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문화 읽기넘나드는 관점, 그리고 'K' - 책 <K를 생각한다>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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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묵 씨의 『K를 생각한다』가 출간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책은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하게 인용되고 있으며, 또한 내용과 관련하여 각 분야에서 토론이 있는 듯하다. 저자가 이미 다양한 지면과 SNS에서 지명도가 있는 90년대생 논객인 데다가, 핫한 키워드 ‘K’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출간부터 이슈가 컸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이 책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386' 및 '90년대생'이라는 세대론, K-방역과 국가 시스템, 민족주의와 다문화, 입시문제와 교육 등 격렬한 논쟁이 가능한 우리 사회 핵심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저자의 논점을 뾰족하게 드러내어서일 것이다.


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세 개를 꼽으라면 ‘세대’, ‘국가’, ‘세계’이다. 저자는 각 장에서 개별 이슈를 다루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역사 속의 사람(세대), 세계화 흐름 속에서의 민족과 변동(세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의 권력과 계층(국가)을 넘나들며 다양한 층위에서 논의를 전개한다. 때문에 일정한 이론이 적용되지 않고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는데, 사실 현대사회가 그렇게 쉽게 하나의 틀로 설명되던가? 오히려 저자가 취하는 다층적인 관점이 지금의 한국사회를 보는데 적실성을 가지지 않나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한국’ 대신 ‘K’를 내세운다. K-방역, K-POP, K-드라마, K-뷰티, K-푸드 등 다양한 곳에서 ‘K’가 사용되지만, 그 의미가 단순히 지역으로서의 ‘한국’을 수식하는데 머물지 않는다. 실제로 ‘K’에는 자부심을 담겨있기도 하지만 조롱의 의미로도 자주 사용된다. 때로는 빠른 속도, 최신 변화를 내포하지만 전통과 위계 의식을 함축하기도 한다. 이렇게 맥락에 따라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K’야 말로 현대 한국사회를 가장 잘 말해주는 단어다. 저자는 이 K에서부터 시작하여 저자 특유의 다양하게 넘나드는 관점으로 K-방역과 국가(2장), 민족주의와 다문화(3장), 386(4장), 교육(5장) - 현대 한국 사회를 주조해 낸 네 개의 기둥 - 을 다룬다.


K-방역에 대한 평가는 시기마다 다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K-방역은 저자가 책을 쓴 2021년 상반기 시점에 국한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 방역에 대해 동아시아 국가가 서구 국가들과 다른 입장을 취했고, 이것이 국가주의의 강화 연장선에 있음을 지적한 대목은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하는 세계화-정보화 흐름과 맞물려 충분히 돌아볼 만하다.


조치원 출신으로 김밥천국을 운영하셨던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지방 소도시의 일상 속에서 다문화를 만나고, 미시적인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이를 다시 세계화 흐름과 민족주의까지 연결하는 분석은 기존 전문가 글에서 볼 수 없는 이 책의 뚜렷한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서울과 지방에서 각각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이중적 세계화-다문화를 소개하고, 사회적 분절을 가속하는 경제 계층화 흐름 속에서도 청년층에서 역설적으로 국가-민족적 정체성이 강화되는 현실을 짚어낸 지점도 흥미롭다. 어느 하나로 수렴되지 않으면서 묘하게 서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중적 현상을 구체적인 사례와 신선한 전개 방식을 통해 드러냈다.


90년대생의 입장에서 동년배 90년대생을 살피고, 386세대와 교육 문제를 분석한 부분도 특색 있다. 왜 90년대생이 공정 담론에 크게 반응하면서도 일관되지 않은 듯한 입장을 보이는지에 대해 단순한 청년실업에 국한하지 않고, 정보화를 필두로 세대 전체가 경험한 성장 환경, 한국사회 발전과 맞닿은 탈가치 경향성, 세계화 조류에까지 연결하여 구조적으로 축적된 현재 모습을 그려낸다. 동시에 386세대에 대해서도 현재적 모습에 머물지 않고, 30년 전 386세대 등장에서부터 가지는 특성과 한계, 세계사적 비교까지 확장하여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한다. 교육에 대해서도 2000년대 이후 학창 시절을 보내며 교육 현장에서의 변화를 몸소 체험한 세대로서 미시적 경험과 거시적 변화를 함께 다루며 K-입시교육의 현재를 그린다.


저자의 방대한 독서력을 짐작케 하는 다양한 사례와 근거, 다층적인 분석은 이 책의 장점이자 걸림돌이기도 하다. 90년대생을 분석한 90년대생 저자의 글이지만 분석 시각, 전개 방식은 90년대생스럽지 않고 오히려 386세대에 가까운 느낌. 물론 이는 저자의 잘못이 아니다. 사람들이 ‘90년대생 저자’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기대하며 읽기 때문이다. 저자는 분명 생물학적 90년대생이지만 그는 90년대생의 중심과 변방을 넘나들면서 90년대생스럽지 않은 필체로 한국사회를 그려낸다. 그러나 분석이 현재에 머무른다는 점에서는 90년대생스럽다. 그의 시야는 시대와 지역을 넘나들지만 초점은 ‘현재’에 가깝다. 그의 분석이 현재적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이 책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은 여러 의미가 있다. 다만 장기적인 미래 변화에 대해서는 좀 더 열어두어도 좋겠다.


책을 읽으며 기독교인으로서 K-기독교, K-그리스도인, 특히 K-청년 그리스도인은 어떠할지 궁금함이 일었다. 세계화와 지역, 역사와 현재, 거시와 미시를 넘나드는 관점에서 볼 때 한국교회는 어떤 ‘K’의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K-그리스도인이라 명한다면 그 안에 농축해 내포된 극단성은 무엇일까? 현재의 90년대생을 교회는 잘 이해하고 함께하고 있을까? 고민할 지점이 많다.

 

 

글쓴이. 이창현 (한반도평화연구원 사무국장 / 이음과 배움 대표)

북한학으로 석박사과정을 공부하고, 10여 년 대치동 수학학원 원장으로 지냈고, 지금은 비영리 연구단체에서 실무자로 일하며 또 다른 작은 비영리단체 대표도 하고 있다. 다양한 이력 속에서 북한, 교육, 기획이라는 서로 다른 세 단어를 섞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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