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교회 읽기]한국인의 정치 갈등 의식

20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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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담임목사의 정치적 성향, 동 연령대 일반국민에 비해 보수적!


정치는 개인과 집단 간의 이익, 가치, 목표를 조율하고 규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활동으로, 인간은 이를 통해 권력을 얻고 행사하며,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경쟁한다. 언어와 지능을 가진 인간이 사회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활동이 바로 정치인 것이다.

정치적인 이념과 가치 체계에는 ‘보수’와 ‘진보’라는 상반되는 방향성이 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개신교인일수록 전통과 안정, 권위를 중시하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만큼, 주 연령대가 50대 이상인 담임목사에게 보수적 성향이 매우 높게 나타난 것이 주목할 만하다.

<넘버즈 193호>는 우리 사회 정치 갈등의 실태와 원인, 그리고 개신교인의 정치 성향을 살펴보며 집단갈등과 정치 성향을 이해해보고자 한다.



1. 집단 갈등과 혐오 실태
1-1. 집단 간 갈등 중 ‘이념 갈등’ 가장 심각해!

  • 몇몇 주요 갈등 집단을 제시하고 각 집단 간 갈등 정도(심각도)를 확인한 결과, ‘진보와 보수’ 간의 이념 갈등이 심각하다는 의견이 8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외에 ‘빈부’ 간의 갈등과 ‘세대’ 간 갈등도 각각 78%, 66%로 높은 편이었다.
  • 갈등이 심각한 집단 간에는 얼마나 불편함을 느낄까? ‘나와 지지정당이 다른 사람’ 즉, 위에서 보면 ‘진보와 보수’일 수 있는데 이 경우 40%가 ‘불편하다’고 응답했고, ‘나와 경제적 지위가 다른 사람’은 앞선 응답의 절반 가량인 27%가 ‘불편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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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우리 국민 대다수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혐오 심각하다고 느껴!
  • 우리 국민의 대다수(91%)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 갈등 수준’이 심각하다고 인식했는데, 이런 사회적 갈등 문제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등에 대한 혐오로도 이어져 ‘온·오프라인 상 혐오표현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10명 중 9명 이상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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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심각한 혐오표현, 정치·이념·종교 유형이 가장 많아!
  • 혐오표현이 심각하다는 데 동의한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심각한 혐오표현 유형에 대해 물은 결과(1+2+3순위 기준), ‘정치·이념·종교 관련’(62%)과 ‘성별 관련’(61%)을 꼽은 비율이 ‘연령’, ‘성 정체성’, ‘인종’, ‘장애’, ‘지역’보다 월등히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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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우리 국민 10명 중 6명 이상, ‘갈등 발생은 갈등 조장하는 세력 때문’!
  • 우리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은 우리 사회 집단 간 갈등이 ‘갈등 당사자 간 입장 차이나 이해 대립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응답했고, 그 외에 ‘법과 제도 부족’이나 ‘소통 문제’를 꼽은 비율은 각각 20%, 16%였다.
  • 또, 집단 간 갈등은 ‘사회발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는 응답(37%)보다는 ‘갈등을 부추기는 집단이 세력 때문에 발생한다’(63%)는 입장이 2배 가까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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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치 갈등 실태
2-1. 다른 정당에 대한 비호감도, 호감보다 7배 높아!
  • 우리나라에서 각각 보수와 진보로 일컬어지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자들이 상대 정당에 대해 품고 있는 호감도는 어떠할까? 서로 호감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10% 이하로 저조했고, ‘국민의힘 지지자’의 62%,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74%가 상대 정당에 대해 ‘비호감’이라고 응답했다. 다른 정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호감도보다 7배 이상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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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상대 정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미국, 영국 등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
  • 다른 국가도 상대 정당에 대해 높은 비호감을 보일까? 상대 정당에 대한 비호감도를 물어본 결과, 양당 구도를 보이고 있는 미국과 영국의 경우 앞서 언급한 한국의 비호감도(‘국민의힘 지지자’ 62%, ‘민주당 지지자’ 74%) 대비 높았고, 반면 정당 간 연합정치 경험이 있는 독일만 20%대 이하의 낮은 수준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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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정치적 반감의 대상, 정치인보다는 ‘인터넷 정치글 작성자’!
  • 정치적 반감이 어떤 대상을 향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우리 사회 주요 집단을 나열하고 이들 각각에 대한 정치적 반감 정도를 물어본 결과, ‘(나와 정치적 의견이 다른) 인터넷 정치글 작성자와 댓글러’가 64%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정치 시위, 집회 참여자’ 61%, ‘유튜버 등 정치 콘텐츠 크리에이터’ 61% 등의 순이었다.
  • 정치적 반감은 ‘정치인’이나 ‘언론사, 기자’(기존에 정보 전달을 장악했던 대중매체) 등보다 나와 의견이 다른 온라인, 뉴미디어상 행위자에게 보다 더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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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치갈등의 원인과 견해
3-1. 정치갈등의 원인, 지지 정당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
  • 정치갈등의 원인은 어디서부터 비롯될까? 전체적으로는 ‘극단적 진영 논리에 따른 정치극단주의’(45%)와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42%)를 가장 큰 원인으로 들었다.
  • 지지정당별로 보면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이 판이하게 달랐는데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자는 ‘극단적 진영 논리에 따른 정치극단주의’(66%)를 1위로 꼽은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는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69%)를 가장 많이 꼽아 양당지지자 간 큰 인식 차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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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국민들의 정치적 입장 차이 커서 위험하고 불안한 수준이다, 68%!
  • 우리 사회의 정치적 입장 차이에 대한 4가지 견해 중 어떤 주장에 가장 공감이 가는지를 물었더니 ‘국민들의 정치적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사회에 위험한 수준이며(19%),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49%)’에 3명 중 2명 이상이 공감하고 있었다. 반면 정치적 입장 차, 즉 이념갈등이 심각하지 않다(문제 될 정도 아니다+입장 차 거의 없다)는 의견은 2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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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치 갈등 실험실
4-1. 지지 정당이 다른 배우자 불편해, 40%!
  • 서로 다른 당을 지지하는 지지자가 결혼하거나 친구가 되는 등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면 어떨까? 이에 한국의 가장 큰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4가지 관계를 제시하고, 각각의 상태에 대해 느끼는 불편함을 확인했다. 그 결과, ‘나 또는 내 자녀의 배우자가 되는 것’에는 양당 지지자 모두 각각 40%가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절친한 친구’로 지내는 것 역시 ‘불편하다’는 응답이 10명 중 4명 수준이었다.
  • 배우자, 친구 등 친밀한 관계일수록,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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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개신교인의 정치 성향
5-1. 개신교인이 일반국민보다 더 보수적이다!
  • 일반국민과 개신교인의 정치적 이념 성향은 어떤 차이점을 보일까? 전반적으로 볼 때 개신교인이 일반국민보다 보수적 성향이 더 높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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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담임목사의 정치적 성향, 동 연령대 일반국민에 비해 보수적!
  • 담임목사(50대 이상)의 정치적 이념 성향은 동일 연령대(50대 이상)의 일반국민 대비 보수의 비율이 월등히 높게 나타나 주목된다.
  • 부목사의 정치적 이념 성향은 동일 연령대의 일반국민(30~40대) 대비 보수, 진보 둘 다 높아 전반적으로 정치 성향이 더 명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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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보수 개신교인, 보수 성향에 영향 미친 사람은 언론/부모 > 교회 지인/목사와 유튜브!
  • 개신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보수층에게 보수 성향에 영향 미친 사람이 누구인지 질문했다. 누구한테도 영향받지 않았다는 응답자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은 ‘언론’, ‘부모’가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교회 지인/목사님’이 높아 주목된다.
  • 보수 개신교인이 뉴스/정보를 입수하는 주 경로는 ‘방송 뉴스’가 38%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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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점

한국 사회에는 다양한 갈등 요소가 존재한다. 정치 이념 갈등, 빈부 갈등, 세대 갈등 지역 갈등, 남녀 갈등 등 5개의 갈등 요인 가운데 1위로 나타난 갈등이 진보와 보수의 갈등, 즉 정치 이념 갈등이었다. 이 갈등은 단순히 견해 차이를 넘어서 ‘나와 지지 정당이 다른 사람’이 불편하다고 할 정도로 심화하였다.

정치적 갈등이 인간관계를 멀리할 정도까지 심화한 것은 정치적 견해가 진영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견해 차이가 진영화 되면 상대방은 ‘적’으로 규정되고 타협은 배신으로 낙인찍힌다. 정치가 극단화될수록 진영 참여자 간의 동질감은 공고화되면서 진영의 벽은 더 높이 쌓아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정치적 입장은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많이 형성되는데, 인터넷에서 알고리즘에 의해 내가 관심을 가지는 콘텐츠가 내게 집중적으로 노출되면 정보의 편식성이 강화된다. 정보를 편식할 경우 사회적 소통이 단절되어 자기 세계만이 옳다고 하는 신념이 더 굳어진다.

정치적 갈등, 진영화는 이를 조장하는 세력에 의해 더 촉진된다. 이 세력은 자기 입장을 지지하고 강화하는 정보를 접하면 더 반가운 사람의 심리를 악용한다. 언론과 유튜브에서는 클릭 수가 곧 자기의 경제적 이해에 직결되는 사업 구조를 가진 만큼, 더 일방적으로 극단적인 주장을 노출한다. 교회 안에서도 특정한 정치 성향이 보이는 설교와 기도에 대한 실망과 반발의 방식으로 정치 이념 갈등이 나타난다. 한 조사 연구에 따르면 3040 세대가 교회에 출석하는데 장애 요인으로 목사의 정치적 설교, 성도들의 정치적 언행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에서의 정치적 견해 표명은 교회 공동체의 화합을 깨뜨릴 수 있지만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는 수단에서 정치적 견해와 이념이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교회 공동체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적 목표를 제시함과 동시에, 구체적인 실천 방향과 노선에 대해서는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동체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각자 자신의 정치적 의사 표명에 신중해야 한다. 그것이 교회 공동체의 화합을 이루는 길이다.





지용근 대표 (목회데이터연구소)

*본 게시물은 '넘버즈(numbers)'의 <193호> 주간 리포트에서 일부를 추출하여 동시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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