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교회 읽기]한국 개신교인의 외로움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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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출석자 3명 중 1명 이상, '나는 교회에서 외롭다'!


‘외로움은 병인가’란 질문에 무엇이라고 답하겠는가? 세계 각국에서는 '외로움'이라는 질병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이슈로 인식하며 '사회적 감염병'으로 정의하고 있다. 최근 메타와 갤럽에서 발표된 '세계 사회 연결 현황(2023)'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은 외로움이란 사회적 병을 앓고 있었다. 이는 외로움이 한 개인과 국가의 문제에서 세계적인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 넘버즈에서는 세계의 외로움, 한국인의 외로움, 한국 개신교인의 외로움으로 범위를 좁혀 전개하였고, 궁극적으로는 한국 개신교인의 외로움 인식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특히 우리 가 주목하는 부분은 출석교인 3명 중 1명 이상은 교회에서도 외로움을 느끼고 있고 교회 내 외로움을 느끼는 교인의 절반 가까이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다만, 개신교인의 소그룹 참여가 개인적 외로움 수준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매우 긍정적인 결과도 발견됐다. 

<넘버즈 219호>는 한국인을 포함한 세계인의 외로움 인식 실태와 함께 한국 개신교인의 외로움 수준을 파악함으로써 사회뿐 아니라 한국 교회 내 퍼져있는 외로움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1. 외로움 실태

1-1. 세계인의 절반은 외롭다!

  • 갤럽 인터내셔널과 메타가 최근 ‘세계 사회 연결 현황(The Global State of Social Connections Report 2023)’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전 세계 142개 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외로움에 관한 글로벌 연구 프로젝트로 전 세계 성인의 77%를 대표하는 결과이기에 이에 대해 살펴본다.
  • 외로움을 얼마나 느끼는지를 물은 결과, 전 세계 인구 4명 중 1명(23%)은 ‘매우 또는 상당히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으며, 조금이라도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를 포함하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51%)은 외로운 상태였다. 

1-2. 세계인, 20대의 외로움 가장 높아!

  • 세계인의 외로움 여부를 계층별로 살펴본 결과, 성별로는 남녀가 모두 51%로 동일했고, 연령별로는 65세 이상 노인층에서는 외로움을 느끼는 비율이 43%로 가장 낮은 반면, 20대가 57%로 가장 높아 주목된다. 

1-3. 한국의 외로움 수준, 세계 상위권!

  • 주요 국가별 외로움 순위를 보면 ‘한국’은 57%로 ‘독일’ 27%, ‘스위스’ 32% 등 유럽 국가 대비 외로움 수준이 2배가량 높았고, ‘세계 평균’보다도 6% 더 높았다. 142개국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일본’과 함께 공동 42위로 세계 상위권에 속했다.

1-4. 우리 국민 절반 이상, ‘꽤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 외로움과 관련한 우리 국민의 인식을 해마다 발표되는 ‘2023 외로움 관련 인식 조사 보고서’(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를 통해 좀 더 살펴본다. ‘본인 외 사회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의 수준’을 물은 결과 ‘꽤 많은 사람들이 외로울 것’ 비율이 53%에 달해 우리 사회 곳곳에 외로움의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1-5. 모든 세대, 자기 연령대가 가장 외롭다고 생각해!

  • 한국 사회에서 어떤 연령대가 외로움을 가장 많이 느끼며 살아간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각 연령대 모두 본인 연령대가 가장 외롭다고 평가해 눈에 띈다. 모든 세대가 외로움이라는 문제를 동일하게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2. 개신교인의 외로움 

2-1. 개신교인 절반 가까이, 외로움 느끼고 있어!

  • 이번에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발간한 ‘한국교회 트렌드 2024’에서는 ‘외로운 크리스천’이라는 주제로 한국 사회의 심각한 외로움 현상이 교회 안까지 들어와 있음을 주목했다. 일반 국민의 외로움 수준(54%)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개신교인도 절반 가까이(46%)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2-2. 개신교인, 1인 가구∙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외로움 느끼는 비율도 높아!

  • 개신교인의 응답자 특성별로 외로움의 차이를 살펴보았다. 연령별로는 60대가 외로움을 가장 덜 느끼고 있었으며, 이혼/사별자의 외로움이 매우 높았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외로움을 느끼는 비율도 높은 것이 주목할 만하다.
  • 신앙적으로 보면 '교회 출석자'보다는 '가나안 성도'가, 신앙 연수가 낮을수록 더 외로움을 느끼는 경향을 보였다.

2-3. 개신교인 3명 중 1명, ‘의지할 사람 아무도 없다고 느껴’!

  • 개신교인의 외로움에 관한 인식을 미국의 심리학자 다니엘 러셀이 개발한 ‘UCLA 외로움 척도’를 바탕으로 구성한 20개 질문 중 2개만 꼽아 살펴 보았다.
  • ‘얼마나 자주 혼자라고 느끼는지’와 ‘얼마나 자주 본인이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끼는지’를 물은 결과, 각각 개신교인의 40%, 33%가 각각 그렇다(매우+약간)고 응답했다. 개신교인 5명 중 2명은 ‘타인과 연결되어 있지 못하고 홀로 떨어져 있다’고 느끼고 있었고, 3명 중 1명 정도는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응답해 주목된다. 

2-4. 개신교인 10명 중 3명만이 ‘신앙 활동’으로 외로움 대처!

  • 그렇다면 개신교인의 외로움 대처 방안은 무엇이고 일반 국민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반 국민’의 경우 ‘TV 보기(40%)’가 가장 많았고, 이어 ‘음악 듣기(35%)’, ‘맛있는 음식 먹기(33%)’ 등이 순이었는데 개신교인도 ‘취미 활동’이 1위로 일반 국민과 비슷했지만 ‘신앙 활동’이 3위에 랭크돼 10명 중 3명(30%)은 ‘신앙의 힘으로 외로움을 대처하는 점’이 특징적이었다. 


3. 개신교인의 교회생활과 외로움 

3-1. 교회 출석자 3명 중 1명 이상, ‘나는 교회에서 외롭다’!

  • 외로움은 교회 밖에서만 존재하는 것일까? 교회 내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성도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았다. ‘교회 안에서 외로움을 느낀 적이 있다(자주+가끔 있다)’고 응답한 성도는 36%로 3명 중 1명 이상이 교회에서도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 주목할 점은 ‘소그룹 참여 안 하는 편’이라고 응답한 성도의 교회 내 외로움 비율이 무려 61%로 ‘소그룹 자주 참여하는 편’ 그룹의 2배에 달했다. 교회에서 소그룹을 적극 장려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인 셈이다.

3-2. 교회 내 외로움 느끼는 이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 없다’!

  • 교회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성도들에게 어떤 상황에서 외로움을 느끼는지 물은 결과, 절반 가까이인 46%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을 때’를 가장 높게 꼽았는데 남성이 여성보다 응답 비율이 높았다.
  • 이어서 ‘교회 활동에 참여하지 못할 때’ 21%, ‘교회에서 같이 식사하거나 차를 마실 사람이 없을 때’ 17% 등의 순으로 나타났는데 ‘가족을 강조하는 설교 혹은 성경공부를 할 때’와 ‘부부끼리 모일 때’라고 응답한 성도도 10명 중 1명가량 있기에 1인 가구, 미혼자, 이혼/사별자 등을 배려한 모임이 필요해 보인다.

 3-3. 개신교인 83%, 신앙 활동은 외로움 해소에 도움 된다!

  • 신앙 활동은 외로움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개신교인의 대다수(83%)는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고, 소그룹 참여 빈도가 높을수록 신앙 활동이 외로움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훨씬 높았다.


▶ 시사점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외로움'을 긴급한 보건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연결 위원회'를 발족했다. 세계는 그동안 과소평가되고 있는 '외로움'이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글로벌 과제에 있어 외로움을 해결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외로움의 문제는 이제 한국도 심각한 상황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발표한 '2023 외로움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 91%가 '사회 전반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모든 연령대에서 자기 연령대가 '외로움을 가장 가장 많이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개신교인의 외로움은 어떨까? 일반 국민의 외로움보다는 낮았지만, 개신교인의 절반 정도가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고, 3명 중 1명이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낀다'고 진술했다. 심지어 교인 중 36%가 '교회 안에서도 외롭다'라고 응답했다. 우리가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교인 3명 중 1명 이상 이 교회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교회 리더십들에게는 놀랄만한 결과이다. 

이같이 외로운 신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한국 교회는 교인의 외로움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우선 외로움을 대처할 수 있는 세상과 구별된 성경적 가치관을 전해야 한다. 개신교인의 외로움 대처 방안으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신앙 활동'보다 '취미 활동'이 1위로 꼽혔는데, 이는 일반인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회적 연결의 상실에서 오는 외로움을 세상이 제공하는 즐거움과 경제력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으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다음으로 교회는 성도 간의 연결을 통해 서로의 영적 상태를 돌봐주고 중보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 키는 바로 '소그룹'이다. 이번 조사에서 교회 소그룹을 자주 참여하는 교인의 외로움 (31%)과 참여 안 하는 교인의 외로움(61%)은 무려 2배나 차이가 났으며, 소그룹을 자주 참여하는 교인의 95%가 ‘신앙 활동이 외로움 해소에 도움 된다’고 동의했다. 그러나 단순히 소그룹만 만들어 놓을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삶을 깊이 있게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약시대의 대표적인 약자로 꼽히는 '고아'와 '과부', '나그네'가 모두 사회적 관계가 취약한 계층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외로움을 느끼는 현대인도 교회가 돌봐야 할 약자이다. 교회가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외로운 사람들의 피난처와 안식처가 되길 바란다. 



지용근 대표(목회데이터연구소)

*본 게시물은 '넘버즈(numbers)'의 <219호> 주간 리포트에서 일부를 추출하여 동시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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