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 관하여 몇몇 분들이 공통된 질문들을 하였기에 답을 남깁니다. 부족한 부분들도 조금 더 추가하였습니다.
*용어설명 1) 유토피아(Utopia) : 어느 곳에도 없는 장소,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전한 사회 2) 디스토피아(Dystopia) :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이 극단화한 암울한 미래상.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모습을 허구로 그려냄으로써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문학 작품, 또는 그 사상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정의는 위와 같습니다. 정의는 하나지만 우리가 만나는 문화콘텐츠에서는 어떤 장소, 어떤 시대에서 나타낼지, 인물들을 통해 어떻게 풀어갈지 등에 따라 수 천 개, 수 만 개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가 몰입이 되는 있을법한 이야기로 그려집니다. 그런데 문화콘텐츠가 끝나면 이용자들은 다시 현재로 돌아와 질문을 받습니다. ‘나는 어떻게 할까?’ 혹은 ‘나는 어떻게 살까?’ 그리곤 선택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이 지점에서 문화콘텐츠의 힘이 드러납니다. 불의에 맞서기 위해 용기를 낸다던지,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던지, 죽음을 한번 돌아본다던지 등 내면의 변화가 생깁니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문화콘텐츠를 통해 하나님을 믿고 복음을 받아들이는 삶으로의 결단과 변화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과 대답
1) 교회의 현장과 강단에서는 여전히 희망의 장소로서 하나님 나라, 유토피아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왜 다음 세대들은 교회를 떠났을까요? 개인적으로, 첫째로는 하나님 나라를 그려내는 방식이 단순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간단히 말하면 유토피아를 다양하게 그려내며 가치를 쏟아내는 지금 시대의 문화콘텐츠들에 비해 교회에서 선포되는 하나님 나라는 예수천당-불신지옥 같이 너무나도 단순한 도식이라 흥미가 떨어집니다. 그렇기에 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몰입과 집중이 어렵습니다. 둘째로는 교회에서 나오는 유토피아의 이야기가 현재의 삶과 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와 괴리가 생길 가능성은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현재 삶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삶의 자리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입니다. 그 세대의 문화에 익숙해진다면, 자연스레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습니다.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곧 그 세대의 삶의 자리를 이해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2) 성경에 나타난 유토피아를 보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구절들을 읽어봐야 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성경에서 나타난 유토피아의 모습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였습니다. 성경에는 하나님 나라, 이 땅에는 존재하지 않는 나라를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구약에서는 대표적으로 이사야 11장, 35장, 65장입니다. 여기에서는 사자와 이리가 함께 뛰어놀며, 독사 굴에 어린 아이가 손을 넣어도 물지 않는, 영원한 기쁨이 있는 곳 등 다양한 비유로 묘사됩니다. 다음으로는 에스겔 47장으로, 하나님 나라에 존재하는 성전과 그 주변에 흐르는 강, 나무들과 풍경에 대한 묘사입니다. 그리고 시편에서는, 나를 푸른 풀밭으로 이끄시는 주님과 여호와의 집이 있는 곳(시 23), 여호와를 앞에 두고 모시면서 기쁨과 즐거움이 충만한 곳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시 16). 신약에서도 예수님과 함께 지낼 낙원(눅 23:43), 거할 곳이 많은 내 아버지의 집(요 14:2), 우리 안에 이미 있는 하나님 나라(눅 17:20-21), 달려갈 길을 마친 후 의의 면류관이 예비된 곳(딤후 4), 사람들이 저지른 죄들을 평가하는 심판이 행해지는 곳(계 20), 생명수의 강과 생명나무가 있고 하나님의 보좌가 있는 곳(계 22:1-5) 등이 있습니다.
문화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필자는 문화의 파급력을 체감한 기억이 총 두 번에 걸쳐 있었다. 첫 번째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휩쓸 때였다. 한류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던 시기였지만, 강남스타일이 메이저리그 중계에 등장하고 관객들이 말춤을 추는 장면을 보고 놀랐었다.1) 두 번째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유럽의 어느 시골 어부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였다. 한국을 아냐는 질문에서 ‘전주’라는 도시를 안다는 어부의 말이 놀라웠는데, FIFA 클럽 월드컵에 출전한 ‘전북현대모터즈’ 축구팀의 경기를 보았기 때문이었다.2)
지금이야 K-Culture의 파워로 인해 K-Pop, K-Food, K-drama 등이 유명하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변방이었던 한국을 생각할 때 노래 한 곡, 축구 한 경기의 파급력은 가히 놀라웠다. 시간이 흐른 지금, 이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 것에 가장 효과적인 요소가 문화콘텐츠라는 것도 모두가 안다.
<그룹 BTS, 좌: love myself(love yourself 등 시리즈로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 앨범, 훗날 UN연설에 초청되어 Speech Yourself 메시지를 내기도 함) 우: Butter 앨범. 유명한 Permission to Dance가 수록된 앨범. 수어로 표현된 다양한 메시지를 댄스로 표현한 뮤직비디오.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개선되었고, 청각장애인을 비롯한 수많은 약자들에게 용기를 주었음)>
한편 기독교와 문화를 전공하면서 들은 가장 많은 질문은 ‘그래서 요즘 먹히는 콘텐츠, 트렌드, 문화가 뭐야?’라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필자는 명확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문화라는 것을 배웠지만, 문화콘텐츠나 트렌드를 배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질문에 잘 대답하게 된 계기는 요즘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관심 있게 살펴보았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이런 질문들을 종종 받는다.
흔히 하는 오해로, 사람들은 은연중에 '문화=문화콘텐츠'라고, 혹은 '문화=문화트렌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서로 다르다. 문화콘텐츠는 '문화적 요소를 지닌 내용물이 미디어에 담긴 것'이고, 트렌드는 '사상이나 행동 또는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을 말한다. 문화가 무엇이기에 콘텐츠로도 만들어지고, 트렌드도 되고, 파급력도 클까? 도대체 문화라는 것이 과연 무엇이길래?
문화는 크게 3가지 의미로 쓰인다.3)
첫째는 '예술과 예술적 활동'으로서의 문화이다. 음악, 문학, 회화, 연극, 영화 등을 표현하는 단어로 문화는 쓰인다. 흔히 교양있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세련된 활동을 말한다.
둘째는 '삶의 방식'으로서의 문화이다. 인류학자 타일러는 '지식, 믿음, 도덕, 관습 등 사회구성원으로서 인간이 획득한 기타 능력과 습관을 포함한 복합적 전체'라고 정의하였다. 그래서 문화는 산물인 동시에 학습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지키는 법, 가치를 부여한 화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끝으로 셋째는 '과정과 발전으로서의 문화'이다. 문화라는 개념이 사회적, 역사적 과정 전반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쓰일 때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1960년대 문화, 전통문화, 90년대 아이돌 응원문화, '변화하는 예배문화' 등을 들 수 있다.
다음 세대에게 문화 활동은 어떤 의미일까? 문화활동을 통해 배우고 답을 찾아가는 다음세대들
과거에는 문화활동 혹은 문화생활은 여가를 즐기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정도의 의미로 생각하였다. 가령 연극, 영화, 콘서트 등을 보거나, 스포츠 관람, 응원을 하거나 혹은 운동, 댄스 등을 배우거나, 낚시나 등산을 하는 것 등은 다 쉼과 관련된 느낌이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에게 문화활동은 어떤 의미일까? 필자가 내린 이 질문의 답은 ‘배움’이다. 배움은 지식의 영역으로 학교나 학원에서 나올 법한 단어지만 MZ에게 있어서는 조금 다르다. 문화활동은 제한적인 공간에서 제한된 정보들을 듣는 배움이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정보들을 오감을 활용해서 배우는 현장이다. 흔한 예로, 농구나 축구 등 운동을 친구들과 놀면서 배웠는데, 요즘 MZ들, 혹은 그 이하의 학생들은 대부분 문화 센터에서 혹은 방과 후 교육, 학원 등 문화활동을 통해서 배운다.
<키자니아 – 실제 기업들이 참여한 어린이 대상의 직업체험활동 테마파크>
<우리 주변에 어느 순간부터 늘어난 문화센터들 - 강남구통합예약사이트>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다음 세대들은 문화콘텐츠를 통해 배우는 것도 익숙해졌다.4) 익숙해진 이유는 인터넷의 발전, 스마트기기들의 출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속 가능한 사이버공간, 문화활동들을 대신할 문화콘텐츠의 제작 및 보급 등 때문이다. 배운 것을 찾기 위한 검색 문화, 그리고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알고리즘 문화, SNS에서의 챌린지 문화 등은 MZ들로 인해 생겨난 디지털 문화이다. 이러한 MZ세대에게 스마트폰과 사이버공간은 더 이상 가상이 아니며, 없어서는 안 될 현실이다.5)
<인터넷 수능방송 - ebsi 홈페이지>
<다양한 알고리즘과 SNS – 출처: pixabay> / <MZ사이에서 유행하는 SNS Dance Challenge, 춤을 배우고 또 찍어서 공유하는 놀이문화. 출처 : Pinterest>
배움의 관점에서 보면 MZ들이 누리는 문화활동과 문화콘텐츠는 과거세대가 향유했던 문화생활들과는 분명히 결이 다르다. MZ들은 문화활동과 문화콘텐츠를 통해 지식의 분야에서의 배움뿐 아니라 더 나아가 삶의 지혜, 세계관, 정체성, 인간관계, 가치관 등도 배운다. 그리고 인생에서 마주치는 질문의 답도 문화의 공간에서 찾고 배우려 애쓸 것이다.6)
결론적으로 이전 칼럼에서 언급했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사이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의 정답도 MZ들은 또 다른 문화콘텐츠를 통해 찾으려 애쓸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아는 OTT의 채널들은 선택을 받기 위한 콘텐츠들을 무한정으로 생성해 낼 것이다.
교회를 떠난 다음세대에게 대중문화 콘텐츠 활용하기
문화활동과 문화콘텐츠를 통한 배움에 익숙한 다음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문화활동과 문화콘텐츠이다.7) 그렇다면 그 내용은 무엇일까? 그들의 삶에서 직면하는 질문들의 대답일 것이다. 그래서 다음세대를 다시 교회에 있게 하려면, 성경이 증거 하는 메시지와 복음적 가치들을 녹여낸 문화활동이나 문화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번 장에서는 앞선 내용들을 토대로, 연구에 기반하여 개발되었던 대중문화 콘텐츠 활용 예시를 2가지 정도 소개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혜를 얻어 각자의 자리에서 문화활동과 콘텐츠연구가 활발해지고 활용사례들도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1. 웹드라마를 활용한 공과교재
- 웹드라마: 첫 번째 열일곱(2021, 10부작)- 내용 소개: 크리스천이 아닌 온유가 미션스쿨에 전학을 가면서 생긴 에피소드. 총 5명의 친구가 나오며 우정과 사랑을 통해 개성과 꿈을 찾는 성장드라마!
- 교재 소개: 드라마를 소재로 총 10과 구성. 학생들의 성장과 반별로 멤버십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질문들로 구성됨. 학생용, 교사용(인도메뉴얼), 지도자용 - 주제: 동행 - 진행 방식: 드라마 시청 – 설교 – 공과 - 기간: 10주
2. 기독교 영화제 개최
- 목적: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설교 - 준비: 영화제를 위한 후보작 영화 준비, 당일 영화관 분위기 만들기(암막, 팝콘 등) - 순서
1) 영화제 출품작 소개 : 기독교 청소년 관련 영화들을 2-3편 소개하고 예고편을 시청 2) 영화제 출품작 확정 :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투표해서 최다득표를 선정 3) 영화 감상 및 나눔 : 사전 설교를 듣고, 영화 감상. 끝나고 나눔
- 실제 사례 1) 그 여름의 일주일 vs I can only imagine 2) 사전 투표결과 ‘그 여름의 일주일’로 결정되었음 3) 사전 설교로 예수님을 만난 백성의 변화됨을 전하였음. 그리고 영화감상 4) 마무리 나눔 및 귀가
<영화제를 위한 PT>
다음세대들의 미래가 교회에 있다!
원래 유토피아는 이 땅에는 없는 곳으로 이상적인 세계를 말한다. 우리가 가진 성경에도 하나님 나라 유토피아가 있다. 이것이 큰 희망적 사실이고, 소망의 이유라 언급하였다. 우리에게도 그러한 스토리가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더 큰 소망이 있다. 문화콘텐츠들은 저마다 다른 상상의 나래로 우리를 이끌고 난 후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서 끝이 나지만, 우리의 유토피아는 현재에 와서도 여전히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 있기에, 그분의 통치 아래 있다면 우리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 없이 언제나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희망을 견지하면서 은혜의 고백들이 넘쳐나길 소망한다. 함께 문화활동, 문화콘텐츠개발에 힘써 연합하기를 부탁드린다. 하나님의 지혜를 깨달아, 위기를 과정으로 넘겨 은혜로운 열매들에 대한 고백을 나누는 날들이 속히 오길!
*미주
1) 「싸이, 다저스구장 5만관중 말춤 '열광의 현장’」 조선일보 2012.08.21.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21/2012082102058.html 2) 「레알 마드리드·전북 출격…클럽월드컵 8일 개막」 연합뉴스 2016.12.07. https://www.yna.co.kr/view/AKR20161206156000007 3) 문화코드,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한울, 2008), 24-29. 4) 문화콘텐츠란 매체를 통하여 제공되는 각종 문화 정보나 그 내용물. 글, 그림, 영화, 문화재 등 문화적 성격을 가진 내용물을 멀티미디어 기술을 통하여 산업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네이버 국어사전 ‘문화콘텐츠’) https://ko.dict.naver.com/#/entry/koko/2b16bdd375bb46ceb83b0d60611f65e5 5) 청소년들에게 있어 Youtube는 ‘매우 일상화되고 유용한 도구’로 대학진학을 앞둔 학생들에게는 진학관련 정보와 학습방법을 알려주었고,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에게는 기술이나 요령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였음. 또한 미디어는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묘사되엇고 또래와 소통, 친구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역할, 또 스트레스 해소하는 역할, 학습도구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응답하였음.(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21),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 및 대상별 정책대응방안 연구Ⅱ:10대 청소년」, 8-12.) 6) 김은혜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와 문화)는 그녀의 논문에서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진행된 변화의 영역은 ‘미디어와의 상호작용 방식’, ‘인간의 인식체계와 세계관’,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 등을 꼽았다. 그리고 디지털 문화 속에 살아가는 다음세대들은 과거의 세대와는 달리 수많은 문화와 콘텐츠들을 접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그 안에서 인식체계, 세계관, 상호작용등을 형성시켜 나간다고 분석하였다. (더 자세한 내용은: 김은혜 ‘비대면 문화에 대한 신학적 성찰 디지털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계적 목회의 가능성’의 논문과 ‘흩어진 MZ세대와 접속하는 교회’라는 책을 보라) 7) 10대 청소년들을 대상한 코로나 이후 ‘참여하고 싶은 청소년 활동’을 조사한 결과 ‘문화예술’활동(21.8%)이 1위로 나타났다. 2위로는 ‘건강,보건’활동(17.4%), 3위 ‘진로탐색 및 직업체험활동’(14.6%) 순으로 나타났다.(청소년정책연구원, 2022, 「청소년활동 참여 실태 및 요구에 관한 연구」, 69-72)
글. 이재녕 (기독교교육리더십연구소)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과 신학석사(기독교와문화 전공)를 마치고, 기독교교육리더십연구소에서 본부장 및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상생 및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조를 구축하고 다양한 분야의 기업, 기관, NGO, 연구소, 교회와의 협업을 통해 연구 및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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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필자는 문화의 파급력을 체감한 기억이 총 두 번에 걸쳐 있었다. 첫 번째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휩쓸 때였다. 한류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던 시기였지만, 강남스타일이 메이저리그 중계에 등장하고 관객들이 말춤을 추는 장면을 보고 놀랐었다.1) 두 번째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유럽의 어느 시골 어부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였다. 한국을 아냐는 질문에서 ‘전주’라는 도시를 안다는 어부의 말이 놀라웠는데, FIFA 클럽 월드컵에 출전한 ‘전북현대모터즈’ 축구팀의 경기를 보았기 때문이었다.2)
지금이야 K-Culture의 파워로 인해 K-Pop, K-Food, K-drama 등이 유명하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변방이었던 한국을 생각할 때 노래 한 곡, 축구 한 경기의 파급력은 가히 놀라웠다. 시간이 흐른 지금, 이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 것에 가장 효과적인 요소가 문화콘텐츠라는 것도 모두가 안다.
<그룹 BTS, 좌: love myself(love yourself 등 시리즈로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 앨범, 훗날 UN연설에 초청되어 Speech Yourself 메시지를 내기도 함) 우: Butter 앨범. 유명한 Permission to Dance가 수록된 앨범. 수어로 표현된 다양한 메시지를 댄스로 표현한 뮤직비디오.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개선되었고, 청각장애인을 비롯한 수많은 약자들에게 용기를 주었음)>
한편 기독교와 문화를 전공하면서 들은 가장 많은 질문은 ‘그래서 요즘 먹히는 콘텐츠, 트렌드, 문화가 뭐야?’라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필자는 명확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문화라는 것을 배웠지만, 문화콘텐츠나 트렌드를 배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질문에 잘 대답하게 된 계기는 요즘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관심 있게 살펴보았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이런 질문들을 종종 받는다.
흔히 하는 오해로, 사람들은 은연중에 '문화=문화콘텐츠'라고, 혹은 '문화=문화트렌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서로 다르다. 문화콘텐츠는 '문화적 요소를 지닌 내용물이 미디어에 담긴 것'이고, 트렌드는 '사상이나 행동 또는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을 말한다. 문화가 무엇이기에 콘텐츠로도 만들어지고, 트렌드도 되고, 파급력도 클까? 도대체 문화라는 것이 과연 무엇이길래?
문화는 크게 3가지 의미로 쓰인다.3)
첫째는 '예술과 예술적 활동'으로서의 문화이다. 음악, 문학, 회화, 연극, 영화 등을 표현하는 단어로 문화는 쓰인다. 흔히 교양있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세련된 활동을 말한다.
둘째는 '삶의 방식'으로서의 문화이다. 인류학자 타일러는 '지식, 믿음, 도덕, 관습 등 사회구성원으로서 인간이 획득한 기타 능력과 습관을 포함한 복합적 전체'라고 정의하였다. 그래서 문화는 산물인 동시에 학습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지키는 법, 가치를 부여한 화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끝으로 셋째는 '과정과 발전으로서의 문화'이다. 문화라는 개념이 사회적, 역사적 과정 전반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쓰일 때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1960년대 문화, 전통문화, 90년대 아이돌 응원문화, '변화하는 예배문화' 등을 들 수 있다.
다음 세대에게 문화 활동은 어떤 의미일까?
문화활동을 통해 배우고 답을 찾아가는 다음세대들
과거에는 문화활동 혹은 문화생활은 여가를 즐기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정도의 의미로 생각하였다. 가령 연극, 영화, 콘서트 등을 보거나, 스포츠 관람, 응원을 하거나 혹은 운동, 댄스 등을 배우거나, 낚시나 등산을 하는 것 등은 다 쉼과 관련된 느낌이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에게 문화활동은 어떤 의미일까? 필자가 내린 이 질문의 답은 ‘배움’이다. 배움은 지식의 영역으로 학교나 학원에서 나올 법한 단어지만 MZ에게 있어서는 조금 다르다. 문화활동은 제한적인 공간에서 제한된 정보들을 듣는 배움이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정보들을 오감을 활용해서 배우는 현장이다. 흔한 예로, 농구나 축구 등 운동을 친구들과 놀면서 배웠는데, 요즘 MZ들, 혹은 그 이하의 학생들은 대부분 문화 센터에서 혹은 방과 후 교육, 학원 등 문화활동을 통해서 배운다.
<키자니아 – 실제 기업들이 참여한 어린이 대상의 직업체험활동 테마파크>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다음 세대들은 문화콘텐츠를 통해 배우는 것도 익숙해졌다.4) 익숙해진 이유는 인터넷의 발전, 스마트기기들의 출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속 가능한 사이버공간, 문화활동들을 대신할 문화콘텐츠의 제작 및 보급 등 때문이다. 배운 것을 찾기 위한 검색 문화, 그리고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알고리즘 문화, SNS에서의 챌린지 문화 등은 MZ들로 인해 생겨난 디지털 문화이다. 이러한 MZ세대에게 스마트폰과 사이버공간은 더 이상 가상이 아니며, 없어서는 안 될 현실이다.5)
<인터넷 수능방송 - ebsi 홈페이지>
<다양한 알고리즘과 SNS – 출처: pixabay> / <MZ사이에서 유행하는 SNS Dance Challenge, 춤을 배우고 또 찍어서 공유하는 놀이문화. 출처 : Pinterest>
배움의 관점에서 보면 MZ들이 누리는 문화활동과 문화콘텐츠는 과거세대가 향유했던 문화생활들과는 분명히 결이 다르다. MZ들은 문화활동과 문화콘텐츠를 통해 지식의 분야에서의 배움뿐 아니라 더 나아가 삶의 지혜, 세계관, 정체성, 인간관계, 가치관 등도 배운다. 그리고 인생에서 마주치는 질문의 답도 문화의 공간에서 찾고 배우려 애쓸 것이다.6)
결론적으로 이전 칼럼에서 언급했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사이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의 정답도 MZ들은 또 다른 문화콘텐츠를 통해 찾으려 애쓸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아는 OTT의 채널들은 선택을 받기 위한 콘텐츠들을 무한정으로 생성해 낼 것이다.
교회를 떠난 다음세대에게 대중문화 콘텐츠 활용하기
문화활동과 문화콘텐츠를 통한 배움에 익숙한 다음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문화활동과 문화콘텐츠이다.7) 그렇다면 그 내용은 무엇일까? 그들의 삶에서 직면하는 질문들의 대답일 것이다. 그래서 다음세대를 다시 교회에 있게 하려면, 성경이 증거 하는 메시지와 복음적 가치들을 녹여낸 문화활동이나 문화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번 장에서는 앞선 내용들을 토대로, 연구에 기반하여 개발되었던 대중문화 콘텐츠 활용 예시를 2가지 정도 소개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혜를 얻어 각자의 자리에서 문화활동과 콘텐츠연구가 활발해지고 활용사례들도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1. 웹드라마를 활용한 공과교재
[티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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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영상]
2. 기독교 영화제 개최
- 목적: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설교
- 준비: 영화제를 위한 후보작 영화 준비, 당일 영화관 분위기 만들기(암막, 팝콘 등)
- 순서
1) 영화제 출품작 소개 : 기독교 청소년 관련 영화들을 2-3편 소개하고 예고편을 시청
2) 영화제 출품작 확정 :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투표해서 최다득표를 선정
3) 영화 감상 및 나눔 : 사전 설교를 듣고, 영화 감상. 끝나고 나눔
- 실제 사례
1) 그 여름의 일주일 vs I can only imagine
2) 사전 투표결과 ‘그 여름의 일주일’로 결정되었음
3) 사전 설교로 예수님을 만난 백성의 변화됨을 전하였음. 그리고 영화감상
4) 마무리 나눔 및 귀가
다음세대들의 미래가 교회에 있다!
원래 유토피아는 이 땅에는 없는 곳으로 이상적인 세계를 말한다. 우리가 가진 성경에도 하나님 나라 유토피아가 있다. 이것이 큰 희망적 사실이고, 소망의 이유라 언급하였다. 우리에게도 그러한 스토리가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더 큰 소망이 있다. 문화콘텐츠들은 저마다 다른 상상의 나래로 우리를 이끌고 난 후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서 끝이 나지만, 우리의 유토피아는 현재에 와서도 여전히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 있기에, 그분의 통치 아래 있다면 우리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 없이 언제나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희망을 견지하면서 은혜의 고백들이 넘쳐나길 소망한다. 함께 문화활동, 문화콘텐츠개발에 힘써 연합하기를 부탁드린다. 하나님의 지혜를 깨달아, 위기를 과정으로 넘겨 은혜로운 열매들에 대한 고백을 나누는 날들이 속히 오길!
*미주
1) 「싸이, 다저스구장 5만관중 말춤 '열광의 현장’」 조선일보 2012.08.21.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21/2012082102058.html
2) 「레알 마드리드·전북 출격…클럽월드컵 8일 개막」 연합뉴스 2016.12.07. https://www.yna.co.kr/view/AKR20161206156000007
3) 문화코드,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한울, 2008), 24-29.
4) 문화콘텐츠란 매체를 통하여 제공되는 각종 문화 정보나 그 내용물. 글, 그림, 영화, 문화재 등 문화적 성격을 가진 내용물을 멀티미디어 기술을 통하여 산업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네이버 국어사전 ‘문화콘텐츠’) https://ko.dict.naver.com/#/entry/koko/2b16bdd375bb46ceb83b0d60611f65e5
5) 청소년들에게 있어 Youtube는 ‘매우 일상화되고 유용한 도구’로 대학진학을 앞둔 학생들에게는 진학관련 정보와 학습방법을 알려주었고,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에게는 기술이나 요령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였음. 또한 미디어는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묘사되엇고 또래와 소통, 친구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역할, 또 스트레스 해소하는 역할, 학습도구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응답하였음.(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21),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 및 대상별 정책대응방안 연구Ⅱ:10대 청소년」, 8-12.)
6) 김은혜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와 문화)는 그녀의 논문에서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진행된 변화의 영역은 ‘미디어와의 상호작용 방식’, ‘인간의 인식체계와 세계관’,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 등을 꼽았다. 그리고 디지털 문화 속에 살아가는 다음세대들은 과거의 세대와는 달리 수많은 문화와 콘텐츠들을 접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그 안에서 인식체계, 세계관, 상호작용등을 형성시켜 나간다고 분석하였다. (더 자세한 내용은: 김은혜 ‘비대면 문화에 대한 신학적 성찰 디지털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계적 목회의 가능성’의 논문과 ‘흩어진 MZ세대와 접속하는 교회’라는 책을 보라)
7) 10대 청소년들을 대상한 코로나 이후 ‘참여하고 싶은 청소년 활동’을 조사한 결과 ‘문화예술’활동(21.8%)이 1위로 나타났다. 2위로는 ‘건강,보건’활동(17.4%), 3위 ‘진로탐색 및 직업체험활동’(14.6%) 순으로 나타났다.(청소년정책연구원, 2022, 「청소년활동 참여 실태 및 요구에 관한 연구」, 69-72)
글. 이재녕 (기독교교육리더십연구소)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과 신학석사(기독교와문화 전공)를 마치고,
기독교교육리더십연구소에서 본부장 및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상생 및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조를 구축하고 다양한 분야의 기업, 기관,
NGO, 연구소, 교회와의 협업을 통해 연구 및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