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부교역자 사역 기피 현상에 관하여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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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교역자 구인난, 부교역자 사역 기피 현상, 어시스턴트 포비아 등 여러 곳에서 부교역자 청빙의 어려움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에는 중소형 교회와 대도시 외의 지역의 교회가 주로 겪는 문제였지만, 이제는 한국교회 전체가 체감하는 문제가 되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이 상황과 이유를 분석했고, 풀어가기 위한 방안들도 제시해왔다.

이 글은 또 하나의 새로운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에 논의된 내용들을 정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교회의 리더들이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보고 현실적인 변화의 지점들을 고민하는 일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배경: 시대적 흐름과 교회사역 현장의 만남

부교역자 사역 기피 현상은 시대적 변화의 흐름과 교회사역의 특수한 상황이 만나서 나타났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Quiet Quitting(“콰이어트 퀴팅”, 조용한 사직)이라는 단어가 유행했고, Gen Z(해외에서는 ‘MZ세대’라는 용어보다는 Z세대를 뜻하는 ‘Gen Z’라는 말이 주로 사용됨)를 중심으로 열정페이 거부, 조직과 집단보다 개인 우선, 공정과 상식에 대한 기대 등이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직장문화로 자리잡게 되었다.

교회의 젊은 부교역자들 역시 이러한 사회적 흐름과 어느 정도 인식의 결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현상은 이와 함께, 부교역자들이 경험하는 교회사역의 문화와 그 상황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 우선, 앞에서 언급한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직장문화와 교회사역의 문화는 거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아가, 위계질서가 강조되는 교역자 문화, 편안하고 안전한 소통의 어려움, 담임목사에게 집중된 교회의 사역체제, 배우고 깨달은 신학적 지향점과 교회사역 사이의 간극, 미래 사역에 대한 불안정성 등 다양한 요인들이 겹쳐져서 지금의 부교역자 사역 기피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제안들: 외적 동기, 사역의 문화, 내적 동기

어떻게 하면 젊은 부교역자들이 지속성 있게 함께할 수 있는 사역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여러 전문가들이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결론은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양한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고, 긴 안목을 통해 시간을 들여서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풀어갈 수 있는 문제이다.

논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해결방안을 다음의 세 가지 정도로 분류하고자 한다. 외적 동기, 사역의 문화, 내적 동기.

 

1 외적 동기

외적 동기로 묶은 것은 사례비, 복지, 근무(사역)조건, 업무강도 등을 말한다. 그동안의 통계를 보면 이러한 외적 동기의 문제가 가장 부각되었고, 사례비와 업무강도의 문제가 가장 많이 다루어졌다. 사례비와 관련하여 목회자가 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한 반론들이 있지만, 이제는 이러한 부교역자의 현실에 대한 공감과 함께, 부교역자들이 안정적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몇 가지 논의들이 진행되어왔다. 교단 차원에서 목회자들의 생활을 책임지거나 지원해야 한다는 ‘목회자 생활보장제도’와 같은 논의도 있고,1 사역 역시 넓은 범위의 노동으로 보아 적어도 사회의 최저임금 이상의 기준은 맞춰주거나 목회자의 상황에 맞는 나름의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있다.2 당장에 전체 구조나 시스템적인 대응이 어렵다면, 각 교회에서 부교역자들과 사례비 관련 협의를 정기적으로 진행해나가는 것도 작은 시작이 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부교역자와 교회가 서로의 상황을 헤아리는 마음과, 솔직한 대화를 해나갈 수 있는 안전한 공동체 문화 형성이 필요할 것이다.

업무강도의 문제는 교회사역의 현실에서 부교역자가 가장 중압감을 크게 느끼는 것 중 하나이다. 대부분의 교회는 부교역자의 가용시간보다는 감당해야 할 사역에 우선권을 두고 운영되기에 부교역자들은 많은 사역량에 부침을 느끼기 쉽다. 또한 성도들의 신앙을 위해 새롭게 생겨나는 사역들 앞에서, 부교역자들이 자신의 부침을 이유로 거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러한 악순환은 부교역자의 번아웃을 만들어내거나 부교역자 스스로가 무능력하다는 자괴감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담임목사를 포함한 교회 운영그룹의 깊은 이해와 배려 및 돌봄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반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은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어 자신들의 요구를 사측과의 협상을 통해 얻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의 부교역자에게는 그러한 창구가 열려있지 않고, 도리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지속적인 심적 압박이 이들을 둘러싸고 있다. 교회를 위한 헌신도 중요하지만, 부교역자에게 ‘여분의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도 부교역자와 한국교회 모두를 위해서 매우 필수적이다. 자기 영성의 성찰과 미래를 위한 준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심신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 등을 보내며 전인격적인 목회자로 빚어져 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점들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사역시간 관련 내용이 포함된 사역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도 제안하고 있다.

 

2 내적 동기

내적 동기는 사역의 의미와 보람 등과 관련된다. 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일에 참여한다는 보람이 있는가, 내게 주신 주님의 뜻을 교회사역을 통해 이루어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지점이 될 수 있겠다. 사실 교회의 사역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앞에서 말한 외적 동기가 넉넉한 삶이 아니라는 것에는 모든 부교역자들이 동의한다. 애초에 그러한 것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기에 교역자의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그 길을 계속 걸어가기 위해서는 내적 동기가 지속되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문제는 부교역자들에게 있는 사역의 보람과 하나님의 일에 참여하고 있다는 인식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말씀과 교육, 영적지도와 신앙상담 등 교역자의 핵심 역할과 괴리되어 신앙과 삶의 이야기를 성도들과 공유하지 못할 때 사역의 보람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보다 근본적인 것인데, 신학교에서부터 배우고 체득한 자신의 신학적 지향점과 교회의 사역현장이 괴리될 때 이러한 인식을 가질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사역 역할을 적절히 조율함으로써 풀어갈 수 있어 보이지만, 후자의 경우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자신의 지향점과 꼭 맞는 사역현장을 만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현실에만 집중하며 자신의 지향점을 소홀히 한다면, 그 사역의 길은 점점 메마르고 퍽퍽하며 의미를 찾기 어려워질 것이다. 함께하는 사역자 공동체와의 대화와 토론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에게 주신 주님의 방향을 함께 찾아가고 그 안에서 각자의 신학과 사역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만들어갈 수 있다면, 어렵고 고단한 사역의 길을 지속할 힘을 조금은 더 가질 수 있지 않을까.

 

3 사역의 문화

사역의 문화는 위계질서적 교회사역자 구조, 존중과 소통이 어려운 문화 등과 연결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현재 한국교회의 사역자 구조는 대체로 수직적 질서가 명확하다. 대부분 담임목사 중심의 사역체제를 지니고 있으며, 하향식 방식으로 사역이 진행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과 소통은 오로지 개인의 인격에만 의존하게 된다. 일방적 지시와 명령으로도 사역이 진행될 수 있고 때로는 그러한 방식이 효과적이기에, 위계질서가 명확한 구조의 사역공동체는 상호 존중과 소통을 필수로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부교역자들은 인격적이면서 자신들을 존중해주는 담임목사를 그토록 찾고 있으며, 그런 담임목사 만나는 것을 엄청난 복으로 여기고 있다.

보다 수평적인 구조 안에서 상호존중과 소통을 통해 사역이 진행된다면 어떨까? 의사결정의 권한이 배분되어 있고, 다른 교역자들의 동의와 협력이 내가 책임지는 사역에서 필수적이라면 어떨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상호존중과 소통의 능력을 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평적으로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고, 이를 통해 토론하고 타협하면서 교회를 위한 최선의 것을 찾아가는 훈련을 해나갈 수 있다면, 위계질서를 넘어선 새로운 사역자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용준 (문화선교연구원)


미주 ______

1 (관련기사) “목회자 생활보장제도…감리교회의 공교회성 회복을 위해 적극 도입해야,” <웨슬리안타임즈> (2022. 5. 31.)

2 (관련포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긴급포럼] 전도사의 근로자 인정 판결이 교회에 미칠 영향과 대책,” (2023. 12. 8.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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