대가 자주 다니는 성수동과 한남동 거리로 나와 팝업스토어를 열어 더 많은 이들이 매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공간만 거리로 이동한 것이 아니다. 요즘의 힙(Hip)한 감성을 탑재해서 자유롭고 다양한 콘셉트로 MZ세대에게 더욱 공감과 친밀감을 얻고 있다.

 <좌: 오뚜기 팝업스토어 'Y100'  /우: Dior 팝업스토어 / 둘다 모두 성수동에 위치해 있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수동적 체험을 넘어, 더욱 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마련된 참여형 팝업스토어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대한제분 곰표’의 플로깅 행사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에 소래산 꼭대기에 팝업 스토어를 열고, 참가자들로 하여금 등산을 하면서 쓰레기를 주워 담아 산 정상에 올라오면, 곰표 굿즈와 교환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연남동에 마련된 ‘올리브영’ 팝업스토어도 비슷한 성격을 띤다. ‘나·지구·동물을 지키는 다정한 힘, 다정력 하우스’라는 주제의 친환경 매장은 다 쓴 화장품 공병을 수거해온 고객들에게 입장권을 주었다. 

<대한제분 곰표에서 시행한 '플로깅' 팝업스토어>

이러한 사례들은 요즘 기업들이, 고객들에게 ‘파는 것’보다 ‘알리는 것’을 더 큰 목적으로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단기간에 최고의 매출을 올리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고객들에게 변화된 브랜드 이미지, 기업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 상품에 대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우린 ‘사는 것’보다 경험하는 게 중요해

장기화된 언택트 상황 속, 사람들은 ‘경험 소비’ 에 대한 욕구를 제대로 채울 수 없었다. 그러나 거리두기가 2년 1개월 만에 해제되자,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경험 소비가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들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사실, 매장에 ‘경험’하러 가는 것조차 부담스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지 물건을 구경하기 위해 매장에 들어가 보는 것인데, 입장과 동시에 가까이 다가오는 직원의 행동에 괜히 구매에 대한 부담이 샘솟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매장’이라는 곳은 기본적으로 구매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찾는 곳이고, 또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판매’를 목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팝업스토어는, 기본적으로 ‘무료 놀거리’를 제공한다. 고객들은 부담 없이 놀기 위해 찾아오고, 기업들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품을 체험시켜 줄 기회가 늘어나니,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가 윈윈이 된다.

<좌: 부산에 위치한 LG전자 팝업스토어 '금성오락실' / 우: 더현대서울에 위치한 '위글위글'의 팝업스토어> 

대표적으로는 ‘LG전자’가 부산 광안리에 오픈한 ‘금성오락실’이 있다. ‘뉴트로(new+retro)’ 콘셉트의 팝업스토어로, 과거 오락실에서 즐기던 추억의 게임부터, 최신 콘솔 게임까지 다양한 게임을 모두 다 즐길 수 있게 마련된 곳이다. 물론 게임은 무료다. 또 다른 곳은 더현대서울에 마련된 ‘위글위글’ 팝업스토어이다. 마치 키즈카페를 연상시키듯 비비드하고 화려한 공간을 구현해낸 곳이다. 귀여우면서도 재미있는 공간을 찾는 ‘키덜트(Kid+adult)’들에게는 이만한 놀이터가 또 없다. 그런가 하면, 기업 제품에 대한 경험보다는 힙한 감성만으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 팝업스토어들도 있다. 청담에 열린 ‘시몬스’의 팝업스토어에는 주력 상품인 침대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요즘 감성의 해외 식료품점이 차려져 있어서 인증샷의 성지가 되었다고 한다.

 <침대말고 다 파는 '시몬스 침대'의 팝업스토어. 이러한 전략이 오히려 MZ세대로 하여금 '시몬스'브랜드를 친근하게 만들었다.>


#우리도 ‘인원수’보다 공동선이 중요해

요즘 팝업스토어는 꼭 소비할 심상이 아니어도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곳, 재미있게 즐기면서도 때로는 그곳에 담긴 사회적 가치들을 보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여겨진다. 어차피 ‘사게 하려고’ 만들어 놓은 곳임을 알면서도 자꾸 가보고 싶게 되는 곳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가는 시기. 교회는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어주어야 하며, 또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교회가 고민해야 할, 이 시대에 맞는 선교적 방식은 무엇일까?

사실 이러한 팝업스토어는 교회에도 계속 있어왔다. 하나님을 모르는 이들에게 전도를 하고, 교회로 초청하여 교회 공동체를 유사 경험시켜주는 행사들 말이다. 이를테면 ‘일일 찻집’, ‘노방 전도’ 혹은 ‘총동원 전도주일’ 등.. 사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꽤 괜찮은 선교 방식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일시적인 행사들이 단순히 교세 확장에만 목적을 두는 것은 아닌지. 교회 안팎에서는 이러한 사역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렇다. 아무리 좋은 본질이 담겨있다 하더라도, 이미 교회를 향한 비판적 관점과 선입견들이 가로막고 있어서 그런지, 과거에 활발했던 선교 사역들이 요즘 시대에는 잘 통하지 않는 듯하다.
 

<통계 출처: 목회데이터연구소 (2021.8월)>

실제로 코로나19 기간 때 많은 청년들이 교회를 떠났다. “나는 간다”는 이별의 말도 없이, 그들은 거리두기가 끝났음에도 조용히 돌아오지 않길 선택했다. 그리고 교회는 거리두기와 거리두기 해제의 시간을 겪으며 뼈아픈 사실들을 깨달았다. 주일성수의 유무가 성도들의 신앙 상태를 다 말해줄 수 없다는 것을. 더 많은 인원으로 예배의 자리를 채우는 것보다, 성도들이 교회 밖으로 나가서도 삶 속에서 신앙함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선한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교회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더욱 강력하고 확고한 진리가 공유되었어야 했다. 성도들에게 실질적인 공동체 경험을 주었어야 했다. 교회는 단순히 모이는 공간을 넘어서서, 지역 사회에서 공동선을 세우고 행동하는 역할을 감당했어야 했다.


요즘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다가는 데 있어서 방해되는 것들을 직시했다. 브랜드가 가진 과거의 이미지나 편견들, 시대의 사회적 가치와 어긋나는 것들. 이러한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기업들은 잠재적 고객인 MZ세대의 특성을 파악하려 노력했고, 거리로 나왔으며, 올바른 사회적 가치를 따르며 리브랜딩 해나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당장에 높은 매출로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다시 오프라인이 중시되는 이 시기에, 만일 교회가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선교적 방식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거리두기 때보다 오히려 성도들과 더 큰 거리가 생겨버릴지도 모른다. 교회가 여전히 “우리는 꽤 괜찮은 교회야~”라는 안도감에만 머물러 있다면, 성도들 역시 “나는 그래도 교회는 다녀~”라는 정도의 안도감에만 머물며 신앙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교회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역시,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 부정적인 견해에만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교회는 지금, 인원수의 회복보다는 거리로 나가며 소통하기를, 지역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공동선을 고민하기를, 시대에 맞는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기를 노력할 때이다. 그래서 교회가 가진 본질과 이미지 모두를 다시 리브랜딩 해 나가야 한다. 



글. 임주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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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런': 현대판 구별짓기 소비>

<'갓생살기' : 코로나19이후 신앙생활>

<'앰비슈머' : MZ소비문화-양면적소비>

<'MBTI' : MZ의 요즘 명함>

<'두유노클럽' : K-콘텐츠 전성시대>

<'일잘러' : MZ가 원하는 조직>

<'ESG'경영과 '그린워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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