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의 현실, 낙인 문화를 넘어서는 교회로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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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일면식도 없는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입히고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일명 ‘묻지마 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서현역 사건 이후로도 범죄 및 살인 예고는 온라인과 특히 SNS를 통해 계속되고 있고, 상해 시도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시민들은 전에 없던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전에는 혼자 걸어가는 밤길이 무서웠다면, 이제는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 역시 두렵고 걱정스러운 장소가 되었다. 이에 정부와 특히 치안 담당 부서들은 이러한 범죄를 어떻게든 예방하고자 힘을 모으고 있다.

 

묻지마 범죄, 이상동기 범죄

범죄 사건과 함께 ‘묻지마’라는 말이 처음 쓰인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보인다. 당시 <한국일보>는 “‘묻지마 살인’ 광풍”이라는 제목으로 몇몇 연쇄살인들을 다루었고, 그 요인으로 사회 전체의 도덕 및 가치 전도의 문제와 복잡화된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정신질환의 문제를 함께 언급했다.(기사) 이후로 이러한 범죄는 묻지마 범죄, 무차별 범죄, 무동기 범죄, 이상동기 범죄, 증오 범죄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었고, 경찰에서는 작년 1월부터 ‘이상동기 범죄’로 정리하며 연구 및 대응책을 준비해왔다.

올해 8월 10일에는 경찰청 ‘이상동기 범죄 대응 태스크포스’가 이번 상반기에 대한 이상동기 범죄 통계 및 기준을 내놓았다.(기사)1 애초에 일반적인 범죄 유형과는 다르고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정의나 기준 등을 새롭게 마련해야 했던 만큼, 통계 및 적절한 분석 결과를 제시하는 데에 경찰도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기사) 그러나 심각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경찰도 1년 7개월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내실 있는 연구를 지속해서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세워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경찰의 노력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정부도 다양한 부처와 함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법무부는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경찰청은 보다 강력한 치안 활동을 추진하며, 보건복지부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 및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자료)

 

이상동기 범죄의 원인들

묻지마 범죄, 이상동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범죄의 원인들을 분석해왔는데, 크게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개인적 차원은 보통 심리학적 원인과 정신병적 원인으로 나뉜다. 심리학적 원인은 개인이 가진 반사회성이나 공격성, 사회에 대한 분노나 현실에 대한 불만 등이 범죄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고, 정신병적 원인은 조현병, 반사회성 인격장애, 망상장애 등의 정신질환이 범죄의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회적 원인은 이러한 범죄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사회적 문제 상황과 그 맥락 안에서 이해하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경제·사회적 불평등과 불안정, 공동체의 약화 및 사회적 관계의 단절과 고립, 가족해체 현상 및 불안정한 가정환경 등이 범죄의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2

 

개인과 사회의 관계성

이렇게 범죄의 원인이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하나의 고통스럽고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다양한 요인들이 함께 작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범죄들과 마찬가지로, 이상동기 범죄 역시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 상태나 정신장애로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며, 사회구조적 문제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범죄의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개인적 요인들은 사회적 상황의 영향 속에서 생겨나게 되고, 그 개인들은 또다시 새로운 사회적 상황을 만들어가게 된다.

특히, 심리적 문제를 가졌거나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은 인간관계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기 쉬우며, 경쟁적이고 차별적인 사회 현실 속에서 이들의 심리적, 정신적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기 쉽다. 그래서 이러한 묻지마 범죄 또는 이상동기 범죄는 ‘선진국형 범죄’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선진국이 되면서 사회 전체는 발전하지만 이러한 혜택에서 소외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사람들, 상대적 박탈감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먼저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던 일본도 이러한 범죄 문제를 겪었다. 일본에서는 이를 ‘도리마 범죄’라고 부르는데, ‘도리마’는 ‘길거리 악마’라는 뜻이다. 일본은 이 문제를 경제난에 의한 대량 실직이나 히키코모리와 같은 삶의 방식 등 당대의 사회적 상황과 함께 이해하고자 했고, 이를 풀어가기 위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이들의 사회적 연결망 지원을 강화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응을 함께 이어나가고 있다.(기사)

 

우리의 사회적 현실을 돌아보기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다뤄온 것을 보면, 범죄가 발생하는 사회적 상황과 그 맥락은 묻지 않고 개인의 문제만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즉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하는 문제는 묻어두고, 개인이 가진 정신적 어려움 등을 이러한 범죄의 원인으로 국한시키는 것이다.3 그리고 이는 개인에 대한 관리와 통제적인 방식의 대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상동기 범죄라는 사안이 무겁고 심각한 만큼, 치안 활동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책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방식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려면, 범죄가 발생하는 사회적 현실을 돌아보고 이를 풀어가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이와 함께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 문화’를 형성하지 않는 것이다.(기사) 묻지마 범죄에 대한 언론의 보도에서 주로 등장하는 것은 피의자의 조현병, 망상장애 등의 정신질환이다. 그러나 많은 보도들은 단순히 피의자의 심신미약 주장을 근거로 작성되지만, 후에 재판부에 의해 정신질환이 범죄의 원인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이에 대한 정정기사는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4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는 심신미약을 인정받기 위해 정신질환을 주장한다.
그 정신질환이 범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와는 상관없이 수많은 언론들을 통해 보도된다.
그리고 대중들은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위험성 인식을 계속해서 체화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피의자의 정신질환이 범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다.

 

보도된 사건들 중에서는 정신질환이 범행에 역할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정신질환이 원인이었는지가 최종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경우는 더 많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러한 보도는 이어졌고, 대중들은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정신질환자의 범죄 비율은 전체 인구의 범죄 비율보다 훨씬 낮다. 강력범죄 등의 세부 지표에 대한 분석이 더 필요하지만, 이는 정신질환자들이 겪게 되는 경제적 어려움, 가족공동체의 부재 및 사회적 고립 등의 경제‧사회적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에 범죄의 주요 원인을 단순히 정신질환에만 돌리는 것에 대한 비판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5

 

예수님을 따르는 길

이러한 현실을 볼 때마다 예수님의 공생애 사역이 떠오른다. 예수님 당시의 사람들과 유대공동체는 율법의 범주를 벗어난 사람들, ‘정상인’의 범주에 들 수 없는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격리했고, 이들은 하층 계급을 이루거나 죄인으로 ‘낙인’되었다. 예수님의 사역은 이들을 찾아가서 곁을 내주고 새로운 삶을 선물하는 것이었다. 같은 식탁을 공유할 수 없는 사람들, 손을 맞잡을 수도 없는 사람들, 작은 접촉 하나조차 용납되지 않던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었다. 사회공동체는 ‘격리’라는 쉬운 방식을 택했지만, 예수님은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셨던 것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위해 정부와 치안 담당 부처가 힘쓰는 것은 격려하고 지지할 일이다. 특히 목숨을 걸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선 경찰들에게 우리는 감사와 존경을 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주님 주신 비전을 붙잡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교회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의 고통과 아픔에 함께해야 한다. 잘못된 ‘낙인 문화’와 ‘차별 문화’에 동조하지 않고, 도리어 곁을 함께하며 그들의 아픔을 돌아보는 것. 밀려나고 소외된 삶에서 피어나는 분노와 좌절에 공감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 기도하고 힘쓰는 것. 시대의 고통에 응답하셨던 예수님의 사역에 동참하는 것. 우리가 따를 수밖에 없는 예수님의 삶의 길이다.


글. 김용준

미주 ── 

1 경찰에 따르면, 이번 상반기에만 18건의 이상동기 범죄가 발생했다. 분류 기준은 피해자 무관련성, 동기 이상성, 행위 비전형성 등 3가지이다.

2 안상원,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고찰 및 성향 분석,” <한국범죄정보연구> 14 (2021.12), 105-107.

3 홍은주, “‘묻지마 범죄’의 의료화 담론: 언론 보도 분석을 중심으로,” <충북대학교 사회학석사 학위논문> (2023).

4 김혜선, 박도원, 홍영은, “정신장애 범죄에 대한 언론보도 경향과 범죄위험성 인식: 신문기사 분석과 설문조사를 중심으로,” <장애의 재해석 2018 논문집> (2018.11).

5 최명민, “조현병과 사회적 낙인: 그 형성기제와 극복방안,” <정신건강과 사회복지> 49-1 (20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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