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화와 개성화, 주체적이고 슬기로운 성도의 시대
트렌드의 시대. 본격적인 소비사회가 시작된 이후, 대중의 소비트렌드를 정리하고 예측하는 책들이 매년 새롭게 출판되고 있다. 또한, 이제는 소비트렌드뿐만 아니라 교육, 정치, 문화, 디지털, AI 등 다양한 영역의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 민감성’이 얼마나 우리 삶에 유익하고 사회에 필요한지에 대하여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유행이 퍼지는 속도도 빠르고 다른 유행으로 바뀌는 변화의 속도도 빠른 한국사회의 특성상 트렌드 분석은 여러 산업 현장에 속한 이들에게 꼭 필요한 작업 중 하나일 것이다. 한국교회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24년의 사회를 전망하고 교회적 응답과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세미나와 포럼들이 있었고, 단행본들도 출간되었다.
최근의 경향은 하나의 메가트렌드보다는 다양한 마이크로트렌드들을 읽어내는 것인데, 이는 이미 오래된 트렌드, ‘초개인화 (Hyper Personalization)’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초개인화’ 즉 개인의 특성과 개성이 강조되고 개인 나름의 삶의 방식이 중요해지면서, 거대한 하나의 트렌드를 찾는 일이 어려워진 것이다. 사실 우리사회가 개인화되어 간다는 말이 나온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트렌드 전문가들도 ‘나노사회’, ‘초개인화’, ‘몰라큘 라이프’ 등의 이야기와 함께 개인화되는 사회적 흐름에 응답할 방안을 제시해왔다. 특히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이러한 개인화는 더욱 강화되었고, 교회 역시 이러한 성도들의 삶의 방식에 적절히 응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개인화’는 흔히 공동체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논의되어 왔지만, 본질적인 측면에서 개인화라는 특성은 단순히 ‘혼자’가 편하다거나 ‘공동의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보다는, 개인의 삶의 색깔이나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이 보다 선명해지고 다양화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교회적 차원에서는, 각 성도들이 추구하는 신앙 방향성이 다양화되고, 성도들의 신앙생활 방식이 보다 주체적이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기에 개인화는 ‘개성화’와 연결되며, 이에 따라 ‘주체적인 성도’ 또는 ‘슬기로운 성도’라는 말도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공동체 운영 방식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이 필요해지고 있다. 기존에는 이미 정해진 공동체 전체의 방향성을 구성원들 모두가 따라가는 것이 기본 운영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보다 다양화된 신앙 방향성과 삶의 모습을 통해 공동체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만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교회 관련 트렌드 분석들을 보면,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응답으로 소그룹을 다양화하여 개성화된 성도들의 니즈와 관심을 연결하고,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콘텐츠들을 적절히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러한 개인 선호도와 특성에 적절히 응답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지만, 개성화되고 주체적인 신앙인들이 함께하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응답이 필요해 보인다. 초개인화의 시대에 공동체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한 몸’이라는 소명, ‘화평과 평화’의 사명을 현재 교회가 당면한 핵심 과제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한 몸’의 소명 이루기: 통합의 방식과 대화문화에 관하여
‘사회 통합’, ‘세대 통합’ 등 교회는 오랫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겨왔다. 사회적 갈등 속에서도 서로를 중재하고 이해할 수 있는 다리가 될 수 있는 길을 고민해왔고, 교회공동체 내적으로는 다양한 세대들이 서로 함께하면서 한 몸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두 가지 모두 도전적인 과제로 남아있다. 때로는 사회 통합의 자산이 되기보다는 분열의 심화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교회를 만나기도 하고, 세대 통합의 과제는 점점 어렵게 보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초개인화의 시대 속에서 여전히 ‘한 몸’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는 교회에게는 그에 걸맞는 근본적 차원에서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관해, 두 가지 정도의 조정을 이야기하려 한다. 하나는 통합을 이루어가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기존에 진행하던 방식은 주로 ‘하향식’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목회자나 리더십 그룹들이 어떻게 통합을 이룰 수 있을지 논의하고, 정해진 하나의 목표나 어젠다를 중심으로 또는 리더 그룹에서 정해준 방식대로 공동체의 통합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방식이 효과를 거두었을지 모르지만, 개인화와 개성화가 이루어지고 주체적 신앙을 형성하고 있는 현대의 신앙인들에게는 그다지 적절하고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하향식 방식보다는, ‘상향식’의 통합 이루기가 필요해 보인다.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크고 작은 모임들, 기초단위 모임에서부터 이러한 논의들이 시작되고 그 필요성과 중요성에 함께 공감하며, 다양한 생각들이 논의되는 일들이 먼저 이루어져야 충분한 공감대 형성과 함께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통합의 공동체가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한국교회의 현재적 특성상 이렇게 ‘상향식’ 방식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하향식’ 방식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실제적으로는, 이러한 통합에 대한 논의에서 어떻게 ‘상향식’ 방식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그리고 주요한 방식으로 넣을 수 있을지가 실제 우리의 고민 지점이 될 것이다.
한 몸의 소명을 위해 필요한 또 한 가지 조정은 우리의 관계맺기 및 대화하기의 문화와 관련된 것이다. 많은 변화가 있어 왔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서열과 이에 따른 예절이 관계맺기에서의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교회 역시 나이, 직분, 연차 등의 요소가 있고, 이것들은 적절한 질서를 통해 공동체를 안정적으로 세워가는데 기여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평화적인 대화의 문화를 형성하는 일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대체로 서열이 높은 사람의 말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보통의 사회적 문화이면서 교회의 문화이기도 하다.
사실 이것은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지혜와 경험이 많은 이들의 의견은 분명 중요하게 여겨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화와 개성화의 시대, 주체적이고 슬기로운 성도들의 시대로 접어들수록, 지혜와 경험 많은 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함께, 각 개인들이 가지는 고유한 가치와 신앙 경험 역시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기본기 중의 기본기, 바로 ‘대화’를 깊이 연습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방식처럼 서열에 따라 말의 무게가 달라지는 대화방식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말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그 안에서 안전함을 느끼며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대화의 문화가 필요하다. 여러 평화활동가들의 용어를 빌리자면, ‘비폭력 대화’의 연습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교회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보다 민주적이고 많은 구성원들의 참여를 포괄할 수 있는 운영구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민주적 거버넌스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면서, 이와 함께 평등하고 민주적이며 서로에 대한 존중과 공감이 가능한 대화문화의 형성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대화의 방식이 공동체의 밑바탕을 이루는 공동체 문화가 될 때, 교회는 다양성 속에서 한 몸이 되어 화평과 평화를 이루어가는 진정한 평화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김용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개인화와 개성화, 주체적이고 슬기로운 성도의 시대
트렌드의 시대. 본격적인 소비사회가 시작된 이후, 대중의 소비트렌드를 정리하고 예측하는 책들이 매년 새롭게 출판되고 있다. 또한, 이제는 소비트렌드뿐만 아니라 교육, 정치, 문화, 디지털, AI 등 다양한 영역의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 민감성’이 얼마나 우리 삶에 유익하고 사회에 필요한지에 대하여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유행이 퍼지는 속도도 빠르고 다른 유행으로 바뀌는 변화의 속도도 빠른 한국사회의 특성상 트렌드 분석은 여러 산업 현장에 속한 이들에게 꼭 필요한 작업 중 하나일 것이다. 한국교회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24년의 사회를 전망하고 교회적 응답과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세미나와 포럼들이 있었고, 단행본들도 출간되었다.
최근의 경향은 하나의 메가트렌드보다는 다양한 마이크로트렌드들을 읽어내는 것인데, 이는 이미 오래된 트렌드, ‘초개인화 (Hyper Personalization)’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초개인화’ 즉 개인의 특성과 개성이 강조되고 개인 나름의 삶의 방식이 중요해지면서, 거대한 하나의 트렌드를 찾는 일이 어려워진 것이다. 사실 우리사회가 개인화되어 간다는 말이 나온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트렌드 전문가들도 ‘나노사회’, ‘초개인화’, ‘몰라큘 라이프’ 등의 이야기와 함께 개인화되는 사회적 흐름에 응답할 방안을 제시해왔다. 특히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이러한 개인화는 더욱 강화되었고, 교회 역시 이러한 성도들의 삶의 방식에 적절히 응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개인화’는 흔히 공동체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논의되어 왔지만, 본질적인 측면에서 개인화라는 특성은 단순히 ‘혼자’가 편하다거나 ‘공동의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보다는, 개인의 삶의 색깔이나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이 보다 선명해지고 다양화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교회적 차원에서는, 각 성도들이 추구하는 신앙 방향성이 다양화되고, 성도들의 신앙생활 방식이 보다 주체적이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기에 개인화는 ‘개성화’와 연결되며, 이에 따라 ‘주체적인 성도’ 또는 ‘슬기로운 성도’라는 말도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공동체 운영 방식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이 필요해지고 있다. 기존에는 이미 정해진 공동체 전체의 방향성을 구성원들 모두가 따라가는 것이 기본 운영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보다 다양화된 신앙 방향성과 삶의 모습을 통해 공동체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만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교회 관련 트렌드 분석들을 보면,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응답으로 소그룹을 다양화하여 개성화된 성도들의 니즈와 관심을 연결하고,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콘텐츠들을 적절히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러한 개인 선호도와 특성에 적절히 응답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지만, 개성화되고 주체적인 신앙인들이 함께하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응답이 필요해 보인다. 초개인화의 시대에 공동체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한 몸’이라는 소명, ‘화평과 평화’의 사명을 현재 교회가 당면한 핵심 과제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한 몸’의 소명 이루기: 통합의 방식과 대화문화에 관하여
‘사회 통합’, ‘세대 통합’ 등 교회는 오랫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겨왔다. 사회적 갈등 속에서도 서로를 중재하고 이해할 수 있는 다리가 될 수 있는 길을 고민해왔고, 교회공동체 내적으로는 다양한 세대들이 서로 함께하면서 한 몸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두 가지 모두 도전적인 과제로 남아있다. 때로는 사회 통합의 자산이 되기보다는 분열의 심화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교회를 만나기도 하고, 세대 통합의 과제는 점점 어렵게 보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초개인화의 시대 속에서 여전히 ‘한 몸’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는 교회에게는 그에 걸맞는 근본적 차원에서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관해, 두 가지 정도의 조정을 이야기하려 한다. 하나는 통합을 이루어가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기존에 진행하던 방식은 주로 ‘하향식’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목회자나 리더십 그룹들이 어떻게 통합을 이룰 수 있을지 논의하고, 정해진 하나의 목표나 어젠다를 중심으로 또는 리더 그룹에서 정해준 방식대로 공동체의 통합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방식이 효과를 거두었을지 모르지만, 개인화와 개성화가 이루어지고 주체적 신앙을 형성하고 있는 현대의 신앙인들에게는 그다지 적절하고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하향식 방식보다는, ‘상향식’의 통합 이루기가 필요해 보인다.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크고 작은 모임들, 기초단위 모임에서부터 이러한 논의들이 시작되고 그 필요성과 중요성에 함께 공감하며, 다양한 생각들이 논의되는 일들이 먼저 이루어져야 충분한 공감대 형성과 함께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통합의 공동체가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한국교회의 현재적 특성상 이렇게 ‘상향식’ 방식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하향식’ 방식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실제적으로는, 이러한 통합에 대한 논의에서 어떻게 ‘상향식’ 방식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그리고 주요한 방식으로 넣을 수 있을지가 실제 우리의 고민 지점이 될 것이다.
한 몸의 소명을 위해 필요한 또 한 가지 조정은 우리의 관계맺기 및 대화하기의 문화와 관련된 것이다. 많은 변화가 있어 왔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서열과 이에 따른 예절이 관계맺기에서의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교회 역시 나이, 직분, 연차 등의 요소가 있고, 이것들은 적절한 질서를 통해 공동체를 안정적으로 세워가는데 기여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평화적인 대화의 문화를 형성하는 일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대체로 서열이 높은 사람의 말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보통의 사회적 문화이면서 교회의 문화이기도 하다.
사실 이것은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지혜와 경험이 많은 이들의 의견은 분명 중요하게 여겨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화와 개성화의 시대, 주체적이고 슬기로운 성도들의 시대로 접어들수록, 지혜와 경험 많은 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함께, 각 개인들이 가지는 고유한 가치와 신앙 경험 역시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기본기 중의 기본기, 바로 ‘대화’를 깊이 연습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방식처럼 서열에 따라 말의 무게가 달라지는 대화방식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말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그 안에서 안전함을 느끼며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대화의 문화가 필요하다. 여러 평화활동가들의 용어를 빌리자면, ‘비폭력 대화’의 연습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교회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보다 민주적이고 많은 구성원들의 참여를 포괄할 수 있는 운영구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민주적 거버넌스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면서, 이와 함께 평등하고 민주적이며 서로에 대한 존중과 공감이 가능한 대화문화의 형성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대화의 방식이 공동체의 밑바탕을 이루는 공동체 문화가 될 때, 교회는 다양성 속에서 한 몸이 되어 화평과 평화를 이루어가는 진정한 평화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김용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