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칼럼]“인구 국가비상사태” 시대의 문화선교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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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대한민국의 현상태를 “인구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다각도의 출생장려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아빠 출산휴가도 20일로 확대하고 첫 3개월간 육아휴직 급여 250만 원을 지급하며 인구 관련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2024년 1분기 합계 출생률 0.76명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가운데 정부의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를 통해 인구감소추세가 멈추고 반등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습니다. 높은 주거비용, 열악한 육아 환경, 극심한 경쟁문화 우리 사회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젊은 세대들에 두텁게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대책들이 출산율 반등으로 나타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사실, 출생률 쇼크의 저변에는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드리운 생명경시와 물질주의의 문제가 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명보다 물질, 돈이 중요하다”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우리 사회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선택하고 우선시하는 것들을 보면, 우리 사회에 물질주의가 두텁게 자리 잡고 있음을 봅니다. 전세계 17개국을 대상으로 ‘당신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에 대한 2021년 조사에서 한국만이 “물질적 풍요” 항목을 유일하게 1위로 선택하였습니다. “뭐니뭐니해도 머니가 최고”라는 우스개 말이 농담처럼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현재의 생명을 포기하는 자살과 미래의 생명을 거부하는 출생률 저하가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한국사회의 출생률 반등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지원과 대책도 필요로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출생률 증가는 쉽지 않습니다.

한국교회의 문화선교는 이러한 시대적 과제에 비추어볼 때 생명을 존중하고 최우선으로 여기는 문화운동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극도의 물질주의가 상식이 되는 시대 속에서 돈으로 환원될 수 없는 가치, 곧 나와 타자, 더 나아가 지구 공동체의 생명을 존중하고 그 가치를 함양하는 문화 만들기와 공동선의 증진을 복음 전파와 함께 교회가 지향해야 할 사회적 목회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야 할 것입니다. 보다 정의롭고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약자들이 보호받고, 젊은 세대가 우리의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고 생명 의지를 이어갈 수 있는 살 만한 공동체가 되도록 하는 데에 교회의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교회 공동체가 꿈꾸어야 할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극도의 출생률 저하라는 한국 사회의 실존적 위기와 문제 앞에서 보다 온전하게 실천해 가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글.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장 / 을지대학교 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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