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리뷰 [오트밀]새로운 시도, Netflix 다큐멘터리를 통해 교회가 세상을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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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배움을 만들어내는 인간, 호모 에루디티오.

수많은 인터넷 강의, 여기저기서 열리는 클래스가 넘쳐나는 요즘, 무언가를 배우고 알아가는 삶은 그닥 특별하지 않다. 아끼는 책을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는 감성은 희미해진 지 오래다. 책은 영상으로 대체되고, 영상은 스마트폰을 만나 우리의 온 감각을 가르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원하던 원하지 않던 진정한 포노 사피엔스로 전향하게 됐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과 동시에 개인, 생존, 경쟁이라는 현대 문화가 주는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수 있도록 OTT는 좋은 루틴을 제공한다. 그 중에서도 <넷플릭스>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서 많은 편성 수와 높은 시청률이라는 흥미로운 통계를 가진 OTT플랫폼이다. 마니아층에게만 인기 있을 것 같은 다큐멘터리 시장에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영상과 연출기법으로 '넷플릭스 향(向)' 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기존 다큐멘터리 형식이 가지고 있는 근엄, 엄숙, 무거운 이미지를 탈피하고 일상에서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가벼운 주제부터, 현 사회가 가지고 있는 핵심 문제까지 다루며 대중성을 띤 스타일리시한 다큐로 새롭게 변화했다. 소재의 참신함과 다양성, 그리고 시의성을 적절히 담아 완벽한 구성과 연출로 이제 ‘다큐멘터리’하면 넷플릭스를 떠올리게 된다.


<이미지 출처 : Netflix 공식 홈피 '다큐멘터리 검색 화면'>


#현실을 담은 영화인가 영화 같은 현실인가

다큐멘터리에는 매번 질문이 따라온다. '영화인가? 혹은 영상기록인가?, 예술인가? 혹은 사실 보도인가?'

우리나라에서 초창기 다큐멘터리는 주로 왜곡된 역사를 폭로하는 역할을 하면서 영상을 보는 관객들에게 정치참여를 독려하고, 이를 통해 사회변화의 필요성을 메시지로 던지는 공론장 되었다. 이후, 다큐멘터리는 점차 역사 담론을 풍성하게 담고 인문학적 사유를 확대하고, 더 나아가 공감하는 차원까지 확장하며 다양한 미학적 실천으로 발전되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이버 성범죄, 'N번방'을 다룬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는 이 두 가지 차원, 즉 '이슈 폭로'와 '대중의 공감'을 똑똑하게 활용했다. 유럽, 남미, 극동 및 동남아시아, 중동,아프리카 등 특정 지역의 ‘현지 문제’(Local Issue)를 적극 발굴 하였으며, 특정 지역이 가지고 있는 이슈에 관심을 둔 전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들의 취향을 서로 연결시켜주었다. 또한 ‘사실’에만 방점을 두는 역사적 문법을 넘어, 영화적 연출을 이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엮는 새로운 스타일의 장르를 재창조했다. 문자와 글이 상상과 판타지를 이끌어내는 힘을 가졌다면, 영상 미디어인 '다큐멘터리'는 소재와 사건이 가지고 있는 사실을 대중으로 하여금 뚜렷하게 '기억'할 수 있게 한다. 넷플릭스는 바로 이점을 착안해 소재와 주제를 탁월하게 다루는 전략을 세웠다. 그들은 대중들의 상황과 고민을 파악했고, 다양한 층위의 다큐멘터리 작가들을 발굴하며 제작 퀄리티가 높아지도록 과감하게 투자했다. 시청자의 호기심과 다양한 취향이 반영된 알고리즘을 통해 보장된 '취향 선택'을 만들었고 거기에 세련된 스토리텔링, 영상 연출 기법 등으로 더욱 개성 넘치고 완성도 높은 남다른 작품들을 만들 수 있었다.


#순도 100프로 다큐멘터리?

우리는 각자가 선호하는 미디어 플랫폼을 '진실'과 '순수'의 정수로 여길 때가 많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해온 역사(문자-언어-인쇄술-디지털)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순수한’ 미디어란 없다는 사실이다. 모든 미디어는 그것을 준비하고 제작하며 배포되는 과정을 맡는 여러 사람들의 세계관이 들어가기 때문에 '순수함'이 아닌 '다채롭고 풍성한 '그리고 '특정한' 의미를 내포하게 된다. 

“촬영과 편집을 거치는 영상 작업에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카메라로 어떤 대상을 찍는다는 것은 우선 앵글과 프레임을 결정하는 일이고, 

앵글과 프레임을 결정하는 데는 반드시 주관의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앵글과 프레임에 따라 대상으로부터 환기되는 감정을 달라진다.” 

옥영 <다큐의 기술> 중에서

< 이미지 출처 : Netflix 공식 페이스북 >

특히 현대 미디어는 자본주의의 강력한 흐름 위에서 정체성을 유지해가고 있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과 거대 자본력으로 일상의 모든 순간을 광고/뉴스 미디어로 통제하고 있다. 더구나 대중들이 무의식중에 받아들이는 정보와 지식에 장시간 노출되다 보면 미디어의 숨겨진 '의도'를 읽어내기란 어려워진다. 삶의 의미를 찾는 주체적이고 수고로운 과정을 미디어에 전가하게 되면서, 현대인들은 얕은 현상만 읽는 것에 익숙해져 간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디어를 통해 정신사적 파급력을 높이고 라이프 스타일을 장악하려는 이들로 인해 대중들의 사유는 고립되고 사고는 경직되어 가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의 쳇바퀴 안에서 대중들은 점차 비평적으로 미디어를 읽어내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의 순기능은 굉장히 많다. 다큐는 본인들이 다루려는 이슈를 깊이있게, 다면적으로 준비하고 방송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시청자들로 하여금 한쪽으로 치우쳤던 선입견이나 신념을 환기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여러 사안들이 우리 개인적인 삶에서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가까이 닿아있으며 때로는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이처럼 다큐는 기본적으로 우리로 하여금 사회적 연대와 공감의 가치를 일깨우는 '공동선'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다큐를 순도 100% 믿음의 대상으로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른 장르 방송들보다 고증이나 통계자료가 더 많다는 이유로, 시청자들은 쉬이 비판점 없이 수용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큐가 짚어내는 내용들 역시 언제나 특정 학자의 주장 혹은 특정 단체의 관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특정 주제들은 시대에 따라 다른 평가를 받기도 한다는 점도. 

분명 다큐멘터리는 시청자들에게 집단지성적이고 참여 실천적인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해석과 사고, 그리고 언어 역시 타인에게 전달되는 미디어가 되기 때문에, 제공하는 내용을 그대로 믿고 성급하게 전달하기보다 판단 보류와 거리두기 등 여러 비평적인 태도를 더욱 길러낼 필요가 있다.  


< 이미지 출처 : Netflix 공식 홈피 >

다큐멘터리가 때로는 너무 직설적이어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하지만, 대체로 시청자의 참여와 질문을 이끌어 낸다. 그러나 우리는 메시지를 단번에 소화시키려는 고질적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큐가 비추는 그 중간 어디 지점의 시선을 버티지 못한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시청자로 하여금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삶과 사건을 조우하게 하고 음미하도록 돕는 예술성이 높은 장르이다. 바로 이런 즉각적인 계몽과 명시적인 해석으로 넘어가게 되는 다큐의 약점을 보완시킨 넷플릭스는 차별화된 다큐 오리지널을 가질 수 있었다. 21세기 영상 미디어는 경계와 모순의 세계에서, 물리적 경험의 한계를 극복하는 느낌을 선사하면서 메시지를 열어둔다.


#공동 접경지대 대탐사 다큐 : 성경

성경책만큼 논란이 되고 수천 년이 지나도 이슈를 만드는 미디어가 있을까. 유대 전승과 예수, 그리고 예수를 따르는 이들의 스토리가 소외되고 가난하고 병든 이에게 소망이 된 것만큼, 잘못된 패권의식이 덧입혀져 끔찍하게 성경을 해석해 온 흐름도 있었다. 그러나 성경은 단순히 문자 풀이나 과학 증명으로 읽을 수 없고,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뒤섞인 소설로만 읽을 수도 없다. 또한 도덕규범과 죄/속량의 비밀문서도 아니다. 역사와 예술의 접경지대로서 성경은 문자와 문맥, 그리고 공동체의 의미를 상상하며 읽을 때 특별한 힘을 주는데 그것은 삶을 반추하고 교정하게 하며 생명을 살리며 소망을 이끌어 내는 동력이 된다.

혹자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로 성경을 ‘제대로’ 읽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일견 맞는 말이다. 필자는 성경을 읽지 않으면 분명 신앙에 대한 감각과 예수의 삶에 대한 기억력에서 월등히 둔감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삶을 단순히 신앙인의 의지 여부로 치부하기에는 하늘의 신비는 무궁하다. 단순히 성경 글자를 줄줄이 읽고 오늘 하루 실천과 적용점을 높인 묵상 방법으로는 하나님 나라의 뜻을 축소시키거나 한계 내에서 고착화시키기 쉽다. 이러한 방법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현대인들이 놓인 상황과 고민을 간과한 메시지 읽기는 추상적이고 느낌적인 느낌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예수께서는 자신이 놓여진 세계를 충실하게 배우셨다. 그가 이 땅에 오셔서 알게 된 것은 로마 식민 사회가 가진 병폐, 이스라엘 역사와 헬라 문화가 만들어낸 억압과 슬픔이었다. 마음과 생각에 닿은 깨달음은 약하고 곤경에 처한 이들과 힘 있는 계급과 부자들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는지 날카롭게 분석하는데 까지 이르렀고, 예수님 그 자신이 이 땅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비전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예수가 세상을 배워가는 태도는 당시 많은 이들에게 상당한 공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시대에는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재해석해주는 교회 공동체가 필요하다.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을 성경 스토리와 단순 일치시켜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그러나 믿음이 실상이 되는 방식은 일맥상통하되,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능동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상상하도록 현실을 환기시키고 설득과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처럼 새롭고 차별화된 것을 보여주고 찾는 이들의 적절한 순환은 다큐멘터리 시장뿐만 아니라 신앙인의 리얼리티에서 일어나야 한다. 



글. 장해림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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