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Deepfake)란 인공지능 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를 의미하는 단어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인공지능을 이용해 진위 여부를 구별하기 어려운 가짜 이미지나 영상을 만드는 기술을 뜻한다. 이 용어는 2017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Reddit에서 한 회원이 기존 영상에 유명인의 얼굴을 합성해 가짜 콘텐츠를 게시하면서 처음 등장했다.1)
전문가들은 이미 7년 전부터 딥페이크로 만들어지는 가짜 문화 콘텐츠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그런데 왜 사회와 교회, 즉 기성세대는 이 경고를 인식하지 못했을까? ‘인식할 필요성조차 몰랐다’는 표현이 더 솔직할 것이다. 세대 간 문화적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공간에 대한 이해도는 더욱 뒤처지고 있다.
청소년들에게는 인공지능이라는 거창한 용어를 설명하지 않아도, 가상 세계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그것을 게시하며 노는 것이 하나의 유희거리다. 익명성 속에서 관계를 맺는 것이 편하고(나이, 학력, 외모와 같은 편견이 없는 세상),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인 가상의 공간은 현실보다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그곳에서 욕망은 가감 없이 투영되고, 특히 한국 사회에서 강력한 수치감을 유발하는 ‘성’은 그 욕망의 주요 표적이 된다. 그래서 언제나 ‘성’은 굴복과 굴욕의 도구로 이용됐다.
이번 이슈가 된 딥페이크 가해자와 피해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들은 ‘군대, 청소년, 대학교’였다. 군대에서는 상관을 굴복시키고 싶은 욕망에서 상대를 ‘군수품’이라고 부르며 특정한 모습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다. 학교에서는 좋아하던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거절감을 견디지 못하고, 짝사랑하던 여학생의 능욕 사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행위는 밈처럼 확산되었고, 친구와 가족의 사진마저 놀잇감으로 보내 인정받았다.
최근 BBC KOREA에서 청소년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논평 기사를 읽었다. 그 기사는 텔레그램을 이용한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현재 10대들이 특별히 달라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는 그냥 사진을 올려놓고 품평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기술과 만나면서 거기에 각종 욕구가 덧붙여진다”라고 진단했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지속된 문제가 기술 발전과 함께 전환된 것”이라고 평가2)했다.
사회에서 범죄를 막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방법, 법을 강화하는 방법,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법 등이 있지만, 처벌과 법 강화만으로는 범죄율을 낮추지 못했다. 미국은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의 전환으로 목격자 개입 프로그램(bystander intervention program)3)을 개발해 현재 학교 폭력과 성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의 핵심은 ‘침묵하지 말고 잘못된 것을 보고 목소리를 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한국에서 발생하는 ‘성’ 문제에 대해 교회는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교회 안에서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교회는 어떤 목소리를 내었는가? 목사와 교역자의 성적 윤리는 어떻게 다루었을까? 과연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어떤 결과를 내며 한국교회 전통을 이어왔는가? 지금까지 결정된 사실은 궁극적으로 교회의 목소리를 나타낸다. 안타까운 것은 교회보다 사회의 법과 제도가 더 합리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고, 문제의식에 앞서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제 교회는 목소리를 내어 답해야 할 때이다.
딥페이크의 본질은 ‘가짜’이다. 우리가 가짜에 너무 집중하는 순간, 진짜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모호한 세대 속에서, 교회가 가진 강점인 공동체성을 살려 개인, 관계, 커뮤니티,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바라기는 교회의 안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자기 정체성을 발견하고, 관계 속에서 실패와 수치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며,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성숙함을 회복하길 기대한다. 또한, 교회가 사회 속에서 다시금 영향력을 회복하기를 소망한다.
*각주
1) 트렌드리포트 딥페이크 기술의 빛과 그림자 p.1
2) '놀이문화처럼 번져'...딥페이크 성범죄 왜 유독 청소년들 많았나? BBC 코리아 이선욱
3) 캐롤라이나 주의 ‘ONE ACT 모델’, 시카고 시의 ‘성희롱 주변인 개입 모델 교육’, 버팔로 대학교의 ‘NAB IT!’ 교육, 미국 전국성폭력지원센터의 ‘주변인 개입 교육’
글. 유선미 연구원 (여성가족 관련 단체)
유선미 연구원은 신학교에서 학부, 신대원을 전공하고 청소년부서에서 10년간 사역을 했으며, 현재는 여성가족 관련 재단에서 법률지원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
딥페이크(Deepfake)란 인공지능 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를 의미하는 단어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인공지능을 이용해 진위 여부를 구별하기 어려운 가짜 이미지나 영상을 만드는 기술을 뜻한다. 이 용어는 2017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Reddit에서 한 회원이 기존 영상에 유명인의 얼굴을 합성해 가짜 콘텐츠를 게시하면서 처음 등장했다.1)
전문가들은 이미 7년 전부터 딥페이크로 만들어지는 가짜 문화 콘텐츠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그런데 왜 사회와 교회, 즉 기성세대는 이 경고를 인식하지 못했을까? ‘인식할 필요성조차 몰랐다’는 표현이 더 솔직할 것이다. 세대 간 문화적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공간에 대한 이해도는 더욱 뒤처지고 있다.
청소년들에게는 인공지능이라는 거창한 용어를 설명하지 않아도, 가상 세계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그것을 게시하며 노는 것이 하나의 유희거리다. 익명성 속에서 관계를 맺는 것이 편하고(나이, 학력, 외모와 같은 편견이 없는 세상),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인 가상의 공간은 현실보다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그곳에서 욕망은 가감 없이 투영되고, 특히 한국 사회에서 강력한 수치감을 유발하는 ‘성’은 그 욕망의 주요 표적이 된다. 그래서 언제나 ‘성’은 굴복과 굴욕의 도구로 이용됐다.
이번 이슈가 된 딥페이크 가해자와 피해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들은 ‘군대, 청소년, 대학교’였다. 군대에서는 상관을 굴복시키고 싶은 욕망에서 상대를 ‘군수품’이라고 부르며 특정한 모습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다. 학교에서는 좋아하던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거절감을 견디지 못하고, 짝사랑하던 여학생의 능욕 사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행위는 밈처럼 확산되었고, 친구와 가족의 사진마저 놀잇감으로 보내 인정받았다.
최근 BBC KOREA에서 청소년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논평 기사를 읽었다. 그 기사는 텔레그램을 이용한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현재 10대들이 특별히 달라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는 그냥 사진을 올려놓고 품평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기술과 만나면서 거기에 각종 욕구가 덧붙여진다”라고 진단했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지속된 문제가 기술 발전과 함께 전환된 것”이라고 평가2)했다.
사회에서 범죄를 막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방법, 법을 강화하는 방법,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법 등이 있지만, 처벌과 법 강화만으로는 범죄율을 낮추지 못했다. 미국은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의 전환으로 목격자 개입 프로그램(bystander intervention program)3)을 개발해 현재 학교 폭력과 성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의 핵심은 ‘침묵하지 말고 잘못된 것을 보고 목소리를 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한국에서 발생하는 ‘성’ 문제에 대해 교회는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교회 안에서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교회는 어떤 목소리를 내었는가? 목사와 교역자의 성적 윤리는 어떻게 다루었을까? 과연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어떤 결과를 내며 한국교회 전통을 이어왔는가? 지금까지 결정된 사실은 궁극적으로 교회의 목소리를 나타낸다. 안타까운 것은 교회보다 사회의 법과 제도가 더 합리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고, 문제의식에 앞서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제 교회는 목소리를 내어 답해야 할 때이다.
딥페이크의 본질은 ‘가짜’이다. 우리가 가짜에 너무 집중하는 순간, 진짜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모호한 세대 속에서, 교회가 가진 강점인 공동체성을 살려 개인, 관계, 커뮤니티,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바라기는 교회의 안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자기 정체성을 발견하고, 관계 속에서 실패와 수치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며,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성숙함을 회복하길 기대한다. 또한, 교회가 사회 속에서 다시금 영향력을 회복하기를 소망한다.
*각주
1) 트렌드리포트 딥페이크 기술의 빛과 그림자 p.1
2) '놀이문화처럼 번져'...딥페이크 성범죄 왜 유독 청소년들 많았나? BBC 코리아 이선욱
3) 캐롤라이나 주의 ‘ONE ACT 모델’, 시카고 시의 ‘성희롱 주변인 개입 모델 교육’, 버팔로 대학교의 ‘NAB IT!’ 교육, 미국 전국성폭력지원센터의 ‘주변인 개입 교육’
글. 유선미 연구원 (여성가족 관련 단체)
유선미 연구원은 신학교에서 학부, 신대원을 전공하고 청소년부서에서 10년간 사역을 했으며, 현재는 여성가족 관련 재단에서 법률지원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