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세 season (2)] : "해를 피하려는 이들"-가난을 피해 우리나라로 온 그들의 이야기

202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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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여름을 지나며, 당신은 안녕하신가요 

무더위가 지나고 비가 내리고 있다.  9월로 접어들었지만 가을이라고 말할 수 없는 높은 기온이 지속되고 있다. 유독 덥고 습한 올 여름의 온도는 실제로 평년보다 약 1도가 높았다. 이 뿐 아니라 올 여름 온열 지수 환자도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우리는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더위를 피해 우리의 일상을 멈추고 쉼의 시간을 가졌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하여, 남은 한 해를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하여 재충전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할때, 누군가는 살아가기 위하여 뜨거운 해 아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생계를 위해 해 아래 노동하지만, 살기 위하여 해를 피해야만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특별히 우춘희 씨의 <깻잎 투쟁기>라는 책을 바탕으로 그들이 사는 세상을 들여다보자.  <깻잎 투쟁기>는 이주 노동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우리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을 갖고 있지 않기에, '이주 노동자' 라는 존재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더욱이 도시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주 노동자의 존재는 잘 보이지 않는다. 도시에 사는 우리는, 타국에서 우리나라로 온 '이주민'은 비교적 만나기 쉽다. 또한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주민'과 '노동자'의 의미를 결합한 '이주 노동자'는 도시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도시는 그들에게 일할 공간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는 그들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도시에서 먼 곳으로 간다. 우리에게 잘 보이지 않는 그들의 얼굴, 우리에게 잘 들리지 않는 그들의 목소리를 이야기해주는 책을 통해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 그들은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되었는가 

우리나라에 오게 된 이주 노동자들의 목표는 하나이다. 타국에서 우리나라로 이주해 노동을 하기 위함이다. 즉 돈을 벌기 위하여 이 곳에 왔다. 그들의 대부분은 '고용허가제'라는 제도를 통해 우리나라에 오게 된다. 고용허가제란 인력이 부족한 우리나라에 사업장에 선주민 대신, 이주 노동자가 와서 빈자리를 채우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제도는 내국인 구인 노력을 우선적으로 의무화 하고 있다.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은 14일 동안,  농·축산과 어업은 7일 동안 구인 공고를 올려, 내국인이 구해지지 않으면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들어오는 이주 노동자들의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캄보디아에서는 한 해 보통 6~8천명의 사람들이 이 곳으로 보내진다. 그들이 고용허가제를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려면 우선 우리나라 언어인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그리고 이후에, 자신이 지원하는 분야의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최종 관문으로는 사업주의 선택을 받아야한다. 그들이 한국에 오려면 통과해야 하는 절차는 생각보다 까다롭고, 어려우며, 복잡하다. 동시에 그들에게 요구되는 것들도 많다. 예컨데, 한국어능력시험만 하더라도 기회가 여러 번 있는 것이 아니라, 자국에서 1년에 한 번 응시할 수 있으며 월급의 4분의 1가량 되는 응시료를 지불해야 시험을 치룰 수 있다. 이렇듯, 그들에게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며 미래에 대한 꿈을 꾸기도 하고, 한 가정의 삶을 책임지기도 한다. 각자 다양한 모습을 그리며 한국에 오고있다. 공통적인 것은, 이렇게 어렵고 까다로우며 힘들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한국행을 선택한다는 사실이다. 


# 마침내 오게 된 한국, 그들의 일터는 어떠한가? 

유난히 더운 올 여름, 모두가 숨 쉬기 힘든 찌는 듯한 더위를 느꼈다. 이곳저곳에서 마치 찜질방을 걷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우리는 예년과는 다른 더위를 겪었으며, 9월인 지금도 가을 폭염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각자 다양한 미래를 꿈꾸며 한국에 온 이주 노동자, 그들은 한국의 여름을 어떻게 보냈을까?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깻잎투쟁기>의 저자 우춘희씨는 직접 이주 노동자의 삶을 기록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밀양 깻잎 밭에서 그들의 삶을 기록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티나(가명, 20대 여성)씨는 오전에는 차양이 있는 노지, 오후에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일을 했다. 그는 평균 새벽 5시부터 나와 일을 하기 시작했다. 오전 5시부터 온도는 상승했고 오전 6시가 되자 온도는 31.2℃, 습도는 96%가 됐다. 그는 하루 평균 30~35℃, 습도는 80% 상태에서 일을 계속해야 했다. 오전 11시 30분이 되자 그의 체온은 38.6℃가 되었다. 하루 평균 35℃인 곳에서는 숨 쉬기 조차 힘들다. 하지만 티나씨는 그 곳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있다. 과연 비단 티나씨에게만 벌어지는 일일까? 아니면 깻잎 밭의 노동만 유독 힘든 것일까? 

부추밭에서 일하는 쓰레이씨의 일상도 마찬가지이다. 그의 하루는 평균 오전 6시에 시작한다.  그가 일을 시작하는 오전 6시는  온도 32.5℃와 습도 88%의 환경의 환경이다. 오전 11시, 온도는 37.9℃까지 올라갔고 ,습도는 85%가 되었다.  그도 역시 오전 내내 30℃가 넘는 작업장에서  고된 육체 노동을 했다. 오후에는 36.9℃까지 올라가는 해 아래서 노동을 지속해야 했다. 오후 3시가 되자 그는 부추 포장 작업을 위해 에어컨이 있는 작업실로 이동했으나 그 곳의 온도도 뜨겁기는 마찬가지이다. 온도는 30℃ 이상 올라갔으며, 더위를 식힐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그는 곧 다시 부추 밭으로 돌아와 36℃의 환경에서 노동을 하고 하루를 마무리 했다.  

이주 노동자들은 각자 가난을 피해 이 곳으로 왔다. 꿈을 꾸기 위해, 미래를 갖기 위해, 무언가 이루고자 이 곳에 왔다. 아니 어쩌면 살기 위해 이 곳으로 왔다. 그러나 정작 그들은 한국에서 더위를 피하지 못하고, 해를 피하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죽음을 피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폭염경보 속에서도 깻잎 밭에서 깻잎을 따는 노동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그들은 하루종일 이러한 환경에서 노동하고 있다. (출처: 우춘희 "한국에 죽으러 오지 않았다")


# 마침내 오게 된 한국, 그들의 삶은 어떠한가? 

지금까지 살펴본 그들의 일터는 이러했다. 자신도 모르는 채, 하루 종일 목숨을 건 노동을 지속해야했다. 반면 그들의 쉼터인 집은 어떠할까? 그들은 어떤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고용주는 자신들이 고용한 이주 노동자들에게  숙소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은  해가 뜨기 전 혹은 해가 뜬 직후인 이른 새벽에 시작되기에, 그들은 기숙사라고 불리는 숙소에서 지내게 된다. 물론 이 또한 무료는 아니다. 그들은 머무는 기간 동안 일정 비용을 고용주에게 지불하고 그 곳에서 지내게 된다.  그런데 그들이 지내는 집은 일반적으로 사람이 '거주'하는 건물이 아닌 '임시'시설이다.  그들의 집은 대부분 비닐 하우스 또는 컨테이너로 지어진 '임시'시설이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열 평 남짓 한 공간에는 방, 부엌, 샤워실이 각각 하나씩 있다. 그들의 집, 쉼터에는 당연히 햇빛도 잘 들어오지 않고 벌레는 득실거리며 각종 곰팡이들이 생겨난다. 이것이 그들의 삶이며, 그들의 쉼을 책임지는 집의 공간이다. 

2021년 고용노동부는 '농·어업분야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이주 노동자의 반 이상인 61.2%의 이주 노동자들이  이러한 조립식 패널,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시설 내 거주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그들이 거주하는 공간은 사람이 '상시' 지낼 수 있는 즉 거주 시설이 아니라고 이야기 했다. 그러므로 사람은 이 곳에서 상시 거주할 수 없으며, 당연히 '임시' 거주 시설일 뿐 이라는 기준을 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은 이주 노동자들에게 해당 되지 않았다. 그들에게 빗나간 법으로 인하여 이주 노동자들에게 '임시'는 곧 '상시'가 되어버렸다. 이주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하는 약 4년 간의 기간, 고용주들에게 이 기간은 정부가 말하는 '임시' 기간으로 듣기 좋게 탈바꿈 하였다.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임시'노동 동안,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임시' 거주 시설에 지내다 돌아가면 또 다른 이주 노동자가 들어와 '임시'거주 시설에서 지낸다. 법 다운 법이 작동하지 않는 '임시'거주 시설은 어느새 '상시'거주 시설이 되어 버렸다.  


출처 : 고용노동부 '농,어업분야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실태조사'. 2021년 1월 


# 보이지 않는 얼굴을 볼 줄 아는 교회,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들을 줄 아는 교회되길  

2024년 현금의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외치며 개인의 인권을 위해 여러가지 도전과 시도를 하는 오늘날, 뜨거운 해 아래 현대판 노예처럼 지내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우리는 죽으러 온 게 아닙니다." 매일 더위를 피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죽음의 일터로 나가는 이주 노동자들의 외침이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 그들의 외침을 들을 수 있는 사람, 무리, 공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이주 노동자들이 내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며 비난하는 소리들을 적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우리가 살펴 보았듯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우리나라 국민들이라면 최저임금을 받으며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일하지 않을 곳에 들어가 우리에게 촘촘한 노동력을 제공해주고 있다. 우리는 오히려 그들로 인해 도움을 얻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그들의 상황을 진실하게 들여다보는 이는 없다. 고용주도, 노동부도, 정부도 그들을 단지 '값싼  노동력'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오늘날의 교회들이 “우리는 죽으러 온 게 아닙니다.” 라는 그들의 외침을 주목할 수 있는 무리가 되길 바란다. 교회 내에서 우리가 아닌 다른 이들을 향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선포가 많아져야 한다. 물론 우리 또한 각자의 삶을 꾸려나가기 바쁜 이 때, 자신이 아닌 이들의 목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것이 때론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 일수록, 교회에서는 교회답게 '우리'가 아닌 '다른 이'들을 향한 관심과 사랑의 말씀이 선포 되길 바란다.
“우리는 노예가 되기 위해 한국에 온 게 아닙니다.” 이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아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삶을 '노예'라고 표현하는 이들에게 교회는 언제든지 찾아와 삶을 나누고, 삶을 돌볼 수 있는 안전한 곳이 되어야한다. 그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병든 자, 가난한 자, 소외된 자를 향해 자신의 눈을 돌리고 발걸음을 옮겼던 예수님의 모습처럼 교회가 그들의 '안전한 곳'이 되어주기를 소망한다.



글. 김민아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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