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문화 읽기주보라 프로그래머의 Pick 영화 <플레이그라운드> - "우리는 플레이그라운드를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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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즉고(生卽苦). 삶은 문제와 고통의 연속이라고 한다. 이런 명제에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하는 것은 당연히 삶의 경험이 쌓인 어른들일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어린아이들은 늘 해맑게 뛰어놀고, 놀다 지쳐 잠이 들며, 삶의 고통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어른인 우리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가만히 눈을 감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우리의 어린 시절이 어떠했는가. 어른인 지금, 우리가 지고 가는 삶의 무게를 그때는 분명 몰랐다. 다만 그때도 우리는 분명 괴로웠다. 절망했고, 아팠고, 또 서로에게 잔인했고, 외로웠다. 그때도 우리는 상처를 알았다.

 

아이들의 시간

영화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는 학교 안의 놀이터를 뛰어다니는 일곱 살 즈음의 아이들의 키 안에서 움직인다. 카메라와 함께 내려가 보니, 그 아래에서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낯선 학교와 친구들은 두려움의 대상이고, 그 안에서 함께 밥을 먹는 일은 쉽지 않은 과업이다. 타인의 표정을 탐색하고 서로의 말에 동조함으로써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그들과 함께 행복해야 한다는 것. 함께 뛰어놀아야 하고 함께 모든 쉬는 시간을 채우고 또 수업 시간을 채워야 한다. 함께 행복하려 애쓰는데도 결국 서투르게 상처를 주고, 상상 이상으로 서로에게 잔인하고, 생채기를 숨겨야 하는 그 모든 시간은 결국 어른들의 시간과 다를 바 없이 전쟁 같다.

일곱 살 ‘노라’는 그런 시간을 뚫고 걸어가고 있다. 같은 학교에 오빠 ‘아벨’이 있기에 다행일 뿐이다. 오빠 ‘아벨’은 ‘노라’가 이 전쟁 같은 학교에서 의지하는 큰 산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노라’는 ‘아벨’이 치르고 있는 전쟁을 본다. 그리고 ‘아벨’이 무너지는 것을 본다. ‘노라’는 선생님을 급히 불러 알려야 하고 또 늘 자신들을 돌보는 아빠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그러나 ‘아벨’은 그런 ‘노라’를 막는다. 이 전쟁은 홀로 치러야 한다. 누군가에게 알리는 것이 이 전쟁을 더 고통스럽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자 ‘아벨’은 ‘노라’에게 더 이상 의지할 산이 아니라, 피하고만 싶은 산이 되었다. ‘아벨’이 당하는 폭력은 ‘노라’에게도 다가와 넘실댄다. 이제 ‘노라’는 ‘아벨’이 원망스럽다.

 

전쟁 같은 삶 안에서

어른들이 걸어가는 고통의 삶과 아이들의 삶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플레이그라운드>는 보여준다. 어떤 삶이 더 가볍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 이 전쟁 같은 삶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가를 늘 고민한다. 어린 시절에도, 연로한 시절에도.

그 고민의 후반부에서 ‘아벨’이 취하는 선택은 더없이 현실적이다. 상처에서 해방되기 위하여 상처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선택을 목격한 ‘노라’는 ‘아벨’을 꽉 붙잡는다. 그 꽉 붙잡고 놓지 않는 작은 손 덕분에 ‘아벨’은 결국 ‘노라’를 꼭 안아줄 수 있었다.

우리는 함께 고민해야 함을 이 영화를 통해 배운다. 아이들과 다를 것 없이, 우리 역시 이전에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으며 앞으로도 겪을 것이다. 아이들의 고민은 우리의 고민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선의 위치로 내려가 그 시선이 보는 삶을 봐야 한다.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마 5:7)

*영화 <플레이그라운드>는 5월 25일에 개봉하였고, 현재 필름포럼에서 절찬리 상영중입니다. 


글. 주보라 프로그래머 (필름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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